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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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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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냐. 평범하게 길거리 정도가 보일 뿐이야. 너희가게 유리창이 크니까 작업하는 걸 볼 수 있었고………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어. 나는 탄소 대사를 하지 않는데도 네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싶었어. 
촉각이 거의 퇴화했는데도 얼굴과 목을 만져보고 싶었어. 
들을 수 있는 음역이 아예 다른데도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너를 위한, 너에게만 맞춘 감각 변환기를 마련하는 데 긴 시간이 들었어."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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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하다 큰곰자리 55
김다노 지음, 홍그림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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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꽃박사님이 화단에서 마가렛을 떼내 통상화, 설상화를 알려주셨다. 하나의 꽃으로 보이는데 그 안에 백 개도 넘는 꽃이 옹기종기 다닥다닥 모여있다. 생존, 번식의 이유로, 따로보다 뭉쳐 살아야 좋으니 함께 산단다. 가만 들여다보면 작디 작은 꽃들은 각기 암술, 수술까지 다 갖추고 있었다. 큰 하나로 퉁치지 않고 하나하나 꽃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싶다.

여기 2학년 진리반에 하다, 예원, 재천이 등 여러 아이가 각자의 가치관과 개성을 갖고 어울려 산다. 내가 아는 아홉 살들을 떠올려본다. 아홉 해동안 축적한 지식을 마구 잘난체하고 싶어 떠벌리다가, 정작 주목받으면 긴장해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속상해지는 아홉 살이 있다. 친구를 배려하고 양보하는데 왜 나만 그래야 하는지 억울한 아홉 살도 있다. 같은 교실에 살지만 친구들을 보살핌에 뿌듯하면서도 피곤한 아홉 살이 있고 버겁고 힘든 게 많아 풀 죽은 아홉 살도 있다.
아무튼 이해가 되다가 말다가 하는 아홉 살이다. 아홉 살로 살아가는 어린이로서 또래 친구들, 어른들, 세상이 손에 잡힐 듯 멀어질 것이다. 어쩜 자기 자신까지도. 아홉 살을 바라보는 어른 입장에서도 쉬이 읽히다가 복잡한 심상을 알 길 없어 어려워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홉 살 제 인생을 사는 아홉 살은 하다처럼 나름 바르고 슬기롭고 즐겁게 살아간다. 주변이 어찌 보건 제 우주를 가꾸는 꽃처럼 말이다.

이전 작품을 보고 쌓은 신뢰로 책을 선택하는 일이 많다. '비밀소원'을 쓴 김다노와 '조랑말과 나' 홍그림의 협업이라 기대가 되었다. 기대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책날개 작가 소개란 글 중 마지막 한 자릿수 나이, 아홉 살은 멋진 나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어릴 적 옅은 기억을 더듬고 새로운 기억을 덧씌우며 쓴 작가의 이야기를 실제 아홉 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어쩐지 시리즈로 이어질 것만 같다. 뒷이야기가 계속 나와 아홉 살들이 하다와 같이 자라나도 좋겠다. 꽃꽃들의 이야기가 계속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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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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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야기 '온쪽이'부터 흥미롭다. 어릴적 옛이야기 '반쪽이'는 그 능력과 별개로 생김만으로 장애인이라 판정하고 동정하는 입장에 섰다. 하지만 여기 '온쪽이'에선 내가 반쪽이 처지인 온쪽이라니, 동정 받는 입장으로 떠밀린다. 하는 것이 아닌 '당'하는 것들-주변의 시선, 걱정을 가장해 주입하는 주류의 생활방식들-에 부당함을 비로소 네 것이 아닌 내 것으로 느낀다. 최근 읽은 '사이보그가 되다' 연장선에서 고민하게 된다. 장애와 비장애뿐 아니라 다수와 소수를 가르는 기준,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기준이 무엇인가. 일상 속 누리는 것이 특별한 혜택이라는 의식도 못하고 당연히 여기다가 소수가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것들이 많다. 학교에서 하는 '**이해교육'이 도리어 편 가르기, 도드라지게 여기며 표나지 않게 차별하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온쪽이'처럼 세상 기준을 뒤집어 구체화한 이야기가 대안이 되어 말뿐인 역지사지에 공감과 실감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
글을 보고 생각을 돌려보며 돌고 돌아 돌아와도 결국 있는 그대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만이 답이 된다. 반쪽이든 온쪽이든 내게 주어진 것을 오롯이 긍정하는 일이 두 발로 단단히 나아갈 수 있는 일이리라.

표제작 '나무가 된 아이'를 읽는 내내 떠오르는 물음들에 답답했다. 아이들이 벌레가 되고 나무가 되어가는 동안 어른, 교사는 무엇을 하는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중요한가. 나무가 된 친구에게 화장실 물이 아닌 식용 급수를 떠오는 마음자리, 그것이 귀하고 고맙다. 누구보다 곁자리 누군가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출판사에서 주최한 북토크에서 작가가 이 부분에서 눈물을 보인 것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마지막 이야기, '웃는 가면'은 잔상이 오래 간다. 섬뜩하고 찝찝하다. 꿈에서 베였는데, 깨어난 현실이 꿈의 연장선에 놓여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다시 꿈, 불쾌한 꿈을 맴도는 환상 같다. 다른 판타지 세계에선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것은 말끔히 지워진 채 밝고 좋은 것만 가득 구현한다. 그래서 빠져나온 뒤엔 현실과의 낙차 때문에 더 많이 허탈하고 속상해지기도 한다. 남유하의 판타지는 현실보다 더한, 무서운 판타지로 우릴 단련시키는 것만 같다.

이외 '뇌엄마', '착한 마녀의 딸', '구멍 난 아빠'까지 총 6편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소외감이다. 배척 당하는 아웃사이더,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스스로 언제 어디서나 인싸, 주류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치이고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 놓인다. 의연하게 꿋꿋하게 지내려 하나 휘둘릴 수밖에 없는 주변 공기에 질식할 것같을 때가 있다. 어설픈 상상으로 작가는 질식하지 않고 살아남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고발하고 글로써 리벤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아이들이 슬프고 아프게 공감하며 읽을 것이다. 통쾌함보다 씁쓸함으로 쌉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공감하고 위로받은 나무 아이들이 우리 숲을 만드는 풍경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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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아니 카스티요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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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가
용감한가
현명한가

모든 핑!들에 도망가고 싶은 퐁..

앗,
퐁퐁거리느라 내 핑!을 잊고 살았나보다.

책은 갇혀 읽고
사랑은 받기만 하고
거꾸로 살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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