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르누아르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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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중학교 때 복도에 르누아르의 <책 읽는 소녀> 그림이 대형 액자로 있어서 르누아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그의 그림풍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 이후 보게 된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밝은색의 예쁜 옷을 입은 소녀나 부인이 등장하는 것이 유명해 내게 르누아르는 따뜻한 사람이며 인생의 고난 없이 산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르누아르의 자화상


그런데 르누아르의 초년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13살 때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첨화직공 일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도자기공방 훈련소에 도자기에 그림을 붙이는 기계가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는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오히려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제대로 된 미술 수업을 받게 된다. 거기서 그가 모네, 시슬레, 바지유를 만나고 당시의 화단을 지배했던 살롱전에서 요구하는 그림이 아니라 자기만의 화풍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빨간색이 정말 예쁘다



이런 이야기와 함께 르누아르의 그림 여러 점에 수록돼 있다.<뱃놀이 일행의 점심식사>, <물랭 드 라 갈레트> 같은 명작 외에도 <어릿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의 초상>, <건축가 샤를 르 쾨르의 초상>, <앙토니 아주머니의 여인숙에서>와 그가 어쩔 수 없이 살롱전의 요구사항에 맞춰 그렸다는 <블로뉴 숲의 아침 승마>도 볼 수 있다. 또한 르느아르를 왜 색채의 마술사라 부르게 되었는지도 들려준다.


모네가 르누아르를 색채의 마술사라 불렀다.



이처럼 이 책은 르누아르의 작은 화집이자 그의 전기인데, 동화처럼 흥미롭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동안 화집이나 화가의 전기는 그림 때문에 크기가 커서 휴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작아서 휴대성도 좋고 종이가 좋아서인지 화질도 좋다. 책날개를 보니 다른 화가에 대한 책도 있다. 그 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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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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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을 본 뒤로 역사와 영화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영화 <명량><한산>을 다시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이즈음에 <난중일기>를 다룬 신간 두 권이 나와서 열심히 보고 있다. 한 권은 이 책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이고 또 한 권은 더스토리에서 나온 <임진일기>이다.

두 권 다 나름의 특색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 책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이 책의 장점은 책의 앞쪽에 실린 ‘<난중일기> 해설‘<난중일기> 유적지 사진첩이다. <난중일기>라는 제목을 갖게 된 여유, 어떤 판본이 있는지 등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한산, 명량, 노량 등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 사진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가계도, 5수영지, 55, 조선소의 사진이 있어서 <난중일기>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런 것들이 매우 궁금했는데 사진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서 다녀왔던 곳을 따져보니 그의 3대 대첩 전적지, 아산 현충사, 여수와 통영, 심지어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였던 부안까지 많이 다니긴 했다. 그렇게 다녀왔던 곳을 사진으로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어 이 사진첩 페이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난중일기 유적지 사진첩 등과 이순신 장군 가계도, 지도가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노승석은 그야말로 난중일기전문가이다. 박사학위도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로 받았고 2013년에 난중일기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에 자문도 했단다. 2014년에는 그가 국내 최초로 출간한 <교감완역 난중일기>가 영화 <명량>과 때를 같이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책은 몇몇 대학에서 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으로서 이순신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해는 이순신 장군의 자다. 자는 16세 이상의 남자에게 어른들이 지어주는 새 이름이라고 한다. 연구소 이름에 이순신의 자를 쓸 정도도 이순신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목차부터 완역본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전문가가 쓴 데다 이 책은 완역본인 만큼 주석을 읽지 않고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세부 설명이나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것들에는 주석을 달아 놓아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놓았다.


일기 세부 내용. 완역본이라 주석을 보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세부 사항을 주석으로 달아 놓아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난중일기>의 내용은 날짜, 날씨, 이순신 장군이 만난 사람, 전투 준비 상황이나 전투를 위한 수영 간의 협조 사항, 군사 문제, 장계 작성 등과 같은 업무 처리 내용과 장군 자신의 몸 상태와 활을 쏜 횟수, 가족이나 지인에 대한 걱정 등을 적어 놓았다. 업무 일지처럼 객관적인 사실만 짧게 적은 날이 대다수이지만 전투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거나 자신의 감상과 시까지 적으면서 길게 쓴 날도 있으며, 전투 때문에 빠뜨린 날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전쟁 중의 장수로서 임진년부터 정유년까지 7년간 일기를 꾸준히 썼다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끈기 있고 성실한 인물이었나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일기 내용 자체는 이순신 장군이나 역사에 관심 없다면 사실 재미는 없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인물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가 있었던 시간과 마주한다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기록의 중요성도 되새기게 함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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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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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의 표지가 딴생각에 빠진 이의 얼굴을 너무나 실감나게 보여주어서 이 책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휴대폰 때문에 모르고 살아도 자기 인생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나도 이런 쓸데없는 데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 번 빠지면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루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이 궁금했다.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SNS와 같은 네트워크에 허비하는 시간 때문에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내가 시간관리를 못하는 것의 이유를 명확히 짚어주는 느낌이었고 목적 없는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시청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 관리 매트릭스를 통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하고 시급한 일부터 처리하라는 조언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 오늘 하루를 내일에 대한 대비를 하는 날이 오늘 그 자체로서 잘사는 것의 중요성 등을 여러 심리학 실험 사례와 함께 들려주기 때문에 훨씬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대하는 자세, 긍정적인 마인드의 효과, 정보량이 많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등 시간 관리뿐 아니라 삶을 잘 살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들려준다. 즉 쓸데없는 데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 즉 좋아하는 일을 찾아 오늘을 즐기면서 살라는 교훈을 들려준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내 인생 그리고 오늘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단순하면서도 내실있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요즘 쓸데없이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 책 덕분에 조금은 정돈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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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난중일기 - 오리지널 초판본 패브릭 표지디자인
이순신 지음, 김문정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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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노량>을 봤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 <한산>에 이어 만든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에 관한 영화의 최종 편이다. 이런 직후라 그 세 영화의 모티브였으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기간 동안 일기의 완역본이라는 이 책 <임진일기>가 궁금했다. 흔히 <난중일기>라 불리는 이순신 장군의 이 일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책 앞쪽에 실린 그림 자료. 임진왜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 표제지 바로 뒷장에 수록된 일러두기의 내용을 보면 일기 제목이 <난중일기>는 아니었다. <난중일기>라는 제목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임진년(1592)부터 노량해전이 있었던 무술년(1598)까지 7년 동안 쓴 <임진일기>, <계사일기>, <갑오일기>, <을미일기>, <병신일기>, <정유일기>, <속정유일기>, <무술일기>, 이렇게 8권의 일기를 후대에 <이충모공전서>로 편찬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 <임진일기>의 각 장 제목은 위의 일기 제목이 붙여졌는데 그 글씨는 이순신 장군이 쓴 친필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직접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잠시 동안 이순신 장군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책은 국보 76호 초판본을 표지 디자인으로 채택해서 더욱 더 진짜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날짜와 날씨, 짤막한 메모 형식이 특징. 아주 긴 글도 있다.​


장군의 일기는 빠진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쓰여 있는데, 날짜와 날씨로 시작한다. 바다에 배를 띄워야 하는 수군이어서인지 날씨가 상세히 적혀 있는 것이 특징이며, 개인적인 일기라기보다는 업무 일지의 성격이 큰 것 같다. 그날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그밖에 자신의 몸 상태, 어머니와 아들 등 가족에 대한 걱정, 주위 인물에 대한 간략한 평이 들어 있는데, 원균과 사이가 몹시 안 좋았는지 원균에 대한 평가가 매우 부정적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페이지 하단에 주석이 잘 돼 있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


조선시대 장군이 쓴 일기인 만큼 조선시대 군인 계급 명칭이나 무기명 등 주석이 없으면 읽어내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해설이 각 페이지 하단에 잘 돼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주 많은 것들을 꼼꼼히 챙겼으며 오로지 전투의 승리를 위해 살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의 중요성도 되새길 수 있었다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의 영웅인 만큼 글을 통해 그를 만나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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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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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책 읽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동식물을 다룬 생물학책은 몇 권 읽어봤다. 그런 책을 보면 이 지구상에 정말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음과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 탐방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곳에 자주 가서 생명 존중도 배우고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느껴 보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생물학을 전공한 딸이 그런 시설을 세운 것부터가 다른 생명체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나와 딸의 생각은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쨌든 생물학을 전공한 딸과 할 이야기도 생길 것 같고 책제목 중의 매우 작은 세계라는 표현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생물학에 관심이 생길 정도로 설명이 쉽고 재미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생물학책이 여러 생명체들을 소개하는 도감류여서 이 책도 매우 작은 생물체들을 소개하는 책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반 사람들이 실험용 동물로 주로 알고 있는 초파리와 생쥐뿐 아니라 예쁜꼬마선충, 제브라피시 등 작고 번식력이 좋아 실험하기에 좋은 생명체들과 그들을 활용한 생물 실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생물 연구의 의의, 생물 연구의 변천 과정, 이 책의 저자 이준호 교수가 예쁜꼬마선충을 가지고 30년간 하고 있는 연구 내용, 유전자 이야기, 생명 다양성 등 생물 실험에 관한 여러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재미도 있다.


모건의 초파리 실험. 그림 설명이 있어 이해가 잘 된다



이 책 서문에 우리가 코로나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 상황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2023년에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 박사 같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효용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던 mRNA 연구를 수십 년간 한 덕분이라면서, 생물학은 당장에는 쓸모가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 인류를 구원하게 될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학문이라는 글이 있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연구를 응용해 바퀴벌레 퇴치제를 연구하는 등 기초 연구가 응용 연구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생물 연구 실험의 중요성과 기초 과학 연구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매우 흥미로웠던 예쁜꼬마선충 이야기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과학책이며, 우리나라의 삭감된 기초과학연구 예산이 다시 증액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발생생물학, 유전학, 유전자가위, 줄기세포 배양 등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생물 지식이 들어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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