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이 소설집에 나오는 내용들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다소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들이다보니 어떤 의미심장한 메시지같은 것들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들이 주를 이룬다. 덕분에 진도는 빨리 나가지만 살짝 아쉬운 마음도 있던게 사실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처럼 어떤 삶의 지혜나 노하우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많은 것을 보여줄 때가 있지요. 표정과 제스처로 숨길 수 있는 것들을 뒷모습은 고스란히 노출시킵니다. - P328

세상의 가장 밝은 것들이란 그렇듯 다시 볼 수 없는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었을까요. - P338

마음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는 일도 있는가 봐. 내가 당신을 기억할 때면 온몸의 구석구석이 저리고 손가락 뼈마디, 목덜미의 솜털 끝까지 아파오는 것처럼. - P351

당신이 그랬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한번 외로운 사람은 영원히 외로운 사람이라고. - P359

......사람을 냉혹하고 비정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해.
몇십 년이 걸릴 것 같지? 최소한 오륙 년은 걸릴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이삼 년이면, 빠르면 육 개월이면....... 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적으로 두세 달이면 끝나.
어떻게 하느냐면, 그를 바쁘게 하는 거야. 당장이라도 수십년 동안의 잠에 곯아떨어지고 싶어 할 만큼 피로하게 하고, 그러나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게 하는 거야. 쉬더라도 고통스러울 만큼 아주 조금만 쉬게 하고,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굴욕당하게 하고, 자신을 미워하게 하는 거야. - P362

사람은 자신이 가장 고통받은 곳을 사랑하게 마련이라고 하지. - P367

아무것도 들쑤시거나 캐어내서는 안 돼. 들쑤시고 캐어내지 않은 그 뜨거운 불길들이 어느 사이에 열기와 숨막히는 황냄새를 버리고 순연한 빛 덩이로 떠오르도록 하는 거지. 고통이 뷰파인더와 내 몸뚱이를 관통해 맑은 슬픔이 되는 절차를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는 거야. 지금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격렬한 마음이 차츰 슬퍼지고, 애절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스러워져서, 어느덧 당신으로부터 묵묵히 떠나갈 것처럼. - P371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 P374

죽음과 소멸은 영원하고 아름다운 이데아의 세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의 손을 빌리고 그 기척과 온기에 기대서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붙들도록 했다. - P386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폭력적인 짐승의 세계 속에 뒤섞이는 일 - P388

풍을 맞았다 일어나 다시 걷게 된 어머니의 불화는 무한한 반복 속에서 붓놀림이 점점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어머니가 도달한 그 무연한 자리는 정신을 단련하고 생각을 거듭함으로써 초월하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몸의 반복되는 움직임 끝에 몸이 시키는대로 저절로 이르는 자리다. - P389

손으로 주무르듯 애써 뭔가를 만들고자 하지 않고, 쏟아져 내리는 눈과 비를 온몸으로 맞듯 모든 절망을 있는 그대로겪어내면서 여자는 비로소 아기 부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390

도처에 소멸이 자리해 있기에 역설적으로 인간은 영원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 P393

‘지금‘과 ‘영원‘이라는 시간이 무언가 사라져버리는 감각 안에서만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면, 소멸하는 무엇도 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 P393

무심함이 주는 투명함은 힘이 세다. - P395

동물과 식물의 세계가 각각 산문과 시의 세계로 등치되는 지점이 있다면, 식물이 실어(失語)의 세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 P398

인간에서 식물로 변하겠다는 불가능한 꿈. 그것은 분명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감각에 맞닿아 있는 너머의 세계, 신화의 세계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것이란 한 사회의 질서와 기준들에 부합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 규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에 언어의 이전이나 이후의 세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 P399

그 새로운 존재 방식은 세속적인 현실을 손쉽게 초월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어떤 면들을 끝까지 거부하며, 치열하고 고요한 내적인 투쟁 안에 자리하는 것이다. - P399

동물성과 식물성을 구분하여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와 직결시키는 것은 가장 위험한 독해가 될 수도 있다. 자칫 익숙한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을 반복함으로써 그 구조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 P399

식물로의 변신은 생태계의 피라미드 안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피라미드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에게 받은 상처에 매몰되거나 화해하며 포용하는 대신, 상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어떤 상처도 입힐 수 없는 존재로 변하는 일이다. 들뢰즈가 읽어내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따르면, 이는 무능력한 슬픈 정념이 아니라 즐거운 정념의 극한에 도달해서 그로부터 자유롭고 능동적인 감정으로 이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 P400

그냥, 이 마음을 잃지 않게만. - P402

순간순간 차고 깨끗한 물처럼 정수리부터 적셔오던 충일,
‘그것‘과 바로 잇닿아 있다는 선명한 확신. 이제는 글을 쓸 때 간혹, 일상 속에서는 아주 가끔 만날 뿐인 그 마음이, 그때에는 눈을 뜨면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밥을 먹을 때나 걸을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그 마음은 그 자리에 있었다. - P402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 만들어지는 일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체세포가 모두 바뀌는데 칠 년의 주기가 걸린다고 들었다. 칠 년 동안, 내 세포들이 새것이 되었다. 내 눈과 귀와 코와 입술, 내장과 살갗과 근육들이 소리 없이 몸을 바꾸었다. - P402

다만 머무르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부끄러운 위안을 삼아보았다. 나라는 고정된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이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 P403

나는 때로 다쳤다. 집착했고 욕망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배웠고, 점점 낮아졌고 작아졌고, 그래서 그 가난한 마음으로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 깊숙이 들여다보려 애썼던 것 같다. - P404

글쓰기는 나에게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숨 쉴 통로였다. 때로 기적처럼, 때로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내 귀를 끌고 갔다. 나무들과 햇빛과 공기, 어둠과 불 켜진 창들, 죽어간 것들과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 속에서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보다 더 생생할 수 없었다. - P404

곁에 있어준 따뜻한 이들에게 고맙다. - P404

첫 단편집을 묶고 나면 그것이 매듭이 되어 다음 단편집이 변화한다고들 말한다. - P405

나는 나아가고 있다. 조금씩 몸을 뒤채이며 달팽이처럼 전진하고 있다. 그가 낼 수 있는 최대치 속도와 힘으로.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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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은 지난 3권의 내용에 연이어서 강백호의 북산고와 윤대협의 능남고가 연습경기를 하는 내용이 계속 나온다. 이번 권은 아무래도 시합 과정에서 순간순간 나오는 장면들이 많다보니 술술 잘 읽힌다. 다만 오늘 처음 밑줄친 내용은 농구 규칙과 관련된 용어와 그 의미인데, 개인적으로는 정확히 알던 용어는 아니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헬드볼 : 서로 다른 팀의 선수가 동시에 볼을 잡아,
어느 쪽 볼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 - P44

※스크린 아웃 : 리바운드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블로킹 플레이. - P61

라스트 2분에 승부를 걸겠네. - P75

잘 들어! 리바운드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골밑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야!! 너는 그 포지션 싸움이 전혀 틀렸어. - P80

이 안에 상대를 들어가게 놔둬서는 안 돼!! - P80

너처럼 쉽게 뚫려선 아무것도 안 되는 거다!! - P80

몸으로 버티는 거다!! 힘으로 상대를 밀어내!! 이것이 스크린아웃이야!! - P81

골밑은 전쟁터다!! 자기편의 골밑을 사수하지 않으면 안돼!! - P82

좀더 자세를 낮춰! 몇 번을 말해야 해!! - P82

몸으로 버텨!! - P83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 P85

우리는 지지 않는다!! - P92

70%의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면 나머지 30%는 아껴둔다는 의식이 몸에 배어있는 거야. - P104

아냐.... 집중력의 문제야...! - P104

역전 당하자마자 위기감을 느끼고 집중력이 높아진 거야...!! 역전이라는 위기의식이 윤대협의 힘을 끌어낸 거야!! - P105

윤대협은... 내가 쓰러뜨리겠어! - P114

녀석은 지는 건 못 참아! 극단적으로! - P114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 - P135

허리를 낮추고, 다리를 움직여!! 상대의 눈을 응시해!! - P144

지는 것보다는 낫지! - P145

난 쓰러뜨린다면 반드시 쓰러뜨려!! - P157

시간이 없어. 볼을 빨리 돌려!! - P158

저 녀석은 지금 순수하게 바스켓볼을 즐기고 있는 거야. 눈앞에 있는 상대와의 승부를 무아지경으로 즐기고 있어!!
...마치 가까운 장래의 라이벌을 환영하듯이...!! - P158

혼자서 둘을 마크하는 건 좀 무리지!! - P159

자아, 하나만 막자!! 절대로 점수를 내줘선 안 된다!! - P161

이번 한 번만... 막아준다면 아직 가능성은 있겠지요. - P162

아직 희망은 있어!! - P169

뒤로 물러서지마!!
바짝 붙어 마크해!! - P189

이걸 못 막으면 지는 거야!!
죽을 각오로 막아!! - P196

엉뚱한 짓 하지 마!! - P208

아직 안 끝났어!! - P219

날 쓰러뜨릴 생각이라면... 죽도록 연습하고 와라!! - P245

훗훗훗~ 백호 군. 서두를 것 없네.
지금부터니까 말일세. - P247

겨우 며칠 사이에 운동화가 걸레가 되다니.... 백호가 열심히 연습했다는 증거야. - P257

농구화는 점프했다가 착지했을 때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해.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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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3 - 첫 시합 능남전 1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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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선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와 변덕규, 윤대협 등이 속한 능남고가 전국대회를 앞두고 연습경기를 갖는다. 강백호는 비밀병기(?)라는 명목하에 전반전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후반전에 팀의 주장인 채치수의 부상으로 교체출전하게 된다. 강백호는 처음에 긴장한 나머지 어이없는 실수들을 범하기도 하지만, 서서히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특유의 운동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마크맨인 변덕규를 잘 막아내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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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은 작가가 과거 문학잡지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한데 묶어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긴 내용이 챕터별로 연결되어 구성된 것이 아닌, 각각의 작품들이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만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소재만큼은 다소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냥 일상이나 가정 또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토대로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쓰고보니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딱히 그런 것은 아니고 작품들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중간중간 말하는 문장들이라든지 소설 속 화자가 내뱉는 의미심장한 문구들은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끌었기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도 개인적으로는 의미있게 다가온 내용 중 하나였다.

내 얇은 마음 한 겹, 누덕누덕 기워진 죄와 후회들을 짊어진 채로는 더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그때 나는 알았다. 그것들이 쇠로 만든 추처럼 내 몸에 올라타고 있었다. 내 허리를 굽게 하고 허파를 쭈그러들게 하고 등짝을 식은땀으로 적셨다. - P157

생각을 하지 마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마. - P158

생각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않으리라는 단순한 다짐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단순하게 살아갈 것이다, 라고 나는 다짐했다.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밥 먹고 작업에 몰입하며 감정의 기복 없이 살아갈 것이다. - P158

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 P164

통증을 달래기보다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여기도록 나는 길러졌다. 어머니의 두꺼운 손바닥 세례를 피하기 위해, 울지도 않고 어떤 허튼소리도 뱉지 않도록 길들여졌다. 어린 딸에게 그만큼 엄정했던 대신, 어머니는 언제나 내 말을 마치 성인의 그것처럼 존중해주었다. - P169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뭘 알겠느냐" - P169

그렇게 약한 마음으로는 세상을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어. - P170

살다 보면 너한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있을 거다......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후회되는 날이. 그날이 빨리 오면 좋은거고, 너무 늦게 오면 후회해도 늦은 거고. - P170

자기가 느끼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걸. - P171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 - P174

애초에 길이라는 것은 결코 끝나는 법이 없으며 ‘끝‘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지어낸 생각일 뿐이라는 것 - P182

끝이라는 것이 지어낸 생각일 뿐이라면 길이라는 것 역시 지어낸 생각일 뿐일까? 아마 그럴 것이라고 그는 짐작한다. - P182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법을 사장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책을 많이 읽으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그런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하곤 했다. - P189

계단을 오르는 것이 그 순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이외의 것은 없다. - P194

낯선 사람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데에는 잠깐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라는 것을 그는 처음 알았다. - P197

그에게 책이란 무게나 크기, 행선지 따위로 분별되는 짐일 뿐, 그 안의 내용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었다. - P199

욕망이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다 - P201

달려 나가고 싶을 때가 있어.
민화는 특유의 나지막하고 강인한 어조로 말했다.
언젠가, 반드시 달려 나가버리고 말 거야. - P205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모든 길들의 끝에는 죽음과도 같이 격렬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 P206

그렇게 다들 없어지는 거구나. - P207

사랑이라는 게 만약 존재하는 거라면, 그 순간순간의 진실일 거야. 순간의 진실에 대해서 물은 거라면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영원을 믿어? 있지도 않은 영원이라는 걸 당신 힘으로 버텨내려고? 버텨내볼 생각이야? - P208

아름답게 느꼈던 것들이 어느 날 보면 전혀 아름답지가 않아. - P209

.....사람도 그렇잖아.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좋아지지만, 그순간에는 그것만이 가장 크고 중요한 진실이지만...... 상황이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거나 하면 모든 것이 함께 바뀌어버리잖아. - P210

결국 영원한 건 없는 거야, 그렇지?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살기가 훨씬 쉬워질지도 몰라. - P210

사랑이란 대체로 집착을 통해 지속되는 것이므로, - P211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희망하고 상상한다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달콤한 것이었다. - P211

당신 얼굴, 당신 얼굴이 어떤지 당신은 보지 못하니까, 그게얼마나 추하게 일그러져 있는지 보지 못하니까. 그 눈..... 그입술, 그 이빨에서 뚝뚝 흘러넘치는 증오가 얼마나 당신을 남처럼 만드는지, 당신은 모르니까. - P231

그의 눈에는 어떤 기억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다. 오로지 그 찰나 눈에 비치는 것들만이 그의 텅 빈 눈동자에 들어와 담길 뿐이다. 마치 공기가 새어 나오듯이 그는 웃으며, 자신이 웃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 P234

거봐, 내가 뭐랬어? 무서운 놈이라고 했잖어? - P234

오늘도 무사히. - P235

재미있는 책을 읽다 보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책과 읽는 사람만 남듯이, 그는 오로지 혼자서 세계와 마주해 있다. 그순간 세계는 광활하지도 복잡하지도 불가해하지도 않다. 손아귀에 잡히는 말랑말랑한 육체처럼 세계는 그를 응시하고있다. - P236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이 또다른 사람은 누구인지 그는 모른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한 채 그는 그들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렇게 묵묵히 바라보는 그 사람을 다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본다. 그, 다시 바라보는 그 사람을 더 물러서서 바라본다. - P236

마침내 양파 껍질을 다 벗기고 나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더 이상 벗길 것이 없는 순간이 왔을 때 그는 창을 열고 뛰어내릴 것이다. 살아오면서 줄곧 그래왔듯이, 그는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 P237

그는 눈을 감았다. 델 것 같은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입술과 턱을 적신 그 눈물은 억센 힘줄이 드러난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 러닝셔츠로 번졌다. 바로 그 순간으로 인하여 그의 삶이 바뀌었으나, 그는 아직까지 그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 채 무수한 그림자들의 춤추는 곡선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 P239

떠난 사람 욕만 했지, 정작 나헌테 있는 생명은 지킬 줄 몰랐어요. - P255

맵싸한 감각이 그의 목구멍 안쪽에 느껴졌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겠지만, 그 스님이 눈물을 흘린 까닭을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다면 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더 이상 연등회를 보지 못하는 때, 그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말할 수 없다면. - P262

그냥 앞으로 가.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를 그는 등 뒤에서 들었다.
괜찮아, 그냥 앞으로 걸어가. - P264

나무들이 바라보는 쪽은 언제나 햇빛이 드는 쪽이다. - P266

맛있는 음식으로 봉양해도 이 몸은 부서질 것이요 부드러운 옷으로 감싸도 목숨은 끝이 있는 것 - P279

젊었을 때 분심들을 내라구. 늙어 힘 없으면 공부도 안 돼. - P281

잘 기억해두라구. 행자 때 발심, 행자 때 공덕으루다 평생을파먹고 살 테니. - P281

살아서는 속가의 반연을 끊고, 죽어서는 육신도 태워 산중에 뿌리는 게 중이다. - P282

그게 싫으면 언제라도 돌아가거라. - P283

논두렁을 베고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진짜 중이야. - P283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동안 그는 그의 몸속에 미처 상상못 했던 많은 기억들이 들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감정에 육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후회나 슬픔, 분노는 물론 사소하고 자질구레해 보이는 감정들에까지 구체적인 생김새와 감각이 있었다. - P284

신기한 것은, 순서 없이 떠오르는 그 기억들 속에서 어떤 감정이 솟아났을 때 그것을 잠자코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래서 그 감각과 생김새를 찬찬히 헤아리고 나면 어느 사이 그것이 사라져 있곤 한다는 것이었다. 사라지고 난 밝고 빈 마음속에서 그는 잠시 쉬었다. 다시 기억이나 감정이 솟으면 그것을 들여다보았고, 사라지고 나면 다시 쉬었다. 선방에서 나와 잠시 경내를 걸을 때면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폭우에 씻긴 듯 또렷해져 있곤 했다. - P284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 P300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은 청각이라고 남자는 들었다. 볼 수도 냄새 맡을 수도 고통을 느낄 수도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승의 소리들은 귓전에 머물 것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태중에서 소리부터 듣게 되는 것과 같이. - P303

바다는 참 무섭다・・・・・・ 아무도 없고.
안경 쓴 아이가 속삭이듯 상고머리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난 그런 게 좋다. - P324

난 말야, 살다 보면 결국은 나밖에 안 남을 것 같거든.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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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에서는 전국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가 작년 전국대회 4강에 들었던 능남고 농구부와 연습경기를 하기 위해 능남고를 방문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와는 별개로 나온 것이긴 하지만 뭔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들어서 적어보았다. 아마도 싸움은 덩치보다는 기술이 좀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싸움은 덩치로 하는 게 아냐. - P7

자네는 비밀무기니까, 스타팅 멤버가 아니라네. - P44

비밀무기는 감춰두지 않으면 안 되네. - P45

당당하게 말하니 화도 못 내겠네. - P54

정신적으로 져버리면 방법이 없는데... - P86

<3초 룰> 공격측이 페인트존 안에서 3초 이상 머물 수 없다. - P154

네가 나갈 때가 된 거야!! - P191

빠뜨린 볼은 끝까지 따라가!! - P231

해이한 녀석은 빼버릴 테야!! - P231

너희도 명심해 둬라!! 볼에 대한 집념이 없는 녀석은 시합에 내보내지 않을 테니까!! - P231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볼을 쫓는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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