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계몽사상과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특별히 오늘은 그 중에서도 영향력이 컸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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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베이컨이라는 사람의 이력을 보니 굉장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고대 문서와 논리적 부연 설명에 기초한 고전적이고 "난해한" 중세식 학문의 견고함에 의문을 던졌다. 그는 요란한 기교보다는 자신의 용어로 자연과 인간 조건에 대한 연구를 하자고 제안하며 현학적인 철학에 의존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 P63

그(프랜시스 베이컨)는 "마음은 처음 본 대상을 재빨리 흡수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나머지 다른 과정이 어디에서 시작되든 실수는 계속해서 퍼지고 교정되지 않은 채로 지속된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인간의 정신에 대한 비범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식은 잘 구성되지 않고 "토대가 없는 장엄한 구조물을 닮는다." - P63

사람은 마음의 그릇된 힘들을 존경하고 확대하여 참이 될지도 모를 것들을 무시하거나 파괴한다. 더 많은 도움을 얻어 이 같은 작업을 새롭게 시작하고, 탄탄하고 견고한 토대로부터 과학, 예술 그리고 인간의 모든 지식을 재건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 P63

그는 탐구의 모든 방법들을 검토해 본 후에 그중 귀납적 방법이 제일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귀납은 수많은 사실들을 모으고 그 패턴을 간파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써서 최상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우리는 선입견을 최대한 버려야 한다. - P64

베이컨은 학문 분야가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맨 아랫부분에는 자연사가 있고 그위에는 자연사를 포괄하는 물리학이 있으며 맨 위에는 그 밑의 모든 것들을 설명하는, 그러나 어쩌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힘과 형태로 존재할지도 모르는 형이상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 P64

르네상스인(전인(全人)에 가까울 정도로 박학다식한 지식과 다양한 재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말) - P64

"모든 지식이 내 분야이다." - P64

"이제 서로 평화를 이루고 당신의 눈을 자연으로 돌려 그 자연을 지배하는 통일된 힘을 발견하라. 그리고 자연의 성과 요새에 진격하여 점령하고 인간 제국의 영역을 확장하라." - P64

"무언가를 정직하게 추구하다가 죽는 사람은 피가 철철 나도록 다쳤어도 전혀 아픈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과 같다." - P67

"인생의 순례 여행에서 나의 영혼은 이방인이었다." - P67

그(베이컨)는 종합을 향한 열정으로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은 『학문의 진보(The Advancement of Learning)』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종합 능력과 문학적 재능은 계몽 시대의 서막에 가장 필요했던 자질이었다. - P67

지식에 대한 그의 위대한 공헌은 박식한 미래 지향적 지식인의 전범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는 고전 문헌으로부터 연역 추론을 하고 기계적인 학습을 해야 하는 학문과 결별하고 세계와 교감하는 학문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문명의 미래가 과학에 있다고 선언했다. - P67

그(베이컨)는 실험으로 지식을 계속해서 시험해 보는 것이야말로 학문의 최전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실험은 현대 과학처럼 통제된 조작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실험은 인문학이 정보, 농업 그리고 산업을 통해서 세계에 변화를 가져다주려면 꼭 사용해야 할 그런 방법이었다. - P68

그(베이컨)는 학문의 커다란 가지들은 끝이 열려 있어서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나는 너에게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기저에 흐르고 있는 지식의 통일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유행하게 된 분야들 간의 뚜렷한 구분을 거부했다. - P68

그(베이컨)는 현상을 기술하되 편견을 갖지 말고 그것들의 공통된 형질을 모아 중간 단계의 일반성을 가지도록 만들고, 그런 다음 상위 수준의 일반성으로 나아가는 것을 귀납의 절차라고 이야기했다. - P68

인간의 이해는 건조한 빛이 아니다. 오히려 의지와 감정이 주입되어야만 ‘과학이라 부를 만한‘ 과학으로 발전한다. - P69

자연과 그 비밀은 시나 우화와 마찬가지로 상상의 자극을 받는다. 결국 베이컨은 우리에게 금언, 삽화, 이야기, 우화, 은유 등을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그것들은 발견자가 독자들에게 진리를 그림처럼 분명하게 전달하는 수단인 것이다. - P69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밀랍으로 만든 서판과 같지는 않다. 서판의 경우 옛 것을 문질러 지우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쓸 수가 없지만, 마음의 경우 새로운 것에 쓰지 않고는 옛것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 P69

그(베이컨)는 정신 과정을 정확히 밝힘으로써 학문의 모든 가지들을 가로지르는 추론 방식을 개혁하고자 했다. 그가 말했던 마음의 우상들을 떠올려 보라. 그는 이것을 통해 훈련받지 않은 사상가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지적했다. 그 우상들은 실제로 인간 본성을 왜곡하는 프리즘이다. - P69

종족의 우상은 무질서한 혼돈 상태보다는 좀 더 질서가 잡혀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한편 동굴의 우상은 한 개인의 믿음과 열정이 갖는 특이한 성질을, 시장의 우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유도하는 말의 힘을, 극장의 우상은 철학적 믿음과 잘못된 증거를 의심 없이 수용하는 것을 상징한다. - P70

그(베이컨)는 이런 우상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각자의 주위에 있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각자가 경험한 실재를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혼신을 다해 모색하라고 역설했다. - P70

베이컨은 획득된 지식을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했으며 결국에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인문학(예술과 문학을 포함하는)을 철저히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학은 넓은 의미에서 시(詩) 혹은 시의 과학이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 P70

베이컨은 질서 정연하게 통합된 학문을 인간 조건 향상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 P70

그(베이컨)는 지식의 통합을 인스타우라티오 마그나(Instauratio Magna)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위대한 부흥‘ 또는 ‘새로운 시작‘이다. - P71

그(베이컨)는 위대한 학자에게만 겸손함과 때 묻지 않은 오만함이 감동적으로 공존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훌륭한 인물이었다. - P71

데카르트는 명확한 연역을 통해 각 현상의 핵심적인 골격만 남기는 과학적 방법을 보여 주었다. 그는 세계는 3차원이므로 우리가 지각한 것을 세 좌표계의 틀에 맞추라고 했다. 이것이 오늘날 데카르트 좌표계(Cartesian coordinate)라고 불리는 것이다. 세 좌표계를 이용하면 어떤 대상이든 길이, 너비, 높이를 정확히 명시할 수 있다. 이로써 수학적 조작을 통해 본질을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 P72

데카르트의 가장 소중한 비전은 지식이 궁극적으로 수학으로 추상화될 수 있는 상호 연계된 진리 체계라는 것이었다. - P72

데카르트는 학문의 제1원리로 방법론적 회의를 주장했다. 모든 지식은 그의 앞에 노출되어 강력한 논리적 틀을 갖춘 시험을 통과해야했다.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유일한 전제만을 허락했다. 그것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널리 알려진 경구이다. - P72

이것은 가능한 모든 가정을 체계적으로 제거하여 이성적 사고의 논리적 바탕이 되고 엄격한 실험을 고안할 수 있는 하나의 공리 집합만을 남기는 것이다. - P73

개별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물리적 부분들의 집합으로서의 세계에 관한 연구, 즉 환원주의 - P73

미적분은 해석기하와 더불어 물리학의 중요한 두 가지 수학 기법이다. 이후에는 화학, 생물학, 경제학에서도 사용되었다. - P73

독창적인 실험가이기도 했던 뉴턴은 과학의 일반 법칙들이 물리 과정의 조작을 통해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는 프리즘을 연구하다가 빛의 굴절과 색의 관계를 증명했고 이것을 통해 백색광이 여러 색의 빛이 합성된 것이라는 빛의 본질과 무지개 생성의 비밀을 밝혀냈다. - P74

프리즘을 통해 태양 광선이 굴절되면 서로 다른 파장이 무지개색 가시광선 스펙트럼으로 나뉜다. 색 있는 빛들을 다시 반대로 굴절시켜 태양 광선 같은 백색광을 생성할 수도 있다. - P74

뉴턴은 자신의 발견을 응용하여 최초의 반사 망원경을 제작했다. 이 망원경은 한 세기 후에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 (William Herschel)에 의해 완성되었다. - P74

뉴턴은 1684년에는 중력에 관한 질량ㆍ거리의 법칙을, 1687년에는 세 가지 운동 법칙을 정식화했다. 이 수학적 정식화들을 통해 그는 근대 과학 최초의 위대한 도약을 성취했다. - P74

그(뉴턴)는 코페르니쿠스가 정립하고 케플러가 타원임을 입증한 행성 궤도가 그의 역학 법칙들로부터 유도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의 법칙들은 정확했으며 태양계에서 모래알까지 모든 무생물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었다. - P74

그(뉴턴)에 따르면 우주는 질서 정연할 뿐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의 웅대한 설계 가운데 적어도 일부분은 종이 위에 몇 줄로 적을 수 있다. 그의 성공으로 인해 과학 행위에 있어서 데카르트적 환원주의는 신전에 모셔지게 되었다. - P74

뉴턴은 마술과 혼돈이 지배하던 곳에 질서를 확립했다. 따라서 계몽사상에 미친 그의 영향은 막대하다. - P74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년, 영국의 시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시로 그를 칭송했다.

자연과 자연법칙은 어둠에 싸여 있었다.
신이 가라사대 "뉴턴이 있어라!" 그러자 모든 것이 밝아졌다. - P75

중력 법칙과 운동법칙은 강력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 법칙들은 계몽 운동 학자들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뉴턴의 해법을 인간 만사에 적용하면 어떨까? 이러한 착상은 계몽 운동의 대들보 중 하나로 성장했다. - P75

1835년이 되자 아돌프 케틀레는 훗날 사회학이라 불리게 되는 "사회물리학"을 학문의 토대로 제안했다. 동시대인인 오귀스트 콩트는 진정한 사회과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콩도르세를 이어받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화학과 생물학에 관해 자기 멋대로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철학에 관하여 자기 멋대로 생각해도 될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도 결국 아주 복잡한 기계일 뿐이다. 그들의 행위와 사회 제도가 아직은 정의되지 않은 그 어떤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 P75

중국 과학사의 대가인 조셉 니덤(Joseph Needham)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관심은 세계의 전일론적인 속성과 별에서 산 그리고 꽃과 모래에 이르는 존재자들의 조화롭고 위계적인 관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자연의 존재자들은 분리될 수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계몽사상가들이 받아들이듯 불연속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은 17세기 유럽 과학이 획득한 추상화와 분석적 연구의 출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 P76

중국에서는 왜 데카르트나 뉴턴과 같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것들이었다. 중국인들에게는 추상적으로 체계화된 법칙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다. 이것은 진(秦) 왕조(기원전 221~206년) 시기에 봉건제가 군현 제도로 전환될 당시, 엄격한 통치 법률을 제정한 법가(法家) 사상가들이 중국 지식인들에게 안겨준 비참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의 엄격한 법치주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반사회적이어서 개인의 욕망보다 국가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법률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 P76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사실은 중국 학자들이 세상 만물을 창조한 인격적인 신에 대한 생각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우주에서 자연을 창조한 이성적 존재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꼼꼼하게 기술한 대상들은 보편 원리를 따르지 않으며, 우주적 질서 내의 존재자들이 따르는 특별한 규정 안에서 움직인다. 말하자면 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 즉 일반 법칙이라는 개념이 꼭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탐색하려는 시도 또한 거의 없었다. - P76

서양 과학이 앞서 나갔던 이유는 환원주의와 물리 법칙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넘어서는 시공간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발전은 우주의 실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낯선 것으로 만들었다. 20세기 과학의 부적이라 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인간의 마음에는 궁극적으로 낯선 것이다. - P76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막스 플랑크(Max Planck)를 비롯한 이론물리학의 선구자들이 창안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인류뿐 아니라 외계인들도 알 수 있는 진리이다. 즉 이 이론들은 인간의 마음에만 국한되지 않는, 정량(定量) 가능한 진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확립되었다. 물리학자들은 훌륭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그들은 수학의 도움을 받지 않는 직관이 가지는 한계를 드러내 주었다. 그들은 매우 힘들게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 P77

이론물리학과 분자생물학은 원래 인간에게 잘 맞는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 발전의 대가로 인간은 실재가 인간의 마음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했다. 이것은 과학적 이해의 주요 교의이다. - P77

인간이라는 종과 인간의 사고방식은 진화의 목적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다. - P77

우리는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다른 법칙들과 수치들로 이루어진 다른 우주의 존재를 상상할 수 있다. - P78

창조 행위는 단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우주들의 부분 집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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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부터 계속해서 태양과 별에 대한 얘기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직접 우주에 가서 이것들을 관찰하기는 힘들겠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조금이나마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접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본문을 읽다보면 생소한 용어들도 많고 낯선 개념들도 많이 나와서 진도가 거북이 걸음 마냥 잘 안나가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이해하면서 따라가다보면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조금은 앎의 영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읽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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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가 본문에 든 예시 중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인용하여 중력의 영향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있는데, 그림과 그에 걸맞는 친절한 설명이 함께 나와있어서 본문의 내용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될 때 내행성계가 맞을 운명은 소름끼치게 냉혹한 것이지만, 태양계 행성들은 적어도 초신성 폭발이 가져다줄 절멸의 순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태양이 초신성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465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은 중심부가 태양보다 훨씬 더 고온 고압의 상태에 있으므로, 여러 종류의 핵연료를 단계적으로 태울 수 있다. 또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기 때문에 그 수명이 태양에 비해서 무척 짧다. - P465

질량이 태양의 10배 정도인 별은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되는 수소ㆍ헬륨 변환 과정을 불과 수백만 년 안에 마치고, 재빨리 훨씬 더 격렬한 핵융합 단계로 이행한다. 그 까닭에 주위에 있던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하여 고등 지능을 갖춘 존재로 진화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 P465

그러므로 외계 생물들이 자기네의 별이 초신성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초신성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 수 있었다면 그들의 별이 초신성이 될 리는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 P465

초신성 폭발의 전제 조건은 규소의 핵융합으로 철의 중심핵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P466

엄청 높은 압력 아래서 별의 중심부에 있던 자유 전자들은 철 원자핵의 양성자와 짝짓기를 강요당한다. 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가 만나면 전하가 상쇄되므로 별 내부가 하나의 커다란 원자핵으로 변한다. 이렇게 생성된 한 덩이의 거대한 원자핵은 자신의 구성원이던 전자와 양성자가 따로따로 있을 때보다 부피가 훨씬 작다. - P466

작은 철의 중심핵이 내파 內破, implode되면 이를 따라 중심을 향해 돌진하던 외곽부는 중심핵에서 밖으로 튕겨서 격렬하게 외파外破, explode 하여 초신성으로 폭발한다.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초신성 하나가 은하의 모든 별들을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을 낸다. - P466

오리온자리에서 볼 수 있는 최근에 태어난 무거운 별들도 앞으로 수백만 년안에 모두 초신성으로 폭발할 것이다. 사냥꾼 오리온이 앞으로 벌일 불꽃놀이가 사뭇 기대된다. - P466

초신성이 폭발할 때 별이 초신성 이전 단계에서 갖고 있던 질량의 거의 대부분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다. 조금 남아 있던 수소와 헬륨 그리고 새로 합성된 탄소, 규소, 철, 우라늄 같은 물질들이 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 - P466

폭발의 중심에는 뜨거운 중성자별이 하나 남는다. 중성자별은 핵력으로 결속된 원자량이 10^56인 하나의 거대한 원자핵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 규모의 질량을 가진 중성자별은 크기가 대략 30킬로미터이다. 중성자별은 원래 큰 별의 잔해로서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한다. 질량이 큰 적색 거성이 수축해서 작은 중성자별이 되면서 회전 속도가 점점 증가하기 때문이다. 구체적 예로서 게성운의 경우를 보자. 게성운 한복판에는 맨해튼 섬과 비슷한 크기의 중성자별이 1초에 30번씩 자전하고 있다. - P467

수축 과정에서 자전 속도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장도 증폭된다. 그러므로 하전입자들은 강력한 자기장에 붙잡혀서 중성자별과 같이 회전하게 된다. 중성자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목성의 미약한 자기장에도 하전입자들이 붙잡혀있다. - P467

자기장에 붙잡혀서 중심 천체와 같이 회전하는 전자들은 전파에서 가시광선에 이르는 넓은 파장 대역의 빛을 잘 결속된 빔에 담아 방출한다. 빛의 빔이 중심의 중성자별과 함께 자전하므로 그 빔은 우리의 시선 방향에 들어오게 될 때만 한 차례씩 관측된다. 이것이 바로 펄스 pulse이다. 항해하는 배에서 등대의 불빛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러므로 펄스의 원천인 펄서 pulsar는 우주의 등대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펄서의 정체이다. - P467

우주의 메트로놈인 펄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계 중에서 가장 정확한 것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깜빡거린다. 오랫동안 펄스 신호를 관측해 보면 주위에 하나나 둘 정도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펄서를 발견할 수 있다. PSR 0329+ 54라는 이름의 펄서가 그 한 예이다. 하나의 별이 진화의 모든 과정을 거쳐 펄서까지 되는 동안 그 주위에 있었던 행성이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올 수 있음이 이 펄서를 통해서 입증된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초신성폭발 후에 펄서에 잡힌 행성일 수도 있다. - P467

중성자별을 구성하는 물질은 차 숟가락 하나분의 무게가 보통 산 하나의 무게와 맞먹는다. 차 숟가락 분량의 덩어리를 놓쳤다면 ㅡ 사실 놓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겠지만 ㅡ 마치 공기 중에서 돌멩이가 떨어지듯, 지구 속으로 아무 어려움 없이 뚫고 들어가 행성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을 내면서 지구의 반대쪽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서울에서 떨어뜨렸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빠져나온다는 이야기이다. - P468

중성자별의 작은 조각 하나가 지표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서 자전하는 지구에 떨어진다면 지구 여기저기에다 구멍을 뚫어 놓으면서 지구의 중심을 관통하는 진동을 계속할 것이다. 지구 물질과의 마찰로 진동이 멈출 때까지 뚫린 구멍이 수십만 개는 족히 될 것이다. 뚫린 구멍이 암석과 철광석으로 다시 메워지기까지 지구는 뻥뻥 구멍이 난 스위스 치즈를 닮아 있을 것이다. - P468

중성자별의 물질이 하나의 덩어리 형태로 지구에 떨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중성자별의 미세한 조각, 즉 중성자는 사방에 널려 있다. 지구를 구성하는 원자에는 중성자가 들어 있다. 그러니까, 차 숟가락, 다람쥐, 한 모금의 공기, 애플파이 그 어느 것에도 중성자별을 구성하는 물질과 동일한 중성자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 P468

태양 규모의 별들은 적색 거성의 단계를 거쳐 백색 왜성으로 자신의 일생을 마감한다. 질량이 태양의 두 배에 이르면서 중력 수축 중에 있는 별은 초신성 폭발을 거쳐 중심에 중성자별을 남기는 것으로 일생을 끝맺는다. 이보다 훨씬 큰 별의 경우, 이와 다른 성격의 운명이 그를 기다린다. 초신성으로 폭발하고 남은 질량이 태양의 다섯 배 이상이면 자체 중력이 잔존하는 질량 덩이를 블랙홀로 몰아간다. - P469

비교적 강한 중력의 영향 아래에서도 빛은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한 대로 직선으로 움직일 것이다. - P469

중력 가속도가 감소할수록 물체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 P469

중력이 거의 0에 가까우면,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우리의 이웃은 공기 중으로 두둥실 떠올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된다. 마시던 차茶나 다른 종류의 액체를 엎질러서 생긴 작은 물방울은 풍선같이 커다랗게 부풀어서 맥동脈動할 것이다. 표면 장력이 중력보다 더 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로 된 커다란 방울들을 사방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P469

중력을 (0에서) 1g로 환원시키면 이제는 차茶의 비가 사방에서 쏟아져 내린다. 1g에서 조금 더 높여서 3g 내지 4g로 하면 모두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된다. 앞발을 들어 올리는 일조차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P471

등불에서 나오는 빛은 3g 내지 4g 정도의 중력장에서도 무중력 상태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진한다. 1,000g에서도 직진한다. 그러나 나무들의 키는 많이 줄었을 것이다. - P471

10만 g에서는 암석들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 깨져 버린다. 체셔Cheshire 고양이와 같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한 그 어떤 것들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 P471

중력이 10억 g가 되면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이렇게 큰 중력장에서는 직진하던 빛마저 그 진행 방향이 꺾이기 시작한다. 지극히 높은 중력장 속에서는 빛조차 영향을 받는 것이다. 중력의 세기를 이것보다 더 높이면 하늘을 향해 직진하던 빛이 지표로 끌려 내려온다. 우주적 체셔 고양이의 몸은 이제 사라지고 그의 싱긋 웃는 표정만 남는다. - P471

지구 표면으로 낙하하는 물체가 느끼는 가속도의 크기가 1g이다. 1g의 가속도를 받으면, 속도가 매초에 대략 초속 10미터씩 증가한다. 그러니까 어떤 물체가 낙하를 시작한지 1초가 지났을 때 그 물체의 속도는 대략 초속 10미터가 되며, 2초가 지나면 초속 20미터로 증가한다. 그러다가 지표에 충돌하든가 아니면 공기와의 마찰로 낙하속도가 일정한 값에 머물 수도 있다. - P472

중력 가속도가 무척 큰 세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속도가 가속도에 비례해서 빨리 증가할 것이 뻔하다. 구체적인 예로 10g의 상황에서 낙하 속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따져보자. 낙하를 시작한 지 1초 후에 그 물체는 초속 10 x 10 미터, 즉 초속 100미터의 속도를 얻는다. 그리고 1초 더 경과하면, 물체의 낙하 속도는 초속 200미터로 증가한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낙하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므로 중력 가속도가 이렇게 큰 곳에서는 자칫 비틀거리기만 해도 자신을 치명적인 상함으로 몰아넣는다. - P472

중력에 따른 가속도는 항시 소문자 g로 표시하여 뉴턴의 중력 상수 G와 구별한다. 뉴턴의 중력, 또는 만유인력 상수 G는 중력 작용의 세기를 나타내는 상수로서 우주 어디에서나 같다. 하지만 중력 가속도는 특정 지역에서 느끼게 되는 중력 작용에 따른 가속도이다. - P472

중력 가속도 g와 중력 상수 G 사이에는 다음의 관계가 성립한다.

F = Mg = GMm/r² ; g = GM/r²,

여기에서 F는 중력에 따른 힘의 세기, M은 행성이나 별의 질량, m은 낙하하는 물체의 질량, r는 낙하물체에서부터 그 행성이나 별의 중심까지의 거리를 뜻한다. - P472

중력이 아주 강력하면 빛조차 그 중력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나 강한 중력장을 동반하는 천체를 우리는 블랙홀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이것이야말로 주위 상황에 아랑곳 않는 불가해한 우주적 체셔 고양이인 것이다. - P471

밀도가 충분히 높고 중력이 한곗값 이상으로 강해지면 블랙홀은 윙크 한 번 하고 우주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빛이블랙홀 안에 갇혀 있으므로 블랙홀의 내부는 휘황하게 밝을 것이다. - P471

블랙홀의 바깥에서는 블랙홀을 볼 수 없어도 블랙홀이 미치는 중력의 영향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성간 여행 도중에 까딱 잘못하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이 한없이 길게 실같이 늘어나는 매우 언짢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물질이 블랙홀 주위를 빙빙 돌면서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 자체는 참으로 볼 만한 구경거리일 것이다. 그 나그네가 자연의 특별한 배려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실현 불가능의 조건이 성립된다면 말이다. - P472

태양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융합 반응이 태양의 외각을 지탱해 주므로 태양은 중력 수축의 재앙을 앞으로도 수십억 년 동안 미룰 수 있다. 백색 왜성의 경우, 원자에서 떨어져 나온 전자들이 유발하는 특별한 압력 덕분에 안정이 유지된다. 중성자별에서는 중성자들이 만드는 압력이 중력의 일방적 횡포를 견제한다. - P472

그러나 초신성 폭발이나 그외의 격렬한 변혁 끝에 남은 잔해가 태양 질량의 다섯 배 이상이 되면 그 어떤 힘으로도 중력 수축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러한 잔해는 한없이 수축하면서 고속 자전을 한다. 그리고 점점 붉은색을 띠다가 종국에는 관측자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 P473

태양의 스무 배의 질량을 가진 별이 로스앤젤레스 시 정도의 크기로 수축하면 중력이 10g로 증가하면서 그 별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공간의 틈으로 빠져 들어가 우리의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P473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셸 John Michell이 1783년에 최초로 블랙홀에 대한 생각을 했다. - P473

지구의 대기가 엑스선 복사에 대해 불투명하기 때문에 천체들이 엑스선을 방출하는지 조사하려면 엑스선 망원경을 대기 바깥으로 쏘아 올려야 한다. - P473

스와힐리Swahili 어로 ‘자유‘를 뜻하는 우후루 Uhuru라는 이름의 이 위성은 최초의 엑스선 위성 천문대였다. 이 위성은 1971년에 백조자리에서 초당 1,000번씩 깜빡거리는 밝은 엑스선원源을 하나 발견했다. 이 엑스선 원은 그 후에 ‘백조자리 X-1‘이라고 명명됐다. - P473

이 천체의 엑스선 밝기가 변하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언제 빛을 밝히고 언제 빛을 끄느냐 하는 정보가 백조자리 X-1을 가로질러 전달되는 속도는 결코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킬로미터를 넘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백조자리 X-1의 크기도 기껏 커 봐야 300킬로미터를 넘을 수가 없음은 뻔한 사실이다.(300000km/s × 1/1000s = 300km) - P474

크기로만 보면 겨우 소행성 규모의 천체가, 성간 공간을 통과한 다음에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세기의 엑스선을 방출한다니, 도대체 이 천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백조자리 X-1의 위치는 가시광선으로 관측했을 때 고온의 청색 초거성이 보이는 자리였다. 직접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청색 초거성에 근접 동반성이 있음을 스펙트럼 선의 주기적 이동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즉 이 별은 혼자가 아니라 동반성과 함께 쌍성계를 이루는 별이었다. - P474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서로 맞물려 돈다. 그러므로 궤도 운동의 관측자에 대한 상대 속도가 주기적으로 변한다. 이 변화가 도플러 효과 때문에 흡수 스펙트럼 선의 주기적 위치 변화로 나타난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에서부터 쌍성계 구성원들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는데, 백조자리 X-1의 동반성은 태양의 약 10배 정도의 질량을 갖는 것으로 판명됐다. - P474

초거성은 여러모로 보아 결코 엑스선의 방출원이 될 수 없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숨겨진 동반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질량은 태양의 10배인데 크기는 겨우 소행성 정도라니 블랙홀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엑스선의 원천은? 초거성에서 블랙홀로 빨려가면서 소용돌이치는 회전 원반에서 기체와 티끌 들이 서로 스치며 지나가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마찰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회전 원반의 물질을 엑스선이 방출될 정도의 고온으로 가열한다. - P475

전갈자리 V 861과 GX339-4, SS 433, 컴퍼스자리 X-2 등도 블랙홀의 후보 천체들이다. 카시오페이아자리 A는 초신성의 잔해로 알려진 전파 방출원이다. - P475

‘블랙홀은 공간에 패인 바닥 없는 보조개‘ - P476

우리 조상들이 태양을 숭배한 것은 그들이 바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숭배의 대상은 자신보다 훨씬 위대한 것이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태양과 별들을 우러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주 당연한 선택이었다. 천문학 연구는 바로 이러한 경외감에서 시작된다. - P478

고대의 수메르인들이 신을 나타내는 데 사용했던 그림 문자가 오늘날 별표로 애용되는 ‘ * ‘ 이다. 한편 아스텍인들은 ‘테오틀Teotl‘이라는 단어로 신을 지칭했다. 그리고 태양의 기호를 테오틀의 그림 문자로 삼았다. 그들은 창공蒼空, heavens을 ‘테오아틀Teoatl‘ 이라고 불렀는데 이 단어는 신의 바다, 또는 우주의 대양이라는 뜻이다. - P477

은하는 미답의 대륙이다. 그 대륙에서는 규모는 별의 차원이지만 정체의 오묘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과 실체 들이 우리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 예비적인 접촉과 만남이 일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부분에서 그들과 우리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P478

상상은 조건을 거부한다지만, 우리의 상상은 항시 숨은 조건의 노예일 뿐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그 숨겨진 조건들마저 모두 떨쳐 버릴 수 있다 하더라도, 은하에는 상상의 품 안에 담기 어려운 그 무엇들이 우리의 지적 탐사를 기다리고 있다. - P478

인류는 은하 구성물의 정체를 밝히려는 대장정에서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여태껏 이루어진 지적 탐사에서 알아낸 사실은, 은하라는 미지의 대륙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예상 밖의 구성원들이 아직 그득하다는 점이다. 행성들은 은하수 은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의 확실하게 존재한다. 대마젤란성운과 소마젤란성운의 구름 안에 있는 별들 주위와 은하수 은하를 둘러싸는 구상 성단의 별들 주위에도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 P478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 우리의 내면과 겉모습 그리고 인간 본성의 형성 기제 모두가 생명과 코스모스의 깊은 연계에 좌우된다 - P479

우리는 가장 근본적 의미에서 코스모스의 자녀들이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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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를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해본 적은 있지만 책을 통해서는 처음이다.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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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초반 서문만 읽어봤는데, 여기서 독자인 내가 느낀 핵심을 나만의 문장으로 변환해보자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라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아직 본문을 본격적으로 읽진 않았지만 서문만을 읽고 조심스레 본문의 내용들을 짐작해보자면,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밀도와 그 깊이가 굉장히 촘촘하고 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그동안 걸어왔던 길과 그 속에서 몸소 깨달았던 교훈들이 나를 포함한 이 책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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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문으로 들어간다. 맨 처음에 저자는 친구와 나눈 한 대화를 토대로 대답하는 삶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질문하는 삶에 익숙해질 것을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저자가 이러한 제안을 하는 이유는 끌려다니는 삶보다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최근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이 쓰신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두 책 모두 주도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걸 보면서 어쩌면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게 바로 그러한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한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세상 끝의 카페》라는 책이 있었는데 거기서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간만에 다시 생각났다. 그 책의 대표적인 질문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였었는데, 글자 수로만 보면 몇 글자 안 되지만 이 질문에 막상 답하려고 했을 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속으로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질문은 단순해보이지만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야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도 본문의 사례에 나왔던 저자의 친구처럼 질문보다는 대답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해봐야겠다. 이는 주도적인 삶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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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가 인용한 조던 피터슨의 말 중에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혼돈은 계속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는 처음에 이 문장을 읽고 가난한 사람에게 혼돈이 있는 것은 늘상 그러려니 이해했지만 부자에게도 혼돈이 있다는 얘기는 선듯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사례에서 저자의 친구 얘기에서 부자에게도 혼돈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분은 소위 말하는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건물주인데 저자와 만남을 가지면 10 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세입자들로부터 쉴새없이 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있는 분이었다. 누군가에겐 행복한 고민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분에겐 그것도 나름의 고민인 것을 보며 세상 사람 누구나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무관하게 그 영역에서 혼돈에 둘러쌓여 있음을 비로소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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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자신이 책을 읽는 이유가 생각하기 위해서이며 이를 통해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마다 독서의 이유는 제각기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어떤 재미를 위해서 읽을 수도 있고 혹은 특정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으며, 이 책의 저자처럼 자기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독자인 나는 독서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각자의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써 독서라는 것이 분명 가치가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본문에 나오는 내용 중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져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예전에 내가 읽었던《세상 끝의 카페》라는 책이 문득 생각났다. 그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질문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라는 것이었다. 내가 새로운 장소나 환경을 접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저 질문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고 거기에 걸맞는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게 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질문의 힘이라는 것이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일을 할 때 단지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을 가지고 좀 더 집중해서 하게 되어 업무효율이 더 좋아지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자신의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만 하라 - P7

무슨 일을 하든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과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 P7

문제의식을 품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답은 늘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 P7

모두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 P8

황새는 날아서, 거북이는 걸어서, 굼벵이는 굴렀지만 모두가 한날한시에 목표한 곳에 도착한 것처럼 - P8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믿고 나아가면 누구나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 P8

쉬운 것만 찾고 쉬운 길로만 가려 하면 몸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진다. 정신도 몸과 똑같다. 어려운 길로 단련하지 않으면 정신도 병든다. - P9

어렵게 책을 읽고 나면 글이 쉽게 써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읽는다. - P9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해보라.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나서서 해보라.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당신의 삶은 쉬워진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어떻게 하면 보람되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사는지 알게 된다. 어려운 길로 들어가서 쉬운 길로 나온다. 이게 인생의 선순환이다. - P10

어렵게 시작해서 쉽게 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독서다. 독서는 어렵다. 무엇보다 힘이 든다. 독서가 좋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그만큼 힘든 것이다. 그런데 힘들기 때문에 힘든 만큼 쉬워진다. - P10

하루에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있어보라. 단 하루 만에 스스로 느끼는 자신감이 대단히 높아질 것이다. 독서의 힘이다. - P10

어려운 길을 택하라. 시간이 지나면 루틴이 생기고 그 어렵던 길도 편하게 느껴진다. - P10

어려운 길이 진정 가장 쉬운 길이다. - P10

쉽게 성공하는 법, 쉽게 돈 버는 법은 없다. 쉽게 성공한 사람은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쉽게 번 돈은 쉽게 날아간다. 이건 역사적으로 검증된 진리다. - P11

어려운 길은 고귀하다. 내 희생을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당신의 희생을 알고 보상해준다. - P11

"나는 일부러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로 갔다." - P11

읽고, 질문하고, 기다려라.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P17

우리는 대답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문제다. 질문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중에서 - P22

책은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든든한 무기다. - P23

전교 1등, 좋은 대학, 대기업을 위해 수많은 정보들이 내 머리를 공격한다. 받아들이기도 바쁘다. 그 와중에 책을 읽는다는 건 내가 세상을 공격하는 것이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수많은 정보들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 P24

대답을 위한 정보들로 가득 찬 내 머릿속을 질문으로 정화시키자. 그래야 산다. 그래야 끌려다니지 않는다. 내 삶을 지배하고 싶다면, 책을 읽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이건 조금이라도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 P24

"나는 왜 공부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왜 돈을 버는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져라. - P24

대답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공부하고, 숙제하고, 쏟아지는 정보를 쫓아가기 바쁘기 때문에 질문할 여유도 없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지 않고 대답만 하는 삶을 살다 보면 반쪽짜리 세상에 갇혀버린다. 그러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라. 그래야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 P25

우리는 대답의 세상이 아닌 ‘질문의 세상‘을 살아야한다. 대답의 세상은 끌려가는 세상이고, 질문의 세상은 ‘내가 끌고 가는 세상‘이다. 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대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 P25

늦지 않았다. 자신에게 던질 결정적인 질문을 찾아보자. 좋은 질문 하나면 인생이 바뀐다. 지금! 바로 지금! 질문을 던져라. 보라. 책을 읽고 있으니 질문이 계속 떠오르지 않는가. 당신은 이제 절대 끌려다니지 않는다. - P25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도 목표를 달성할까 말까인데 막연하게 일찍 은퇴해서 편하게 놀고먹고 싶다라는 생각으로는 절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 P27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들은 스스로 창의적인 생산을 하는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생산을 하기에 생산 활동자체가 즐겁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창의적인 생산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파이어족을 꿈꾸지 않는다. 은퇴할 생각이 없다. 창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 P27

‘돈을 많이 벌면 일하지 않고 편하게 즐기며 살아야지‘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도 당신이 지금 털어버리고 싶은 그 힘든 상태, 그 혼돈은 계속된다. 종류만 달라질 뿐이다. - P28

조던 피터슨은 《질서 너머》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혼돈은 계속된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다. - P28

인생에서 혼돈은 제거할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인생이 아니다. 인간은 극복하며 나아가는 존재다. 그때 쾌감을 느낀다. 혼돈을 제거하려 하지 말고 혼돈을 껴안고 혼돈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 P28

진정한 파이어족의 목표는 경제적 자유라는 단계를 성취해 남이 시키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창의적인 생산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물론 자유로운 이때에도 혼돈은 계속된다. - P29

노는 것도 창의적인 생산이 동반될 때 더욱 즐겁다. - P30

부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파이어족을 꿈꾸지 마라. 그런 의미로 진정한 파이어는 죽음밖에 없다. 죽기 전까지 혼돈은 계속된다. 삶은 혼돈이다. 그러니 혼돈, 고통 등과 같은 단어에 휘둘리지 마라. - P30

파이어족을 꿈꾸는 당신이여! 일에서 도망치지 마라. 당당하게 일을 대면하라. 그리고 일을 사랑하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일을 그만두라.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이게 진정한 파이어족이 해야 할 일이다. - P30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그럴 수가 없네.
_《싯다르타》 중에서 - P31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누군가 나 대신 깨우쳐줄 수 없다. - P31

진정한 부富는 내 안에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어디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 P32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하브루타‘라는 교육법을 통해 내 안에 지혜를 쌓는다. 하브루타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교육법을 말한다. - P32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그것을 외우고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유대인들은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그곳에서 부를 쌓는다.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 P32

하브루타 교육법과 가장 닮은 것이 독서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만들어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 P32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준다. 질문을 받으면 생각한다.
가장 좋은 책은 가장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P32

생각이 끊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없다. - P33

강남에 있는 몇백억짜리 빌딩보다 내 안에 쌓은 지혜가 훨씬 값어치가 있다.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내면에 지혜를 쌓아보면 안다. - P33

아르헨티나가 망한 이유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다. 잘 나가던 시절 그 자리에 마냥 머물러 있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멈추어 서게 된다. - P35

"우리가 가진 생각의 높이만큼 이미 발전했다. 더 발전하려면, 선진국이 되려면 더 높은 수준의 생각이 필요하다." - P35

당신의 현재 생활이 마음에 안 든다면 그건 생각을 하지 않아서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생각을 하라. 생각을 위해서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책을 읽어라. - P35

책을 읽는 이유는 생각하기 위해서다. 생각은 왜 하는가? 발전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으면 왜 생각을 하게 되는가? 책이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던지는 좋은 질문 한 개가 인생을 바꾼다. 순식간이다. 그 질문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 P36

끌려다니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 P36

책이 던지는 질문을 붙잡고 생각을 하자. 그러다 보면 스스로 질문을 만들게 된다. 자신에게 질문을 계속 던져놓아라. 우리 뇌는 질문을 받으면 언젠가는 답을 찾는다. - P36

질문을 던지니 답이 보였다. 진리는 가까이에 있지만 질문을 던지지 않으니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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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태양 구성성분의 화학적 구조 변화로 인해 먼 미래에는 내행성계에 속해있는 수성과 금성을 집어삼키고 더 나아가 지구까지 자신의 품 안에 넣어버린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것은 물론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결국 영원할 것만 같아보이는 지구마저도 언젠가는 사라져 없어질 거라는 것을 알려준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위의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후 어느 날 지구는 최후의 날을 맞게 될 것이다. 태양은 점점 더 붉게 변하면서 팽창하고 지구에서는 남·북 양 극지방조차 땀이 뻘뻘 흘러내리는 더운 날씨로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해안 지대는 바다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잠겨 들어간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므로 대기 중에는 수증기의 함량이 증가하고 구름의 양이 많아진다. 이 구름 덕에 태양의 빛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그 덕택에 최후심판의 날이 도래하는 것을 잠시 늦출 수야 있겠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최후의 순간은 면할 길이 없다. - P453

지구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태양은 자신의 진화 과정을 어김없이 밟아 간다. 바다가 끓어올라 물이 모두 증발하고 그 다음 대기마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지면,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이 행성 지구를 뒤덮는다. - P453

아스텍 원주민들이 지구 운명의 날을 이렇게 예언했다. 그들은 "지구의 피로가 겹치기 시작하고 지구의 씨가 아주 말라 버릴 때"가 되면 "하늘에 태양이 떨어지고 별들이 흔들려 추락할 것이다."라고 믿었다. - P453

태양이라고 자신이 만든 재를 한없이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태양의 내부가 완전히 탄소와 산소로 채워지는 시기가 온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태양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탄소나 산소를 가지고 다음 단계의 핵반응을 유발시킬 수준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 P454

중앙 핵반응로의 헬륨 연료가 거의 소진될 즈음 태양 중심부는 그동안 미뤄 오던 중력 수축을 재개하게 된다. 수축은 온도의 상승을 불러와서 마지막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한 차례 더 일으키고 대기층은 약간 팽창한다. 단말마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략 1000년을 주기로 팽창과 수축을 느리게 반복하다가 자신의 대기층을 몇 개의 구각球殼으로 나누어 우주 공간으로 내뱉어 버린다. - P454

외각층을 잃고 뜨거운 내부가 노출된 태양은 한때 자신의 피부였으나 지금은 벗겨져 멀리 떨어져 나간 수소 기체에 강력한 자외선을 퍼부어 거기에서 밝은 형광선이 방출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것은 명왕성의 궤도보다 더 먼 바깥쪽에 찬란한 쌍가락지를 만들어 놓는다. 이것은 외계의 관측자들에게 물병자리의 행성상 성운과 같이 보일 것이다. 태양이 가졌던 초기 질량의 거의 반이 이런 식으로 성간 공간에 흩어진다. - P454

은하수 은하의 내부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려 보면 구각모양의 발광 성운을 동반한 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우리는 이들을 행성상성운行星狀星雲, planetary nebula 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행성과 무슨 깊은 연관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기능이 좀 떨어지는 망원경으로 봤을 때 그 모습이 태양계의 천왕성과 해왕성의 청록색 원반을 빼닮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 P455

행성상 성운은 겉보기에는 가락지같이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빛을 내는 기체가 고리 구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비눗방울은 가운데가 투명하고 가장자리가 뚜렷하게 보이는데, 이것은 방울의 가운데를 지나는 시선이 가장자리를 지나는 것보다 훨씬 얇은 비누 막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에서 구형 껍질을 이루는 행성상 성운의 기체층이 우리에게는 고리로 보이는 것이다. - P455

행성상 성운은 생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별의 모습이다. 그리고 중심 별 근처에는 진화의 끔찍한 잔해들이 널려 있을 것이다. 멸망한 행성들의 잔해 말이다. 한때는 생명의 서식지로 생기발랄했던 세상이 이제는 물도 공기도 다 말라 버린 죽음의 불모지로 변한채 유령 같은 광휘光輝 속에 깊이 잠겨 있다. - P455

태양의 잔해는 어떤 모습일까? 처음에는 행성상 성운에 깊숙이 싸여 있겠지만, 고온의 알몸이 밖으로 노출된 태양은 서서히 식으면서 수축을 계속한다. 지상에서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차 숟가락 하나분의 질량이 1톤에 이르는 고밀도의 물질로 수축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 놓인 물질을 우리는 축퇴縮退물질이라고 한다. 즉 태양이 행성상 성운 한복판에 자리하는 백색 왜성白色矮星, white dwarf으로 변신한 셈이다. 그리고 수십억 년의 세월이 또 흐르면 태양은 그나마 남아 있던 자신의 온기를 복사로 다 잃고 결국 흑색 왜성黑色矮星, black dwarf이 되어 우주인의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 P455

질량이 비슷한 두 별은 같은 진화의 과정을 같은 속도로 밟아 간다. - P455

질량이 큰 별은 작은 별보다 자신의 핵연료를 더 급히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질량이 다른 두 별이 동시에 태어나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면, 큰 별이 작은 별보다 먼저 적색 거성 단계에 들어가고 백색 왜성으로의 종말도 먼저 맞게 된다. 그런데 별들은 둘씩 짝을 지어 쌍성계를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하늘에는 적색 거성과 백색 왜성으로 구성된 쌍성계가 흔하다. - P456

근접 쌍성계인 경우에는 두 별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잔뜩 부풀어 오른 적색 거성에서부터 흘러넘친 물질이 백색 왜성 표면의 특정 지역으로 떨어져 쌓인다. 이렇게 자신의 동반성同伴星에서부터 공급받은 수소를 가지고 백색 왜성은 강력한 중력의 작용으로 고온 고압의 상태를 만들고 결국 핵융합 반응을 다시 일으킨다. 이때 백색 왜성은 갑자기 많은 빛을 발한다. 그러나 잠시 후에 원래의 밝기로 돌아간다. 이것이 신성新星, nova이다. - P456

신성의 출현은 광도의 변화 폭과 발생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볼 때 초신성과는 별개의 현상이다. 신성은 반드시 쌍성계에서 볼 수 있고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신성의 급작스러운 광도 증가의 원천이 된다. 초신성은 혼자인 별들이 겪는 더욱 격렬한 변화이며 규소의 핵융합 반응이 에너지를 충당한다. - P456

성간에 들어 있던 수소와 헬륨이 뭉쳐서 별이 만들어진다. 그 별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합성하여 성간 공간으로 되돌려 보낸다. 적색 거성의 대기층이 항성풍의 형태로 밖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 P456

태양 규모의 별들은 행성상 성운의 단계를 거쳐 자신들의 외각층을 날려 보낸다. 이보다 질량이 큰 별들은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거치면서 질량의 대부분을 공간으로 분출한다. 성간 공간에 이렇게 공급된 물질들은 별의 핵융합 반응에서 쉽게 합성된 원소들로 구성돼 있다. 즉 거의 모든 별의 내부에서는 수소에서 헬륨이, 헬륨에서 탄소와 산소가 만들어진다. - P457

질량이 비교적 큰 별들에서는 헬륨의 핵이 단계적으로 첨가되면서 네온, 마그네슘, 규소, 황 등의 순으로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된다. 핵융합 반응이 한 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두 개씩 더해지면서 최종 단계에서 드디어 철이 합성된다. - P457

양성자와 중성자를 열네 개씩 가진 규소의 핵은 10억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규소 원자핵이 둘씩 모이면 양성자와 중성자를 스물여덟 개씩 가진 불안정한 니켈 핵이 생성된다. 이 니켈이 코발트를 거쳐 가장 안정한 철이 된다. 철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스물여섯 개씩 갖고 있다. - P457

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에서는 에르븀 Er, 하프늄 Hf, 디스프로슘 Dy, 프라세오디뮴Pr, 이트륨 Y등이 합성되지 않는다. - P457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잘 알고 지내는 원소들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그것들은 일단 별 내부에서 합성되어 성간 공간으로 나간 다음, 거기서 성간의 구성 성분으로 남아 있다가, 그 성간운에서 중력 수축이 이루어지면 그 결과 차세대의 별과 행성의 구성 성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곁에 가까이 올 수 있었다. 사실 원자적 수준에서 본다면 우리도 그런 경로를 거쳐서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 - P457

수소와 일부 헬륨만 제외하면 지구의 모든 원소들이 수십억 년 전에 있었던 별들이 부린 연금술의 조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에 무거운 원소를 공급한 별들 중의 일부는 아직 은하수 은하 저편에 백색 왜성으로 남아 우리 모르게 조용히 숨어 있을 것이다.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 P458

희귀 원소들 중에는 초신성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일부 섞여 있다. 지구에는 금과 우라늄이 비교적 풍부한 편인데 그것은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직전에 초신성의 폭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 P458

다른 별들이 거느린 행성계에서 볼 수 있는 희귀 원소들의 함량 분포는 지구와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외계 행성에 사는 사람들의 목과 귀에는 백금이 아니라 니오븀 Nb의 목걸이와 귀걸이가 걸려 있고, 팔목에는 황금 대신 프로트악티늄Pa 팔찌가 쩔렁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금은 그들에게는 실험실에서나 만지는 연구대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458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첫째,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원자적 수준에서 볼 때 아주 오래전에 은하 어딘가에 있던 적색 거성들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458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원소들의 원자 번호에 따른 상대 함량 비율의 분포가 별에서 합성되는 원소들의 상대 함량비율과 딱 들어맞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두 적색 거성과 초신성이라는 특별한 용광로와 도가니에서 제조됐음을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 P458

우리의 태양은 제2세대, 또는 제3세대의 별일지 모른다. 태양에 들어있는 모든 물질, 아니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물질은 두세 차례에 거친 항성 연금술의 결과물이다. - P459

둘째, 지구에서 발견되는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어떤 동위 원소는 태양이 태어나기 직전에 근처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기 때문이다. 어찌 이것을 우연의 결과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초신성에서 유래한 충격파가 성간 기체와 성간 티끌로 구성된 성간운을 통과하면서 그곳의 밀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중력 수축이 유발됐을 것이다.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우리 태양계이다. - P459

셋째, 우리는 생명의 탄생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새로 생긴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자외선 복사가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와서 그곳에 있던 원자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면서 대기 중에는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게 됐고 이것이 복잡한 유기 화합물들의 화학 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났던 것이다. - P459

넷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 활동이 결국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식물은 태양의 빛을 받아서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따지고 보면 모든 동물은 식물에 기생하여 사는 존재이다. - P459

농사가 무엇인가? 태양 광선을 조직적으로 추수하는 방법에 다름이 아니다. 마지못해 응하는 식물을 매개체로 하여 태양 광선의 에너지를 긁어모으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농업이다. 따라서 인류는 전적으로 태양의 힘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 P459

끝으로 유전의 관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유전 형질의 변화가 진화를 추동한다. 자연은 돌연변이를 통해서 생명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찾아내는데 고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들이 돌연변이를 촉발하기도 한다. 우주선은 초신성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나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는 하전 입자들을 뜻한다. - P459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진화도 이렇게 그 근원을 따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질량이 큰 별들의 극적인 최후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 P460

예민한 (가이거) 계수기는 감마선이나 고에너지의 양성자나 헬륨 원자핵 등을 만날 때마다 삐삐거리는 소리를 낸다. (가이거) 계수기를 우라늄 광석에 가까이 가져가면 방사능 자연 붕괴에서 나오는 헬륨 원자핵 때문에 단위 시간당 울리는 삐삐 소리의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 P460

납으로 만든 두꺼운 통 속에 우라늄 광석을 넣어 버리면 그(삐삐 소리)횟수는 현격하게 떨어진다. 납이 우라늄에서 나오는 각종 방사능 핵들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수율이 완전히 0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잔류 계수율의 일부는 동굴 벽에서 진행되는 방사능 자연 붕괴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 자연 붕괴 계수율을 제하고도 남는 것이 있다. 그중 일부는 동굴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고에너지 우주선宇宙線의 하전 입자들로 인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주 깊숙이 매우 먼 곳에서 아주 먼 옛날에 발생한 우주선들이 지금 여기에 있는 가이거 계수기를 울리는 것이다. - P460

주로 전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우주선들이 지구 대기에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지구 생물은 이 우주선들의 ‘폭격‘을 계속해서 받아 왔다. 수천 광년 떨어진 곳에서 별 하나가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많은 양의 우주선 입자들이 생겼다고 하자. 그들은 은하수 은하의 구석구석을 수백만 년동안 이동하다가, 일부가 아주 우연하게 지구에 들어와서 어떤 생물의 유전적 형질을 바꾸어 놓는다. - P461

유전자 코드의 형성, 캄브리아기에 있었던 생물 종의 폭발적 증가, 인류 조상의 직립 보행 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결정적 시기마다 지구 생물의 진화 역사에 개입했던 우주선과의 상호 작용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 P461

1054년 7월 4일, 중국의 천문학자들은 황소자리에서 별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 별에 손님 별, 즉 "객성客星"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전에 그 자리에서 볼 수 없던 별이 갑자기 나타나 하늘에 있던 그 어느 별보다 밝아졌다고 기록했다. - P461

한편 중국에서부터 지구를 반 바퀴쯤 돈 남서아메리카 어느 곳에도 천문학 전통이 매우 강한 문명권이 있었다. 그들도 새로 태어난 이 눈부시게 밝은 별을 목격했다. 그 지역에서 숯을 수거하여 탄소 14 동위 원소로 연도를 추정해 본 결과, 11세기 중반에 오늘날 호피 Hopi 원주민의 선조인 아나사지 족이 그곳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 그곳은 뉴멕시코 주이다. - P461

이슬람 문화권의 천문학자들도 게성운의 초신성 폭발을 목격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럽에는 이것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 P461

아나사지 족 중 누군가가 처마처럼 돌출한 바위 밑 벽에 새로 생긴 별을 그려 놓았다. 그 때문에 그림은 풍화 작용으로 인한 침식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별 옆에는 초승달이 그려져 있다. 당시 달과 객성의 상대 위치가 바로 이 바위에 그려진 그대로였을 것이다. 큼직한 손바닥도 하나 옆에 그려져 있다. 그것은 이 기록을 남긴 천문학자 겸 예술가의 서명일 것이다. - P461

뉴멕시코 대협곡 지대에서 발견된 아나사지 족의 암벽화. 이 암벽화가 그려진 시기가 11세기 중엽이므로 중국 천문학자들이 기록으로 남긴 1054년의 초신성 폭발을 아나사지 족도 목격했던 것 같다. 초신성이 그날 초승달과 이룬 상대 위치를 이 암벽화에서 알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 P462

5,000광년 떨어져 있는 이 놀라운 별을 우리는 오늘날 게성운의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중국 천문학자가 객성의 출현을 문자 기록으로 남긴지 여러 세기가 지났고, 아나사지 족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 지 10여 세기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어떤 천문학자가 자신의 망원경으로 하늘의 바로 이곳을 바라봤다. 그의 망원경에 나타난 것은 게와 천연덕스럽게 닮은 성운이었다. 그래서 1054년 초신성 폭발이 남겨 놓은 이 흔적을 우리는 게성운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부른다. - P463

게성운의 초신성은 폭발 후 3개월 동안이나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낮에도 볼 수 있었고 밤이면 그 빛으로 책도 읽을 수 있었다. - P463

은하 하나에서 평균 100년에 한 번 꼴로 초신성이 터진다. 은하의 나이를 대략 100억 년이라고 할 때, 그동안 약 1억 개의 별들이 폭발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억은 엄청나게 큰 수이다. 그렇지만 은하 하나에 별이 1000억 내지 1조 개가 있으니, 1,000개 내지 1만 개 중의 하나가 초신성으로 터진 셈이다. - P463

우리의 은하수 은하에서는 1054년 폭발 이후 1572년에 튀코 브라헤가 기록으로 남긴 초신성 폭발이 있었고 1604년에 요하네스 케플러가 적어 둔 초신성 폭발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 후에는 우리 은하수 은하에서 초신성 폭발을 한 건도 볼 수 없었다. - P463

케플러는 1606년에 출간한《신성에 관하여 De Stella Nova》라는 책에서, 초신성은 하늘의 원자들이 제멋대로 뒤섞여서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 P463

그러나 외계 은하에서는 초신성 폭발이 늘 관측된다. - P463

"경硬엑스선과 감마선의 강력한 폭발이 1979년 3월 5일 폭발 감지 연결망의 역할을 하는 행성 간 우주선에서 검출됐다. 검출 시간에서부터 추적된 감마선 방출 위치는 대마젤란성운 Large Magellanic Cloud의 초신성 잔해 N 49와 일치한다." - P464

(지구 북반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성운을 최초로 본 사람이 폐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 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대마젤란성운은 우리 은하수 은하가 거느린 하나의 작은 위성 은하로서 18만 광년의 거리에 있다. 독자의 예상대로 소마젤란성운 SmallMagellanic Cloud도 물론 있다.) - P464

항성 진화의 후기 단계에서 출현하는 근접 쌍성계의 강착 원반. 왼쪽에서 적색거성의 대기를 이루던 발광 물질이 오른쪽의 펄서 중성자별 주위에 형성된 강착 원반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마찰 때문에 강착 원반에서는 엑스선과 그 이외 파장대역의 빛이 방출된다. -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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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다시 읽는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냅스의 가소성plastic에 대해 잠깐 언급했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예시가 나온다. 농구와 축구를 소재로 한 예시인데, 읽으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핵심은 자신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시냅스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결국 실력과 감정을 빚어낸다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생각인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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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물학적인 목적에 기반하여 식물과 동물의 생존 방식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난 특별히 동물의 생존방식과 본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본문에 따르면 식물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영양분을 얻어서 생존해 나가지만 동물은 생존을 위하여 숙명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어디로 움직일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결국 동물이 본능적으로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도록 진화하였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목적을 지향하는 쪽으로 뇌가 발달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했던 독서들을 통해 깨달은 것 중에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신념을 오늘 본문과 연계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아무 목적없이 사는 것보다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며 살아갈 때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더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몰입은 우리의 행복감을 더욱더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상 쓰고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어떤 근거도 없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뇌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방법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아무튼 우리가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어떤 쾌감을 자주 느낀다면 이것이 선순환이 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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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p.172에 밑줄 친 내용 중에 꿈을 크게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있다. 앞서 나왔던 내용들을 종합해서 도출된 결론이라 독자인 나 역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핵심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간이 목표지향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꿈을 크게 가질수록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들을 본능적으로 하게 되기 때문에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한다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을 듯하다.

시냅스는 컴퓨터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감정을 빚어내는 능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농구에 관한 시냅스가 형성되면 두 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하나는 농구 실력이 향상되고, 또 다른 하나는 농구에 대한 재미가 생긴다. 반대로 농구를 그만두고 축구를 하기 시작한다면 축구에 대한 시냅스가 발달하면서 농구에 대한 시냅스는 조금씩 소멸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서 축구에 대한 실력과 흥미가 증가하고 농구에 대한 실력과 흥미는 감소한다. - P164

시냅스의 가소성은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하면 그 결과가 시냅스의 영구적인 변화로 나타나서 인격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64

시냅스의 가소성은 ‘심은 대로 거둔다‘는 인과법칙이 우리 신경계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람이 타고난 천성은 스스로 자신의 시냅스를 바꿈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P165

내가 의도적으로 사고와 운동의 입력을 조절함으로써 나의 시냅스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와 같이 ‘내가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뇌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 P165

어떤 시냅스가 형성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 창의력,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시냅스가 발달하면 좋을 것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냅스가 발달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시냅스를 형성시킬 수 있는 경험이 입력되어야 한다. 입력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으므로 나를 좋은 환경에 둘 필요가 있다. - P165

우리가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입력은 나의 생각이다. 생각에 의한 입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노력에 의하여 크게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여 삶과 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 P165

희로애락의 감정과 행불행의 느낌은 내 몸 속에서 만들어진다 - P166

내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 그리고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주어진 일에 대한 시냅스의 형성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주어진 일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변화한다. - P166

‘마라토너스 하이 marathoner‘s high‘라는 현상이 있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지극히 힘든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충만한 자신감과 힘이 생겨서 계속 달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우리 신체의 마이너스 피드백이 극도의 고통을 무마하기 위해 뇌 속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여 기분을 고양시키는 현상이다. - P166

뇌과학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느끼면 이 정보가 핵산에 기억된다. 그래서 동일한 스트레스를 느끼면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된다. 따라서 동일한 형태의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점점 견디기가 수월해지고 결국 인내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 P167

생존과 번식은 생명체의 기본적인 목적이고 진화론적인 존재 이유이다. 식물은 독립 영양체이고 동물은 종속영양체여서 이들의 생존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려 필요한 양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든다. 그러나 동물은 외부에서 먹이를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식물과 달리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 P168

동물은 생존을 위하여 숙명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지각 기능과 운동 기능이 필요하고 뇌가 발달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어디로 움직일 것이냐‘라는 목적 또는 방향성을 필요로 한다. 어떤 동물도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목적지향은 동물의 본질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 행동의 목적이 된다. - P169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의 바탕에는 목적지향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일단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면 무조건 그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 P169

경기를 하다가 공이 라켓에 잘못 맞아 실점을 하면 짜증이 난다. 목표에서 멀어지는 방향이므로 불쾌감이라는 부정적인 보상을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보상은 나를 각성시켜 경기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집중을 함으로써 수행 능력을 향상시켜 경기에서 실수를 줄이게 된다. - P169

만약 성공적인 플레이를 해서 점수를 따면 짜릿한 쾌감을 경험한다. 이 성공적인 플레이는 작은 목표의 성취이고 큰 목표로 가까이 가는 방향이므로 즐거움이나 쾌감이라는 긍정적인 보상을 한다. - P169

몰입은 산만한 상태에서 높은 집중도로 가는 행위이다. 이것은 엔트로피를 낮추는 행위여서 결코 저절로 이루어질 수 없고 반드시 어떤 힘이 작용해야 한다. 그 힘은 앞서 말한 기대감, 즐거움 혹은 쾌락인 긍정적인 보상이고 위기감, 불쾌감 혹은 고통인 부정적인 보상이다. 이것이 몰입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 P170

위기상황에 쉽게 몰입하는 것은 위기감 때문이고 오락이나 취미 활동에 쉽게 몰입하는 것은 즐거움 때문이다. - P170

긍정적인 보상과 부정적인 보상이 유도하는 목적지향성은 우리 뇌가 작동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그러므로 몰입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위기감을 활용하거나, 재미를 활용하거나) 목적지향을 이용하여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몰입도를 올리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 P170

다른 나라끼리 하는 축구 시합보다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가 하는 축구 시합이 더 의미가 있고 흥미롭다. 이는 우리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목적지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목표가 명확하고 간절할수록 게임 내용의 의미가 커질 것이다. - P170

즉 축구 경기를 보더라도 어느 한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목적지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의미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면 목표지향 메커니즘에 의하여 시냅스 활성화가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70

어떤 일이건 목적이나 목표를 만들고 강화시키면 그 일의 의미가 생겨난다. 어떤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은 그 일의 결과에 따라 나의 시냅스가 흥분한다는 것이고, 그 결과 어떤 감정이 유도된다는 거다. 임의로 설정된 목표에 가까워지면 즐거움을 얻고 목표와 멀어지면 부정적인 보상인 불쾌감을 얻는다. 이것이 모든 게임의 원리이다. - P171

게임에 들어가면 주어진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집중이 요구되는 노력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보상 자극이 반복적으로 출력된다. 이러한 반복된 자극은 게임 수행자를 더욱 각성시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몰입도를 올리고 보다 더 효과적으로 목적을 수행하도록 만든다. 즉 게임에서 설정한 임의의 목표와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몰입이 유도되는 것이다. - P171

우리 몸에 입력된 정보의 절실성은 입력된 자극의 세기가 클수록, 정보의 입력이 반복될수록 증가한다. - P171

몰입은 특별하게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활동이 극대화된 신체와 뇌의 비상사태이다. - P172

자신이 목표로 설정한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또 그 문제를 반복해서 생각할수록 몰입하기가 쉬워진다. - P172

우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적지향성을 고려하면 몰입도를 올리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뚜렷한 목표와 성취 동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정하면 맹목적으로 그 목표를 추구하는 본능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목표의식을 강화시켜 성취 동기를 북돋우는 노력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흥미와 수행 능력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어릴 때 꿈을 크게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172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그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야 만다." - P174

‘상상력‘이야말로 잠재의식을 창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 P175

상상력으로 좋은 계획이라는 씨앗을 만들고 그것을 잠재의식이라는 밭에 뿌린 후 신념이라는 물을 주면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 - P175

그(나폴레온 힐)의 성공 철학은 다음의 네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 확고한 목적 의식과 강렬한 의욕을 갖는다.

둘째,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착실히 실행해 나간다.

셋째,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견해는 깨끗이 무시해 버린다.

넷째, 나의 목표와 계획에 찬성하여 항상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을 친구로 사귄다. - P175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일은 개인의 의도적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 P175

1등을 하겠다는 목표를 마음속으로 계속 다지다 보면 이에 관련된 시냅스의 수가 증가하고 강화된다. 그러면 평소에 즐기던 TV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진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반하기 때문이다. 목표 추구에 합당한 공부를 하는 행위는 만족감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감정을 경험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의 유혹을 참고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 P176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매일 규칙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 다짐이나 생각을 하는 행위 자체가 주어진 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뿐만 아니라 성취 결과에도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목표 의식이 강해질수록 주어진 직무와 관련된 일들이 큰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P176

모든 오락과 게임의 원리가 맹목적인 목표 추구 활동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항상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일에 대하여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한 성취 동기가 높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 몰입을 시도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바로 이 목표 의식과 성취 동기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 P176

몰입 상태에서는 자아실현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심리학에서 자아실현이란 영적으로 성장하고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 P177

초월, 영적 상태가 자아실현보다 더 높은 단계에 있다 ...(중략)... 이 상태는 다른 사람들의 자아실현을 돕는 단계다. - P177

초월, 영적 상태는 특이하게도 아래의 모든 단계를 거치지 않고 어떤 단계에서도 추구할 수 있다. - P177

자아실현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이다. 매슬로가 언급하는 ‘자아실현에 성공한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과 ‘몰입 상태의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은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 - P178

몰입 상태에서 자신의 지적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되는 경험을 하고,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몰입의 결과가 커다란 성과로 완성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분명한 자아실현이다. 자아실현에서 이야기하는 최상의 경험이 몰입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 P178

몰입 상태에서 경험하는 자아실현과 종교적 초월의 경험이 모두 같은 심리적 특징을 갖지는 않겠지만, 몰입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다. - P179

장기간의 몰입적 사고 후에 느끼는 감정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종교적 감정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루하루의 삶이 감격적이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에 감격하며 천국에 온 듯한 순간을 느낀다. 이렇게 살지 못하고, 이런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두 애처롭게 보이는 것이다. - P181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몰입 상태 또한 화두 선의 삼매 상태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느꼈다. - P182

화두 선과 몰입의 공통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수 있다.

첫째, 몰입 상태의 아이디어, 영감 혹은 해결책은 화두 선의 깨달음이나 깨우침과 비슷하다. - P182

둘째, 몰입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어떤 절차 없이 우연히, 혹은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른다고 하여 ‘세렌디피티‘의 특징을 보이는데 화두 선에서는 깊고 묘한 교리를 듣고 단박에 깨우친다는 ‘돈오‘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 P183

셋째, 몰입 상태에서는 자나 깨나 주어진 문제를 생각하고 항상 그 생각과 함께 잠이 들고 잠이 깨는데 화두 선에서는 ‘동정일여‘라 하여 일상생활에서 항상 화두를 놓지 않고, ‘몽중일여‘라 하여 꿈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않으며, ‘숙면일여‘라 하여 깊은 잠 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않는다고 한다. - P183

넷째, 몰입 상태에서는 세수할 때나 식사할 때나 걸어갈 때 의도적으로 몰입 상태를 유지하는데, 화두 선에서는 이 내용을 ‘밥 먹을 때도 하마 그 마음이 흐트러질세라 소중하니 가꾸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 P183

몰입은 들어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일단 들어선 뒤에 그것을 유지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 P183

자전거의 페달을 열심히 밟아 속도를 내면 운동 관성이 생겨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가게 됩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행을 열심히 해서 삼매에 들면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말을 하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거나 잠을 잘 때도 삼매의 관성이 있어 수행이 단절되지 않습니다. - P184

몰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제의 난도가 높아 조금도 진전이 없어야 하는 데다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절실한 감정도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극도의 지루함을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 있으며 열애하듯이 오로지 그 문제에만 집중해서 생각해야 한다. - P184

"화두는 뚫고 나갈 수 없는 관문이다. 문은 문이되 철벽으로 꽉 막힌 문이다. 조금이라도 흠집을 낼 수도 없다. 그 철문은 파서 구멍을 내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밑으로도 위로도 갈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문을 열어야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그런 문이다. 모든 생각할 수 있는 길이 정지된 지점에서 진정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화두에 대한 간절한 의심이 배어나온다. 도저히 그것을 알고야 말겠다는 갑갑함, 오매불망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화두를 들어야 그 문 없는 문은 열린다. 그렇게 화두에 온몸과 마음이 쏠려야 한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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