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이 그 체계 주변을 여행하도록 해라. 그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라. 그 질문을 잠시 내려놓고 그것이 함축하는 요소들과 물음들을 시각화하라. 대안적 해답들도 고려하라. 어느 정도의 증거들로 명료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 해답들을 말로 표현하라. 만일 너무 많은 개념적 난점들이 발생하면 뒤로 물러서라. 그리고 다른 질문을 찾아라. 마침내 우리가 파고들수 있을 만큼 약한 지점을 찾으면 결정적인 실험을 가장 쉽게 수행할 수 있는 모형 체계를 찾아라. 예컨대 입자물리학에서는 그런 체계가 통제된 복사 현상일 것이고 유전학에서는 번식 속도가 빠른 개체일 것이다. 그 체계를 완전히 숙지하라. 아니, 그 체계에 사로잡히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세부 사항을 사랑하고 그것에 대한 감을 익혀라.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질문에 대한 답이 수긍이 가도록 실험을 설계하라.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체계에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그 결과를 활용하라. 다른 사람들이 이런 절차에서 이미 얼마나 멀리 앞서 나아갔는지를 검토해 보고(앞서간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어떤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지를 결정하라. - P114
과학자들이 분해와 분석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와 의미에 관한 철학적 반성을 통해 종합과 통합의 능력을 단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P114
기본 단위를 찾는 데 몰두하는 과학자들처럼 아무리 좁은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구자라 할지라도 복잡성은 늘 그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인접한 수준의 조직을 가로지르는 인과 그물, 예컨대 아원자 입자와 원자, 개체와 종에 대해서 숙고해야 하며 인과 그물의 숨겨진 설계와 힘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양자물리학은 원자 결합과 화학 반응을 설명하는 물리화학으로 융합되고, 원자 결합과 화학 반응은 분자생물학의 근본을 형성하며, 분자생물학은 세포생물학의 근간이 된다. - P115
새로운 발상들은 널려있지만 대부분은 틀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대부분의 번득 떠오르는 착상은 그 어느 곳으로도 우리를 안내해 주지 못한다. - P116
"과학적 방법이란 제명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P117
과학자들이 알기 위해서 발견하기보다는 발견하기 위해 안다 - P117
과학의 최전선에서 과학자들은 마치 푯말 주위를 서성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는 사람들처럼 혼자서나 아니면 작은 집단으로 신중히 선택한 좁은 영역들을 탐색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처음 만나 나누는 대화가 "당신은 무슨 연구를 하십니까?" 인 것이다. - P117
그(과학자)들은 자신들을 일반적으로 묶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추상적 세계로 더 깊이 내려가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 채굴꾼들이며 광맥을 꿈꾸지만 어떻게든 금덩이 하나라도 주우려고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매일매일 무의식적으로 "그래 바로 여기야, 가까이 왔어, 오늘이 그날이 될 거야."라고 되뇌며 일하고 있다. - P117
처녀지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지만 그것만큼 중독성이 강한 마약도 없을 것이다. - P117
물론 인문학자들도 발견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독창적이고 가치 있는 작업은 대개 이미 존재하는 지식에 대한 해석과 설명이다. 만일 어떤 과학자가 의미를 조사하기 위해 지식을 분류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는 인문학자로 분류된다. 이것은 특히 발견의 주변부에 머무르면서 그 지식을 보유할 때 더욱 그렇다. - P118
과학자의 생명은 그 자신만의 과학적 발견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과학적 경력을 위한 마지막 시험은 다음의 평서문이 얼마나 잘 완성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즉 그(또는 그녀)는 ……………를 발견했다. 자연과학에 과정과 산물 간의 근본적인 구분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이해될 것이다. 무언가를 이룬 그 많은 과학자들이 왜 편협하고 바보 같은 사람들인지를, 그리고 많은 현명한 학자들이 왜 열등한 과학자들인지를. - P118
과학적 연구는 이런 의미에서 하나의 예술이다. 즉 당신이 어떻게 발견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당신의 주장이 참이고 확실히 타당한지만이 문제시된다. - P119
이상적인 과학자는 시인처럼 생각하고 회계사처럼 일한다. 그리고 혹시 재능이 넘쳐나는 과학자라면 저널리스트처럼 현란한 글쓰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화가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서 작품을 구상하듯이, 그리고 소설가가 눈을 지그시 감고 지난 경험들을 회상하듯이 과학자는 결론을 위한 고민만큼 주제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해답을 위한 고민만큼이나 질문에 대해서도 고심한다. 비록 얻은 결론이라는 것이 새로운 도구나 이론이 필요하다는 정도일지라도 그로 인해 연구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할수도 있다. - P120
과학에서 창조성의 수준은 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재능 못지않게 자신에 대한 이미지에 의존한다. 대성할 과학자라면 육지의 풍경은 잠시 접어두고 푸른 바다를 향해 돌진할 만큼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 그는 목표를 위해 위기와 역경을 기꺼이 헤쳐 나간다. 그리고 잊혀진 논문들의 각주가 재능은 있지만 소심한 사람들의 이름들로 뒤범벅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만일 그가 대다수의 동료들처럼 해변으로 달려가고자 한다면 그는 정상 과학에 딱 맞는 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무엇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알 정도로 똑똑하기는 하지만 그 일에 지루함을 느껴 고생할 만큼 똑똑하지는 말아야 한다. - P120
과학자의 연구 스타일은 그가 어떤 학문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소질과 취향에 의해 굳어진다. 만일 그의 심장에 자연주의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 그는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나무가 빽빽한 진짜 숲을 이리저리 헤맬 것이다. 요즘에는 분자들로 빽빽한 세포 주변을 배회하는 과학자들이 더 많아졌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사냥꾼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 P120
수학자들은 이해가 덜 된 과정을 마음속에서 그려 보고 직관이 말하는 중요한 요소들로 그것의 뼈대를 추려 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도식과 공식으로 변형시킨다. 수학자들은 실험자들에게 늘 이런 식으로 말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직접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면 간접적인 탐구를 위한 변수와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여기에 있다." - P121
문(‘계‘와 ‘강‘ 사이의 분류 범주) - P121
생화학자들은 효소로 매개된 반응 단계들을 복제함으로써 호르몬의 자연 합성과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다른 분자들을 규칙적으로 추적한다. - P121
실험 물리학자들은 어떤가? 화학에 비해 직접적인 관찰이 더 어려운 영역에 종사하는 그들은 과학자들 가운데 가장 난해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자와 광자의 고에너지 충돌을 통해 쿼크의 공간 분포를 연역해 낸다. - P121
과학적 발견을 해 내는 데에는 고정된 방식이 없다. 그 주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동원해라. 물론 다른 이들도 재현해 볼 수 있는 절차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상이한 양식과 스타일의 실험, 예측된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 무효 가설들을 기각하기 위한 통계 분석, 논리적 논증,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발표한 결과와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물리적 사건이 다양한 환경에서 계속적으로 관찰된다고 인식될 수 있다. 이 모든 행위는 개별적으로 또는 종합적으로 과학의 진정한 검사필 항목들이며 필수품들이다. - P121
행위의 결과가 어떤 이들에게 공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평판이 좋고 심사 체계가 잘 되어 있는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과학 풍토 중 다소 부조리해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아무리 훌륭한 발견이더라도 무사히 심사를 통과하고 활자로 인쇄가 되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점이다. - P122
과학적 증거들은 이론이라는 설계도와 동력원을 통해 절묘하게 결합되며 누적된다. 그래서 자연선택 이론과 상대성 이론처럼 어떤 한 아이디어가 세계관의 혁명까지 몰고 오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분자생물학의 혁명조차 물리학과 화학의 바탕에서 확립되어 누적적으로 발전했을 뿐이지 물리학과 화학의 근본 내용을 바꾸지는 못했다. - P122
과학에서 최종 주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증거들이 계속 쌓이고 이론들이 더 단단하게 서로 얽히면서 보편적인 인증을 받은 지식들은 있다. - P122
과학의 세계에서 신빙성의 증가는 다음 표현들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흥미로운"에서 "그럴듯한"으로, "그럴듯한"에서 "설득력 있는"으로, "설득력 있는"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으로, 그러다가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드디어 "명백한"이라는 수식어로 변화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승인 등급을 객관적으로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다시 말해 신빙성의 정도를 잴 수 있는 외적이고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 P122
"보증받은 단정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실재에 대한 특정한 언명들은 반론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을 때까지 과학자들의 요구에 점점 더 부응해 간다. - P122
증명은 분별 있는 사람을 확신시키는 것인 반면 혹독한 증명은 분별없는 사람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 P123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알지만 직접 관찰할 수는 없다고 해보자. 이 경우 그 현상의 정확한 본성은 추측될 뿐이다. - P123
분자유전학처럼 상대적으로 깔끔한 세계에서도 과학은 논증과 증명으로 여기저기 기운 누더기이다. - P124
우리 머릿속에서는 감각 입력과 개념의 자기 형성에 기반을 둔 실재에 대한 재조직이 일어난다. 즉 뇌 속의 독립된 존재자ㅡ철학자인 길버트 라일(Gilbert Ryle)은 이를 "기계 속의 영혼"이라는 유명한 말로 표현했다.ㅡ가 아니라 입력과 자기 형성이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 P125
외부의 존재와 그것에 대한 내부적 표상의 관계는 인간 진화의 특이성 때문에 왜곡되어 왔다. 즉 자연선택은 생존을 위해 뇌를 만들었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더 깊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부차적인 결과일 뿐이다. 과학자들의 주요 작업은 이런 불일치를 진단하고 교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는 노력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 P125
그 누구도 객관적 진리가 불가능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그 불가능성을 인정하라고 우리를 다그칠 때에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인식론의 보병인 과학자가 자신의 사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장을 너무 빨리 인정해서는 곤란하다. - P125
과학적 이해에 바탕을 둔 객관적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이 때로는 터무니없다고 생각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하고 야심만만하며 존귀한 지적 비전은 없다. 이 비전은 처음에는 그리스 철학에서 강조되었다가 근대에 와서는 18세기의 계몽사상, 즉 과학이 모든 물리적 존재를 지배하는 법칙을 발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탁월한 선배 학자들은 인간의 지성을 억류했던 모든 신화와 그릇된 우주론 같은 1,000년 묵은 잔해들을 깨끗이 청소해 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 P125
계몽사상의 꿈은 낭만주의의 유혹 앞에서 시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제까지 과학이 인간 마음의 물리적 기초를 탐구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계몽사상의 약속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계몽사상이 낭만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두 가지 형편없는 이유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낭만주의자라서 신화와 도그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를 과학자들이 설명할 수 없다는점 말이다. - P126
실증주의는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만이 확실한 지식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했다. - P126
실용주의는 인간의 행위와 모순없이 작동하는 것만이 진리라고 믿었다. - P126
두 철학 사조(실증주의와 실용주의)는 그 당시(19세기)에 승승장구하고 있던 물리학의 탁월한 성과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그 무렵의 물리학은 전기 모터, 엑스선, 시료화학 등을 통해 정확하고 실천적인 지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고 있었다. - P126
객관적 진리를 향한 꿈은 논리실증주의가 정식화되자 절정에 달했다. 논리실증주의는 실증주의의 한 변형으로서 과학적 진술의 본질을 논리와 언어 분석을 통해 정의하려고 했다. - P126
인류에게는 "보호자도 적도 없기 때문에" 인류 자신만의 지성과 의지를 통해서 초월적 존재로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 P127
과학은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일 뿐이다. - P127
"과학적 세계관은 우리 삶에 이바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삶이 과학적 세계관을 지지할 것이다." - P127
논리실증주의자들은 모든 기호들이 실재하는 어떤 것들을 지시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기호는 확립된 사실들과 이론으로 이루어진 전체 구조에서 일관적이어야 한다. 계시나 근거 없는 일반화는 허락되지 않았다. - P127
이론은 정해진 방법에 따라 사용되어야 하고 사실들에 잘 부합해야 한다. 그리고 언어의 정보적 내용은 언어의 감정적 내용과 조심스럽게 구분되어야 한다. 이런 다양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 P128
진술의 의미는 그 진술을 검증하는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그 지침이 점점 세련되고 사람들이 그 지침을 따라간다면 우리는 언젠가 객관적 진리에 접근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무지에 바탕을 둔 형이상학은 십자가 앞의 흡혈귀처럼 뒷걸음질을 칠 것이다. - P128
논리실증주의자들은 순수 수학이 성배 자체라기보다는 성배를 찾는 모험의 도상에서 만난 과학의 도구임을 알고 있었다. - P128
이론의 뼈대를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수학의 막강한 권능은 수학의 동어 반복성에서 나온다. 즉 결론이 전제로부터 완벽하게 따라 나온다. 그리고 이 결론은 실제 세계와 관련을 맺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P128
수학자는 보조 정리와 정리를 만들어 내고 증명을 한다. 이때 보조 정리와 정리는 또 다시 다른 보조 정리와 정리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이 과정은 계속 될 수 있다. 그중 어떤 것들은 물질세계의 자료들과 부합하지만 다른 것들은 부합하지 않는다. - P128
위대한 수학자들은 눈부신 솜씨를 가진 지식 세계의 운동선수들이다. 때로 그들은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추상적 사고의 새로운 영역을 활짝 여는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복소수, 선형 변환 그리고 조화 함수 등은 수학적으로도 가장 흥미로울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유용한 개념들이다. - P128
순수 수학은 상상의 세계에 대한 과학이다. 논리적으로 닫힌 계이지만 모든 방향으로 무한하게 뻗어 나갈 수 있다. 만일 시간과 계산능력에 제약이 없다면 우리는 상상 가능한 모든 세계를 기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28
그러나 수학만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특수한 세계를 알 수 없다. 오직 관찰만이 다른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다르게 존재할 수도 있는 주기율표, 허블 상수 그리고 우리 존재의 모든 확실성을 밝혀 준다. - P129
물리학과 화학 그리고 생물학은 우리 은하가 속한 우리 우주의 매개 변수들의 제약을 받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만져 볼 수 있는 그런 모든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이 된다. - P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