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참 별의 별 사람을 다 보게 된다. 물론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내가 어떤 악의없이 한 말에도 무작정 목소리 톤을 높이며 성질을 내거나 혹은 짜증부터 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런 신경질적인 반응을 자꾸 보일까 생각해봤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밑줄친 첫 문장에서 어느정도 그 답을 찾은 듯하다. 그들은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그 내면은 그 누구보다도 단단하지 못한 거라는 저자의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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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본론에서 가장 먼저 나온 소제목은 바로 ‘무례한 사람을 이기는 확실한 방법‘ 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본문에 나온 스토리를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그냥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선 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그 상황이 발생한 그 순간 바로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선 넘는 말을 했던 상대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아예 없었던 일처럼 뭉개버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위기를 마주해도 내면의 힘이 약한 사람은 금방 속내를 드러내 보이며 위태로운 감정을 숨길 수 없지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오히려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 P3

내면의 성장은 조그마한 소형선박이 보완에 보완을 거쳐 대형선박으로 거듭나는 것과 같습니다. - P3

풍랑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배가 덜 흔들리게끔 보완해야 할 곳이 어딘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잔잔한 바다를 항해할 때는 전혀 몰랐던 자신의 약점들을 풍랑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사람은 위기를 겪으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 P4

‘말‘이라는 속성은 글과 달라서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그 상황을 지나쳐버리면 증거조차 남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피해자의 분노와 상처뿐이다. - P13

무례한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팁은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거다. 상대가 무례한 말을 내뱉는 순간 곧장 대응사격을 해야 현행범으로 잡을 수 있다. - P13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 P14

화려한 언변이 없어도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누가 봐도 무례한 상황에서 무례하다고 정의하는 거니 반론할 수도 없다. 만약 상대가 안하무인으로 "그게 뭐가 무례하냐."라고 나온다면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된다. 백 마디 욕보다, 이렇게 단호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다면 도리어 무례한 사람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상대가 이상한 거고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된 거니까. 이렇게 상대의 이미지가 실축된 현장에서 주변에 관중까지 있어 준다면 더 나이스한 완승이다. - P14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사과받기 더 어려워지고 한번 선을 넘어 봤는데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상대에게 이미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다음번에도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 P15

무례한 상대가 어려운 상사라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봐 대응사격을 하지 못한다면 사태는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은 이런 지속적인 괴롭힘에는 먹히지 않는 이야기다. - P15

만약 순간적인 대처능력과 말발이 없어 받아치는게 어렵다면 "방금 한 말은 상당히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같은 준비된 멘트 하나만 가슴속에 장전해 놓고 살자.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키는 공포탄 한 발 정도는 지니고 살아야 한다. - P15

무례한 사람들은 자기방어용 공포탄을 지닌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피해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발 뻗을 수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안다. - P16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신 있게 행동하면 친절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 P34

누군가 나에게 선을 넘으려할 때 명확한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면 상대방은 "이 사람은 결재 시스템을 거쳐야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그 뒤로는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에 부탁을 하게 되고 부탁을 들어준다면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 P35

만약 지금 내 주변에 곤란한 부탁들을 자주 해오거나, 나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면 주변을 탓하기 전에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부터 체크해 봐야 한다. - P37

"내가 나라는 존재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나에게 똑같이 행동한다" - P37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미지가 캐릭터화되면 엄청난 혜택이 따라온다. - P43

이왕 가기로 마음먹은 거 확실하게 놀았다. - P47

나는 그들의 험담에 동조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고 험담이 내뿜는 부정적인 파동 에너지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한 귀로 흘려보냈다. - P49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미움과 증오를 쉽게 가슴에 품는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품는 건 뜨거운 불덩이를 삼키는 행위와도 같다. 미운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나를 거슬리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불덩이가 되어 내 속을 새까맣게 태운다. - P50

분노에 휩싸인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 P50

철천지 원수가 아닌 이상, 미움이라는 감정을 엔간하면 품지 말자는 게 요즘 내 삶의 신조다. 원수를 위해서? 오로지 나를 위해서! - P51

내가 사는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을 캐릭터화하고 애정을 담아서 보다 보면 심지어 가끔은 귀여울 때도 있다. - P53

도통 자신의 속내를 보여 주지 않고 음흉한 사람은 입이 무거워 비밀을 비교적 잘 지켜 준다는 장점이 있고, 입이 가벼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은 엄청난 정보를 종종 가져다줄 때가 있다. - P53

쪼잔하고 잘 삐치는 사람은 그만큼 감정선이 세심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살피고 보듬을 줄 알고, 무심해서 내 기분은 잘 모르지만 굵직굵직한 선을 가진 사람들은 가끔 규모가 큰 실리적인 도움을 준다. - P54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출 줄 몰라 오히려 순수하다.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있는 힘껏 지지해 준다. - P54

직설화법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내 편이 된다면 내가 부당한 일을 겪을 때 대신 총대를 메고 시원하게 질러 준다. - P54

그 사람만의 단점에 세트로 따라붙는 장점을 먼저 보려고 한다면 미워하는 감정을 품을 일이 거의 없다. - P54

범법행위를 제외한 사소한 분란들은 대부분 개개인의 입장 차이다.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래 너도 그럴 만했고  쟤도 저럴 만했네‘ 하는 생각이 든다. - P54

우리는 서로 다른 가정교육과 환경 속에서 자라 와서 모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 P55

그 사람의 가치관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 그사람이 처한 환경과 성장과정을 대입해 본다. 내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는 이상한 인간도 알고 보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마음이 아픈 사람일 수있으니 이렇게 다각적인 각도에서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습관을 들인다면 타인을 헤아릴 수 있는 그릇이 훨씬 커진다. - P55

마음 한 끗 차이로 인생은 달라진다. - P56

요령들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는 없다 - P64

살면서 상사의 무례한 지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은 반드시 생긴다. 그런 경우에는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단, 거절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나의 주장이 그 조직에서 공신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신력이란 즉 공적인 신뢰이다. 내가 조직 내에서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되어야만 나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 P64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주도적인 근무 태도는 성실함을 인증하는 척도이다. 반면, 성실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정당한 거절이어도 무시와 비난을 받는다. - P65

예의 바르고 올바른 인성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 P66

대신 부당하다고 느끼는 행동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 P67

올바르고 굳건한 탑을 먼저 세워 두어야 할 말 다 해도 예쁨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69

"같이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고 하는 거지. 다짜고짜 사과하기는 어색하니 먹는 걸로 물꼬를 트는거야." - P72

"그리고 식탁에 앉으면 앉아 줘서 고맙다고 먼저 이야기하고 나서 시작해. 처음부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야 너의 말에 귀 기울이거든." - P72

"그럴 땐 말없이 기다려 줘야 해. 배우자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할 거야.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 P73

"네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인데, 왠지 듣기가 싫어." - P75

절대적인 믿음과 조건 없는 사랑 - P76

빈틈없이 현명한 게 어른인 줄만 알았는데 현명함 속에서도 상대방을 위한 빈틈을 만들어 놓는 너그러움이 진짜 어른이었다 - P76

연인 사이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신선도‘가 존재한다 ...(중략)... 그 ‘신선도‘는 한번 상해 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 P79

인간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무례한 행동을 일삼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무례한 행동으로 한번 선을 넘었던 사이는 이미 상해버린 우유처럼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 - P79

낯선 사람과 친해져서 말을 놓게 된다면 대부분은 예전처럼 존댓말을 썼던 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또 비슷한 예로 연인과의 스킨십에서 처음에 어렵게 손을 잡으면 다음엔 포옹을 하게 되고 그다음엔 키스를 하게 된다. 점점 스킨십의 수위는 진해지게 되고 처음처럼 수줍게 내외하던 사이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 P80

설령 노력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예전에 좋았던 관계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해도 그건 상해 버린 우유의 악취를 잠시나마 밀봉해서 막아 놓은 것과 다름없다. - P81

사람들은 관계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수 있다고 믿으며, 이미 상해 버린 우유를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은 후 나중에 다시 꺼내 마셨다가 또 탈이 나고 만다. - P81

사람은 서로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 P82

무례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상대에게 "이 행동은 나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니 자제해 달라"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이 과정은 상대에게 만회할 기회를 준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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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예측하지 않는다 - 데이터에 관한 꼭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 좋은 습관 시리즈 36
김송규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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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실무와 현장 교육 등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데이터의 속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단순히 기술적인 분석 도구만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마지막에는 AI시대의 장밋빛 미래만이 아닌 그것이 갖고 있는 한계도 보여줌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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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최신 기술들을 언제 습득하는 것이 좋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실질적으로 필요할 때 학습하라고 말한다. 이는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컴퓨터 같은 경우도 최신 컴퓨터가 나왔더라도 1~2년 지나면 금방 구형 컴퓨터가 되듯이,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도 계속 진화해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 괜히 미리 배워봤자 그냥 옛날 지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마음깊이 동의하는 게, 과거에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미리 샀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개정판이나 새롭게 표지가 바뀐 신판들이 출시되곤 하는 경험들을 몇 번 하다보니 기술과 책이라고 하는 분야는 좀 다를지라도 본질적인 메시지 자체는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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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최신 기술같이 급속도로 변하는 것들과는 달리 마치 와인처럼 오랜 시간동안 묵혀졌을 때 그 가치가 올라가는 분야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인문학Liber Arts이라고 말한다.

앞선 포스팅들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저자는 데이터에 관한 책을 쓰면서도 자신이 실무를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며 느꼈던 것으로 단순히 기술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코딩 등을 통한 인공지능 활용에 앞서 인문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식의 얘기들을 해왔었다.

지금 이 책의 거의 막바지에 와있는 시점에서 저자는 단순히 데이터 분석같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뭔가 좀 더 근본적인 것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신 기술은 그 기술이 필요할 때 그때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면 된다. 즉, 최신 기술에 직접 관련된 내용을 미리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 P218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내용이 변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오랜 세월을 두고 체계화되면서 지금 세상을 구성하는 데 근간이 된 기초 분야가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 온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바로 이런 기초 분야가 인문학 Liber Arts이다. - P218

대한민국에서는 인문학 하면 영어, 철학, 문학(국어), 도덕,
정치 같은 비과학 분야로 수학, 코딩, 물리, 화학, 생물과 같은 과학 분야와 구별하여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의 인문학은 비과학 분야와 과학 분야를 모두 포함한, 말 그대로 사람이 문명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학문(지식)을 말한다. 그래서 영어로 "리버럴 아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과목 그리고 수능 때 시험 보는 과목들(국, 영, 수, 과탐, 사탐)이 모두 인문학에 해당한다. - P219

인문학이 사실상 기본이 되는 이유는 바로 새롭게 접하는 세상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 P219

충분한 사유와 다양한 경험이 어우러져 배우는 인문학은 개인의 삶의 목적과 가치관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의 공부가 무척 중요하다.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서 말이다. - P219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정도 잘 쌓였다면, 그다음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와 호기심 정도이다. 열린 사고와 호기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을) 잘 모를 때는 그냥 편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면 된다. - P219

이후에 어떤 최신 기술을 배우고 써먹을지는 각자의 관심 정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정 궁금하면 그냥 사용해보면 된다. 여러분이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을 배우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최신 기술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면,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조금만 검색해보면 된다. 그리고 습관처럼 사용하다 보면 버릇이 된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보고 SNS를 하듯,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기술을 배우게 된다. - P220

그래도 어렵다 싶으면 기다리면 된다. 지금 뜬다고 하는 최신 기술이 정말 중요하고 혁신적이라면 기다리면 된다. 머지않아 사용하기 쉬울 정도로 다가올 것이다. - P220

데이터 사이언스도, 생성형 인공지능도 흘러가는 세월이 바뀌면 함께 발전하는 최신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니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 도구를 최신인 양 모두 습득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따라가지 못한다고 불안해야할 이유도 없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의사결정을 돕는 여러 최신 기술 중 하나일 뿐이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 또한 스쳐 가는 최신 기술일 뿐이다. 그리고 최신 기술은 지금 내가(혹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이다. - P220

도구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내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 데 쓸 것이냐, 이다. 나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고, 이를 위한 도구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통찰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 P221

운동을 잘 하려면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꾸준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악기 연주를 잘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연습과 수많은 경험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수학, 과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소양 또한 마찬가지이다. 당장 유행하는 기술에 자신의 역량을 너무 쓰기보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기초 지식을 되새김하며 열린 사고를 갖고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사고방식과 연습을 ‘데이터를 읽는 습관‘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문학적 소양이 충분히 쌓인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는데, 그리 많은 역량이 필요하지 않다. - P221

인문학적 소양이 기본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열린 사고가 거기에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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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백상아리라고 불리우는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나왔던 자연사(自然史) 에 존재했다가 멸종하여 지금은 볼 수 없는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백상아리는 지금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뭔가 좀 더 눈길을 끈다. 이 이야기가 나온 파트의 소제목도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이라는 점에서 백상아리의 생존 노하우가 과연 무엇이었을지 문득 궁금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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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읽다보니 백상아리의 생존 노하우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유연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유리한 조건의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고, 먹는 것도 특정 먹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기에 생존에 있어 다른 종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오늘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상어가 번식하는 방식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인간이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생식기를 결합하듯이 상어도 수컷과 암컷이 유사한 방식으로 결합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많이 낳지는 않지만 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생존시키는 전략 또한 인간과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존하고 있는 인간의 번식 방식을 상어도 거의 똑같이 해왔기에 아직까지 멸종하지 않고 그 대를 이어 살아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딱 잘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생존 노하우라는 게 존재하는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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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상어에게도 생존의 위기가 결코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생대에 거대 해양파충류가 상어와 최고 포식자 자리를 다투었다고 하며 이로 인해 상어도 때로는 거대 해양파충류의 먹이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 때 거대 파충류가 모두 사라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존하는 상어는 아예 없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이 책이 분류상으로는 비록 지구과학 분야의 책이지만 때로는 역사책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인간의 역사가 아닌 인간 이외의 생물에 대한 역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것도 역사는 역사니 말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학교 시험을 봐야해서 역사 교과서는 물론 여러번 읽었지만 그 이후에 역사책을 별도로 찾아 읽거나 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요 근래에 역사 관련 책들을 몇 권 읽기 시작하면서 역사의 가치와 그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사람의 역사든 사람 이외의 다른 생물의 역사든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독자인 내가 느낀 역사의 가치이자 매력이다. 이러한 역사의 가치를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도 느꼈기에 향후에 역사 분야의 책들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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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다보면 다양한 동물들이 소개되는데, 각각의 생김새나 신체부위별 특징이 다 제각기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어떤 것은 유별나게 길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넙적하고 어떤 것은 날카롭기도 한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생명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하게 발달한 경우도 있고 혹은 먹이를 먹는 특유의 방식 때문에 그렇게 된 경우도 있는 것들을 보며, 어느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 제각기 자신에게 적합한 형태로 변형되고 이에 따라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책에 나온 이유들을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럴싸하게 붙인 것인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꽤나 합리적이고 설득력있게 들렸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실제로 본문에 나온 이유대로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 부위들이 발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돌아가서 볼 수도 없기에 그저 그럴싸한 합리적인 견해나 해석에 의존해서 과거의 것들을 추론해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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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글에서는 삼엽충三葉蟲에 대해 나온다. 솔직히 오늘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삼엽충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삼엽충을 왜 삼엽충이라고 부르는지 까지는 잘 몰랐었는데 본문에 나온 설명 덕분에 그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하나 배웠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유기물이 무엇인지도 배웠다. 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유기물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유기물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솔직히 그동안 잘 몰랐었다. 그냥 좋은 거라는 정도의 이미지만 있었지 정확히 이게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조금이나마 유기물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자연사를 훑다 보면 경외감이 일다가도 금세 우울해진다. 자연사란 곧 멸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 P269

나는 백상아리 Carcharodon carcharias. 그렇다. 과거의 생명이 아니라 현대에 살고 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실루리아기와 석탄기 사이의 시기인 데본기(4억 1920만~3억 5890만 년 전)에서부터 시작된다. - P269

상어는 4억 년 전 원시 심해에서 기원해 현대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왔고 지배자로 살고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냈다.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회복탄력성 이야기이며 적응과 방산의 대장정이다. - P270

적응방산適應放散이란 한 종류의 생물이 여러 환경 조건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계통으로 갈라져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 P270

현대는 위도 60도 이상이면 극지라고 본다. 데본기 초기에는 숲과 산호가 지금보다 넓은 위도 70도까지 분포해 있었다. 지구가 매우 따뜻했다는 뜻이다. 산소 농도는 데본기 내내 현대와 비슷했으나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0피피엠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2배가량 높았다. 기온도 20도나 되었다. 그런데 데본기 후기에는 숲과 늪의 범위가 현대보다도 훨씬 좁은 위도 35도까지 축소된다. 지구가 매우 추워졌다는 뜻이다. - P271

데본기 바다의 개척자는 개형충Ostracod이라고 하는 작은 갑각류다. 평균 1~2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초기 해양 동물 중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엄청난 숫자로 번식하며 바다 먹이 그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탄산칼슘의 외골격은 현대의 인간들이 지층 연대와 기후 환경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 P271

데본기는 무엇보다도 ‘물고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데본기 초기의 어류는 주로 갑주어였다. 이름대로 갑옷 같은 단단한 비늘과 골질로 덮인 외골격이 있었다. 갑주어는 커다란 두개골은 있지만 등뼈(척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무악류다. 턱이 없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 P271

데본기에는 갑주어에서 턱과 옆지느러미가 있는 판피류로 진화했다. 둔클레오스테우스Dunkelosteus가 대표적인 판피류다. 또 판피류에서 경골어류가 진화했다. 갑주어가 사라지면 판피류가 등장하고, 판피류가 사라지면 경골어류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이 어류들은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데본기는 다양한 어류가 함께 살면서 현대 어류가 등장한 시기였다. - P272

약 4억 년 전 데본기의 광활한 원시 바다에 등장한 강력한 존재인 상어는 이전의 해양 생물과는 다른 독특한 적응을 보여준다. 가장 큰 혁신은 단단한 경골이 아니라 가볍고 유연한 연골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헷갈리지 마시라. 여기서 단단한 경골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어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를 말한다. 경골어류는 우리보다 나중에 생긴다. 연골은 놀랍도록 유연해 먹잇감을 능가하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돕는다. 무거운 뼈가 없으니 몸집이 커질 수도 있다. 잠재적인 포식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 P272

장점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예민한 감각도 갖추었다. 특히 후각은 매우 놀라운데 물방울 100만 개 가운데 피가 한 방울만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옆줄은 물의 진동과 흐름을 인식한다. 이런 고도의 감각은 먹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P273

상어는 연골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빨만 화석으로 남는다. 상어 이빨은 가장 흔한 화석이다. - P272

가장 강력한 장점은 턱이다. 턱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는데, 이빨은 빠져도 계속 나온다. 그래서 이빨이 빠지거나 마모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보통 상어는 평생 6000개 이상의 이빨을 간다. 상어는 언제든지 사냥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또 턱은 어떤 동물의 가죽과 껍질도 찢고 부술 정도로 무는 힘이 강력하다. 이런 힘과 적응력 때문에 상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사냥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P273

대멸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 바다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무산소증, 소행성 충돌, 대기의 산성화와 기온 상승 같은 것이다. 데본기 후기 대멸종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해양 생물의 75퍼센트가 멸종했다. 육상 생물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생태계 전반이 붕괴했고 갑주어들은 이때 멸종했다. - P274

그런데 어떻게 상어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다른 서식지를 찾아서 이동했다. 유연한 연골을 기반으로 한 골격과 효율적인 호흡기 덕분에 데본기 말기의 변화무쌍한 산소와 수온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다. - P274

우리의 먹이 전략도 결정적이었다. 특정 먹이에 집착하는 종은 먹이가 줄면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상어는 기회주의적인 사냥꾼이다. 작은 물고기에서 무척추동물까지 다 먹는다. 먹이의 전환이 쉽기 때문에 전통적인 먹이가 줄어들어도 상관없다. 상어가 존속하는 데 먹이의 유연성은 핵심적인 요소다. - P274

번식 전략 역시 힘겨운 시기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다. 상어는 다른 어류에 비해 번식률이 매우 낮다. 체내 수정을 한다. 짝짓기를 할 때 수컷은 생식기관인 교미기를 암컷의 총배설강에 끼워 넣어 정자를 내뿜는다. 교미기는 상어의 배지느러미가 변환된 것으로 육상동물의 페니스처럼 기능한다. 총배설강은 단공류를 제외한 포유류와 경골어류가 아닌 동물에게 있는 구멍으로, 배설기관과 생식기관 역할을 겸한다. - P274

우리 상어는 번식률은 낮지만 새끼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적은 수지만 생존력이 강한 새끼에 투자하는 전략 덕분에 다른 어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상어는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다. - P275

데본기의 뒤를 이은 시대는 동물과 식물의 황금기인 석탄기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고 생태계가 확장했다. 육지에서는 광대한 늪과 숲이 형성되고 양서류가 활개를 쳤다. 바다에도 다양한 생태적 틈새가 생겨났다. 우리 상어들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다양한 형태로 적응하고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 P275

생존을 위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고안한 것 - P277

석탄기에 들어서자 상어는 매우 다양해졌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몸과 크기 그리고 먹이전략을 진화시켰다. 일부 좋은 얕은 바다에서 사냥했고 일부 종은 깊은 바다로 모험을 떠났다. 이 시기의 다양화는 이후 해양 생태계에서 상어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P277

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강-판새아강‘으로 분류되고 은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연골어강-전두아강‘ 에 속한다. 그러니까 같은 연골어류이기는 하지만 다른 동물인 것이다. - P280

캐비아로 널리 알려진 철갑상어는 더더욱 상어가 아니다. 철갑상어는 ‘동물계-척삭동물문-조기어강-연질어아강‘에 속한다. 조기어강이란 연골어류가 아니라 경골어류라는 뜻이다. 상어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봐야 한다. - P280

고생대와 중생대를 가른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즉 세 번째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멸종 사건이다. 지구 생명체의 95퍼센트가 사라졌다. 육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해양 생물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바다 역시 무덤으로 변했다. 수백만 년 동안 번성했던 생물종들이 짧은 시간에 사라지면서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었다. 상어를 포함한 어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 상어들은 놀라운 끈기와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 P280

환경이 아무리 치명적으로 변해도 지구 어딘가에는 살 만한 곳이 남아 있는 법이다. 우리 상어는 두 번째 대멸종을 겪어냈던 것처럼 세 번째 대멸종도 견뎌냈다. 고생대 데본기에 등장한 상어가 ‘데본기 - (두 번째 대멸종) - 석탄기 -페름기 - (세 번째 대멸종) - 트라이아스기 - (네 번째 대멸종) - 쥐라기‘ 사이의 세 번의 대멸종을 견뎌내고 중생대 생물로 남았다. - P281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중생대 환경에 맞는 새로운 상어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생태적 틈새에 적응하고 포식 기술을 연마했다. - P281

크레톡시리나Cretoxyrhina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상어다. 분필을 뜻하는 ‘크레타creta‘는 ‘중생대 백악기 Cretaceous periode‘ 때문에 익숙하고, ‘옥시oxy‘는 ‘산소oxygen‘로 친숙하다. ‘날카로운‘ 또는 ‘산성의‘라는 뜻이다. ‘리나rhina‘ 역시 ‘코뿔소rhinoceros덕분에 코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크레톡시리나는 ‘백악기의 날카로운 코‘라는 뜻이다. - P282

6600만 년 전 육상의 공룡을 전멸시켰던 다섯 번째 대멸종마저 상어를 몰살시키지는 못했다. 우리 상어의 생존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격변에 맞서서 싸운 불굴의 생존 의지의 결과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쁘게 평가하는 ‘기회주의‘라는 성품 때문에 살아남았다. - P282

일관된 입장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한다. 인간사에서 기회주의자는 신념과는 상관없이 유리한 쪽에 빌붙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자연사에서 기회주의는 생존을 위한 핵심역량이다. 우리가 네 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낸 것은 오로지 태초부터 우리를 정의해온 진화적 강점, 즉 기회주의적인 적응력 때문이다. - P282

돌이켜 보면 우리 상어가 가장 힘들었던 시대는 중생대다. 거대 해양파충류는 우리보다 훨씬 크게 성장해 우리와 최고 포식자 자리를 다투었고 때로는 우리가 그들의 먹이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대멸종으로 육상에서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들은 전부 사라질 때 해양에서도 거대 파충류는 모두 사라졌다. 신생대 시대가 열리자 이제 우리 상어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 포식자가 되었다. - P283

2300만 년 전 마이오세 초기에야 메갈로돈이 등장했다.
그때부터 거의 2000만 년 동안이나 바다 생태계 최고 포식자 지위를 누리다가 360만 년 전인 플라이오세 후기에 사라졌다. - P283

메갈로돈은 무슨 뜻일까? 지금쯤이면 짐작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큰 이빨‘이라는 뜻이다. 이름답게 몸 크기에 비해 이빨이 거대하고 두껍고 튼튼했다. 잇몸 아래에 있는 치근의 길이가 잇몸 위에 있는 치관의 길이보다 훨씬 길었다. 또 이빨의 톱니도 날카로워 고래 같은 거대 먹이를 먹어도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일 없이 쉽게 살을 뜯고 뼈를 자를 수 있었다. 커다란 이빨이 박혀 있는 턱도 굉장히 두껍고 거대했다. 척추뼈는 200개 이상으로 모든 상어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지느러미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 P285

그 커다란 동물(메갈로돈)이 왜 화석으로 남지 않았을까? 경골이 아니라 연골어류이기 때문이다. 연골은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다. 다만 이빨 화석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고 가끔 척추뼈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것으로 크기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 P285

상어는 연골어류라서 뼈 화석이 남지 않는다더니 왜 이빨 화석은 남아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류는 무악류→ 연골어류→ 경골어류 순으로 진화한다. 연골어류에게는 아직 뼈가 생기지 않았다. 상어 이빨은 뼈가 아니라 피부가 변형되어 생긴 것이다. - P285

메갈로돈은 전 세계 바다에서 발견된다. 전 세계에 살았다는 뜻이며 이것은 메갈로돈의 적응력을 입증한다. 신생대 메갈로돈의 등장은 상어 진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 P285

신생대 육상에서는 포유류와 조류가 다양해지고 숫자도 늘어나는 시기인데 바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이 넘쳤다. 메갈로돈은 대형 해양 포유류와 다른 강력한 생물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 P285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생명체는 없다. 메갈로돈도 기후가 변하고, 먹이 가용성이 떨어지고, 또 다른 포식자와 경쟁하면서 결국 멸종의 길로 가고 말았다. - P286

백상아리가 메갈로돈과 가까운 관계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들의 근거는 내 이빨과 어린 메갈로돈의 이빨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 요즘은 메갈로돈이 나와는 약간 거리가 있고 별개의 진화 과정을 겪었다는 이론이 더 유력하다. - P286

내(백상아리) 조상은 메갈로돈이 아니라 허벨백상아리 Carcharodon hubbelli다. 800만~500만년 전에 살았다. 몸길이가 5미터 정도로 현생 백상아리와 비슷한 크기였는데 이빨 톱니는 메갈로돈처럼 거칠었으나 설측에 V자 모양의 띠가 있어서 이빨만 보고도 메갈로돈인지 허벨백상아리인지 구분할 수 있다. 주로 고래, 해양 포유류, 어류, 갑각류, 두족류 등 뭐든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이게 우리 상어의 장점이다. - P286

설측이란 무엇일까? 순측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주둥이 쪽,
즉 바깥에서 보이는 이빨 면을 순측이라고 하고, 반대로 혀 쪽, 즉 안쪽에서 보이는 이빨 면을 설측이라고 한다. 육식공룡의 경우 순측은 볼록 튀어나와 있고 설측은 납작하다. - P287

포유류가 육상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해양 생물 사이에도 새로운 다양성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신생대 동안 상어는 진화를 거듭했고 해양 생태계를 이용하고 조절하는 새로운 종들이 등장했다. 현대에도 몸길이 12미터에 달하는 고래상어 Rhincodon typus부터 20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난쟁이랜턴상어 Etmopterus perryi까지 500종이 넘는 다양한 상어가 살고 있다. - P287

고래상어의 속명 린코돈Rhincodon은 ‘거친 이빨‘이라는 뜻인데 거친 피부와 이빨을 설명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고래상어를 비롯해서 플랑크톤을 먹는 종류는 이빨이 작다. 먹이를 이빨로 잡는 게 아니라 아가미에 있는 돌기로 잡기 때문이다. - P288

고래상어는 현대 바다에서 가장 큰 어류다. 넓고 납작한 머리 그리고 1.5미터가 넘는 넓적한 입이 특징이다. 생긴 게 고래와 비슷하고 또 수염고래처럼 여과섭식하는 모습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열대와 온대 바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고래상어는 수염고래처럼 입을 벌리고 헤엄쳐 다니며 10여 개의 여과기관으로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걸러내어 먹는다. - P288

현생 상어들도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이 있다. 망치 모양의 독특한 머리를 하고 있는 귀상어sphyrna zygaena는 360도 시야를 가지고 있으며 생체 전자기장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뛰어난 감각 능력을 이용해 모래 속에 묻힌 먹이를 사냥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잡식성 상어로 해초도 먹는다. 또한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인 것으로 보고되지 않은 상어이기도 하다. - P289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란 적은 개체가 존재하지만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물종을 말한다. - P290

사람과 달리 곤충은 몸을 나눌 수 있다. 몸통이 분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마디가 있다. 이런 동물을 절지동물節肢動物이라고 한다. 마디와 다리가 있다는 뜻이다. 삼엽충도 몸을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절지동물이다. - P292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머리, 가슴, 배‘를 생각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건 곤충이다. 나는 곤충이 아니다. 머리, 몸통, 꼬리로 나누니까 말이다. 곤충은 ‘절지동물문-곤충강‘에 속하고 우리 삼엽충은 ‘절지동물문-삼엽충강‘에 속한다. 지금은 곤충이 채 탄생하지도 않은 고생대 캄브리아기다. - P293

우리 삼엽충은 지구에 가장 먼저 등장한 절지동물 가운데 하나다. 몸의 형태는 화석으로 잘 남아 있다. 우리 몸은 현대 게처럼 단단하고 석회화된 외골격으로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외골격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우리를 삼엽충 三葉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가로로 ‘머리-몸통-꼬리‘로 나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몸은 세로로도 나뉜다. 우리 몸에는 길이를 따라 세 개의 엽이 달려 있다. 양쪽에 왼쪽 가슴엽과 오른쪽 가슴엽이 있고 한가운데에는 중심축엽이 있다. 여기서 삼엽충이라는 말이 나왔다. - P294

몸 아래로는 관절로 연결된 작은 다리가 튀어나와서 먹이와 안식처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우리의 다리는 몇 개일까? 6개는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곤충이 아니니까. 우리 삼엽충은 종에 따라서 15~20쌍, 즉 30~40개의 다리가 있다. - P294

삼엽충은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절지동물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널리 퍼진 생명체다. 우리는 해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유기물을 먹고 사는 청소부이자 때로는 포식자다. 우리는 얕은 연안에서 깊은 심연에 이르기까지 고생대 바다의 모든 곳, 모든 시대, 즉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에 걸쳐 살았다. - P294

유기물이란 생명에서 기인한 모든 물질을 말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핵산 같은 것에서 온 것들이다. 모든 유기물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탄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모든 분자는 탄소로 된 뼈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양소라고 하는 것 중 물을 제외하면 모두 유기물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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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리스어 ‘프네우마pneuma‘ 라는 것이 ‘숨결‘, ‘숨쉬기‘, ‘영혼‘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일반적으로 영혼이라는 것은 물리적 실체인 육체 또는 육신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써 물리적 실체가 없는 어떤 정신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법의학자로써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다보니 어느순간 영혼이라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듯하다. 그래서 육체와 영혼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지도 했는데,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자신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영혼이라는 건 아무래도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다보니 오늘 저자가 말해준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그럴싸한 답으로 들렸다. 영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데 충분히 참고해볼만한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영혼은 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담는 그릇에 따라 물의 형태가 달라지듯, 우리 영혼도 담긴 육체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개는 개의 감각으로, 고양이는 고양이의 몸으로, 몸에 갇힌 영혼은 그렇게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 P53

우리는 어쩌면 잠수복을 입고 바다를 유영하듯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래 입은 옷은 벗기 힘든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두려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도 성인聖人들은 세상을 육체의 닫힌 감각이 아닌 영혼으로 바라보라고 이야기했나 보다. - P53

"이 삶도 모르는데 저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_공자 - P53

마치 나무의 맨 끝이 곧 맨 앞인 것처럼, 타인의 생의 끝에서 느낀 메시지를 품고 돌아서서 다시 삶을 향해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주 느낀다.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 P53

우리 몸속 혈관을 전부 연결하면 무려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길이가 된다. 그 길고 긴 혈관에 피가 도는 시간은 단 46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사람이 기적이다. 솟아오르는 힘의 표출이고, 솟아오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이다. - P54

여태껏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끼리의 연결과 대화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가지만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 P54

주변을 돌아보면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하나도 없다. - P54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있을 뿐,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없다. - P54

"죽음은 이미 지나갔던가 또는 앞으로 올 것인가. 죽음 속에 현재는 없다" _보에티우스 - P54

원문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동아줄로 바늘귀를 꿰는 것보다 어렵다"이다. 바늘귀를 통과하는 낙타보다 훨씬 논리에 맞는 비유가 아닌가. 히랍어로 ‘gamta‘는 동아줄이고, ‘gamla‘는 낙타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성경을 필사해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t‘가 ‘l‘로 잘못 옮겨진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필기체로 쓰면 혼동하기 쉬운 글자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졸지에 동아줄이 낙타가 되고, 또 졸지에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기이한 상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 P61

(습한 환경에 놓인 시신은 부패가 진행되지 않고 밀랍처럼 변하게 되는데, 이를 ‘시랍화‘라 한다. 이러한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경우보다 오히려 손상에 대한 해석을 하기가 더 용이하다). - P66

인간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은 경험해보지 못한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외계인을 예로 들어보면, 우리는 외계인을 만난 적이 없기에 외계인의 외모를 상상할 때 인간이나 동물의 생김새를 기준으로 변형시킬 뿐이다. 눈이 백 개 달렸다거나 혀가 촉수처럼 뻗어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치에 근거해 거기서 조금씩 거짓을 보탤 뿐이다. - P70

의학도들에게 유명한 격언이 있다. "말발굽 소리가 나면 얼룩말이 아니라 그냥 말을 떠올려라." 환자에게 어떤 증상이 발생했을 때, 선입견을 갖지 말고 증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 P72

법의학자는 때로는 죽은 이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야한다. 아무런 항변도 호소도 할 수 없는 망자의 옆에 우리가 서 있을 것이다. - P72

일반적으로 사람은 가까운 이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 P77

멍이 들었다는 것은,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 P78

내가 그 아이들을 후원한 것은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지원만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이 함께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 주면 좋겠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그저 엄청난 슬픔과 파괴 속에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본 우리 모두가 그 아이들을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 P84

누군가의 과실로 사랑하는 이를 보내서야 안 되지만, 그 가족을 더욱 괴롭혔던 것은 죽음을 가리고 있던 거짓이었다. 거짓을 밝히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 아버지를 그 누가 도와줄까. 죽음 앞에서 유족들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그때 내가 같이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싸움을 시작할 때 뒤에 있어주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고, 억울하다면 같이 맞서줘야 하는 것까지가 나의 일이다. - P92

가족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사망했는데 뭔가 이해되지 않고 미심쩍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제대로 이해시켜줘야하지 않을까? 죽음의 진실을 자세히 밝혀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객관적 진실을 전하되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날, 유가족과 병원을 중재해줄 기관의 필요성을 절실이 느꼈다. - P99

부검을 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죽음, 그 진실을 밝히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것, 그래서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 거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99

사고는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 고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의도치 않게 나쁜 결과가 벌어지는 것이 사고다. 절차대로 최선을 다해 조치를 했음에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변수들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료사고라고 하면, 무조건 의료 과실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됐을 때를 의료 과실이라 하고, 실수가 입증되지 않았을 때는 의료 ‘사고‘라고 해야 한다. - P100

임상법의학을 다룰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 조건은 의사가 얼마나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느냐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사고인지, 과실치사인지, 고의성이 있는지 등병원 내 사망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삼자가 면밀하게살펴보고 진실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가 의사와 환자, 양쪽을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만진실도 규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0

어떤 죽음이든 곱씹어보면 그런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원인이 있다. 이것을 찾아내 해결한다면 상당히 많은 죽음을 막을 수도 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법의학의 이러한 역할에 대해 ‘예방법의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P102

아주 사소한 일, 사소한 선택으로 우리 삶은 참 많이 달라질 수 있다. - P103

‘숨김없이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오늘 이 자리의 대화부터는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105

마음속에 가득한 불신부터 제거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5

사람은 불안해지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면 또 사고가 생길 수 있다. - P105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이걸 끌어나갈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다. - P108

환자와 병원을 중재하는 역할은 법의학 관련 교수가 하면 가장 좋다. 법도 알고, 의료체계도 알고, 경찰도 상대해본 경험이 있으니 여러 상황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법의학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P109

법의학자로 일해온 우리들은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알기에 그들의 격한 반응과 무너지는 심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당장은 반감을 보이고 거칠게 나와도 결국 소통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소통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들과 라포가 형성된다.
즉,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P110

나는 유족들과 대화하거나 합의할 때는 마음을 담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환자나 가족들의 말과 행동만 볼 게 아니라, 그 이면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그 마음을 보아야 유족들도 그런 우리의 마음을 받아준다. 병원 사람들이 죄다 자신들을 속이고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 아닌 마음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 P112

나는 이 일을 오래 해온 덕분에 때로는 슬픔과 서운함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유가족의 성난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 P113

배운 대로, 교과서대로, 원칙대로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는 매뉴얼대로 일을 처리하기에 앞서, 그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 P113

사람이 몸이 아프면 활기가 넘치던 때와 달리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게 된다. 병원에 들어가면 환자복부터 갈아입힌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일상의 상당 부분을 의사가 시키는 대로, 병원의 스케줄대로 따라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수차례 피를 뽑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검사를 받는다. 내 마음과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아프면 몸과 마음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 P114

크든 작든 사고가 일어나면 우선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환자의 마음부터 보듬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상의 주도권을 뺏긴 상태로 의료진에게 의지하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덩달아 오해의 마음도 커지게 마련이다. - P115

감정이 악화되기 전에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다독여주어야 한다. 스트레스와 같은 마음의 고통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듯이, 반대로 의사의 따뜻한 한마디가 병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의사와 환자 간에 쌓인 정서적 교감은 불신과 오해, 감정적 분노도 사그러뜨릴 수 있다. - P115

어쨌든 사실관계를 올바르게 정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 P116

"의미를 찾을 때 사람은 생존할 수 있다." - P117

언젠가 해방될거라는 희망에 매달렸던 이도, 신에게 의존했던 이도, 반드시 선이 악을 이길 것이라는 신념에 의지했던 이들도 삶의 의지를 놓을 때 자신만의 의미를 찾은 이들은 견뎌낸다 - P118

실제로 이 책(《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원제는 ‘맨즈 서치 포미닝 Man‘s Search for Meaning‘ , 우리말로 번역하면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 P118

인간은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부단히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존재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안전하고 공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 P119

그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든 견딜 수 있게 해주려면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 즉 목표를 얘기해주어야 한다 ...(중략)...그것이 빅터 프랭클이 말한 ‘로고테라피 logotherapy‘, 즉 ‘의미치료‘다. - P120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_신현림 시인의 시「나의 싸움」 - P120

인간은 원래 의미 없는 짓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여야 하며 뭘 해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 P121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122

거역할 길 없는 진리들도 인식됨으로써 사멸한다. - P122

부조리함을 극복하거나 부정하려 애쓰지 말고 차라리 받아들이라 - P122

부조리함에 희생된 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함에 맞서는 반항이며 삶에 희망을 안겨주는 유일한 방법 - P122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 P123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끝끝내 생존한 사람들은 평소에 강한 인내심으로 많은 고난을 극복해왔던 사람들이 아니라, 고난이 닥치기 전까지 행복했던 시간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에도 그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행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그동안 삶 속에서 바로 그 행복을 자주 경험한 사람들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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