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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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라는 비교적 생소한 소재를 기반으로 하여 시각에 핸디캡을 가진 ‘그‘와 말하기에 핸디캡을 가진 ‘그녀‘ 사이에 결코 쉽진 않지만 어떤 교감이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저자만의 독특한 문장과 감성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작품 중간중간 나오는 고유한 우리말 표현들은 생소하면서도 신박한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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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10-15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희랍어 시간 펼쳤다가 덮은 책인데요 언젠가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남은 시월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10-15 14:37   좋아요 1 | URL
서곡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희랍어 시간은 책 자체는 얇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문장 하나하나를 그냥 허투루 넘기기가 힘들 정도로 섬세한 표현들이 많이 나와서 제 경우에는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서곡님은 독서력이 대단하신 분이시니 마음먹고 읽으시면 금새 읽으실수 있을 겁니다. 서곡님도 10월 잘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서곡 2025-10-15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과찬 민망합니다 격려와 응원이라고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 전 첨 펼쳤을 때 뭐랄까 이질감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생경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다를 수 있겠지요 님께서 한강 작품을 꾸준히 읽으시는 거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열독 즐독하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10-15 14:58   좋아요 1 | URL
예 실은 저도 읽으면서 처음에는 좀 난해하게 느껴졌는데, 그냥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다보니 윤곽을 알 수 없었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데 완독은 했지만 100% 이해했다고는 저도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합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리뷰나 감상평 같은 것들을 좀 더 읽어보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렉산더라는 사람은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명령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자식 자신의 유전적 적합도와 충돌하더라도 부모 의 유전적 적합도라는 이득에 복무하게끔 자식을 강제할 수 있다‘(p.109) 는 말을 했었다.

오늘도 이에 대한 얘기가 이어지는데, 독자분들 중에 이 알렉산더의 얘기가 자신에게 해당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듯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알렉산더의 말이 나에게 해당되는 편이라 생각되어 좀 더 주의를 집중하여 읽어볼 수 있었다. 나름 흥미로운 주제였다.

알렉산더는 자녀에게서 나타나는 이기적 경향, 부모 이익에 반하게끔 행동하는 경향은 퍼져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자녀가 장성했을 때 또한 갖게 될 자기 자녀에게, 부모 이익에 반하게 행동하는 이기성이 유전되어 자신의 번식 성공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 P111

알렉산더가 품은 이런 생각은 "모든 부모-자식 간 상호 작용은 두 개체 중 하나, 즉 부모에게 이익을 주려고 진화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번식 성공이 증진되지 않는다면 어떤 유기체도 부모의 양육 행동이나 부모 양육을 확장하도록 진화할 수 없다"(Alexander, 1974, p. 340) 라는 확신에서 비롯한다. - P111

알렉산더는 확고하게 이기적 유기체라는 패러다임 내에서 사고하며, 동물이 자신의 포괄 적합도를 증진하려고 행동한다는 중심 정리를 옹호하고, 이 점이 자식이 부모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방지한다고 이해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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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저자는 대한민국 엔터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고, 최근에는 새로 들어선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저자의 인터뷰 또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은 것들도 봤던 기억이 있다. 책 제목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시작해본다.




왜 태어난지도 모른 채 태어나,
왜 사는지도 모른 채 살다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죽기 때문이다. - P8

가장 중요한 건 진실을 ‘아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을 알려고 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마시거나,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불우이웃을 돕거나, 종교 행위를 하면서 공허한 마음을 달랜다. 마음의 병은 그대로 있는데 진통제를 먹으면서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그러면 물론 잠시 괜찮아지긴 하지만 근본적인 병은 고쳐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 P9

(・・・・・・) 곧 인생의 마음에는 악이 가득하여 그들의 평생에 미친 마음을 품고 있다가 후에는 죽은 자들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
-전도서 9장 3절 - P9

우린 이 미친 마음에서 벗어나 답을 찾아봐야 한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 P10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2절 - P10

나는 책에 빠져 살았다. - P17

사랑에 대한 나의 환상이 남들과 달리 유난히 컸다 ...(중략)...  남들에게 사랑이 막연한 환상이라면, 나에게는 꼭 이뤄야 하고 또 이룰 수 있다고 믿은 환상이었으며, 남들에게 사랑이 이뤄야 할 여러 목표 중의 하나라면, 나에게는 단 하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공부도, 가수도, 음악도, 사업도 나에겐 언제나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 P27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얼마나 파워풀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이 사랑으로까지 이뤄지는 것이 내 인생의 확고한 목표가 되었고, 그걸 위해서 나는 반드시 정말 특별하고 멋진 남자가 되어야 했다. - P28

남들에게 사랑이 막연한 환상이라면, 나에게는 꼭 이뤄야 하고 또 이룰 수 있다고 믿은 환상이었으며, 남들에게 사랑이 이뤄야 할 여러 목표 중의 하나라면, 나에게는 단 하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 P30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 P31

멀어져야 할 그와 그녀의 사이는 더 깊어졌고, 좁혀져야 할 나와 그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내 기준점이 더 올라가버린 것이다. 여신을 만나려면 내가 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신이 더 대단해져 있었다. 난 오히려 안에서 의욕이 더 불타올랐다. 반드시 그보다 더 특별하고 멋진 남자가 되겠다고. - P47

내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니 나 자신을 미친듯이 드라이브했던 원동력도 사라졌다. - P53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끼면서 이게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P57

이 남자가 내가 그동안 좇고 있던 목표였단 말인가? 갑자기 두려웠다. 만일 그가 신이라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다면, 그녀가 여신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었을까…………… 그럼 그들이 갖고 있다고 믿었던 ‘특별한 사랑‘도 혹시 환상이었을까……………. - P67

광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나는 연예인의 길에 들어선 것에 대한 회의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다른 동료들은 모두 어느 시점이 되면 ‘연예인이 정말 내 적성에 맞나?‘ 하고 회의가 든다는데, 나는 점점 더 신이 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꾸었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꿈을 잃어버렸다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 P71

‘20년 뒤를 보자‘ - P72

20년 뒤에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나는 몸 관리, 춤 연습, 노래 연습, 음악 공부를 매일 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가수들이 놀 때, 쉴 때, 잘 때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아껴 썼다. 불규칙한 가수생활 속에서도 매일 해야 하는 루틴들을 빠짐없이 했고, 가수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조건 음악 작업을 했다. - P73

나는 지금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의 일들을 한다. 계절당 옷 두 세트를 정해놓고, 그 두 세트만 교대로 입고, 바지는 고무줄로 되어 있는 바지만 입으며, 신발도 발을 한 번에 쏙 집어넣을 수 있는 것만 신는다. 시간에 대한 강박이 이때부터 생겨난 것 같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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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화자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여자가 있는데, 이 여자와 함께 희랍어 수업을 듣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처음 밑줄친 문장은 여자와 함께 수업을 듣던 한 대학원생이 한 질문인데, 역시 대학원생이라 그런지 질문에서 예리함이 느껴졌다. 지금 학습하고 있는 희랍어의 의미를 활용하여 신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도출해내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독자인 나 또한 신의 본질적인 속성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어서 두번째 밑줄친 문장은 여자와 같은 수업을 듣던 철학과 학생의 질문인데, 앞서 대학원생이 했던 질문과 마찬가지로 이 학생의 질문도 꽤나 날카로운 질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공통된 속성을 언급한 뒤 이와 비슷한 속성을 가졌지만 예외가 되는 사례를 언급함으로써 본질적인 것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파고들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느껴졌다.

신령한 것, τὸ δαιμόνιον, to daimonion과 신적인 것, τὸ θεῖον, to theion 의 차이가 궁금한데요. 전 시간에 θεωρία , theoria에 ‘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 신적인 것, τὸ θεῖον , to theion도 ‘본다‘는 동사와 관련되어 있습니까? 그렇다면 신은 보는 존재이거나, 시선 그 자체인 건가요? - P104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는 걸 논증하는 부분에서요. 안염이 눈을 파괴해 못 보도록 만들고, 녹이 쇠를 파괴해 완전히 부스러뜨린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들과 유비를 이루는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 - P105

허기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눈부신 조도 때문에 그 안에 있는 것들이 비교적 또렷하게 보인다는 사실에 놀라곤했어. 그 차갑고 선명한 공간이 마치 얼어붙은 낙원 같아서,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둔 채 시간을 끌었어. - P109

고대 희랍인들에게 덕이란, 선량함이나 고귀함이 아니라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하잖아. 생각해봐. 삶에 대한 사유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언제 어느 곳에서든 죽음과 맞닥뜨릴 수 있는 사람...... 덕분에 언제나, 필사적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러니까 바로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사유에 관한 한 최상의 아레테를 지니고 있는 거 아니겠니? - P113

찬란한 것,
어슴푸레하게 밝은 것,
그늘진 것. - P115

이해할 수 없어.
네가 죽었는데, 모든 것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고 느낀다.
단지 네가 죽었는데,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린다고, 급격하게 얼룩지고 있다고, 녹슬어가고 있다고, 부스러져가고 있다고 느낀다. - P116

문학 텍스트를 읽는 시간을 견딜 수 없었어. 감각과 이미지, 감정과 사유가 허술하게 서로서로의 손에 깍지를 낀 채 흔들리는 그 세계를, 결코 신뢰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어김없이 그 세계의 것들에 매혹되었지. - P117

내가 감동한 것은. 오직 그 중첩된 이미지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어. - P117

플라톤의 후기 저작을 읽을 때, 진흙과 머리카락, 아지랑이, 물에 비친 그림자, 순간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작들에 이데아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내가 그토록 매혹되었던 것도 마찬가지였어. 오직 그 의문이 감각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 아름다움을 느끼는 내 안의 전극을 건드렸기 때문이었어. - P117

모든 이데아는 아름다움이며 선함이며 숭고함이라고 너는 말했지. - P118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니. 그러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데이는 좋음의 이데아와 관계맺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니. 서울과 베네치아와 프랑크푸르트와 마인츠의 광장들이 같은 하루에 모두 존재하는 것과 같이. - P118

하지만 말이야. 만일 소멸의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야.... 그건 깨끗하고 선하고 숭고한 소멸 아닐까? 그러니까. 소멸하는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깨끗하게, 아름답게, 완전하게,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진눈깨비 아닐까? - P118

이것 봐. 죽음과 소멸은 처음부터 이데아와 방향이 다른 거야. 녹아서 진창이 되는 진눈깨비는 처음부터 이데아를 가질 수 없는 거야. - P118

어둠에는 이데아가 없어. 그냥 어둠이야, 마이너스의 어둠. 쉽게 말해서 0이하의 세계에는 이데아가 없는 거야. 아무리 미약해도 좋으니 빛이 필요해. 미약한 빛이라도 없으면 이데아도 없는 거야. 정말 모르겠어? 가장 미약한 아름다움, 가장 미약한 숭고함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플러스의 빛이 있어야 하는 거야. 죽음과 소멸의 이데아라니! 너는 지금 동그란 삼각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야. - P119

라틴어를 곧잘 하는 친구들도 희랍어의 문법에는 두 손을 들었으니까. 바로 그 복잡한 문법체계가ㅡ수천 년 전에 죽은 언어라는 사실과 함께ㅡ나에겐 마치 고요하고 안전한 방처럼 느껴졌어. 그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차츰 나는 희랍어를 잘하는 신기한 동양애로 알려지기 시작했지. 자력에 이끌리듯 플라톤의 저작들에 이끌린 건 그 무렵부터였어. - P120

한칼에 감각적 실재를 베어내버리는 불교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그러니까 내가, 보이는 이 세계를 반드시 잃을 것이기 때문에. - P120

그 새벽에, 왜 나는 너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지 못했을까. 왜 너처럼 용기를 내서, 대범하게 상처를 감수하며 되물을 수 없었을까. 나의 조건이 그렇다면 너의 조건은, 바로 너의 조건은 너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느냐고. - P120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 P120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때, 내가 이끌고 온 모든 경험의 기억을 나는 결코 아름다웠다고만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 P120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는. - P121

모든 존재의 뒤편에 물 위의 환한 그림자처럼 떠올라 있는.
모든 존재가 수천의 눈부신 꽃으로 피어나 세계를 싸안고 있는, 열여섯 살의 내가 온 힘으로 붙들었던 화엄華嚴. - P121

물리적 실재와 시간.
무無에서 뜨겁게 폭발하며 태어난 세계.
전진하기 전에 영원히 서성이고 있었던 시간의 씨앗.
그래, 시간.
보르헤스가 자신을 태우는 불이라고 불렀던 것.
그 수수께끼를 한 순간 쏘아져 영원히 날아가는 화살을, 그 안에서 불붙은 채 소멸에 맞서는 생명을 너는 맨손으로 만지고 싶어했지. - P122

넌 나에게 말했지.
병실의 벤젠 냄새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아름다움은 오직 강렬한 것, 생생한 힘이어야 한다고.
삶이란 게 결코 견디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꾸는 건 죄악이라고.
그러니까, 너에게 아름다운 건 붐비는 거리였지.
햇빛이 끓어 넘치는 트램 정류장이었지. - P123

네가 나를 처음으로 껴안았을 때, 그 몸짓에 어린, 간절한, 숨길수 없는 욕망을 느꼈을 때, 소름끼칠 만큼 명확하게 나는 깨달았던 것 같아.
인간의 몸은 슬픈 것이라는 걸. 오목한 곳, 부드러운 곳, 상처 입기 쉬운 곳으로 가득한 인간의 몸은. 팔뚝은. 겨드랑이는. 가슴은. 살은 누군가를 껴안도록 껴안고 싶어지도록 태어난 그 몸은. - P124

그 시절이 지나가기 전에 너를 단 한 번이라도 으스러지게 마주 껴안았어야 했는데.
그것이 결코 나를 해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끝내 무너지지도, 죽지도 않았을 텐데. - P124

ἐπὶ χιόνι ἀνὴρ κατήριπε
χιὼν ἐπὶ τῇ δειρή.
ῥύπος ἐπὶ τῷ βλέφαρῳ.
οὐ ἐστι ὁρᾶν

αὐτῷ ἀνὴρ ἐπέστη
οὐ ἐστι ἀκούειν

한 사람이 눈 속에 엎드려 있다.
목구멍에 눈雪.
눈두덩에는 흙.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이 그 앞에 멈춰 서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 P127

그렇지 않다고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할 거라고. 단지 아주 뿌옇게 될 뿐이라고.
그게 뭔지 나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어요.
오른쪽 눈을 감으면, 그때 이미 아주 나빴던 왼쪽 눈으로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으니까. - P146

혈육들을 추억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어둡고 단단하던 그의 얼굴이 연해진다. 어렴풋이 밝아진다. - P146

아무것도 잘 기억나지 않아요. 이탈리아의 다른 어떤 것도. 미술품이며 성당, 음식 같은 것도. 단지 거기, 카타콤베 묘지만은 잊을 수 없어요.
..... 그곳은 죽은 자들의 도시더군요. - P153

여러분 눈앞에, 관 속에 보이는 흙을 분석하면 칼슘과 인 성분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천 년이 흐르면, 사람의 뼈가 삭아서 이런 흙이 되는 겁니다. - P153

・・・・・・ 토할 것 같았어요.
내가 보고 있는 흙이 무서워서.
그 흙이 내 몸에 묻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어요.
너무 어두웠어요.
모조리 똑같아 보이는 세 갈래 갈림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어요. - P154

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핏자국이 덧씌워진다. 담담함 위에 담담함이, 미소 위에 미소가 짓눌러진다. - P155

오래전에는 해가 진 직후와 해가 뜨기 직전의 어스름을 호呼......로 시작되는 한자어로 불렀다고 했다. 멀리서 오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어, 큰 소리로 불러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는 뜻의 단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서양식 표현과 비슷한 연원을 가진, 호......로 시작되는, 끝끝내 완전해지지 않는 그 단어가 목구멍보다 깊은 곳에서 뒤척인다. - P157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아보았다. 그녀의 시간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어긋난 것 같았다. 암석들의 단층처럼 날카롭게 어긋나 다시는 그녀의 시간이 그들의 시간과 겹쳐질 수 없을 것 같았다. - P160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몸에 눈꺼풀과 입술이 있다는 건.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잠길 수 있다는 건. - P161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면,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어떤 감정도 없이, 먼 친분이 있을 뿐인 타인을 기억하듯 그녀는 그날의 자신을 기억한다. - P164

세 치의 혀와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 헐거운 말들, 미끄러지며 긋고 찌르는 말들, 쇳냄새가 나는 말들이 그녀의 입속에 가득 찼다. 조각난 면도날처럼 우수수 뱉어지기 전에, 막 뱉으려 하는 자신을 먼저 찔렀다. - P165

화해할 수 없었다.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이 모든 곳에 있었다. - P166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 P167

어두운 초록색 흑판에 백묵으로 문장을 쓸 때 나는 공포를 느껴요. 방금 내가 쓴 글씨지만, 십 센티미터 이상 눈에서 떨어지면 보이지 않아요.
암기한 대로 소리내어 읽을 때 공포를 느껴요.
태연하게 내 혀와 이와 목구멍으로 발음된 모든 음운들에 공포를 느껴요.
내 목소리가 퍼져나가는 공간의 침묵에 공포를 느껴요.
한번 퍼져나가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단어들,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단어들에 공포를 느껴요. - P167

안개 속을 나아가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 도시의 겨울에 종종 찾아오던, 새벽에 호수에서 시가지로 밀려온 안개가 저녁까지 걷히지 않던 날처럼.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들이 안개에 덮여 흔적도 보이지 않는 회색 건물들 사이를, 축축한 석벽에 바싹 몸을 붙이고 천천히 걸어야 하던 밤처럼. 아무도 자전거를 타지 않던 밤, 사람의 자취 없이 무거운 발소리들만 들려오던 밤, 아무리 더 나아가도 싸늘한 집에 다다를 수 없을 것 같던 밤처럼. - P168

그녀는 그의 말을 똑똑히 듣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는 모른다. 그녀는 그를 똑똑히 보고 있다. 그것 역시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는 모른다. - P169

가늘게 떨리는 획과 점 들이 두 사람의 살갗을 동시에 그었다가 사라진다. 소리가 없고 보이지 않는다. 입술도 눈도 없다. 떨림도, 따뜻함도 곧 사라진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 P170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단어들이 보도블록에, 콘크리트 건물의 옥상에, 검은 웅덩이에 떨어진다. 튀어오른다.
검은 빗방울에 싸인 모국어 문자들.
둥글거나 반듯한 획들, 짧게 머무른 점들.
몸을 구부린 쉼표와 물음표. - P175

내가 말했지. 언젠가 너 자신이 성립 불가능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 거라고. - P177

그녀의 얼굴에서 가장 부드러운 곳을 찾기 위해 그는 눈을 감고 뺨으로 더듬는다. 선득한 입술에 그의 뺨이 닿는다. 오래전 요아힘의 방에서 보았던 태양의 사진이 그의 감은 눈꺼풀 속으로 타오른다.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의 표면에서 흑점들이 움직인다. 폭발하며 이동하는 섭씨 수천 도의 검은 점들. 그것들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아무리 두꺼운 필름조각으로 가린다 해도 홍채가 타버릴 것이다. - P183

눈을 뜨지 않은 채 그는 입맞춘다. 축축한 귀밑머리에, 눈썹에. 먼 곳에서 들리는 희미한 대답처럼. 그녀의 차가운 손끝이 그의 눈썹을 스쳤다 사라진다. 그의 차디찬 귓바퀴에 눈가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흉터에 닿았다 사라진다. 소리없이, 먼 곳에서 흑점들이 폭발한다.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난다. - P184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어요.

울음을 터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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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어느 한 요리사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처음 밑줄친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이 창의성이 남달라 보이는 요리사인 듯하다.

저자는 이 요리사의 창의성과 관련된 얘기를 함과 동시에 그녀가 직접 개발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게 된 대표 메뉴가 어떤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제한된 시간의 압박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결핍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그것들을 오늘 나온 내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시간이 결핍되어 있다고 느낄 때가 오히려 시간이 무한정 주어질 때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어떤 것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글을 쓰다가 문득 이와 유사한 사례 하나가 생각났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평소에는 공부를 안하다가도 시험이 임박하면 주의력과 집중도가 급격히 상승했던 경험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것도 어쩌면 나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결핍감으로 인해 나오는 집중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슬슬 이 책에 조금씩 흥미가 붙기 시작했는데, 뒤이어지는 내용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채소는 땅에서 나는 사탕이라는 신념 - P-1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기량을 연마해 온 요리사였지만, 사실 이 요리사의 대표적인 요리는 두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의 극심한 압박 속에서 탄생했다. - P-1

창의력의 폭발은 여러 달 혹은 여러 해 동안 각고의 노력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간 제한이라는 압박이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고, 이전의 노력을 당장 급한 어떤 결과물로 압축해 내도록 만든다. - P-1

아이디어야 많지만 이것들을 한데 묶어서 최종적인 완성본을 만들려면 이런 저런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감 기한이 임박하면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결핍이 그 모든 선택들을 강제한다. 추상적이던 것이 구체적인 것으로 바뀐다. 이 마지막 압박이 없다면, 당신은 여러 생각만 떠올릴 뿐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 P-1

결핍이 우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 - P-1

사실 사람들은 모두 어떤 요소가 부족할 때 그리고 무언가에 제한을 받는다고 느낄 때 멋진 성과를 거두며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 P-1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을 때 결핍은 우리가 가진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이 말은, 결핍이 비록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긴 하지만 어떤 이득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 P-1

중간 궤도 수정은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잘 보여준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사람들은 집중을 한다. 이런 일은 심지어 혼자서 일할 때도 일어난다. - P-1

결핍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학생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게 했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대학 생활의 모든 활동에 열심히 참가하며 하루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또한 이들은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보고했다. 아마도 대학교가 제공하는 것을 보다 많이 즐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P-1

시간 결핍이 없는 바람에 관심을 덜 받고, 심지어 잊히기까지 한 것이다. - P-1

영업직 사원들은 전체 매출 주기의 마지막 몇 주 (혹은 마지막 며칠) 동안에 가장 열심히 일한다. - P-1

급료 지급일이 다가올수록 더 열심히 일한다 - P-1

‘영국인의 정신은 시간적으로 거의 너무 늦었다 싶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 P-1

마감 기한이 생산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정확한 이유는 시간의 결핍 상황이 생겨나고 이것이 정신의 집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 P-1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굶주림 연구에서 배고픔이 배고픈 사람의 정신 맨 꼭대기에 음식을 올려놓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감 기한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제를 정신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 P-1

회의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든 혹은 대학 생활이 몇 달 남지 않았든 간에 마감 기한은 거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해당 과제에 보다 많은 시간을 쓴다. 온갖 산만한 생각들에는 덜 빠져든다. 써야 할 원고의 마감 기한이 코앞일 때는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지 않는다. 회의가 이제 막 끝나려고 할 때는 대화가 안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졸업이 코앞이니만큼 남은 대학 생활을 보다 알차게 보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 P-1

시간이 부족할 때면 사람들은 그 남은 시간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낸다. 그게 업무의 성과이든 즐거움이든 간에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집중배당금focus dividend‘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정신을 사로잡는 결핍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결과이다. - P-1

어떤 종류의 결핍이든 결핍은 당연히 집중배당금을 낳는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일상적으로 목격한다. - P-1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는다‘ ...(중략)... 여기에서 ‘사로잡는다 capture‘ 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해서, 즉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 P-1

결핍은 사람이 자의적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할 수 있게 해준다. - P-1

결핍 상태에 놓여 있지 않으면서 결핍 상태에 놓인 것처럼 꾸미기란 매우 어렵다. 집중배당금이 발생하는 것은 결핍이 자기 스스로를 우리에게 부과함으로써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개인의 의식적인 통제 범위를 초월해서(수천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 - P-1

마감 시한 그 자체가 유혹과 잡생각을 떨쳐 낸다. - P-1

자기 자신을 간지럽히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마감 기한이 없는데 마감 기한이 설정된 것처럼 스스로를 속여서 자기를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기란 매우 어렵다. 상상의 마감 기한은 그냥 상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실제 마감 기한만큼 사람의 정신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 P-1

수천 분의 1초에서부터 시작되는 결핍의 영향력은 여러 행동으로 축적되며, 이 행동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단위로 확대된다. - P-1

결핍은 우리가 빠르게 생각할 때나 느리게 생각할 때나 항상 우리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 P-1

어떤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을 무시한다는 뜻이다. - P-1

집중의 힘은 뒤집어 말하면 다른 것들을 지우는 힘이다. 쉽게 말해 결핍이 ‘집중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터널링tunneling을 하도록, 즉 임박한 결핍을 제어하는 데만 집중하도록 유도한다고 할 수 있다. - P-1

터널링은 터널 시야tunnel vision 현상을 연상하도록 일부러 선택한 용어다. 긴 터널 안에 들어가면 오로지 멀리서 빛을 발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의 사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관심을 두는 대상만 보이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터널 시야 현상이라고 부른다. - P-1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틀을 만든다는 것이고, 틀을 만든다는 것은 (나머지 것들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_미국의 소설가 수전 손택Susan Sontag - P-1

‘집중‘은 긍정적이다. 결핍은 우리로 하여금 현재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터널링‘은 긍정적이지 않다.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터널링을 유도해서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것들을 무시하게 만든다. - P-1

터널링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 P-1

마감 기한이 좁은 범위의 집중을 만들어낸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날 때 당신의 정신은 이미 가장 급한 그 필요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P-1

터널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꿈으로써 작동한다. - P-1

어떤 것 하나에 집중하면 이것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은 억제된다. - P-1

억제는 누군가에게 화가 나있을 때 발생하는 일과 비슷하다. 이런 때에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기억하는 일은 어쩐지 한층 어렵다. 당신을 신경 쓰게 하는 어떤 특성에 집중할 때 좋은 기억은 억제된다. - P-1

정신은 단지 말이나 기억만 억제하는 게 아니다. - P-1

자기에게 중요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면 신경 써야 하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덜 할 수밖에 없어진다. - P-1

목표 억제는 터널링에 내재하는 기제(메커니즘)이다. 결핍은 어떤 강력한 목표(현재의 급박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생성하고, 이 목표는 다른 목표들이나 고려해야 할 것들을 억제한다. - P-1

억제는 결핍이 가져다주는 편익(집중배당금)의 이유인 동시에 결핍이 주는 비용의 이유이기도 하다. 잡생각을 억제하면 집중이 가능해진다. - P-1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터널링에 사로잡히며 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는 이유는 하나다. 터널 속에서는 오로지 출구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P-1

우리의 정신은 비용 편익 분석이라는 미묘한 문제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마감 기한이다. 터널 시야 안에 들어오는 고려 사항은 매우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살피지만, 그 시야 바깥에 놓여 있는 것은 깡그리 무시한다. - P-1

사람은 긴장할 때보다 산만할 때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 - P-1

‘결핍에 대한 집중은 비자발적이며, 또 이 집중이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탓에 다른 일에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방해를 받는다.‘ - P-1

심지어 결핍은 우리가 다른 일을 하려고 할 때조차도 우리를 터널 안에 가두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떤 사회적 계급에 속한 사람의 결핍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 사람이 사는 삶의 나머지 영역에서 주의력이 부족해지고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

대역폭bandwidth은 우리가 가진 계산 능력, 즉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판단을 내리며 앞서 세웠던 계획을 고수하고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의 척도이다. - P-1

결핍은 우리를 끊임없이 터널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우리의 대역폭에 세금을 매기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 결핍은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역량이 발휘되는 걸 가로막는다. - P-1

집중을 하고 생각을 모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P-1

소음이 집중과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P-1

아주 사소한 산만함이 빚어내는 강력한 영향 - P-1

잡생각들이 빚어내는 소음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잡생각들은 누가 부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차보다 더 자주 출몰한다. 그리고 이 잡생각의 기차는 당신을 강제로 붙잡아 태운다. 세컨드 카를 처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또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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