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에 나오는 ‘생존 기계‘라는 표현은 그 어감이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기계‘라는 것이 뭔가 인간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나온 주석 등을 읽어보면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그 주석들을 별도로 인용하기는 힘들기에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직접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다만 개인적으론 ‘생존 기계‘ 라는 표현을 지난 여름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가 쓴《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라는 책에서 이미 접했던 터라 그닥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졌다. 또한《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지금 내가 읽고 있는《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들이 있었기에 예전에 한 번 접했던 내용을 다시금 복습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생존 기계다. 여기서 ‘우리‘란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다. 지구상 생존 기계의 총수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심지어 종의 총수마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 P79

생존 기계는 종류에 따라 그 외형이나 체내 기관이 매우 다양하다. ...(중략)... 그러나 그들의 기본적인 화학 조성은 다소 균일하다. 특히 그들이 갖고 있는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는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종류의 분자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 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 기계다. - P79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여러 종류의 생활 방법이 있는데, 자기 복제자는 이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 다종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다. 심지어 독일의 맥주잔 받침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보잘것없는 작은 벌레도 있다. 이처럼 DNA는 매우 신비하게 일한다. - P79

오늘날 DNA는 생존 기계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다만 이 책의 11장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새로운 권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예외로 한다면 말이다. - P80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이다. 단백질 분자가 아미노산의 사슬인 것과 같이 DNA 분자도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이다. - P80

DNA 분자는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그 정확한 형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의 나선형 사슬, 즉 ‘불멸의 코일‘인 ‘이중 나선‘으로 되어 있다. - P80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단위는 단지 네 종류밖에 없다. 그 이름은 줄여 A, T, C, G라고 한다. 이 점은 모든 동식물에서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이 연결되는 순서다. 인간의 구성 요소 G는 모든 점에서 달팽이의 구성 요소 G와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구성 요소 서열은 달팽이의 것과 다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과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나) 다르다(일란성 쌍생아라는 특수한 경우는 제외하고). - P80

DNA는 우리의 몸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몸의 한곳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각 세포에 분포해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수는 평균 약 10^15개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세포들 각각에는 그 신체에 대한 완전한 DNA 사본이 들어 있다. 이 DNA는 뉴클레오티드의 A, T, C, G라는 알파벳을 이용해 몸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설명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마치 거대한 건물의 모든 방에 그 건물 전체의 설계도가 들어 있는 ‘책장‘이 있는 것과도 같다. 세포 내의 ‘책장‘은 핵이라고 불린다. - P81

인간의 설계도는 46권이나 되며 이 수는 종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각 ‘권‘을 염색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 보면 염색체는 기다란 실처럼 보인다. 유전자는 그 실에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끝나고 다음 유전자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으며, 실제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 P81

‘권‘과 염색체는 같은 뜻으로 쓰일 것이다. 또 ‘페이지‘는 유전자와 같은 뜻으로 쓰일 것이다. 비록 유전자 간의 경계는 책의 페이지 사이의 경계만큼 분명치는 않지만 말이다. - P81

설계도를 그린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명서인 DNA는 자연선택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81

DNA 분자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복제다. 즉 DNA 분자는 스스로의 사본을 만든다. 이 과정은 생명 탄생 이래 쉬지 않고 계속되어 왔으며, DNA 분자는 복제를 아주 잘한다. 성장한 인간은 10^15개의 세포로 되어 있지만, 처음 수정되었을 때는 설계도의 원본 하나가 들어 있는 한 개의 세포였다. 이 세포는 각기 설계도 사본을 받은 두 개의 세포로 분열된다. 분열은 계속되어 세포 수는 4, 8, 16, 32...로 증가하여 몇 조가 되고, 분열할 때마다 설계도 DNA는 거의 착오 없이 복제된다. - P82

DNA가 복제되는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몸을 만들어 내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 P82

DNA는 다른 종류의 분자, 즉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앞 장에서 언급한 헤모글로빈은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 분자의 한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네 종류의 알파벳으로 암호화된 DNA의 메시지는 단순한 기계적 방법에 의해 또 다른 알파벳으로 번역된다. 이 알파벳은 아미노산의 알파벳이며 단백질 분자를 지정한다. - P82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몸을 만드는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 방향으로 가는 작은 첫걸음이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일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을 섬세하게 제어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한다. - P82

유전자는 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제어 과정은 엄격하게 일방통행이다. 즉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일생 동안 아무리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을지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한다.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 P83

유전자가 배胚 발생을 제어한다는 사실이 진화에서 갖는 중요성은 유전자가 부분적으로나마 장래에 자신이 생존하는 데 책임이 있다는 데 있다. 유전자의 생존은 자신이 살고 있고 그 제조를 도왔던 몸의 효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P83

먼 옛날 자연선택은 원시 수프속에서 자유로이 떠다니는 자기 복제자의 차등적 생존에 따라 이루어졌다. 지금의 자연선택은 생존 기계를 잘 만드는 자기 복제자, 즉 배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이 뛰어난 유전자를 선호한다. - P83

자기 복제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다.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에 근거하여 경쟁 분자 사이에서 자동적으로 벌어지는 선택이라는 낡은 과정은 아직도 먼 옛날과 같이 맹목적으로,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계속된다. - P83

유전자는 선견지명이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다. 유전자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 - P83

현대의 자기 복제자는 무리를 짓는 습성이 대단히 강하다. 하나의 생존 기계는 하나가 아닌 수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운반자다. 몸을 제조한다는 것은 유전자 각각의 기여도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협력 사업이다. - P84

당신의 왼쪽 슬개골이나 당신의 손톱 등 명확한 형태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몸은 유전자 각각이 만들어 내는 여러 부분으로 분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백 개나 되는 유전자가 협동해서 신체 일부를 대부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P504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몸의 한 부위가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한 유전자의 효과가 다른 많은 유전자들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 P84

다른 유전자 무리의 작용을 제어하는 마스터 유전자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설계도로 치면 설계도의 페이지 각각에는 건물의 각 부분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고, 각 페이지의 내용은 수많은 다른 페이지의 내용을 참조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과 같다. - P84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여행할 때 아무리 독립적이고 자유로울지라도 그것은 배 발생 과정을 제어하는 데 전혀 자유롭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서로 간에, 그리고 외부환경과 협력하고 상호 작용을 한다. - P505

길든 짧든 다리를 혼자 힘으로 만드는 유전자는 없다. 다리를 만드는 일은 많은 유전자의 협력 사업이다. 이때 외부 환경의 영향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결국 다리는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대립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때보다 다리를 더 길게 만드는 하나의 유전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 P505

유전자는 혼자 있을 때 ‘좋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 풀 내 다른 유전자를 배경으로 할 때 좋은 것이어야 선택된다. - P506

좋은 유전자는 수 세대에 걸쳐 몸을 공유해야 할 다른 유전자들과 잘 어울리고 또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 P506

유전자 복합체가 개별적인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바로 성性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 P84

유성생식은 유전자를 섞는다. 이것은 개체의 몸이란 일시적인 유전자의 조합을 위한 임시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P84

하나의 개체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조합은 일시적이지만 유전자 자체는 잠재적으로 수명이 매우 길다. 유전자의 길은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다. 한 개의 유전자는 수많은 개체의 몸을 연속적으로 거쳐 생존하는 단위라고 생각해도 좋다. - P85

인간의 몸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가 46권 속에 분명하게 그려져 있다 - P85

46개의 염색체는 염색체 23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세포의 핵 속에 정리되어 있는 것은 23권의 설계도에 대한 대립되는 두 세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들을 1a권과 1b권, 2a권과 2b권... 23a권과 23b권이라고 부르자. - P85

우리는 부모로부터 각각 염색체를 받는다. 이 각각의 염색체는 부모의 정소 또는 난소 안에서 조립된 것이다. 예컨대 1a권, 2a권, 3a권 ⋯ 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고 1b권, 2b권, 3b권 ⋯ 은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다. 실제로는 대단히 복잡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어떤 세포의 46개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23개와 어머니에게서 유래한 23개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 P85

한 쌍으로 된 염색체는 전 생애 동안 서로 물리적으로 붙어 있지도, 가까이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들을 ‘쌍으로 되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각 권의 페이지가 어머니에게서 유래한 특정한 권의 페이지와 대응한다는 의미에서다. - P85

때로는 대응하는 두 페이지에 같은 것이 쓰여 있는 경우도 있으나 눈동자 색깔의 예와 같이 다를 수도 있다. 이들이 모순된 ‘추천‘을 할 때 몸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한쪽에 적힌 내용이 다른 쪽의 내용보다 우세하다. - P86

무시되는 유전자를 열성 유전자라고 한다. 열성 유전자의 반대는 우성 유전자다. - P86

더 일반적인 경우에는 대립하는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을 때 그 결과가 일종의 타협으로 나타난다. 즉 몸은 중간 형태를띠거나 양쪽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 P86

갈색 눈의 유전자와 청색 눈의 유전자같이 두 개의 유전자가 염색체의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경우, 이들을 서로의 대립 유전자allele 라고 부른다. - P86

항상 모든 유전자는 개개의 생존기계 속에 구속되어 있다. 유전자는 우리가 수태될 때 할당받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87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한다. - P87

감수 분열이라고 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 P87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 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이한 세포다. - P87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이다. 거기에서는 46개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만들어진다. - P87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정소 내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보통의 세포가 감수 분열하여 만들어진다. - P88

권(염색체)을 낱장을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바인더로 가정했던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정자가 만들어질 때 어떤 한 페이지 또는 여러 페이지 뭉치가 빠지고, 짝이 되는 권에서 이에 해당하는 페이지나 뭉치와 바뀌는 것이다. - P88

어떤 정자에서 제1권은 1a권의 첫 페이지에서 65페이지까지, 그리고 그다음은 1b권의 66페이지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을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나머지 22권도 만들어진다. 따라서 어떤 한 개체에서 만들어진 모든 정자 세포는 서로 다르다. 그의 모든 정자세포가 46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진 동일한 세트의 작은 조각에서부터 23개의 염색체를 조립하여 만들어졌더라도 말이다. 난자는 난소 내에서 같은 식으로 만들어지고 역시 모든 난자 세포는 서로 다르다. - P88

정자 또는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아버지 쪽의 염색체 조각들은 서로 떨어져서 어머니 쪽 염색체의 해당 조각과 바뀐다 (여기서 아버지 쪽, 어머니 쪽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자를 만드는 개체의 부모에게서 유래하는 염색체라는 의미다. 즉 그 정자가 수정하여 만드는 자손의 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 유래하는 염색체를 뜻한다). 염색체의 조각이 교환되는 이 과정을 교차라고 한다. - P89

교차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상, 당신이 현미경으로 자기 정자(당신이 여자라면 난자)의 염색체를 들여다보며 아버지로부터 온 염색체와 어머니로부터 온 염색체를 구별하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이것은 보통의 체세포와는 현저히 대조적이다). - P89

한 개의 정자에 들어 있는 염색체는 어떤 것이든 어머니 쪽 유전자와 아버지 쪽 유전자의 모자이크로 만들어진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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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자가 메트 그리스관에 견학 온 학생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을 토대로 아테나 여신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바로 뒤이어지는 내용(p.206)에서 저자가 갖고있는 예술을 대하는 마인드 혹은 태도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저자는 예술이라는 것을 너무 고상하게만 바라보기보다는 내가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만큼 느끼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술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두기보다는 가능한 한 가까이서 보고 느끼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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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눈길을 끌었던 내용 중에 종교라는 뜻을 지닌 영어단어 religion 의 어원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있다.(p.214)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그냥 무작정 외우는데 급급하여 어원에 대해 그닥 깊이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읽은 본문에 나온 어원의 의미를 알게 되자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임에도 그 뜻이 다시 한 번 새롭게 느껴졌다. 본문에 나온 의미를 통해 추론해보자면 religion 이라는 단어는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 혹은 둘 사이에 서로 교감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 이런 추론에 어느정도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애초에 신 같은 건 없다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뭐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간에 그냥 주관적인 내 생각일 뿐이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오디세이』에서 아테나는 오디세우스가 자신감과 영감을 회복해야 할 때마다 나타나. 그런 느낌 있잖아... 상태가 별로인 채로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용기가 생기면서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 - P205

"오늘날 우리는 그 변화가 인간의 내부에서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렇게 믿지 않았어. 그들에게 힘이란 모두 외부로부터 비롯한 것이었고, 그 힘은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운명을 좌지우지하듯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힘이었어. 아테나는 마음을 꿰뚫고 변화시키는 방식 때문에 ‘가까움의 여신‘이라고도 불렸어." - P205

나는 여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아마 마음을 좋은 쪽으로 바꿔놓는 경우가 많았겠지. 그녀를 좀 더 들여다봐. 그리스인들이 지혜가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너희도 아테나가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는지 한번 보렴." - P206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 P206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 P206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 P206

페즈fez(오스만제국 시대에 전파된 원통형 모자의 한 종류로 모로코와 튀르키예 남성들이 주로 착용한다) - P207

마드라사(아랍어로 모든 종류의 학교를 일컫는 말) - P209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이슬람의 디자이너들은 항상 가장 단순하고 가장 원시적인 모양인 원에서 시작해 그것을 분할하면서 그 안에 새길 수 있는 다양한 모양들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몇몇 선들은 지우고 또 다른 선들은 무한한 모눈종이 위로 연장하고 반복하며 그 합일성으로 신을 상징하는 원에서 파생한 무수히 많은 패턴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원에서 출발한 흔적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슬람의 교리중 하나인 다양성의 바탕이 되는 통합성을 보여준다. - P212

‘종교religion‘는 ‘묶음ligature‘과 마찬가지로 ‘ligio‘라는 어근을 갖고 있다. 기본형일 때 ligio는 연결 혹은 어떠한 공동체가 인식하는 근본적인 진실에 다시 집중하고 교감함을 뜻한다. - P214

나는 특정한 종교적 전통을 섬기지는 않지만 종종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소한 걱정들 대신 더 근본적인 것들과 교감할 필요를 느낀다. - P214

"워싱턴 하이츠(맨해튼 북쪽 지역을 일컫는다. 미국에서 억양을 지적하며 누군가를 토박이와 구분 짓는 것은 차별적 발언에 해당한다. 이에 하다드 씨는 자신이 뉴욕에서 자란 것을 밝히며 간결하게 대처한 것이다)." - P215

‘하나‘는 놀라운 다양성을 갖춘 ‘여럿‘만큼 흥미롭지 않다. - P215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서서 그 유명한 <시모네티 양탄자The Simoneti carpet>(이전 주인의 이름을 따서 시모네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양탄자로 유명했던 이집트 맘루크왕조 시대에 생산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 P216

지금 내게 보이는 것은 저물어간 거대한 세계가 남긴 작은 조각이다. - P216

1500년 즈음에 카이로에서 짜여진 이 양탄자 위를 가로질렀을 수많은 발들을 생각한다. 최초의 소유주는 맘루크 Mamluk들이었는데 그들의 역사는 일부러 현대인을 헷갈리게 하려고 작정하기라도 한 듯 복잡하다. - P216

맘루크는 주로 튀르키예인, 체르케스인, 조지아인, 압하스인으로 구성된 노예 군인 출신의 지배 계층으로 수세기 동안 카이로를 수도로 삼고 제국으로 군림했다. - P216

아바스왕조(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계승한 세 번째 칼리파국이며, 중세 이슬람의 황금시대라고도 불린다) - P216

에미르mir(에미르 혹은 아미르는 아랍어로 사령관, 총독이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에서 제후의 칭호로 사용되는 말이었다) - P216

양탄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보니 수만 개의 매듭과 실이 마치 현재와 과거, 현실의 엄청난 밀도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때는 이 네 귀퉁이 너머로 펼쳐졌던 세상이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디테일로 가득한, 모든 찬란하고 평범한 인간 드라마를 위한 무대가. - P217

나일강을 따라 수천 마일에 걸쳐 펼쳐진 땅에 존재했던 무한히 복잡했을 수천 년의 역사를 나는 고작 ‘이집트‘와 같은 작은 단어로 일컫는다. - P217

양탄자를 내려다보자니 초월적인 질문들에 추상적인 답을 구하려는 노력이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더 많이 탐구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테고, 그럴수록 내가 본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 - P217

세상은 서로 섞이기를 거부하는 세밀한 부분들로 가득한 것이리라. - P217

이븐 아라비에게는 뭔가 아주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그는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또 그에 필요한 도구도 이미 우리에게 있다고 말한다. 월트 휘트먼(미국 문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한 사람으로 ‘자유시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의 시처럼 "그래, 바로 당신"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으로 보인다. - P220

이븐 아라비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매우 다른 시각이 있다. 첫 번째는 현실을 인식하도록 세밀하게 조정된 의식의 일부로서 마음 한가운데 자리한 인지 능력이다. 이 거칠 것 없는 능력은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깨달아 진실이 (혹은 신이) 노골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한다. 이슬람 전시관의 미흐라브가 내게 일깨우는 바와 같은 시각이다. - P220

하지만 우리는 논리적인 두뇌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의 얼마나 작은 부분밖에 보지 못했는지, 그 궁극적인 또는 다면적인 현실을 해독하는 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상기시킨다. 이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면 우주의 진리는 멀리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진실은 불가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시모네티 양탄자>가 내게 일깨우는 바와 같은 종류의 시각이다. - P220

이븐 아라비는 위의 두 가지 시각을 조화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그것은 마치 사람의 얼굴에 두 개의 다른 눈이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펼친다. 우리에겐 두 가지 시각이 모두 필요하며, 심장이 뛰는 것에 맞춰 각각의 시각으로 초점을 전환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 P221

워터링홀(서민적인 펍이나 바를 일컫는 말) - P225

해피 아워(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맥주, 와인, 칵테일 등 주류를 할인하는 이른 저녁 시간대를 말한다) - P225

캐니언 오브 히어로즈(‘영웅들의 협곡‘이라는 의미. 맨해튼 금융가를 가로지르는 로어 브로드웨이 부분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2차 대전 승전 기념 행진을 비롯해 스포츠 게임 승전 퍼레이드가 많이 벌어진다. 길 양옆으로 높은 건물들이 늘어서 ‘협곡‘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 P227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The Abduction of the Sahine Women> (이탈리아 반도에 살고 있던 사비니인들을 제국 초기의 로마인들이 납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P228

미라? 모네의 <수련>? 메리 카사트? - P228

"뚱뚱한 사람을 홀쭉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 P229

‘작은 사람들한테는 작은 힘이 어울리지... 인생이 그래.‘ - P230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신발 바닥에 붙은 껌같은 취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 P230

한 번씩 당신은 경비원 따위일 뿐이라는 걸 아주 확실하게 상기시켜주는 녀석들을 겪지 않고는 경비원으로 일할 수 없다. 기분이 괜찮을 때는 이런 건 모욕으로 긴주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바닥일 때는 때때로 이 불량배들이 의도하는 것처럼 작고 힘이 없다고 느끼고 만다. 그래도, 적어도 이런 날에는 그들을 우리가 술집에서 늘어놓는 무용담에 등장하는 악당으로 만들 수는 있다. - P231

우리 넷 중 일부러 미술관 경비원이 된 괴짜는 나뿐이다. 사이먼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블레이크는 지질학을 전공했다. 루시는 시 전공으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 네 사람의 삶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금 바로 이 모습, 이것이 삶이라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P231

밤이 깊어지고 취기가 오르면서 우리는 덜 어리석고, 더 진지해지며, 덜 조심스럽고, 더 연약해진다. - P232

나는 이런 식으로 선호도를 가리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곤했다. 이 팀, 저 구역, 대장, 휴게 시간 스케줄 등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주변을 에워싼 마법을 스스로 깨는 행동이다. - P233

에마누엘 로이체 Emanuel Leutze는 미국 예술 최고의 원 히트 원더(대중음악 등의 문화계에서 단 하나의 대표작만 크게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말)다. - P235

작품에 대해 경건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혼자만의 특이한 관심 분야들을 개발해나가는 내 모습이 딱히 싫지 않다. - P235

메인 회화 전시실 바로 아래에는 메트를 통틀어 가장 이상하고 다양한 것들이 모여 있는 장소 중 하나인 메자닌 공간이있다. 이 ‘공개된 수장고‘에는 정식 전시실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수만 개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 - P236

메자닌에도 ‘예술품‘은 있다. 단지 흥미롭게도 그 물건에 주목하게 만드는 거창함을 생략한 채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 P236

자브 페럿, 토머스 브루스터 쿨리지 부인, 앙리 라 투렛드 그루트 씨, - P236

시작은 그렇게 위대하지 않았다. 루브르 같은 박물관은 왕실 소장품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지만 메트는 일반 시민들,
즉 첫 번째 이사회의 구성원인 상인, 금융가, 개혁운동가, 예술가들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삼아야 했다. 상당 기간 동안 메트는 전시할 가치가 큰 유물들을 소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계획보다는 우연에 더 가까운, 기증이나 유증과 같은 뜻밖의 횡재에 의존했다. - P238

나는 작품의 라벨을 끝까지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두 단어로 이루어진 똑같은 구절이 도처에 보인다는 걸 깨닫게 됐다. "로저스 펀드." 메트는 기증, 유증, 구매를 통해 작품을 취득하는데 제이콥 S. 로저스만큼 메트의 구매력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기관차 제조업자였던 로저스는 토머스 제퍼슨이 살아 있던 1824년에 태어나 루이 암스트롱이 태어나기 한 달 전인 1901년에 세상을 떠났다. 미국의 짧은 역사를 다시 실감한다. - P238

에페메라(일회성에 가까운 광고의 용도로 만드는 포스터, 카드, 티켓, 카탈로그 등의 종이 인쇄물을 총칭하는 말) - P241

페르시아의카만체, 일본의 고토, 수우족의 구애용 플루트,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 P242

방문객들은 누군가가 예술품을 직접 다루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드물게 허락되는 경우를 매우 좋아한다. 열정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이 악기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을 목격한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 P242

당신이라면 자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현악기)에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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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부동산 ‘보유‘와 ‘거주‘ 개념과 더불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간단한 예시와 함께 시작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주택담보대출 LTV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1주택자의 부동산 관련 몇가지 의사결정 시나리오에 관한 내용들이 소개된다. 기존에 부동산 시장에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는 분들에게는 기초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부동산 시장의 작동 원리와 행태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교보재가 될 만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2년 보유 사항을 지키지 못하면 많은 세금을 감수해야 한다. 1년 안에 집을 팔면 차익의 약 70%를 세금으로 낸다. 그리고 2년 안에 팔면 세금이 약 60%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만약 A씨가 부동산을 샀는데,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 1년간 1억 원이 올라서 바로 판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7,000만 원이 세금으로 날아간다. 그렇기에 아무리 집값이 폭등해도 좀 더 기다리며 2년을 채우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다. 결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 P177

부동산시장 분위기와 경제 상황에 따라서 국가에서 지정하는 규제지역은 종종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 P178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시 해당 부동산 가격이 9억 원 이하일 경우에는 LTV 40% 적용, 9억 원 이상은 LTV 20% 적용, 15억원 이상이라면 전혀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 P178

투기과열지구는 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轉賣 제한(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최대 5년), 청약 1순위 제한, 5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신규 주택 75% 우선 공급,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의 제한도 뒤따른다. - P178

조정대상지역은 지난 3개월간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에 한해서 지정할 수 있다. - P178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시 해당 부동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LTV 50%, 9억 원 이상은 LTV 30%가 적용된다. 서민과 실수요자에게는 5억 원 이하의 주택에 LTV를 70%까지 적용한다. - P178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둥기를 완료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 제한(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최대 3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분양권 전매 시 50% 단일 세율 적용, 1순위 청약 자격강화 등의 규제가 있다. - P179

정부에서 2022년 9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39곳의 투기과열지구와 60곳의 조정대상지역이 있다. 같은 해 7월5일에 발표했던 43곳의 투기과열지구와 101곳의 조정대상지역 명단과는 수나 대상지역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 P179

투자 전에 반드시 해당 명단을 찾아서 참고하기를 바란다.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주택 공급이 늘어나 수요가 뒤따르지 못해 시장이 침체되었다고 판단하면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 P179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통틀어서 규제지역으로 보면 되고, 그 밖의 지역이 비규제지역이다. - P179

조정대상지역 해제란 한마디로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낮추거나 풀어준다는 의미다. 양도세 중과가 조정대상지역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을 2채 보유했을 경우 양도세 20% 추가, 3채라면 양도세 30%를 추가로 내야 한다. - P180

정치적인 이야기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으나, ‘양도세 중과폐지‘와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같은 말이다. 다만 전자의 표현보다 후자의 표현이 국민이 느끼는 거부감이 덜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부자들의 세금을 낮추어주는 정책을 반기거나 옹호하는 국민은 얼마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 P180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집값 상승이 억제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투기적인 수요를 억제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세금(확대), 대출(축소), 청약조건 등으로 규제한다. 그런데 이 경우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가 부동산 시장에서 종종 벌어진다. 어느 한곳을 조정지역으로 지정했더니 수요가 주변으로 점차 확대되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조정지역으로 묶이는 일이 벌어진다. 거꾸로 조정지역을 해제할 경우, 세금이 줄고 대출이 늘며 청약 조건이 완화되어 억눌려 있던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 P180

부동산 투자자라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항상 정부의 정책 변동 추이와 시장 상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P180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서 수시로 바뀐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움직인다. - P180

부동산의 본질은 레버리지다. 누구나 집을 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끌어올 수 있는 자산부터 모두 계산한 후에 이후의 과정을 어림해봐야 한다. 돈이 많아서 현찰로 집을 사는 사람이라면 걱정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레버리지로 집을 구매한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담보대출, 즉 LTV다. - P182

LTV는 주택을 담보로 그 가치에 따라서 대출해주는 제도다. 그러므로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담보의 가치가 높아져 더 많은 돈을 대출할 수 있다. - P183

주택 가치는 한국감정원, KB부동산 시세, 국세청 기준시가 등으로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빌라나 다세대 주택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삼지만,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는 시세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정도의 사항만 알아두면 좋다. - P183

LTV는 주택의 해당지역, 주택가격, 소유자가 보유한 주택 수 등에 따라서 개인별로 적용이 다르다. - P183

LTV=(은행의 대출 금액/담보 매물의 실제 가치)×100 - P183

모름지기 투자는 항상 정책과 규정, 때에 맞는 시장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 P183

DTI 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 P183

지역별 특성에 따른 LTV 차이, LTV 적용 이후 DSR Debt Service Ratio (채무 상환 비율)반영 차이 등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정확한 지역별 LTV 기준은 투자시에 반드시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 P184

법인이 있으면 대출이나 비용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P186

규제 예외 대상인 ‘공시지가 1억 원짜리 매물‘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록 현재 수중에 지닌 투자금이 적을지라도 월급쟁이의 삶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길로 향하는 첫번째 행보가 바로 내 인생 1호 부동산 만들기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누차 말하지만, 투자는 실행이 중요하다. - P186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산다"라고 말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모으는 때가 과연 올까?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그런 시기를 일생 동안 절대로 만날 수 없다. - P187

집이 없는 사람들은 항상 집값이 비싸다고만 생각한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집값은 언제나 비쌀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혹여라도 집값이 내려간다고 해도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다 결국 집을 못산다. 즉, 무주택자는 이런 판단을 반복하면서 평생 집을 사지 못한다. - P187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우상향한다. 폭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세계가 존재하는 한,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게 필자의 견해다. - P187

집값을 모아서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런 접근법으로는 절대로 집을 살 수 없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결국 집값은 우상향할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이나 경기 불황 시절에서도 지나고 보면 결국 집값은 올랐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렇다면, 집값이 내려가는 때가 오히려 집을 마련하는 좋은 타이밍이 될 수 있다. - P187

다른 집으로 갈아타려면 먼저 가용자금부터 정확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예컨대 현재 내 집의 가격이 7억 원이고 내가 갈아타려는 집 가격이 12억 원이라면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5억 원이 더 필요하다. 이 경우 그동안 내가 모은 예금과 LTV로 얼마나 마련할수 있는지 계산해서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갈아타면 된다. - P190

이 과정에서 ‘거주와 투자의 분리‘라는 옵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세를 끼고 더 좋은 아파트를 매수한 후, 다른 곳에서 일시적으로 반전세와 같은 형태로 거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에 대출이 좀 더 완화되면 대출을 일으켜서 임차인의 전세금을 내주고, 본인이 그 집에 직접 들어가서 사는 것이다. 투자금이 부족하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P190

그러나 투자자 마인드를 갖추고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1주택자보다는 2주택자가 되기를 권한다. 1주택자에서 벗어나 2주택자의 길로 가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초석을 만들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1주택 갈아타기로는 강남의 좋은 집까지 도달하기가 정말 어렵다. 가능성이 더 큰 것은 2주택, 나아가 다주택자로 가는 길이다. - P191

참고로 집을 갈아탈 때는 하락장 시기가 도움이 된다. 상승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매물의 가격이 더 높은 곳에 있기 마련이다. 반면에 하락기에는 가격 하락에 더해서 정책적으로도 대출이 풀리고 세금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런 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나에게 이로운 투자 방향으로 상황을 설정한 후에 기존 집을 팔아서 평소에 원하던 집으로 갈아타는 시나리오가 제일 좋다. 그러다 보면 다시 상승장이 찾아와 집값이 올라서 수익을 낼 수 있다. - P191

현재 정책이 다주택의 길을 막고 있다면 꼭 주택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정책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또는 비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다. 부동산은 크게 주택과 비주택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비주택은 집을 제외한 상가, 건물, 땅 등을 말한다. - P191

게임에서 더 큰돈을 벌고 승자가 되려면 내가 사들인 지역이 싼 지역이든, 비싼 지역이든 땅값에 상관없이 그 위에 건물을 지어서 상대 게이머가 내 땅에 머물 때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 P192

결국 자산의 증식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하나씩 늘려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 P192

똑똑한 갈아타기는 자산을 증식하는 방법이지만, 다주택자가 되는 것에 비해서는 소극적인 투자 방법이다. 그래도 현재 가진 것보다 좋은 매물로 일단 한 번 정도 갈아타는 것은 좋다. 그렇게 한 번 정도 적절히 갈아타는 데 성공했다면 다음부터는 다주택자의 길로 가야 한다. 저축으로는 절대로 답을 찾을 수 없다. 다주택자의 길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 P192

집을 살 때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알면 큰 도움이 된다. 부동산 시장도 사이클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에 따라서 부동산 시장도 당연히 흐름이 존재한다.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사이클을 이해해야 한다. - P193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사항은 ‘전세가율傳貰價率‘이다. 전세가율이란, 말 그대로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뜻한다. - P193

전세가율은 집값의 향방을 알려주는 지표로 많이 참고하는 자료다. 즉, 향후 집값이 어떤 방향으로 옮겨갈지 예측하는 데 유용한 자료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실제로 거주하고 싶은 수요가 높다는 뜻이니 집값이 오르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낮으면 전세 수요가 없어서 집값이 내려간다는 신호다. - P194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나 하락세와는 상관없이 시장의 분위기는 부동산 투자를 하는 데 절대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는 없다 - P194

상승이든 하락이든 시장의 가격을 참고는 하되, 분위기에 따라서 부동산 투자를 주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장 분위기가 하락장일 때도 이를 역으로 활용해서 경매 등의 매입 방법으로 부동산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94

부동산 시장에서 영원한 하락은 없기 때문 - P195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입주 물량을 파악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어떤 지역에 향후 2~3년간 입주할 물량이 많다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거나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비록 현재 전세가율이 높아서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해도 지역의 향후 입주 물량이 얼마나 될지는 반드시 실제로 살펴봐야 한다. - P195

부동산 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의 논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즉,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른다. - P195

입주 물량 정보는 ‘부동산 지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P195

하락 뒤에는 분명히 상승이 다시 온다. - P196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데이터를 통해서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투자 시야를 넓혀가며 종합적인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 - P197

전세가율의 이해와 입주 물량을 확인하는 일, 그리고 규제지역에서 비규제지역으로 풀리는 지역의 정보 등을 하나로 모아서 투자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P197

전세가는 절대로 매매가를 뛰어넘을 수 없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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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자가 새로 들어온 신입직원 조셉이 담당하게 될 아메리카 전시관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먼저 월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벽‘에 관해 이야기한다.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짓고,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이 영국과 아메리카 원주민인 델라웨어족을 막기 위한 장벽으로 사용했다. - P171

빌 오라일리와 하워드 진(역사 대중서를 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 P173

우리는 방 전체를 가로지르며 왔다갔다 걷는다. 방은 수많은 역사적인 장소들이 그렇듯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보다 작다. 나는 조셉에게 세일럼 마녀 재판이 이보다 더 작은 방에서 벌어졌다고 말해준다. - P173

"사람들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고 상기시켜줘야 해요." - P174

가령 안내를 할 때 ‘복도 아래쪽‘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영어가 익숙지 않은 관람객들 중에서 그 말을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 P174

영원히 경비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다른 일을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너무도 단순하고 직관적인 일이고, 뭔가를 계속 배울 수 있고, 무슨 생각이든 전적으로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다고 이유를 덧붙인다. - P178

사실 내 직업을 좋아할 뿐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에 화가 난다. 이렇게 평화적이고 정직한 일에서 흠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무례하고 바보 같으며, 심지어 배신 행위라는 생각까지 든다. - P178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나무 바닥과 천 년 묵은 예술품에 감사하는 마음, 뭔가를 팔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구덩이를 파거나, 포스기를 두드리는 등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쪽을 택할 것이다. - P178

"정말이지 괜찮아요. 살아 있고, 가족이 있고, 양심을 잃지 않았으니까.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을 지금 당장 만나면 악수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괜찮아요." - P179

"이 푸른색 근무복 아래에는 정말 갖가지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 P180

정치, 음악, 책, 직장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다들 즐겨하는 직장에 관한 불평을 할 때면 약간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허락한다. 바로 그런 불평이야말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중 어느 것도 내 성격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주파수대로 들어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P182

최고의 대화 요령은 질문, 그중에서도 기나긴 대답이 필요한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P182

상대방이 자기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건 아주 만족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처음에는 놀라지만 일단 대답하기 시작하면 할 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182

경비원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의 지식에 난 커다란 구멍들을 잘 참아낸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82

시라즈는 파르스주의 주도이며 고대 페르시아의 중심지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원들과 모스크가 있는 ‘장미의 도시‘라고 했다. - P183

소위 비숙련직의 큰 장점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은 비슷한 교육을 받고 관심도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들이 어느 정도 비슷한 재능과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경비원의 세계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 - P183

미술관 경비가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출발하는 특별한 부류는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수없이 많은 형태의 사람들이 이 직업을 택하며 각자 서로 다른 동력을 가지고 일에 임한다. - P184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화의 물꼬는 이미 튼 셈이다. - P184

"시침이 눈금판 한 바퀴를 도는 여행을 다시 시작했군." - P185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 P187

"풀타임 직장에서 일하면서 창작도 포기하지 않는 건 정말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거예요." - P188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거기에 더해 허세까지 부리려면 진짜 힘들어요. 오해하진 마세요. 허세 부리는 예술을 반대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난 그런 걸 할 시간이 없을 뿐이라는 얘기예요" - P188

경비원이라면 누구라도 어두운 푸른색 근무복 아래 슬쩍 숨겨둔 비밀스러운 자아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다른경비원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 P191

부탁을 하고, 답을 하고, 감사 인사를 건네고, 환영의 뜻을 전하고… 그 모든 소통에는 내가 세상의 흐름에 다시 발맞출 수 있도록 돕는 격려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비탄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 리듬을 상실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한동안 그 구멍 안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있게 된다. - P191

여기서 일하면서 나는 메트라는 웅장한 대성당과 나의 구멍을 하나로 융합시켜 일상의 리듬과는 거리가 먼 곳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상의 리듬은 다시 찾아왔고 그것은 꽤나 유혹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가 영원히 숨을 죽이고 외롭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91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운율을 깨닫는 것은 내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깨닫는 것처럼 느껴진다. - P191

내가 삶에서 마주할 대부분의 커다란 도전들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도전들과 다르지 않다. 인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점들을 즐기고 나의 특이한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 P192

"그날이 그날 같아." - P192

예술을 흡수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러는 대신 예술과 씨름하고, 나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동원해서 그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부딪쳐보면 어떨까? 미술관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덤벼볼 만한 가치가 있는 숙제 같다. - P194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사고하는 두뇌를 잠시 멈춰뒀다면 다시 두뇌의 스위치를 켜고 자아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 P194

호메로스보다 약 150년 후, 소크라테스보다 약 150년 전의 과도기였던 고졸기古拙期 그리스(기원전 제2차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발발까지의 시기, 그리스 암흑시대와 고전기 그리스 사이의 정치·문화적 과도기다) - P198

쿠로스Kouros (그리스어로 ‘청년‘을 뜻하며, 청년의 나체를 표현한 고대 그리스 조각의 장르를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 P198

아스토리아(뉴욕 퀸스의 서쪽 지역으로 1960년대부터 그리스 출신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했다.) - P198

이 코우로스는 일종의 비석으로 세상을 떠난 남자의 유해 위에 놓여 그저 ‘이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고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P200

조각상 앞에 서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쉽게 받아들였다. 이 코우로스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나와 같은 인간의 손을 가진 예술가에 의해 조각되었다는 사실이다. - P200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의 오른쪽으로 목이 긴 암포라amphora의 감탄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암포라는 기원전 6세기에 물레 위에서 만들어 채색한 후 가마에서 구운 저장용 항아리다. 항아리의 표면에는 방금 전사한 호메로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그의 전우가 전장에서 들어 옮기는 장면이 특별히 공들여 묘사되어 있다. - P201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아킬레우스는 생명과 활력 그 자체인 인물이다. 그는 화염처럼 밝고 커다란 눈을 가진 견실한 몸의 뛰어난 주자로 격렬한 기쁨과 사나운 분노의 포효는 공기를 찢듯이 가른다. 그러나 이 암포라의 그림에 담긴 그의 몸은 애처롭게 축 늘어져 있고, 그의 정신psyche 혹은 영혼도 마지막 숨과 함께 그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psyche‘는 ‘숨‘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다). - P201

그리스식 죽음에 관해 기억나는 모든 것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이내 그리스 장례식에는 성직자가 배석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낸다. 불멸의 신들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등을 돌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201

그리스어로 장례식을 뜻하는 단어는 ‘보살피는 것‘으로 번역할 수 있다. - P201

호메로스의 말을 빌리자면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은 어둠의 우물 같은 저승을 향해 퍼덕였다." - P202

다시 한번 호메로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리스의 지하 세계는 형체도, 피도 없고, "흐릿하고 숨이 막힌다." 이 불명확한 세계에 대해 읽으며 그리스인들은 죽음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했음을 알수 있었다. 그들은 오직 삶에 관해서만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아는 것을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과 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 - P202

그것은 직립보행을 하는 종들의 특별함을 자축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어깨를 쫙 편 오만함... 살아 있다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을 아는 생명"이라고 적는다. 이건 분명 과거의 무덤을 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사실이다. - P202

옷을 벗기면 다 똑같은 몸뚱이를 지닌, 이 청년과 동류인 당신과 나, 우리 모두 - P202

호메로스시대 사람들은 하늘이 아주 구체적이고 단단한 놋쇠 돔이라고 여겼고 그 돔은 원반 모양의 지구를 둘러싼 바다에 박힌 기둥들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 P203

실증적인 성향이 매우 강했던 초기 그리스 사람들은 그들의 철학 안에 무한대나 공空의 개념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는데 두 가지 모두 자연에서 관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P203

수세기에 걸쳐 사고방식이 진화하면서도 그리스인들은 현실에 근거한 특유의 정신적인 습관을 결코 완전히 잃지 않았다. 그들 세계의 모든 것은, 심지어 그들의 신들까지도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그들의 시각예술에도 충만하다. - P203

그리스어 단어 ‘에피파니(piphany‘는 원래 ‘신의 방문‘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신의 계시와도 같은 깨달음‘을 의미하게 되었다. 나는 그리스인들은 꿈속에서나 깨어 있을 때나 끊임없이 에피파니를 경험했다고 알려준다. - P204

고전기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서양 고대 최고의 조각가 혹은 건축가로 평가받는 인물.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파르테논신전을 재건한 것이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 P204

<메디치 아테나Athena Medici> (고대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신전의 황금과 상아로 만든 아테나 대大신상을 로마 시대에 이르러 모방한 작품) - P205

"아테나는 특별한 유형의 지혜를 관장하는 여신이었어."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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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거의 1달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오늘은 만약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그 파괴력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한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저자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단지 방사능만 검출되지 않을 뿐 그 파괴력은 핵미사일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 내용과 이어지는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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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과거에 얼핏 들어봤던 ‘핼리 혜성‘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나온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단지 그 이름만 알았다면,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뒷 이야기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런게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뒤이어서 달 표면이 충돌 구덩이들로 뒤덮여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본문의 설명 자체가 실제 맞고 틀리고 여부를 떠나서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서 좀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좀 보태보자면 솔직히 지구상에 사는 인류 중에 실제로 달에 가본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것도 채 100년이 안된 것으로 아는데, 그 이전에 오랫동안 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럴싸하게 추정할 수 있을뿐 실제로 그런지 여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기반하여 독자인 나는 물리나 화학이나 생물 분야와는 별개로 어쩌면 지구과학이라는 학문은 인문학처럼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독자인 내가 과학에 무지한 탓에 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난 여름에 개인적으로 유시민 작가가 쓴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은 주관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성격이 강한 반면, 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어떤 가설에 따른 결론을 낸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근데 독자인 나는 여기서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과연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사람이 직접 달에 가서 관찰하지 않더라도 인공위성 등을 이용하여 관찰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설령 그 인공위성조차도 인간이 개발해서 궤도에 올린지가 우주의 전체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디 짧은데 어떻게 그 짧은 기간의 데이터만을 가지고 어떻게 그 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추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인지 솔직히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것이 과학계에서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근거가 소위말하는 통계적 추정같은 것에 기반한 건지 아니면 단지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인 내가 모르는 어떤 다른 도구나 방식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물론 비과학적이거나 신화적인 방식으로 신적인 존재를 설명하는 종교와는 확연히 다르겠지만 자신들의 연구방법이 객관적이라 자부하는 과학이 넓디 넓은 역사를 자랑하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연구하고 그것이 객관적이라 말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직 이 책의 1/3도 못 읽었기에 뒤에 나오는 내용들에서 이런 나의 궁금증들을 해소할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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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보니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객관적이라는 말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독자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과학도 추론이라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인문학이나 기타 다른 학문들에 비해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실제로 관측해서 얻은 값에 근거하여 거리나 시간, 크기 등을 추론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문학이나 종교의 신화 같은 것은 실제로 관측한 값 같은 것에 근거한다기보다는 단지 그냥 화자의 주관적인 생각에 근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마치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과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달의 표면에 생긴 운석공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운석공은 달 표면에 각종 소행성들이 충돌하여 발생한 구멍을 의미하는데, 본문에서는 각종 도구나 기술 등을 활용하여 운석공이 생긴 기간을 추정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추정이라는 것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수야 없겠지만 대체로 예상했던 값에 가까운 추정치를 계산해내는 걸 보면서 과학이라는 것을 왜 객관적이라고 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크기의 혜성 조각이 지구 대기와 충돌한다면 혜성은 거대하고 눈부신 불덩이로 변하고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태워 버릴 것이며 숲은 납작하게 쓰러뜨릴 것이다. 또한 이 격변에서 발생하는 굉음을 세계 구석구석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땅에는 변변한 크기의 충돌 구덩이 하나 파이지 않을 수 있다. 혜성을 이루던 얼음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다 녹아 증발하기 때문에 혜성의 조각이라고 볼 수 있는 덩어리는 지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혜성의 핵에서 나온 미세 고체 알갱이 몇몇뿐이다. - P171

작은 다이아몬드 조각들이 퉁구스카 대폭발 현장에 무수히 흩어져있음을 최근에 (구)소련의 과학자 소보토비치E. Sovotovich가 확인했다. 이런 종류의 다이아몬드 알갱이들은 운석에도 존재한다. 지표에까지 떨어진 운석 중에는 그 기원이 혜성인 것도 있다. - P171

유성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이다. 태양 근처를 통과하는 일이 반복되면 혜성은 태양의 중력과 열의 영향으로 여러 덩어리로 쪼개지고 증발하여 점차 분해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그 혜성의 원래 궤도에 흩어진다. 따라서 혜성과 지구의 궤도가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에 유성의 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무리와 지구가 만날 때 유성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 P172

지구는 매년 같은시기에 그 지역을 지나게 되므로 유성우는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매년 6월 30일을 전후로 하여 황소자리 베타별 방향에서 유성우를 보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지구가 엥케Encke 혜성의 궤도를 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카의 대폭발은 엥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혜성 한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에 생긴 사건으로 추정할 수 있다. - P172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왔으며, 마음을 흘리는 망령된 미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늘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혜성은 영원불변하고 질서정연한 위대한 코스모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존재로 여겨졌다. - P173

옛사람들은 혜성을 재앙의 전조이자, 신성한 존재의 진노를 예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혜성이 나타나면 왕자가 갑자기 죽는다든지, 한 왕조의 멸망이 멀지 않다든지 하는 미망한 생각을 했다. - P173

프톨레마이오스는 혜성이 전쟁, 가뭄 그리고 "불안한 분위기"를 가져오는 장본인이라고 생각했다. - P173

루터교의 ‘감독관 Superintendent‘, 즉 마그데부르크의 주교인 안드레아스 켈리키오스 Andreas Celichius는 1579년에 반포한 ‘새 혜성에 관한 신학적 조언‘에서 혜성에 관한 자신의 영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인간의 죄로 말미암은 자욱한 연기가 매일 매시간 매순간 피어올라 주님의 대전을 지독한 악취와 끔찍함으로 가득 채운다. 그 자욱함의 정도가 차차 심해지다가 도를 넘으면 땋아 내린 곱슬머리 모양으로 꼬리를 길게 늘어뜨려서 드디어 혜성을 이루게 된다. 천상의 최고 재판관은 이에 참다못해 크게 진노하게 되고 혜성은 진노의 열기 속에서 불살라 없어진다." - P173

뉴턴은 튀코 브라헤와 케플러의 견해를 받아들여 혜성이 달보다는 먼 곳에서, 토성보다는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혜성이 밝게 보이는 까닭은 행성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제대로 알고 있었다. - P177

"혜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다." - P177

뉴턴은 혜성도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돈다고 증명해 보였다. "혜성은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리는 일종의 행성이다." 이렇게 뉴턴이 혜성을 둘러싼 미신들을 모두 제거하고 혜성 운동의 규칙성을 예측하자, 드디어 1707년에 이르러서 그의 친구 에드먼드 핼리 Edmund Halley가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했던 혜성들이 모두 같은 혜성으로서 76년마다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계산으로 밝혀냈다. 동시에 이 혜성이1758년에 다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혜성은 때맞춰 나타났고 그래서 핼리 사후에 이 혜성은 "핼리 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 P177

유럽 14개국 연합체인 ESAEuropean Space Agency)는 지오토Giotto라는 이름의 탐사 위성을 발사하여 핼리 혜성과의 랑데부에 성공시켰다. 한편 일본은 혜성 탐사위성인 스이세이 Suisei와 사키카케 Sakikake를, (구)소련은 베가(Vega 1, 2호 우주선을 핼리 혜성과 만나게 했다. 특히 지오토는 핼리 혜성의 핵 600킬로미터 지점을 근접 통과하면서, 핵의 회전과 분열현상에서 가스가 방출되는 현상 등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핵 표면의 지형적 특성도 알아냈다. 핼리 혜성의 핵은 15킬로미터 × 10킬로미터 크기의 땅콩 모습이었으며, 구성 성분은 90퍼센트가 탄소, 10퍼센트가 규산염이었다. 핵 표면의 약 10퍼센트에 이르는 넓이에서 얼음이 증발한 수증기 성분의 가스와 고체 티끌이 분출하면서 핵 주위에 거대한 코마를 형성했다. - P178

현대의 행성 과학자들은 혜성과 행성의 충돌이 행성의 대기 조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화성 대기에 존재하는 물은, 최근에 작은 혜성 하나가 화성과 충돌했다면 모두 설명될 수 있는 양이다. - P178

뉴턴은 혜성 꼬리 부분의 물질들이 행성 간 공간으로 흩어진 다음 인력의 영향으로 근처 행성에 조금씩 끌려가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지구의 물도 서서히 소실되는 중이라고 믿었다. ‘지구의 물은 외부로부터의 공급이 없다면 식물의 생장과 물질의 부패 그리고 마른 대지에 스며드는 것들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결국 바닥이 나고 말 것이다." 뉴턴은 지구의 바다가 혜성으로부터 기원했다고 믿은 듯하다. 그는 생명 현상이 가능한 것도 오로지 혜성의 물질이 우리 행성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 P178

뉴턴은 신비로운 몽상 속에서 이렇게 썼다. "한발 더 나아가 나의 소견을 말할 것 같으면 인간의 영혼도 따지고 보면 주로 혜성에서 왔다. 영혼은 우리의 숨결 중에 지극히 적은 부분이지만 가장 미묘하고 유용한 요체이다. 우리 가운데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영혼이기 때문이다." - P178

윌리엄 허긴스 William Huggins 라는 천문학자는 이미 1868년에 혜성의 스펙트럼과 천연가스나 에틸렌 계열 기체의 스펙트럼이 몇 가지 측면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허긴스는 유기 물질을 혜성에서 발견했고 후년에는 시안cyanogen, 즉 탄소 원자와 질소 원자로 이루어져 청산가리 같은 시안화물을 형성하는 분자 조각 CN을 혜성의 꼬리에서 발견했다. - P179

망막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시야의 한가운데가 아니다. 그래서 눈길을 약간 비껴 주면, 희미한 별이나 물체가 더 잘 보이게 된다. - P180

행성들은 태양 주위의 타원 궤도를 따라 운동하지만, 그 궤도의 모양이 아주 찌그러진 타원은 아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리고 웬만한 어림짐작으로는 원 궤도와 구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원에 가까운 타원이다. 그것에 비해 혜성은ㅡ특히 공전 주기가 긴 혜성일수록ㅡ정말 보란 듯이 길쭉한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며 돈다. - P180

행성들이 아주 찌그러진 모양의 타원 궤도를 따라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 P181

태양계의 형성 초기에는 생성 중이던 행성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그것들 중에서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서로 엇갈리는 궤도를 돌던 행성들은 충돌하여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원형 궤도를 돌던 원시 행성들은 살아남아 점점 크게 자랄 수 있었다. 현재의 행성들은 충돌이라는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초기의 파국적 충돌을 모두 이겨내고 이제 우리 태양계는 중년의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 - P181

태양계의 외곽, 행성계 너머 어두컴컴한 저편에는 수조 개에 이르는 혜성의 핵들이 둥글게 원 궤도를 이루고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구름을 이루고 있다. 이것을 ‘오오트의 혜성 핵 구름Oort cloud‘이라고 부른다. - P181

구름을 형성하는 혜성의 핵 하나하나는 인디애나폴리스 500 자동차 경기장에서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보다 결코 빠르지 않은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이것은 다른 행성에 비하면 아주 ‘느린‘ 속력이다. - P182

지구는 태양에서 r=1 천문단위, 즉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지구가 도는 원 궤도의 둘레는 2 x 파이 x r에서 대략 10^9 킬로미터가 된다. 우리가 사는 행성은 1년에 한번씩 이 길을 완주한다. 그런데 1년이 대략 3 x 10^7초이므로, 지구의 공전속도는 10^9킬로미터/3 × 10^7초에서 대략 초속 30킬로미터로 계산된다. - P181

한편 혜성 구름은 반지름 10만 천문단위의 구각을 형성한다고 알려졌다. 10만 천문단위는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의 절반쯤 되는 거리이다. 3장에서 설명한 케플러의 세번째 법칙을 이용하면, 혜성 구름에 있는 혜성의 핵들이 태양 주위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 즉 공전 주기를 계산할 수 있다. 주기는 긴반지름의 2분의 3 제곱에 비례하므로 (10^5)^3/2 = 10^7.5 =3 x 10^7에서 대략 3000만 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태양계의 외곽지역에서 사는 이들이 태양을 한 바퀴 돌려면 이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 P181

한편 혜성 궤도의 총 둘레는 2 x 파이 x a = 2파이 x 10^5 x 1.5 × 10^8킬로미터에서 대략 10^14 킬로미터가 된다. 혜성의 궤도운동 속력은 10^14킬로미터/10^15초에서 겨우 초속 0.1킬로미터에 불과한 아주 느린 값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값을 우리에게 익숙한 시속으로 환산해 보면 시속 360킬로미터에 이른다. - P181

혜성 핵의 대부분은 지름이 1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눈 덩어리로서 사람이 굴릴 수 있다면 대굴대굴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구球체에 가까운 형상이다. - P182

대부분의 혜성들은 명왕성의 궤도가 그리는 경계선을 뚫고 그 안으로 넘어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끔씩 태양계의 외곽을 지나는 별의 중력이 혜성이 느끼던 인력에 변화를 주어 혜성 구름에 요란을 일으키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혜성의 핵이 대단히 길쭉한 타원형의 궤도를 타고 태양을 향해 돌진하게 된다. 도중에 목성이나 토성의 인력을 받으면 그 궤도의 모양과 방향이 또 바뀐다. 이러한 일은 평균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 P182

목성과 화성 궤도 중간쯤에 이르면 혜성의 핵은 태양의 열을 받아 증발하기 시작한다. 태양의 대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질의 흐름을 우리는 태양풍이라고 하는데, 태양풍 때문에 먼지 조각과 얼음이 혜성 핵의 뒤편으로 밀려나간다. 이렇게 해서 혜성의 꼬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일 목성의 지름이 1미터라면 혜성은 티끌보다 작다. 그렇지만 충분히 성장한 혜성의 꼬리는 행성과 행성 사이를 이을 만큼 길다. - P182

소행성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조각들이다. 지구와 지구의 동반자인 달은 소행성과 혜성 들에게 무수히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크기가 작은 물체들이 큰 것들보다 수적으로 월등히 많기 때문에 작은 물체와의 충돌이 그만큼 더 자주 일어난다. - P183

지구와 작은 혜성 조각이 충돌하면 퉁구스카 사건과 같은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런 사건은 대략 1,0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그러나 핼리 혜성과 같이 지름이 대략 20킬로미터 수준에 이르는, 비교적 커다란 혜성과 충돌할 확률은 기껏해야 10억년에 한 번꼴이다. - P183

작은 얼음 덩어리가 행성이나 달과 충돌할 경우, 행성에는 이렇다 할 상처가 남지 않는다. 그러나 충돌하는 물체가 더 크거나 주성분이 얼음이 아니라 암석이라면 충돌 지점에서 대규모의 폭발이 발생하여 충돌 구덩이 또는 운석공이라 불리는 반구형 또는 사발 모양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인다. - P183

지구의 경우 운석공은 풍화 작용이나 강수에 따른 침식작용으로 사라지거나 다시 메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달과 같이 기상 현상이 전혀 없는 천체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운석공이 수백만 년 또는 그 이상 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달 표면은 온통 충돌 구덩이들로 뒤덮여 있는데, 오늘날 태양계에서 발견되는 혜성이나 소행성 파편 조각의 희박한 밀도로 설명하기에는 그 수효가 너무나 많다. - P183

달 표면의 운석공들은 오늘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억 년의 세월에 걸친 수많은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오늘의 달 표면은 과거의 충돌과 파괴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 P183

충돌 구덩이의 생성은 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태양계 어디에서든 운석공을 볼 수 있다.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수성의 표면이나, 구름으로 뒤덮인 금성뿐만 아니라, 화성 그리고 심지어 그 조무래기 달인 포보스 Phobos와 데이모스 Deimos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한 행성들은 지구형 행성으로 그럭저럭 지구와 닮은 지구의 가족이다. - P184

지구형 행성의 표면은 단단한 고체이며, 내부는 돌과 철로 이루어져 있고, 대기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것에서 시작하여 지구 기압의 90배가 넘는 것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은 캠핑객들처럼 빛과 열의 근원인 태양을 에워싸고 그 주위를 옹기종기 돌고 있다. 나이는 모두 46억 년 정도로 같다. 그리고 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표편은 모두 태양계 형성 초창기에 있었던 파국적인 충돌의 시대를 생성하게 증언하고 있다. - P184

목성형 행성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밖에 수소 원자를 많이 포함하는 기체 분자들, 예를 들면 메탄과 암모니아와 물이 소량으로 섞여 있다. 단단한 고체 표면이 없는 목성형 행성에는 오로지 대기권과 색색의 구름만 있을 뿐이다. - P184

목성형 행성은 태양계의 장상長上격 행성들로서 지구와 같은 자투리 세계가 결코 아니다. 목성은 그 안에 지구를 1,000개 정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만일 혜성이나 소행성이 목성의 대기권에 떨어진다면, 운석공은 어림도 없는 일이고 구름에 잠시 틈새가 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현상의 전부일 것이다. - P184

우리는 외행성계 역시 수십억 년에 이르는 충돌의 역사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목성이 거느린 열두 개 이상의 위성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중 다섯 개를 보이저 우주선이 찬찬히 조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도 과거에 있었던 파국적 충돌의 흔적이 역력했다. - P185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면 지구를 향한 쪽에서 약 1만 개의 운석공을 헤아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거의 대부분이 달의 오래된 지형인 고원 지대에 자리한다. 고원 지대는 행성 간 공간을 떠돌던 부스러기들이 모여서 달의 형성이 완성되던 시기에 굳어진 월면의 지형이다. - P185

달의 형성 얼마 후 내부로부터 용암이 흘러나와서 표면의 저지대를 덮기 시작했다. 이때 저지대에 본래부터 있었던 운석공들은 모두 메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바다 maria‘라고 부르는 저지대에 있는 운석공들은 모두 그 후에 생긴 것이다.(‘maria‘는 라문어로 ‘바다‘라는 뜻인 ‘mare‘의 복수형이다.) 그중에는 지름이 1킬로미터 이상 되는 구덩이가 1,000개 정도이다. - P185

운석공의 형성률을 추산해 보자. 10억 년 동안에 1만 개가 생긴 셈이니, ‘10^9년/10^4 운석공=10^5년/운석공‘에서 충돌 구덩이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대략 10만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 P185

몇 십억 년 전에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을 떠돌던 부스러기 천체들이 오늘날보다 더 많았을 터이므로, 우리가 달에 운석공이 파이는 현장을 목격하려면 앞으로 10만 년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지구에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 P185

지구는 달보다 표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지구에 지름이 1킬로미터에 이르는 구덩이를 만들 수 있는 충돌이 있기까지는 대략 1만 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운석공은 그 지름이 약 1킬로미터인데, 이 충돌 구덩이는 실제로 2만에서 3만 년 전에 파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달의 자료를 근거로 추산한 결과가 지구에서의 실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 P186

달에는 물과 공기가 없어서 침식 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몇 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작은 운석공이라도 달 표면에서는 잘 보존될 수가 있다. - P187

운석과의 충돌은 달 표면에 방사상의 광조光條 무늬를 남긴다. 여기서 광조란 충돌 시에 방사상으로 뿜어져 나온 고운 흙먼지들의 흔적을 뜻한다. - P188

광조는 아리스타르코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와 같은 이름이 붙은 아주 최근에 생긴 운석공들 주위에서 잘 볼 수 있다. - P188

운석공과 거시적 지형 구조물은 침식 작용을 잘 견뎌 낼 수 있지만 지극히 가느다란 밝은 빛줄기처럼 보이는 광조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주로부터 날아드는 미세 운석들조차 광조 무늬를 망가뜨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조를 동반하는 운석공들은 최근에 있었던 충돌에서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 P188

로마 가톨릭의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는 1600년에 말뚝에 묶여 화형에 처해진 비운의 인물이다. 브루노는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세상들이 존재하며 그중에는 생명이 사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과 또 다른 몇 가지의 죄목이 추가되어 그는 화형을 당했다. - P188

달은 고속 물체와 충돌하면 이때 생긴 충격 때문에 약간 비틀거리며 진동한다. 이 진동은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800년이란 시간은 진동을 완전히 잦아들게 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못 된다. - P188

현대의 관측 기술은 달에 레이저 광선을 보내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수신하여 아무리 미소한 진동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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