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회귀했지만 출근합니다 1 회귀했지만 출근합니다 1
사운드바 / KW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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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실제 경험한 이야기를 써놓은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회사내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을 아주 디테일하게 풀어내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고 신제품 출시과정에서 피치못하게 발생하는 각 부서간의 기싸움, 상사와 부하와의 갈등을 통해 적당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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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닭다리만 찾아다닐 겁니까? 매번 저놈들한테 질질 끌려다니면서 말입니다."

한국공조는 대형유통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들을 통하지 않고 성공한 제품이 생긴다면 분명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관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난 잔을 받아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것은 윗사람과의 주도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술을 버리기 위한 기회를 엿보기 위한 꼼수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손은 눈보다 빠르다고.

‘이런 제기랄, 타짜가 있었다니. 들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수많은 회식 자리에서 이 스킬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트렌드에 맞춰 영업도 변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영업부는 주량으로 임원을 뽑는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모양

"죄송합니다. 이사님. 그래도 안 되는건 안 되는 겁니다."
"야. 손 안 떼?"
"안 됩니다."

특허가 승인되기까지는 제법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제출해 놓은 상태라면 모방의 염려는 확실히 줄어든다.

"파트장님, 나가요. 나까지 취하는 거 같단 말이에요. 술을 얼마나 처먹었길래......."
처먹....... 기력이 없는 와중에도 난 뇌리 한편에 선 넘은 단어 하나를 조용히 기록해 넣었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난 돌에 새기는 대신 뇌리에 새긴다.

원래 에어 프라이어 출시후 계속해서 개량되었다. 난 최종 결과물을 알기에 그 과정을 과감하게 스킵할 수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었기에 거의 완성형에 가까웠다.

"내일까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몸을 가득채운 알코올 도수는 떨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머리통이 에밀레종 울리듯 댕댕 울렸다. 지금 필요한건 따뜻한 우리 집 이부자리뿐이었다.

한숨 자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중국집에서 짬뽕 한 그릇을 배달해서 먹으니 그제야 배 속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시작했다.

급하면 또 전화하겠지 뭐.
대표님이랑 술 먹고 쓰러져서 못 받았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거야.

때론 이토록 허무하게 벌수 있는 게 돈이었다. 그 돈의 꼬리를 쫓아 아등바등 살았던 과거의 삶조차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주식으로 불어난 비현실적인 숫자를 본 뒤 역설적이게도 난 두 번 다시 HTS를 켜지 않았다. 주식 수익은 허무하게 주어진 보상이었지만 조금 더 노력하면 손에 들어올 TF의 첫 성과는 직접 일구어낸 진짜였기 때문이다.

업무에 매달려 있을 때 난 살아 있음을 느꼈고 중독적인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더욱 열정을 불태웠다.

"야, 뭔 말을 그렇게 하냐.
여기 힘들지만 나름 재미있어."

신유통팀이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한 지 고작 보름. 주변의 걱정과 견제의 시선에 그 출발은 불안했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한 사람들은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회사의 모두가 드러내놓고 꺼리던 홈쇼핑과 온라인. 그곳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신유통팀 직원들 모두가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두 채널 모두 한국공조의 주력 유통 채널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발전된 채널이었다. 접대와 인간관계가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대형가전 유통 채널에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이 아닐수 없었다.

모두가 내 존재를 주목하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그것이 긍정적인 관심이든 부정적인 관심이든 상관없다. 수많은 사람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회사에서 원하는 바를 추진하려면 그 영향력이 꼭 필요한 것이니 말이다.

‘어차피 이번 방송의 목표는 판매량에 중점을 둔 게 아니니까‘
첫 방송의 목적은 홍보다.

경험도 입소문도 없는 상태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는 판매가는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죠. 백문이 불여일식! 자 이번엔 에어 프라이어로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직접 알아보자구요.]

삼고초려가 아닌 수십고초려.

얼마 전 홈쇼핑 MD 측과의 실무협의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었다.
‘준비한 물량이 매진되면 어떡하죠?‘
난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웃었다.

MD의 말은 ‘지금 막 권투를 배운 초등학생이 타이슨을 KO 시키면 어떡하죠?‘와 같은거 였으니까.
‘매진되면 그 뒤부터는 공장에서 찍어낸 걸로 선착순으로 팔면 되죠.‘
하하하. 호호호.
그런 미친 대화가 있었다.

이해할 만한 얘기다. 난 과거에서 회귀했기에 회사의 미래를 알고 있고 추진하는 일의 성공을 자신할 수 있지만 그걸 모른 채 날 지지하는 사람의 입장은 그럴 것이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율이라는 게 참석자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 없다.

다짜고짜 추궁해 봐야 반발을 끌어낼 뿐이다.
‘조용히 좀 알아봐야겠네.‘

쉽게 구매할 수 없다는 화제성은 입소문을 확대시킨다.

"올해 PAI 아가리에 박아야할 돈이 백억입니다. 그거 확보 못 하면 뭔 일이 나는지 다들 알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더 바짝 졸라매야 합니다. 벌써 쉬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필터의 여과력이 높을수록 저항력이 강해진다. 여과력만 올라가고 모터가 그대로라면 흡기 성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게 성능 좋은 모터다.

[HEPA 등급 필터]
"헤파?"
여과 성능에 따라 EPA,
HEPA, ULPA로 나뉘는 필터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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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7-23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까지 닭다리만 찾아다닐 겁니까? ㅋㅋㅋ 더위 잘 피하시고 일요일 마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7-23 16:44   좋아요 1 | URL
스토리상에서 홈쇼핑이 회사입장에선 계륵같은 존재라고 직원들이 다들 기피하자 참다못한 주인공이 싸질러버린(?) 멘트였습니다. 주인공이 많이 답답했었나 보더라구요. 이제 비도 조금씩 멎어가고 하네요. 서곡님도 알차고 보람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너 이상해졌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제가 어떤 캐릭터였는데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기획실장은 언젠가 우리 목을 조를 사람이니까요."

김강현은 아마 지금 순간에도 수많은 비리와 연결되어 있을 거다. 그중 하나라도 밝혀지는 순간 부하를 제물 삼아 상황을 모면할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을 인간이고.
"김강현 그 사람 절대 믿으면 안 됩니다."

때마침 대화를 끝낼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왜 일어나? 차 달라며?"
"늦었습니다. 공장장님. 제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아십니까?
"하여튼, 까칠하긴."

에어 프라이어의 기본 원리는 헤어드라이기와 비슷하다.
열선과 팬을 적절히 조합하면 핵심 부분은 완성인 물건이다. 다만 팬과 열선의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다음 숙제였다.

난 즉시 받아둔 서약서를 꺼내 들었다. 빽빽한 내용 중 독소 조항을 형광펜으로 색칠해 강조했다. 그래야 잘 보일테니까.

그러게 사인이라는 건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사인하면 집 날아가고 밭 날아가고 그런 거다.

연구소는 즉각 모든 숙원사업을 뒤로 미루고 우리 TF의 제품개발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렇게 이틀 만에 제품개발팀에서 내려보낸 도면대로 여러 버전의 테스트 제품이 완성되었다.

신용재는 어설픈 영업부 소속이 아닌 회사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전략기획실 대리로 입사했다. 기획실 직원은 경영자를 대리해 회사 곳곳과 협조해 다양한 조사와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팀이다. 그 과정이 항상 원활할 수 없기에 난 진작부터 때로는 협박을 때로는 회유를 통해 협조를 끌어내는 법을 배웠다.

원래 영업부 직원이 될 운명인 용재를 기획실로 끌어들인 이유 중 하나도 그거였다.
용재의 외모라면 나처럼 죽어라 협박하고 회유할 필요 없이존재만으로 협력을 끌어내는게 가능할 거다.

난 그게 재능의 영역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만약 용재가 이 정도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난 녀석을 위해서라도 기획실에서 빼낼 의향이 있었다.

"갑질하라는 거 아냐. 공장지원팀은 원래 이런 지원을 해야 하는 팀이고 기획팀은 합당한 지원을 요구하는 거야."

과연 눈치 하나는 빨라 서용재도 나름 느낀 게 있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쿵쿵거리며 공장지원팀 사무실로 향했다.

그 말대로였다. 김강현이라는 존재는 본사뿐만 아니라 공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사주 곁에 찰싹 붙어서 피를 빠는 거머리 같은 놈!‘
직원 대부분은 김강현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그의 수하인 기획실 파트장이 예뻐보일 리 없다.

공장은 공장 식구들끼리의 특별한 유대가 있었다.

"나 고혈압 있어서 먹는 거 조심해야 하는데."

"자! 고기 왔습니다."
용재가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고기를 내왔다.
"우와!"
소고기라는 말에 실험실에모인 모두가 탄성을 터뜨리며 용재에게 몰려들었다. 연구고 실험이고를 떠나 먹을 걸 가져다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 법이다.

이번 공장 방문의 주목적은 에어 프라이어의 최적 설정을 찾아내는 거였다. 각 음식별로 설정 온도와 요리시간을 찾아내 제품 설명서와 같이 동봉해 줄 생각이었다. 그중 냉동만두나 고기 같은 대표 식재료의 설정은 제품에 아예 새겨넣을 생각이다. 그러면 사용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다 봤으면 가요, 우리도 바빠."

난 찾아냈다. 소장과의 꼬인 감정을 풀 실마리를.

하지만 어쩌겠어. 사람마다 꽂히는 포인트는 다른 거니까.

절반은 사실이다. 연구개발비용의 단위조차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가전회사의 틈바구니에서 한국공조는 10년이 넘는 세월 무너지지 않았다. 그건 그들과의 품질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 못 배운 게 싫었어요.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죠."

"힘들었을 텐데. 라면 끓여줄까? 먹고 갈래?"
어디서 화석이 되다 못해 지하에서 석유가 되어버린 작업 멘트를.

최 본부장의 아랫입술이 더더욱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말해 뭣하겠는가? 몹시 탐탁지 않다는 신호다.

홈쇼핑은 업계 최고 수준의 마진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홍보비니 모델비니 섭외비니 기타 등등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합하면 최대 가전유통채널인 헬로우마트의 두 배 가까이 되는 마진을 홈쇼핑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신제품을 전격적으로 런칭하기 위해서는 영업력이 중요한데 우리는 위탁 판매를 하고있는 상황이니 이래저래 경로가 복잡해진다. 게다가 홈쇼핑에 런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우리 같은 2티어 제조사의 목줄을 잡고 있는 거대 가전유통 채널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 결과 한국공조의 임원 대부분은 홈쇼핑을 이렇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계륵이죠."
최 본부장의 말대로다. 먹기 좋을 것 같아 입에 넣었지만 먹을 건 없고 발라내기만 바쁜 닭의 갈비 부위와 같은 계륵인 것이다.

"계륵을 계륵이 아니라고 우겨봐야 그게 닭다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맞습니다. 홈쇼핑은 계륵입니다."

상대를 격앙시키고 논리로 풀어나가니 최 본부장의 아랫입술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들어가기 시작했다. 불편한 헛기침과 함께.

"온라인과 홈쇼핑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그러니 이제 계륵을 버리지 않고 먹어야 할 때입니다. 힘들어도 그렇게 하면 곧 뼈도 씹어 삼킬 수 있는 튼튼한 이빨이 자랄 겁니다."

"본부장님! 무례하지만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계륵 맞습니다. 하지만 먹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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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개란에 있는 향과 맛을 온전히 느끼시려면 따뜻하게 드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물은 과하지 않게 하시는게 좋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청사과의 향은 적당량의 얼음과 함께할때 더 잘 느껴졌습니다. 이게 커피인지 청사과쥬스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원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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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해라. 이 세상에는 그런 잡X, 잡X들이 무지 많다는 것을.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그들은 일을 하여도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논리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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