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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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책의 마지막 파트인 수학 파트 및 후기 부분에 대해 독자인 나의 생각을 곁들여 리뷰해보겠다.


수학 파트를 읽기 전 과학에 무지한 독자인 나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것은 ‘책 제목이 엄연히《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인데 왜 수학에 대한 얘기를 책에서 다루지?‘ 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 의문은 본문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풀릴 수 있었다. 본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과학자는 수학을 우주의 언어로 여기며 물리 세계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선호한다.‘(p.262)

이 문장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왜 수학 파트가 과학을 주로 다루는 이 책에 함께 수록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수학은 이 책의 앞선 파트에서 다뤘던 물리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저자가 책의 순서를 물리학 바로 다음에 수학으로 배치한 것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저자는 수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직전 파트였던 물리학의 물리적 실재(reality)에 대해 간략히 정리한 후에 이어서 수학적 실재 및 수학의 정리(theorem)에 대해 말한다. 본문에 이런 문장들이 나온다.


‘해와 달이 번갈아 뜨고 계절이 돌고 화산이 터지고 땅이 갈라지고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물리 세계는 인간의 의식과 무관하게 존재하며 물리학은 그런 물리적 실재實在(reality)를 설명한다.‘ (p.261)

‘수학도 물리학처럼 인간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수학적 실재를 서술하는 학문이라면 수학의 정리定理(theorem)는 수학적 실재에 대한 관찰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p.261)


독자인 내가 위의 두 문장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키워드 2개는 바로 ‘인간‘ 과 ‘무관하게‘ 였다. 물론 두 번째 문장에서는 의식이라는 말이 생략되었지만 문맥상의 의미로 봤을 때 물리학과 수학 모두 인간의 의식과는 무관하며 단지 그 실재實在(reality), 즉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만을 설명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선 리뷰에서 썼던 내용들 중에 인간의 의식을 나타내는 철학적인 자아에 대한 설명은 인문학의 영역이지만, 인간의 의식이 아닌 존재하는 실재에 대한 설명은 과학의 영역이라고 했던 말이 있었다. 이 말에 근거하여 생각하면 물리학과 더불어 수학도 결국에는 존재하는 실재를 파악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손해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과학을 공부하는 데 수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과학과 수학은 용어가 다르기에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본문을 읽다보면 과학자와 수학자의 차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먼저 과학자는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수학을 우주의 언어로 여기며 물리 세계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주로 선호하지만, 수학자는 과학자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물리 세계와는 관계없이 그저 수학 연구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며(p.262) 수학을 기호와 논리로 하는 지적 유희로 삼는다(p.261)고 한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이 부분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수학이 ‘순수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수학자들이 이러한 내 생각에 동의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본문 내용들에 근거해 생각해보면 어떤 다른 분야에 응용될 것을 의식하기보다는 수학 그 자체에 집중하며, 기호와 논리를 이용하여 지적 유희로 삼는 태도들을 종합해볼 때 순수함을 간직한 학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학문이 바로 수학이 아닐까 싶다.


뒤이어지는 내용을 읽다가 독자인 나는 수학이 새로운 언어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는데, 본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수학자는 논문을 쓸 때 인간의 언어를 최소한으로만 사용한다. 수학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p.262)

여기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간의 언어‘ 는 소위 문자로 이루어져있는 한글 혹은 알파벳 등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문자로 이루어진 언어‘ 정도로 정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의에 근거해서 생각해본다면 독자인 내 생각에 수학은 ‘기호로 이루어져있는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수학시간에 배웠던 기호들을 생각나는대로 떠올려보면, 집합, 함수, 삼각함수, 지수, 로그, 행렬, 시그마, 극한, 적분, 순열과 조합 등 여기 그 기호를 다 그리기는 힘들지만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기호들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수학자들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이러한 기호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각종 원리들을 증명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이 기호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간의 언어‘와는 다르다보니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 수학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소위 말하는 ‘수학을 포기한 자들‘ 이라는 뜻의 ‘수포자‘ 같은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인간의 언어가 아닌 기호와 수식이 가득한 언어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다음에 나오는 내용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수학의 매력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데 여기서 몇 문장을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인간은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영원한 그 무엇을 추구한다.‘(p.269)

‘수학의 성과는 다른 무엇보다 오래간다. 문명과 언어와 권력은 사멸해도 수학의 아이디어는 불멸한다.‘(p.269)

‘수학은 한 번 진리로 판명되기만 하면 영원히 진리로 남는다. 이것이 수학의 매력이다.‘(p.270)

‘수학자는 산을 오르거나 사막을 헤매거나 지하동굴을 탐험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만으로 영원불멸의 진리를 선포한다. 얼마나 매력적인가.‘(p.270)

위에 나온 문장들을 통해 독자인 나는 수학이 가진 매력이라는 것이 결국 ‘영원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대리만족 시켜줄 수 있는 도구로써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후대에 자신의 이름을 좋게 남기고 싶어하는 일종의 ‘명예욕‘ 있는데, 어떤 수학적인 진리를 입증하게 될 경우 앞서 언급한 ‘영원성‘과 ‘명예욕‘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에 수학의 매력이 그만큼 배가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수학자는 어떤 육체적인 수고보다는 단지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로 생각하는 행위만으로도 ‘영원성‘과 ‘명예욕‘을 추구할 수 있기에 육체적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도 배치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매력이 있는 수학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수학적인 재능이 있는 극소수의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수학이라는 것이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위에서 수학의 매력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수학적 재능이 있는 극소수의 사람일거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얘기를 뒷받침하는 문장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수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수학자 중에 ‘노력형‘은 없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수학 천재는 천재로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노력할 수도 없는 학문이 수학이다. 수학 천재는 ‘발명왕‘과 달리 ‘99퍼센트의 노력‘으로 만들 수 없다.‘(p.279)

이 문장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개인적인 솔직한 심정으로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노력으로 안되는 분야도 간혹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유현준 교수가 쓴 책에서도 99%의 노력보다 1%의 영감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셔서 독자인 내가 알지 못하는 재능의 영역들이 분명히 있기는 한 가 보다 하고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추가로 리뷰를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은 애초에 어떤 일이든 간에 내가 과연 99%의 노력이라도 해본적이 있는가 라는 것이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그렇지 못했던 경우들이 훨씬 많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능의 유무를 떠나 일단 최선의 노력이라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자면 이 부분을 통해 내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가 혹여나 나태해져 있지는 않았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흐트러진 삶의 고삐를 조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예전부터 이름을 들어 알고 있던 유클리드, 가우스, 피타고라스, 페르마 등과 같은 수학자들 외에도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수학자인 하디, 디오판토스, 힐베르트, 괴델 등 다양한 수학자들과 관련된 얘기들이 여기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나온다. 이 부분은 수학자들이 만들어낸 산식이나 공식이 나오게 된 배경 스토리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언급하기에는 세부적인 내용들이 많은 관계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구해서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저자는 수학 파트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선망하는 경향이 있다(p.285)는 말과 함께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수학자의 삶을 너무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p.286)는 말도 덧붙인다. 여기 일일이 서술하기는 힘들지만 실제로 본문을 읽다보면 유명한 수학자들 중에 평범하게 살다간 사람보다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거나 혹은 정신병에 걸려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걸 보다보면 어느 한 쪽에 재능이 극도로 쏠려있는 경우 그외의 다른 영역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 가진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저자도 독자들에게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듯하다.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이 다르므로 남을 부러워할 거 없이 자기 분야에서 행복을 찾고 살면 그만이라는 게 저자가 이 수학 파트에서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수학 파트에 대한 리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책의 전체 후기에 대한 얘기를 추가로 한 뒤 이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책의 후기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과학과 인문학의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이 다르다는 것(p.290)이었다. 관련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나온다.

‘과학자는 현상을 관찰하는데서 출발해 실험과 분석과 추론으로 대상의 실체에 다가선다. 그렇지만 연구결과를 이야기할 때는 반대로 한다. 자신이 알아낸 대상의 본질을 먼저 밝히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인지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p.290)

윗 문장을 독자인 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풀어보자면 과학 연구를 할 때는 어떤 ‘현상‘을 보고 ‘본질‘을 탐구한다면, 연구된 결과를 이야기할 때(저자는 이것을 ‘과학의 스토리텔링‘이라고 지칭함)는 탐구한 ‘본질‘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한 뒤 거기에 살을 붙여서 어떤 ‘현상‘을 설명한다는 말이다.

문맥상 여기서 좀 더 중요한 것은 연구된 결과를 이야기하는 ‘과학의 스토리텔링‘이었는데, 저자는 본문에서 소개했던 소금물 이야기(소금물이 결합되고 용해되는 과정을 서술한 것)가 여기에 해당된다(p.290)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얘기를 하자면 원자로 대변되는 ‘본질‘에서 출발해 다른 각종 물질들이 결합했다가 다시 그 결합이 해체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식의 패턴이다. 독자인 나는 이 사례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과학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추후에 다른 과학 관련 책을 읽을 때도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지 생각해보면서 읽어보면 과학을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배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뒤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문과의 고충을 알고 있다(p.290)는 말로 문과 출신 독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 책의 목차를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의 순서로 배치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힌다. 저자가 밝힌 이유를 읽다보면 책의 목차가 그냥 아무렇게나 막 나열된 것이 결코 아님을 느끼게 된다. 또한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문과 출신 독자들을 저자 나름대로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연이어 저자는 문과 독자들에게 일단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부터 읽을 것(p.291)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에 더해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행복은 오래간다(p.291)는 말과 함께 바보인줄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바보를 면하겠다는 결심(p.291)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추가로 저자는 독자들 가운데 혹시라도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과학에 상대적으로 무지한 독자들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향후에 책을 쓸 때 참고해주면 좋겠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저자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인데, 후기를 읽다보니 과학에 대해 어릴때부터 공부했다면 자신을 이해하는데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독자인 나 또한 이와 비슷한 마음이 들었고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을 읽어나갈 때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꾸역꾸역 천천히라도 이해하면서 읽고 나니 과학에 무지했던 내 자신에게 살짝 미안한 감정도 생기고, 한편으로는 지금부터라도 과학관련 지식들의 범위를 조금씩이라도 넓혀나간다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인문학의 가치와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인문학의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과학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과학과 인문학을 다 공부해야 우리 자신을 더욱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인 나도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과학 분야를 조금이나마 친숙한 분야로 바꿔준 저자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책을 계기로 하여 과학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관련 분야의 독서도 병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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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최재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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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부터 다양한 종류의 갈등들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그 원인을 찾아봄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토론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숙론‘을 제안한다. 또한 숙론을 잘하기 위한 제반 조건들 및 세부적인 노하우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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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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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 번의 포스팅에 걸쳐서 전반적인 책의 내용과 뇌과학, 생물학, 화학에 대한 리뷰를 했었고, 오늘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읽기 힘들었던 물리 파트에 대해 리뷰해보겠다.

본격적인 리뷰를 쓰기 전에 한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적어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읽기 힘들었다는 말은 단지 독자인 나의 물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지 저자가 내용을 어렵게 써서 그렇다는 식의 얘기는 결코 아님을 미리 밝힌다. 또한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특성상 배경지식의 유무와는 별개로 애초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일수도 있다.


물리학 파트에 가장 먼저 나오는 키워드로 독일의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가 제안한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특징인 ‘불확정성‘ 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영어권 국가의 학자들이 옮기는 과정에서 ‘불확실성‘ 이라고 옮겼다(p.210)는 얘기가 나온다.

그냥 얼핏 보면 ‘불확정성‘이나 ‘불확실성‘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그 의미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한다.

여기 별도로 어원에 대한 긴 설명을 쓰진 않겠지만 본문에서는 ‘불확정성‘ 이라고 해석되는 독일어 단어의 어원을 의미 단위로 쪼개서 분석해 보여주는 부분이 나온다. 이 독일어 단어를 영어권 학자들이 그나마 가장 비슷한 단어인 ‘불확실성uncertainty‘ 이라는 말로 번역한 것인데, 저자는 본문에서 ‘단어의 뜻이 문맥에 따라 달라지고 문장의 의미와 느낌이 언어의 장벽을 넘을 때마다 미묘하게 바뀐다‘(p.210) 는 말을 통해 독일어에서 말하는 ‘불확정성‘ 과 영어권에서 이를 지칭하는 ‘불확실성‘ 이 의미하는 바가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어떤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나왔던 최초의 근원을 파헤쳐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그 본래의 의미가 조금씩 왜곡될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사례로 과거 TV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 많이 나왔던 ‘몸으로 말해요‘ 라는 코너가 문득 생각났다. 이 코너는 맨 처음에 있는 사람이 사회자로부터 어떤 단어를 전달 받으면 그 사람은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에게 말이 아닌 몸 동작으로 그 단어를 설명해야 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서너번 반복되다보면 기존에 전달받은 단어의 의미가 점점 왜곡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본문에 나온 이야기와 독자인 나의 기억속에서 끄집어낸 사례를 통해 어떤 고유한 의미를 지닌 용어일지라도 시간과 공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얼마든지 그 의미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여기서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방법보다는 가능하다면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그래야 왜곡된 의사전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단어의 의미왜곡 및 의사소통과 관련된 얘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물리학의 개념들 가운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느껴졌던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다뤄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앞서 계속 언급했던 ‘불확정성 원리‘의 특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본문에 따르면 이 원리는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p.211)고 말한다.

이 ‘불확정성 원리‘에서 파생된 것이 그 난해하다고 알려진 ‘양자역학‘인데 이와 상대되는 것으로 ‘고전역학‘이 있다. 이 두 역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확정성의 유무인데, 기존의 고전역학이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있기에 확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반면, 이후에 나온 양자역학은 위에서 언급한 불확정성 원리에 기반한 것이기에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고 한다.

추가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본문에 나온 문장 하나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고전역학의 세계는 결정론이 지배한다. 모든 것이 물리 법칙으로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그런데 입자들이 활동하는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통하지 않는다.‘(p.213)

독자인 나는 이 문장의 뒷부분을 보면서 추가로 양자역학이 왜 불확정성을 특징으로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입자들이 활동하는지의 유무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가르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확정성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어떤 외적인 조건이 고정(확정)되어 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분석한 역학이 고전역학이라고 한다면 양자역학은 불규칙적으로 활동하는 입자들로 인해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확정지을 수 없는 것으로 독자인 나는 이해했다.


또한 뒤이어 나오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저자가 고전역학, 양자역학 등 과학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관련 이론이나 내용들을 이해해보려고 발버둥쳤다는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용어들과 난해한 수식들을 보면서 얼마나 생경한 느낌을 받으셨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정도다.
독자인 나는 문과 출신의 저자가 어렵고 난해한 과학 용어들과 개념들을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는 것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데, 진짜 과학자들이 쓴 책들을 한두권도 아니고 수십권씩 읽으면서 거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고민하고 생각해봤을 저자의 고충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p.227에 나온 문장 중에 저자가 ‘아인슈타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인 나는 ‘유시민 작가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어려운 과학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또한 이어지는 내용에서 과학 관련 책들을 여러권 읽고 공부해본 자신조차도 ‘빛과 전자가 입자이고 파동‘(p.214)이라는 것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상대성이론 역시도 ‘이해‘하지 못한다(p.227)는 얘기를 할 정도로 과학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과학에 좀 더 친숙해지고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이 책마저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죽을때까지도 과학이라는 것과는 어떠한 인연도 맺지 못한채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과학관련 서적을 만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과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친밀해지고 약간의 호기심도 생긴듯 하다. 앞으로도 과학이라는 건 계속 진화하며 발전해나갈텐데 그러한 발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본문에 나온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직관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p.227)


본문에는 비교적 상세하게 나왔지만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못한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라는 문장과 관련된 부가적인 설명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공식, 빛의 속도에 대한 얘기, 캐플러의 행성 운행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 질량 보존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에 관한 내용들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이든 혹은 관련 내용이 잘 설명되어있는 책들을 직접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리뷰에서 이러한 개념들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자신이 도무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 머리를 최대한 쥐어짜내서 뽑아낸다면 무슨 말이라도 나오기야 하겠지만 전공자도 아닌 내가 억지로 쥐어짜내서 뽑아내는 말보다는 차라리 훨씬 더 알기쉽고 친절하게 위의 개념들을 설명해주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글을 읽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때론 이렇게 솔직하게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게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괜히 어설프게 아는 척해서 불필요한 사족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말이다. 저자가 자신이 이해한 부분의 한계를 가감없이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독자인 나 또한 스스로 이해한 부분의 한계를 인정하는 바이다. 그 똑똑하다는 서울대 출신의 저자도 잘 모르는 걸 서울대 출신도 아닌 일개 문과 출신의 독자가 이해한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나의 언어로 리뷰하지 못한 이 부분들은 위에 언급하였듯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나보다 과학지식이 훨씬 더 풍부하신 다른 리뷰어들의 리뷰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리학에 나오는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들과 현상들에 대한 변론(?)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어서 나오는 내용인 원자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원자의 상대적인 위치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문장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생물의 몸은 세포의 집합이다. 세포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원자의 결합이다.‘(p.228)

이 문장을 독자인 내 방식대로 풀어보자면 먼저 생물을 인간이라고 봤을 때, ‘인간의 몸은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 세포들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고 또한 그 분자 하나하나는 원자들이 모여서 이루어져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그렇다면 ‘우리 몸의 원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p.228) 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이는 앞선 리뷰에서 언급했던 환원주의(큰 것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는 과학의 연구 방법)와도 일맥상통하는 질문이었다.

본문에서 저자는 문과적 감성을 덧입혀 위의 질문을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p.228)라는 좀 더 직관적인 말로 변환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는데 이 질문에 물리학은 ‘별에서 왔지‘ (p.228)라는 말로 대답한다.

아니 갑자기 난데없이 ‘별에서 왔다‘니... 독자인 나는 이게 갑자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뒷 부분에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별에서 왔다‘ 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론만 보면 원자 제조법은 간단하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좁은 공간에 집어넣고 전자를 양성자 수만큼 오비탈에 뿌리면 된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달리 고려할 게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가까워지면 서로 강하게 당기거나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핵에 욱여넣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서 엄청나게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지구에는 그런 일을 할 만큼 온도가 높은 곳이 없고 그 정도로 강한 압력을 만들 방법도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에서 왔다.‘(p.228)

윗 내용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기에 위에 나온 말의 핵심을 나만의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지구에는 원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온도와 압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 즉 별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별에서 왔지‘ 라는 말에 근거하여 별에 대한 얘기들이 나온다. 저자는 특별히 별의 생애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사람의 생애와도 닮았다(p.229)는 얘기를 하는데, 본문에 그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독자인 나는 이것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앞선 내용에서 인간이 별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것을 본문 내용에 따라 논리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 중 최소단위가 바로 원자인데 이 원자의 근원이 별에서 왔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인간의 생애와 별의 생애는 닮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갑자기 좀 생뚱맞은 말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별이다‘ 라고 말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문학에 나오는 은유법정도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근데 그냥 욕하셔도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뒤이어서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 ... 밀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한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p.229)고 하는 그 이름도 유명한 ‘빅뱅‘이 나온다. 본문을 읽다보면 빅뱅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여기서 독자인 나는 특별히 위에서 언급했던 별에 대한 얘기를 연계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본문을 읽다보면 빅뱅과 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빅뱅 때 만들어진 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되었고.... 질량이 큰 별일수록 온도와 압력이 높았다.‘(p.230)

앞에서 우리 인간의 원자가 별에서 왔다는 말과 함께 그 이유가 지구에서 원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의 온도와 압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 했었다. 이 내용에 더해 p.230에 나온 문장의 뒷 부분을 보면 질량이 큰 별일수록 온도와 압력이 높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두 가지 내용들을 종합하여 추론하면 결국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라는 것이 정확한 질량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어찌됐든 질량이 큰 별에서 왔다고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볼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본문의 내용 중에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p.234)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위에 p.230에 인용한 문장의 앞부분(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되었고)과도 연계지어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문장에 따르면 별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가 바로 먼지인데, 앞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원자가 별에서 왔기에 그 원자에 속한 물질도 결국 가스와 먼지일 것이고, 우리가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면 결국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던 원자마저도 가스와 먼지로 분해될 것이기에 p.234에 나온 우리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문장이 논리적으로 맞다는 해석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독자인 내가 빅뱅이론과 관련된 이 리뷰를 쓰던 중에 진화론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사고방식인 일원론이 문득 생각났다. 어떻게 보면 우주 대폭발인 ‘빅뱅‘ 으로 인해 어떤 하나의 점 혹은 물체가 위에서 언급했던 별과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지극히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상상이기는하나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별에 대한 얘기를 읽던 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별의 이름은 인간의 시선을 반영한다. 신성新星(nova)은 갑자기 밝아진 별이고 그중에도 유난히 밝아진 별이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이다. 초신성은 하루 사이에 몇 만배 밝아지기도 한다. 육안으로 우주를 관측하던 시대에 그 별이 새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p.231)

일단 첫 문장을 보면서는 ‘인간의 시선을 반영하는 것이 단지 별의 이름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 이름 외에도 각종 곤충이나 식물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이 인간의 시선에 의해 그 이름이 결정될 때가 많지 않은가. 이는 인간이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기에 인간의 시선으로 다른 사물이나 생물들의 이름을 짓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또한 뒤에 이어지는 단어 중에 초신성超新星이라는 뜻을 가진 supernova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우연한 타이밍인지는 몰라도 이 단어는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에스파의 노래 제목이기도 해서 독자인 나는 이 노래 후렴부분의 멜로디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문득 노래의 구체적인 가사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가사 중에 ‘우린 어디서 왔나‘ , ‘불러낸 내 우주를 봐봐‘ , ‘내 모든 세포 별로부터 만들어져‘ , ‘원초 그걸 찾아‘ 등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 가사들 중에 특별히 ‘내 모든 세포 별로부터 만들어져‘ 라는 가사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읽었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좀 놀랐다. 아이돌 노래의 가사들이 그냥 아무런 근거없이 쓰여지는 게 아니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노래를 작사하신 분도 우주에 존재하는 별에 대한 배경지식들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가사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볼 수 있었다. 사소해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책에서 읽어봤던 내용들을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니 조금이나마 더 우주나 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뒤이어서 태양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었는데 본문을 읽다보니 태양도 별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있으신 분들이 봤을 때는 뭐 저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나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과학에 무지몽매한 문과 출신의 독자라는 점을 널리 양해해주시기를 바란다. 그나마 오늘이라도 제대로 알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본문엔 태양이 생성된 뒤 살아 움직이다가 소멸되는 태양의 생애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면 될 듯하고, 독자인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태양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태양의 소멸과 관련된 설명이 나온 문장을 살펴보자.

‘중심부의 헬륨을 소진하고 나면 태양은 수축하다가 마지막 핵융합을 일으키며 폭발한다.‘(p.233)

‘태양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틀렸다. 태양도 영원하지 않다.‘(p.233)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구과학 지식에 무지한 독자인 나는 솔직히 이제까지 태양은 영원한 거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태양도 오랜 시간 지속되긴 하지만 결국에는 소멸하고 만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건 어쩌면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는데 내가 기억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이유야 어찌됐든 이 책을 통해서 지금이라도 과학적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에 일단 감사해야 겠다.

예전에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 불렀던 노래 제목 중에《삐딱하게》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가사 중에 ‘영원한 건 절대없어‘ 라는 가사가 나온다. 지드래곤은 이미 오래전에 우주의 섭리를 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름이 빅뱅이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불교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함께 불교가 양자역학과 본질적으로 겹치는 내용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교에는 ‘연기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공간의 모양과 물질의 분포는 어느 쪽이 먼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결정한다. 둘은 상호의존 관계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한 것이 연기법이다. 어떤 사물도 다른 것과의 관계를 떠나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p.235)

이어서 양자역학과 관련된 본문의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물질로 꽉 차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지구행성의 모든 공간은 공기로 가득하다.... 겉보기에는 꽉 찼으나 실제로는 텅 비어있다‘(p.239)


독자인 나는 불교의 연기법과 양자역학 이 두 가지에 대한 얘기를 보면서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물이나 대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극과 극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또한 여기나온 불교의 연기법과 양자역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다양할수록 좀 더 세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좀 더 확장해서 적용해보자면 과학에 무지한 문과 출신 사람들이 기존에 있던 문과적인 지식에 더해 과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질 수 있다면 보다 더 세상을 넓고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문학을 오랫동안 공부해오던 저자도 이《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라는 책을 쓰면서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인문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잠시 나온다. 여기서의 핵심은 과학은 객관적 진리를 찾는 것인 반면, 인문학은 단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p.244)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유현준 교수의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저자가 건축가라서 건축관련 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알라딘의 책 분류 기준으로 교양 인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물론 과학적인 것에 근거한 얘기들도 나오지만 의외로 저자께서 그럴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추론하는 내용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최근 독서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다보니, 유시민 작가가 위에서 언급한 ‘그럴법한 이야기‘라는 용어가 독자인 나의 마음에 더 와닿게 느껴졌다. 유현준 교수의 책을 읽다보면 ‘그럴법한 이야기‘들을 종종 만날 수 있기에,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의 분류가 교양 ‘인문학‘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뒤이어서 열역학 법칙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는 제1법칙과 제2법칙이 있는데 저자는 제2법칙에서 언급되는 ‘엔트로피‘라는 것을 키워드로 글을 풀어나간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공부에 손을 놓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문이과를 불문하고 과학관련 지문에서 한 번 쯤은 접해보았을 개념인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비록 과거에는 난해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반갑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람도 오랜만에 봐야 반갑지 맨날 보면 오히려 지겹지 않은가. 아무튼 이 엔트로피 개념으로 우주의 무질서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별히 모양이 같은 동전 100 개를 사용해서 엔트로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예시가 인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예시에 나온 숫자나 확률들을 계산해가며 읽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엔트로피와 열역학 법칙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무질서한 사회현상 같은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본문 내용에 따르면 엔트로피 현상의 끝은 결국 우주의 종말로 귀결되는데, 물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살아있는 동안 각자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나갈 것(p.256)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물리학 파트에 대한 리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다만 리뷰를 하기 위해 본문에 나왔던 내용들을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누군가에게는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이 그저 단순한 과학 지식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과학에 무지몽매한 나같은 독자에게는 그 단순함조차도 대단해 보였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 책의 다른 파트들(뇌과학, 생물학, 화학)과는 달리 물리학 파트를 읽으면서는 마치 병목 현상에 걸린 것마냥 진도가 잘 안나갔었는데 이는 1차적으로는 물리학에 대한 독자인 나의 무지 때문인듯 하고 2차적으로는 원래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자체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인듯 싶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 책을 계기로 물리학과 조금이라도 친해져서 향후에 다른 책을 읽을때는 좀 더 수월해질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수학 파트에 대한 리뷰와 함께 이 책의 저자가 책에 남긴 후기 그리고 이에 대한 독자인 나만의 생각들을 덧붙여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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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숙론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들이 나왔었는데 오늘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

오늘은 가장 먼저 숙론 진행자의 적절한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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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비단 이 책에 나온 숙론 진행자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인간관계를 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p.200)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독자들에게 경청의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진행자의 반응은 거의 언제나 긍정적이어야 한다. 반응이 긍정적 효과를 얻으려면 우선 신뢰가 쌓여야 한다. 참여자가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핀잔을 주거나 무관심 혹은 언짢은 표정을 짓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긍정적 보상은 즉각적일수록 좋다. - P195

숙론 중에 무얼 잘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때로 다시 한번 얘기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P195

실제 상황에서는 결과에 대한 긍정 평가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을 긍정적으로 독려하는 일이다. - P196

한두 참여자의 탁월한 발언을 칭송하기보다 대부분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궁극적으로 집단지성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 P196

숙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면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제에서 빗나간 발언이나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은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되, 절대 질책하지 말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P196

분위기 전환을 위한 몇 가지 대안 주제와 전략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은 탁월한 진행중재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 P196

숙론 반응의 기저를 떠받치는 것은 무엇보다 진행중재자의 열정이다. 하품만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열정도 전염된다. 진행자가 하품하면 모둠 전체가 졸음에 빠진다. - P196

탁월한 숙론 진행을 원한다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훈련해야 한다. 열정도 가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연기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첫사랑을 대하듯" 숙론 모둠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 P197

‘이를 악물고 들어라‘ - P197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한다. 책임을 맡은 지도자로서 설명하고 지시하려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윗사람이 입을 열면 아랫사람들은 곧바로 입을 닫아버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 P197

생활 환경 못지않게 숙론 현장에서도 경청은 더할수 없이 중요하다. 사회자가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더한 꼴불견은 없다. 사회자가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되도록 간결하게 꼭 해야 할 말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 - P198

‘경청의 1:2:3 법칙‘이라고 알려진 조언은 충분히 곱씹어볼 만하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쳐라." - P198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몽매하게 밀어붙이는 회의가 아니라면 숙론은 완벽하게 계획한 대로 흘러갈 리 만무하다. 진행자가 참여자들의 발언을 얼마나 잘 경청하고 부드럽게 이어주느냐가 숙론의 성공을 좌우한다. - P198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있다.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단연 으뜸이다. - P199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 P199

"당신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들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 P200

이청득심以聽得心, 즉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다. - P200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오랫동안 편견의 원인과 예방에 관한 연구 끝에 기적적인 치유법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놀라운 치유법은 다름 아닌 접촉 contact 이었다. 접촉 부족이 편견, 혐오, 차별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 P201

"알면 사랑한다." - P202

올더스 헉슬리 Aldous Huxley는 1945년에 출간한 《영원의 철학 The Perennial Philosophy》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만 사랑할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며 사랑을 지식의 한 유형으로 규정했다. - P202

성공학의 대가 카네기Dale Carnegie는 "알면 용서한다" 라고 관찰했다. - P202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 자연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착취하고 파괴한다. - P202

우리 인간은 상대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본성을 타고났다. 사랑하려면 우선 알아야 한다. 올포트가 말하는 접촉이 바로 앎의 시작이다. - P203

접촉으로 촉발된 앎의 과정이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려면 시민들이 한데 모여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 P203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시민 참여형 정치가 고사 직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 P203

시민 참여형 정치 형태는 우선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 만연한 냉소주의를 해소해준다. - P203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양극화에서 신뢰로, 배제 exclusion가 포함inclusion으로, 안주에서 벗어나 시민권 확립으로, 부패가 투명성으로, 이기심이 연대로, 그리고 불평등이 자존감으로 변해갔다. - P204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일수록 만나서 얘기해야한다. - P204

베네수엘라의 소도시 토레스와 브라질의 대도시 포르투알레그리는 엄청난 규모의 시 예산을 시민 자율에 맡긴다. 토레스는 해마다 연초에 1만 5,000명의 시민이 시내 560곳에서 위원회를 열고 예산 배정에 대해 숙론한다. 1989년 포르투알레그리시는 예산의 4분의 1을 시민 참여 방식으로 집행했다. - P203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와 아널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의 음악,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의 미술,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의 문학,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의 철학,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Friedrich Hayek와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경제학, 그리고 카를 폰 로키탄스키 Karl von Rokitansky와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의학 - P204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두뇌에서 심장까지의 거리"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앎과 실행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 P206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두뇌와 심장 간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 P207

제대로 된 숙론 문화만 정착되면 우리 사회는 모두가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 P207

주어진 숙제는 협치인데 대치로 답을 내고 있다. 이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선물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이 땅의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 P208

어느덧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당당한 선진국이 되었건만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한 단 한 분야가 바로 우리 정치다. 그러나 이걸 이대로 그냥 둘 우리 국민이 아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은 반드시 정치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 모두 새로이 습득할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 P209

조만간 대한민국은 어린이집에서 국회까지 언쟁이나 논쟁을 멈추고 기껏해야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 수준을 넘어 깊이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의 꽃이 만개할 것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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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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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번의 포스팅에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함께 뇌과학과 생물학에 대한 내용과 관련된 리뷰를 했었다. 오늘은 화학파트에 대한 리뷰를 써본다.

화학관련된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저자는 학창시절에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그닥 없었기에 과학과목(특별히 여기선 화학)에 관심이 안 생겼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운명적 문과‘일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저자의 이 고백은 비단 저자만의 고백이 아닌 독자인 나의 고백이기도 했다.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시간이 되면 과학에 대한 어떤 학문적인 호기심이 발동하기보다는 이런게 실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하는 회의감이 더 컸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과학 과목에서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그냥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쪽팔리지 않을 정도의 점수만 맞았으면 좋겠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어리석었던) 생각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과거에 시험본다고 꾸역꾸역 머리에 욱여넣었던 지식들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과거에 이해없이 단순 암기만 했던 것들이 많았던지라 읽으면서 찬찬히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아서 제대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저자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이제 겨우겨우 이해할 수 있는 수준정도까지는 된 것 같다. 과학쪽에 무지몽매했다는 표현이 딱 나에게 해당되는 표현이었는데 이제는 이 책을 읽고나서는 조금이나마 기초과학, 교양과학 수준정도로는 올라갈 수 있는 레벨로 접근하기 시작한 듯 하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용과 그에 관련된 나만의 생각들을 덧붙여보면서 리뷰를 해보겠다.

화학파트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원소는 바로 탄소였다. 본문에는 탄소와 결합하여 생성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나와있는데 이 부분에서 특별히 독자인 나는 ‘살충제‘ 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이유인즉,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이 ‘살충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살균제‘ 에 대한 얘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몇 년도인지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다들 기억하실 거다. 내가 읽었던 책이 바로 이 사건에 대해 분석하고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던《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다보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지 않고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원래 리뷰하고 있던 책인《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로 잠시 돌아와서 본문에 나온 내용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안다. 화학이 ‘돈 되는 과학‘이란 걸. 화학의 이미지가 나빠도 사람들은 ‘화학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p.166)

화학이 이렇듯 돈이 되는 과학이다보니, 소비자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눈앞의 이익만을 좇은 비도덕적인 기업들과 이러한 기업들로부터 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대학교수들 및 연구자들이 서로 짜고쳐서 사용자들에게 유해할 수 물질을 마치 별 문제 없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둔갑시키고, 이를 감시감독해야할 관련 분야의 정부부처들은 신종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성 부족 밎 규제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업과 전문가들이 만든 유해성있는 화학제품을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허락한 결과물이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가습기 살균제‘ 로 인한 사망 사건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사건의 주요 피해자들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들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이들 대다수가 가습기의 유해물질을 제거해준다는 생각에 기반하여 우리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선의로 화학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당했다고 한다.

화학제품과 관련된 이러한 끔찍한 사례를 보면서 우리 일상 생활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화학제품들에 들어있는 화학성분들에 대한 지식을 일정수준 이상으로는 갖추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종 화학물질들도 마구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모든 것을 다 알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의 기본적인 화학관련 지식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이것(기초 화학에 대한 지식)은 자신이 문과이든 이과이든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일일이 다 느끼진 못하지만 문과 남자인 저자가 본문에 언급한 화학제품들의 목록들을 보다보면 화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본문에 나온 몇 가지만 나열해보면 립스틱, 주름방지화장품, 자외선 차단제, 미백크림, 살균제, 소독약, 항생제, 일회용기저귀 등을 비롯해 농축산물 생산에 쓰이는 비료, 농약 등 분야를 막론하고 참으로 다양하다. 저자는 이러한 화학의 영향력을 다음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현대인의 삶은 화학에서 시작해 화학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167)

이렇듯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바로 화학인데 단지 문과라는 이유로 화학을 등한시 하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듯하다.

요즘도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줄여서 ‘문송합니다‘ 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근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과학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때 단지 자기가 문과라는 이유로 ‘문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끝나서는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깊이있는 수준까지야 힘들겠지만 적어도 우리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관련된 과학지식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읽었던《가습기 살균제 리포트》와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연계하여 생각해보면서 과학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과 그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가장 먼저 화학의 본질에 대한 설명을 한다. 저자에 따르면 화학은 물질의 조성과 구조, 성질, 관계,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p.167)이라고 한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화학과 관련된 위험한 일들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적어도 이 정의만 놓고 봤을 때 화학은 우리가 속한 세계에 있는 물질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초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더해 독자인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화학에 대한 오해들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본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화학은 천연의 반대말이 아니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든 사람이 만들었든, 물질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화학의 연구 대상이다.‘(p.167)

여기서 독자인 나는 앞에 나온 첫 번째 문장이 좀 의외라고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화학이라고 하면 뭔가 혼합되어 있는 물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었는데,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꼭 혼합물이 아니더라도 자연 상태에 있는 순수한 물질자체도 화학의 연구 대상이라는 것을 이번 독서를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또한 이어지는 문장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화학은 생명을 해치는 사악한 마법이 아니다. 좋지 않은 물질을 만들어 잘못 사용한 책임은 화학이 아니라 사람한테 있다.‘(p.168)

이 문장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화학 자체보다는 화학을 오남용한 사람들의 잘못이 화학에 대한 오해를 키워왔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화학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저자가 탄소에 대한 얘기를 하는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전지구적인 기후 위기의 원인이 탄소라고 지적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 이 부분을 읽을 때 독자인 나는 요즘 전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들은 바가 있는데 도대체 저자께서 왜 저렇게까지 탄소를 감싸시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문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그 많은 탄소는 다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서 온 게 아니다. 원래 지구에 있었다. 다른 곳에 다른 형태로 있던 탄소가 풀려나 산소, 수소와 결합한 탓에 기후위기가 생겼다. 오로지 인간 탓인 건 아니다. 화산 폭발과 자연발화 산불도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p.187)

‘인간이 집을 데우고 자동차를 굴리고 비행기를 띄울 때마다 거기 들어있던 탄소가 풀려났다.
...(중략)... 숲을 훼손해 도시와 경작지를 만든 탓에 나무가 광합성으로 흡수 고정하는 탄소량이 줄었다.(p.188)


위에 나온 문장들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탄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탄소 자체의 잘못보다는 원래 지구에 존재하고 있는 탄소를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우리 인간들이 오남용한 결과가 지금 전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 기후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탄소에 대한 오해는 마치 살인범이 칼을 비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p.188) 는 비유를 들며 사람들의 탄소에 대한 오해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이는 마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느껴졌다. 탄소사례에 적용해서 위의 문장을 풀어 써보면 ‘탄소 배출로 인해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화합물(이산화탄소, 메탄 등)은 미워하되 탄소 자체는 미워하지 말라‘ 라는 문장 정도로 바꿔 써볼 수 있을 듯하다.


이 탄소 사례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사고를 확장시켜 생각해보자면 비단 탄소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도 본질과 비본질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본질적인 것보다는 가급적 본질적인 것들에 좀 더 집중해서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한 섣부른 오해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뒤이어 읽다가 눈에 띄었던 개념 중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환원還元(reduction)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 크고 복잡한 것을 작고 단순한 것으로 쪼개는 것(p.169)을 의미한다. 또한 모든 대상을 이런 방법으로 연구하려는 경향을 ‘환원주의‘ (p.169)라고 하는데, 여기 나오는 화학 뿐만 아니라 과학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환원주의에 기반하여 연구를 한다고 하니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화학 얘기로 돌아와서 저자는 이러한 환원주의에 입각하여 대다수의 독자들이 그래도 비교적 이해하기 용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소금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 과정에 대해 여기서 일일이 자세한 얘기를 다 하기는 힘들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이 사례를 통해 원소와 원자, 분자, 전자 등 기초화학에 나오는 개념들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원소들을 원자번호와 화학적 성질에 따라 배열한 주기율표를 읽는 방법이라든지 화학에 나오는 각종 결합 방법 등 기초적인 개념들을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과학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나같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 듯하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주기율표의 경우 본문의 내용을 통해 각각의 원소, 원자들의 특성이 마치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MBTI같은 걸 보면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16가지로 사람의 유형을 분류하는 것과 비슷하게 주기율표에서도 각각의 원소들을 분류하는 기준이 있어서 그 기준에 따라 원소가 위치하는 자리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과 출신 독자들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소금물의 결합과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오히려 복잡하다거나 혹은 식은죽 먹기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같이 과학에 상대적으로 무지한 문과 출신 독자들에게는 저자의 설명이 어둔 밤길의 등불처럼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이러한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나는 소금물 사례에 나오는 개념과 과정들이 빠르게 이해되기보다는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들을 보면서 도대체 학창시절에 과학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 친구들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또한 기초 개념들에 대한 설명을 이미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몇일이 지난 뒤 다시 이어 읽으려 할 때 개념들이 헷갈리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런 개념들을 헷갈리지 않고 그 과정들을 잘 따라나갔던 친구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나도 저자와 같은 ‘운명적 문과‘ 일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뒤이어 나온 내용 중에서 저자가 탄소의 화학적 성질을 정치학 언어로 표현한 부분이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 예로 탄소는 ‘유능한 중도‘여서 성공했다.(p.188)라는 문장과 함께 탄소의 성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런 식으로 과학을 배우면 문과출신들도 과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복잡한 수식이나 산식이 아니라 직관적인 의미로 딱 와닿는 게 좋았다. 이런 식의 설명은 아마도 저자가 과거에 정치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화학 파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환원주의의 위험 요소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의 핵심은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쪼개서 설명하다가 원래의 목적이었던 복잡한 것을 설명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p.199)는 것이었다. 본문에 나왔던 예를 들자면, 우주의 구조와 운동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단순한 수소의 원자 구조를 파악하는 데, 여기서 단지 수소의 원자 구조만 파악하고 보다 복잡한 우주의 구조와 운동법칙을 설명하지 못할 경우 환원주의에 따른 연구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으려면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연구 성과를 습득하고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를 ‘통섭‘ 이라 지칭한다. 본문에서는 통섭을 ‘환원주의를 수단으로 삼아 지식을 통합하는 것‘(p.201) 이라는 정의와 함께 ‘분석은 과학적 방법으로 하지만 통섭은 언어로 해야 하기에 과학과 인문학이 모두 필요하다‘(p.201) 고 말하는데 독자인 나는 이것을 단순한 지식의 통합을 넘어 해당 분야 사람들끼리 활발한 교류를 하는 것 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또한 이 ‘통섭‘이라는 용어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데,《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 나온 환원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섭‘이 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전보다 그 중요성을 한층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화학 파트에 대한 리뷰를 마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읽어나가기 힘들었던 물리 파트에 대한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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