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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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건축물, 동서양의 문화, 새로운 생각, 앞으로의 미래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저자만의 특별한 설명과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본문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함께 보면서 읽다보니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을 도슨트가 직접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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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오늘 읽은 부분에선 욕과 관련하여 저자가 가진 신념들...

1년전 오늘 포스팅했던 글인데 저자의 말에 동의하시는 분도 그렇지 않으신 분도 있겠지만, 그건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일듯하고 개인적으로 이 부분의 소제목을 붙여보자면 교‘욕‘학개론 정도로 이름 붙이면 딱 좋을 것 같다. 물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진짜 욕나오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그러한 인간들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도로 참조해볼만 하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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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획일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주의 양식‘ 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봤었는데, 이 양식이 유행했던 20세기 후반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명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시대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통 성당 건축에서 보여지는 높은 층고 같은 것들이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시기였는데, 이러한 흐름에 역행한 건축가가 바로 루이스 칸Louis I. Kahn이었다.

루이스 칸에 대한 얘기 다음에는 일본의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에 관한 얘기가 이어진다.

본문을 읽다보면 안도 다다오만의 의 독특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물의 교회‘ 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볼 수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공간처럼 보이는 것도 저자의 글을 통해 좀 더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는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갔을 때 다양한 전시물 혹은 작품들을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감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책에서는 직접 음성으로 얘기를 들을 수 없으니 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와 비슷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바람의 교회‘ 역시 관련 사진과 함께 저자의 설명을 따라 읽다보면 마치 그 현장을 직접 견학하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읽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전통적인 성당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천장고를 가진 아름다운 돔 공간은 낭비되는 공간으로 치부되었다. 과거에는 100미터 높이의 돔을 가진 성당을 지었다면 지금은 엘리베이터와 형광등의 도움으로 같은 볼륨의 공간에 25층짜리 사무실을 꽉 차게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 P278

그런데 이러한 국제주의 양식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 루이스 칸Louis I. Kahn (1901~1974)이라는 건축가다. 칸은 모던하기만 했던 건축에 기능이 없는 빈 공간을 재도입함으로써 국제주의 양식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 P278

칸이 디자인한 대부분의 건축물은 서양 전통 건축의 특징인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동시에 중앙에는 높은 빈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는 여타 국제주의 양식 건물처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만, 동시에 서양 전통 건축에서 사용했던 상하좌우 대칭의 기하학적 공간을 만들고, 특별한 기능이 없는 큰 부피의 빈 공간을 만든다. 그는 근대 건축에서 사라졌던 서양의 전통 문화 유전자와 콘크리트 기술을 융합시켜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 P278

칸이 디자인한 공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자연 채광을 실내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인공조명을 할 수 있는 형광등의 발전으로 현대 건축은 더 이상 자연 채광을 받아들이기 위한 높은 천장고에 세로로 긴 창이나 천창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모든 건물은 천장고가 2.4미터 정도로 낮게 디자인된다. 루이스 칸이 디자인한 공간은 천장이 높고 다채로운 모습을 띠는데, 그 이유는 자연 채광을 건물 내부로 들이려 하다 보니 나온 디자인이다. 이때 건물이 위치한 위도에 따라서 채광창의 모습도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 P278

근대 이전의 모든 건축물은 자연 채광을 도입하려고 노력했지만 형광등 보급 이후 기술에 의존하면서 자연과 분리된 건축을 하게 되어 왔는데, 칸은 과거의 전통을 현대 건축에 재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통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새롭게 진화시켰다. - P279

‘킴벨 미술관‘은 외부에서 보면 텍사스에 있는 곡물 창고인 ‘사일로silo‘를 눕혀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이 사일로 혹은 격납고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붕이 둥그런 형태를 띠어서인데, 볼트 구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트란 반원형의 아치 구조를 한쪽 방향으로 쭉 늘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P283

‘킴벨 미술관‘은 이렇듯 평범하고 단조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면 아주 놀라운 공간이 연출된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볼트와는 다르게 볼트 천정면의 가장 높은 정수리 부분이 천창으로 되어 있어서 강렬한 텍사스의 빛을 유입하기 때문이다. 천창으로 들어온 햇빛은 곡면 금속판에 반사되어 다시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곡면 천장을 비춘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가장 어두워 보이는 천장면이 달 표면처럼 빛을 낸다. 자연 채광 빛뿐만 아니라 재료가 가진 고유의 질감과 색감을 극대화한 실내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 P283

구조적으로 보면 볼트 구조 천장의 가장 높은 부분은 가장 많은 압축력을 받는 곳이다. 그래서 그곳은 예부터 가장 단단한 돌로 만들었다. 그 단단한 돌을 ‘키스톤‘이라 부르는데, 중요한 부분을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쓰기도 한다. - P283

하지만 칸은 이러한 전통을 거꾸로 뒤집어서 구조적으로 가장 필요한 키스톤을 빼내고 그 빈자리를 통해 빛이 들어오게 했다. 이것이 전통을 해석하는 칸의 방식이다. 아치를 쓰더라도 그냥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치를 밑으로 180도 회전해서 두 개의 아치가 위아래로 대칭된 모양을 만들어 벽에 동그란 구멍을 낸다든지, 건물의 입구를 정면 가운데에 위치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건물의 모서리 부분에 배치하는 식이다. 얼핏 보면 전통적으로 보이나 자세히 보면 근본적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전통의 재해석을 추구해 왔다. - P284

오래되었다고 낡고 버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래된 것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 P284

루이스 칸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건축가다. 옛 전통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새로움을 창조해 냈다. 루이스 칸은 킴벨 미술관에서 과거의 볼트 구조를 사용했지만 새로운 기술인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철근콘크리트는 내부에 철골이 보강되어서 고전적인 돌로 만든 볼트 천장보다 구조적으로 더 단단하기 때문에 볼트 천정의 꼭데기의 키스톤 자리에 부분적으로 구멍을 뚫어도 압력을 견딜 수 있어서 천창을 뚫을 수 있었다. - P284

새로운 창조를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 유전자를 섞어야 한다. 가장 손쉽게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만드는 방법은 다른 지역의 문화에서 찾는 것이다. 동서양이 다르게 발전하였고 이 둘은 융합되면서 2차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지리적 발견이 끝난 20세기 후반에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찾기 힘들게되었다. 그래서 루이스 칸이 찾은 방식은 과거의 문화에서 필요한 유전자의 다양성을 찾는 것이었다. - P284

유대인들은 특정 기하학의 조합이 영적인 힘을 갖는다고 믿었고, - P285

원에 삼각형이 내접하는 모습들은 기존의 서양 건축에서는찾아보기 힘든 기하학의 조합이다.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은 유대의 전통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 P285

‘알함브라궁전‘은 스페인을 정복한 이슬람인들이 만든 궁전이다. 사막에서 살았던 이슬람인들에게 천국은 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그래서 이슬람인들은 ‘알함브라궁전‘을 디자인할 때 물을 여러 가지 형태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수와 수水공간을 디자인하였다. - P288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 - P290

바라간은 캘리포니아 라호이아에 있는 ‘소크 연구소‘ 현장에서 "이 공간에 나무나 잔디 대신에 돌로 포장된 중정을 만드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소크 연구소‘의 입면으로 하늘을 갖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라간은 칸에게 비움을 통해서 진정한 자연을 얻으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칸이 만들려고 했던 나무가 심긴 정원은 인공의 자연인 반면, 바라간이 이야기한 비워진 중정을 통해 얻는 하늘은 진정한 자연이다. 칸은 바라간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유명한 나무 한 그루 없이 비워진 ‘소크 연구소‘ 중정을 만들었다. - P290

마치 료안지龍安寺의 ‘선의 정원‘에서 나무를 없애고 모래와 돌로만 구성된 명상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듯이, 칸 역시 ‘소크 연구소‘에 빈 공간을 만듦으로써 도가식 정원이 주는 침묵을 얻을 수 있었다. - P290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道는 영원불변永遠不變의 도가 아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불변의 이름이 아니다. 이름 없는 것은 천지의 처음이고,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다.
(「노자 도덕경」 1장, 남만성 역) - P290

나는 위대한 건물은 ‘잴 수 없는 것unmeasurable‘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며, 디자인 과정에서 ‘잴 수 있는 것measurable‘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지막에는 ‘잴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루이스 칸) - P293

루이스 칸은 건축의 본질상 물질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잴 수 있는 것‘을 통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하지만 건축의 처음과 끝은 결국 ‘잴 수 없는 것‘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 P293

칸이 말하는 ‘잴 수 없는 것‘ 은 노자가 말하는 ‘이름 없는 것‘ 즉 말로 표현할수 없는 도道를 말하는 것이고, ‘잴 수 있는 것‘은 ‘이름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가치는 측량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라 믿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 측량할 수 있는 형이하학적인 건축을 통하는 것이라는 루이스 칸의 생각은 다분히 노자스럽다. - P293

칸은 침묵하는 동양의 보이드 공간을 서양의 기하학적인 틀에 성공적으로 맞춰 넣은 건축가다. 루이스 칸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건축가로 추앙받는다. 그가 그렇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하는 능력에 있다. - P293

코르뷔지에와 미스가 서양 건축가로서 근대의 새로운 기술에 동양의 문화 유전자를 융합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면, 루이스 칸은 현대식 건축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서양 전통 건축, 도가 사상, 유대 민족 문화까지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문화적 유전자를 섞어서 융합시킨 건축가였다. - P293

미스나 코르뷔지에가 한 융합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문화 유전자를 빌려 쓰는 ‘공간을 뛰어넘는 융합 능력‘이라면, 루이스 칸은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문화 유전자를 도입하는 ‘시간을 뛰어넘는 융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간을 초월한 융합 능력‘이 칸을 위대한 건축가로 만든 것이다. - P294

나는《드래곤 볼》의 스토리가 동서양 종교 문화의 융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동서양에 걸쳐서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가 된 거라 생각한다. - P295

서양의 전통 종교 패러다임은 기독교다. 기독교의 핵심 스토리는 ‘메시아 사상‘이다. 메시아 사상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끝에 구세주인 메시아가 나타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이야기 구조다. 동양의 대표적 종교 중 하나인 불교의 핵심 스토리는 뭘까? 부처가 자기계발을 통해서 각성하여 열반에 이르고 초월적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를 섞은 것이 「드래곤 볼」만화의 골자다. - P295

「드래곤 볼」이야기 초반에 우주의 절대 강자인 ‘초사이어인‘이라는 메시아가 나타날 것이라는 신화를 복선으로 깐다. ‘초사이어인‘이란 ‘사이어‘라는 외계 종족이 있는데, 그 종족 중에서 초인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프리저라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막강한 악당이 나타난다. 주인공 손오공이 끝없는 수련과 자기계발을 통해서 계속 성장하다가 마지막에 각성하여 초사이어인이 되고 프리저를 무찔러 우주에 평화를 가져온다. 초사이어인이 올 것이라는 메시아 스토리 라인에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각성하여 부처 같은 초인이 되는 이야기 구조다. 「드래곤 볼」은 동서양에서잘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 P295

1868년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서 서양 문화를 적극 수용한다. 일본은 오랫동안 봉건 사회였다. 이 기간 중 봉건 영주들 간의 전쟁이 있었고 일본 문화는 항상 정복을 당하면 강한 지배자에게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승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전쟁이 많은 봉건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에 원자폭탄으로 패전한 이후 맥아더 사령관과 미국 문화도 저항 없이 일본 사회에 수용되었다. 일본은 문화에서도 승자인 미국의 문화를 적극 수용하였다. - P296

1952년부터 1968년까지 일본에서 연재된 만화《우주소년 아톰》이라는만화 캐릭터는 미국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슈퍼맨과 미키 마우스를 합쳐 놓은 캐릭터다. 슈퍼맨은 바지 위에 삼각팬티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고 하늘을 난다. 미키 마우스는 검정색 머리에 두 개의 큰 귀가 달려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톰 역시 팬티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고 하늘을 날며, 머리는 검정색인데 미키 마우스의 둥그런 귀 대신에 뾰쪽한 귀를 가지고 있는 차이밖에 없다. 이름이 아톰Atom인 이유는 원자폭탄을 뜻하는 Atomic Bomb을 애칭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 P296

1980년대 일본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대등하게 융합됐다. 그 결정체가 만화에서는《드래곤 볼》이고 건축에서는 안도 다다오라고 할 수 있다. - P297

안도 다다오의 건축 공간은 서양의 기하학과 동양의 상대적 관계성을 융합시킨 건축이다. - P298

안도는 "나는 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용히 감동을 받고, 본인이 받은 감동을 떠들어 대지 않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건축에는 마치 칸의 건축이나 일본 전통 건축에서 보이는 침묵의 빈 공간이 항상 존재한다. - P298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안도가 칸과 코르뷔지에를 그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건축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가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우고자 유럽에 건너갔을 때, 코르뷔지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래서 안도는 일본으로 돌아온 후 코르뷔지에의 모든 건축 도면을 반투명한 트레이싱 페이퍼에 여러 번 베끼면서 독학으로 건축 공부를 했다고 한다. - P299

칸과 코르뷔지에를 모델 삼아 건축을 공부했으니, 동서양 문화 유전자가 융합된 건축을 체득했을 것은 유전적 계보에 따른 당연한 일이다. - P299

안도의 건축은 진입로를 따라서 경험하게 되는 연속적인 투시도 장면들에 의해서 인식되는 건축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진입로는 수평적 혹은 수직적으로 꺾이고, 비틀어져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진입로 위의 사람은 다양한 각도에서의 투시도들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 P299

여러 지점에서 다른 데이터를 수집해서 3차원 공간을 측량한다는 점은 토목 기사가 땅의 모양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삼각법‘과 같은 원리다. 토목 기사들은 땅의 고저차를 측정할 때 수평자를 이용하여 눈금을 읽어 그 차이를 아는데, 안도의 경우에는 계단의 수나 간간이 있는 단의 차이를 이용해서 본인이 수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정도를 사용자가 몸으로 인지하게 한다. - P300

지형을 측량하는 측량 기사는 한 지점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와 같이 관찰자의 위치를 변화시키면서 얻은 데이터와 자신이 얼마나 멀리 어떠한 각도로 이동했는가에 따른 데이터를 종합하여 이차원도면 위에 작도하여 삼차원 지형을 알아내는 것이 삼각법이다. - P301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물의 교회 Chapel on the Water‘ (1985-1988)에서는 관찰자가 교회의 후면부에서 출발해 교회 건물로 접근하면서 건물과 주변 공간을 인식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 P301

방문객은 건물의 제일 높은 부분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주변 경관과 건물을 바라본 후 계단을 통해서 내려간다. 이 부분은 곧 맞이하게 될 클라이맥스 순간이 오기 전에 다시금 암흑의 ‘시각적 정적‘의 순간을 경험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이는 중요한 클라이맥스 순간을 더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비슷한 기법이 작곡가 헨델의 성가극「메시아」 중 「아멘」 마지막 부분에서 보이는데, 클라이맥스 부분에 1초 정도의 정적을 넣음으로써 직후의 클라이맥스를 극대화했다. - P306

성가극: 16세기 무렵에 로마에서 시작한 종교 음악. 성경의 장면을 음악과 함께 연출한 교회에서 발달하여 오페라의 요소를 가미한 영창, 중창, 합창, 관현악으로 연주한다. ‘오라토리오‘라고도 한다. 헨델의「메시아」는 유명한 성가극으로, 마지막 제3부 끝부분에「아멘 코러스」를 거쳐 네 개의 성부가 동시에「아멘」을 부르며 감동적으로 끝맺는다. - P405

‘물의 교회‘에는 자연과 건축의 각기 다른 관계를 보여 주는 순간들이 있다. 이 같은 순간들은 벽을 따라 걷는다든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식의 건축적인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벽을 따라 걷는 것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주요 장면의 데이터를 실측하기 위한 수평 이동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것은 실측을 위한 수직 이동이다. 이 같은 변화들은 계단의 개수나 발자국 숫자 같은 식으로 관찰자의 몸을 통해서 인지하게 되어 있다. 이는 변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에만 차이가 있을 뿐, 기본 원리는 측량 기법과 흡사하다. - P307

측량 기사들은 수직적, 수평적인 변화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도상에서 모든 데이터를 취합한다. ‘물의 교회‘ 에서는 측량 기사들이 종이 위에 작도하는 작업들이 방문객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 P307

안도는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의 존재감을 느끼게끔 해 주는 중간 장치다. 중정을 바라보면 그 안에서 자연은 매일 매일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중정은 집 안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핵이며 빛, 바람, 비와 같은 자연의 현상을 전달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P307

‘물의 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방문객으로 하여금 마치 영화를 찍는 카메라처럼 계속해서 멋진 장면을 캡처하게 하는 도구다. 그리고 그 장면들 속에 있는 요소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관계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방문객에게 깨달음을 주게 하는 것이 안도가 추구하는 건축이다. - P308

귄터 니츠케 Gunter Nitschke의 ‘시간이 돈이고, 공간이 돈Time is Money - Space is Money‘ 이라는 글 - P310

그(귄터 니츠케)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 P310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은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 P310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 P310

‘물의 교회‘는 복잡한 진입 시퀀스를 통해서 단순한 상자형 본당이지만 마지막에 그장면이 주는 느낌은 그냥 본당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첫 장면 보고 엔딩을 본다고 해서 영화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위해서 보통 두 시간 정도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주요 장면 이전에 이야기의 전개가 중요한데, 그것을 가장 잘하는 공간 이야기꾼이 안도 다다오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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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50만부 돌파 초판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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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암묵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본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체계적인 정리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특별히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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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낯선 사람이든 가까운 사람이든 관계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예의를 차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낯선 사람들에게는 예의를 차리면서 오히려 가족같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오늘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무례함은 사랑을 먹어치우는 암세포이다. 이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까운 가족보다 낯선 사람들에게 더욱 예의를 차린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낯선 사람들이 말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의 말허리를 자르며, "맙소사, 그 지겨운 이야기 또 하려고 그래?" 라고 묻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허락도 받지 않고 친구의 편지를 열어 본다든지, 그 친구의 개인적인 비밀을 꼬치꼬치 파고드는 것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가족들에 대해서는 사소한 실수에도 모욕을 퍼붓는다.

"놀라운 사실을 말하자면, 사실상 비열하고, 모욕적이고,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바로 우리의 가족들이다."

헨리 클레이 리스너Henry Clay Risner는 말했다. "예의란 망가진 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문 뒤 정원에 핀 꽃에 관심을 갖는 마음 자세이다."

기름이 없으면 차가 움직일 수 없듯이 예의야말로 결혼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무지이다." 손님에게는 물론, 사업장 파트너에게도 감히 소리 높여 이야기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많은 남편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별일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개인적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일보다는 결혼이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결혼을 누리는 평범한 사람은 홀로 사는 천재보다 훨씬 더 행복한 법이다.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Turgenev는 세계적인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어딘가에 내가 저녁 먹으러 집에 들어올지를 걱정해주는 여성만 있다면 이 모든 천재성, 이 모든 책들은 다 버려도 좋겠소."

"결혼과 비교하면, 탄생은 우리 삶의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합니다. 죽음도 사소한 일에 불과하죠."

남자들이 자신의 일과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쏟는 만큼의 노력을 왜 가정생활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기울이지 않는지 여성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만족한 아내와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이 백만 달러를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지만, 자신의 결혼을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진지한 생각과 노력을 하는 사람은 백 명 중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그저 운에만 맡기고, 운에 따라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얻기도 하는 거죠.

왜 남자들은 고압적인 태도보다는 부드러운 태도를 취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상황을 능란하게 처리하지 못하는지 우리 여자들은 이해가 안 됩니다.

모든 남편들은 아내를 즐겁게 만들면 어떤 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몇 마디 돈 들지 않는 칭찬만 던져 주어도, 예를 들어 아내가 얼마나 살림을 잘하며, 얼마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만 해도 아내는 한 푼도 함부로 쓰고 다니지 않을 겁니다.

남편들은 아내에게 작년에 산 옷을 입으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는지 이야기하면 그녀가 올해 나온 신상품에 눈도 돌리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내의 눈에 키스를 하면 아내의 눈을 감게 만들 수 있고, 입술에 키스만 하면 아내의 말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아내들도 남편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남편들에게 자신들에 대한 완벽한 사용설명서를 주었기 때문이죠. 남편이 아내의 기분을 맞춰 주거나 칭찬해 주지 않고, 아내와 싸우고 나서 그 대가로 맛없는 음식을 먹고, 그녀에게 새 옷과 차와 진주를 사 주느라 돈을 낭비하는 것을 보면 아내들은 남편에 대해 화를 내야 할지, 역겨워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여섯 번째 비결은 다음과 같다.

비결 6 : 예의를 차려라.

Be courteous.

해밀턴 박사는 말한다. "편견에 가득 차 있고 주의력이 모자란 정신분석학자들은 결혼 생활에서 대부분 마찰의 원인이 성적 부적응에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성관계가 만족스럽다면 다른 문제에서 비롯되는 마찰을 무시해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포페노 박사(가정생활 분야 권위자)에 따르면 결혼 생활이 실패하는 이유는 주로 네 가지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그 원인을 정리했다.
1. 성적 부적응
2. 여가를 보내는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3. 재정 문제
4. 정신적, 육체적, 감정적 이상

섹스가 가장 먼저 오는 데 주목하라. 돈 문제는 겨우 세 번째로 중요한 문제일 뿐이다.

모든 이혼 전문가들은 성적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신시내티 가정 법원의 호프만Hoffman 판사는 가정에서 일어난 수천 건의 비극을 보고 들어 왔던 사람이다. 호프만 판사는 몇 년 전 이렇게 말했다. "이혼 열 건 중 아홉 건의 원인은 성적 문제이다."

존 B.왓슨John B. Watson이라는 저명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섹스는 틀림없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남성과 여성의 행복을 산산조각 내는 대부분의 원인은 섹스이다."

20세기에, 이렇게 책이 많은 시대에, 우리가 이렇게 많은 교육을 받고도 결혼과 우리의 삶이 이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본능에 대한 무지 때문에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좋은 의도를 가지고 결혼하러 오지만 사실은 결혼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

"결혼이라는 대단히 어려운 조정과 적응 과정을 그저 운에 맡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혼율이 16퍼센트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남편과 아내들이 사실상 결혼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이혼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들은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버터필드 박사는 말한다. "행복한 결혼이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지적으로, 의도적으로 설계된다는 의미에서 건축물과 같다."

버터 필드 박사는 말한다. "섹스는 결혼 생활이 주는 많은 즐거움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참고 침묵하려 들지 말고, 객관적으로, 초연한 태도와 실천으로 결혼 생활의 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건전한 내용과 훌륭한 취향을 담고 있는 책은 이러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신의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곱 번째 비결은 다음과 같다.

비결 7 : 결혼의 성적 측면에 관한 좋은 책을 읽어라.

Read a good book on the sexual side of mar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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