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기회의 균등이라는 것은 공정이라는 가치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다만, 그 기회를 부여 받는 개인과 사회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각각의 개개인이 동기가 유발되어 있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기회를 아무리 균등하게 준다한들 그 기회를 얻은 개인이 발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든가 동기부여가 없다면 그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전체적으로도 발전이 더뎌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회의 균등이 기회를 주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의무라면 그 기회를 쟁취하고자하는 사람은 마땅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정도의 책임감도 없이 기회가 없다고, 사회가 잘못됐다고 투덜대기만 하는 것은 그냥 자기자신에 대해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균등한 기회를 중시하는 문화는 학생들이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도록 동기가 유발되어 있어야만 성공하게 된다.

내재적 동기 유발의 원천은 자신의 관심사를 탐색할 자유와 기회

"읽기는 모든 과제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량이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 어떤 과제도 공부할 수 없다"

읽고 싶은 욕구를 키우면 흥미를 유발하게 된다.

독서에 대한 애정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자녀들이 독서를 즐기기를 바라면 책을 삶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식사 시간에, 차 타고 갈 때,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을 때, 책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선물로 주고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주목하는 대상을 주목한다. 부모가 주의를 집중하는 대상이 부모가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라고 자녀들에게 말해주는 셈이다.

독서는 기회로 가는 관문이다. 독서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계속할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책은 TV, 비디오게임, 소셜 미디어와 점점 버거운 경쟁을 해야한다.

영어영문학 강좌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손꼽히는 게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고 억지로 ‘고전‘ 작품을 읽게 하는 관행이다. 학생들이 자기가 읽을 책을 직접 선택하고 읽으면 독서에 훨씬 열정을 품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선순환이다. 재미로 독서를 하면 할수록 읽는 실력이 향상되고 독서를 한층 더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독서를 좋아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된다. 게다가 시험 성적도 향상된다. 교사가 할일은 학생들이 고전을 읽게 하는 게 아니라 독서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펴주는 일이다.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대상을 선택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기회가 있으면 배움에 대한 흥미는 증폭된다. 내재적 동기 유발은 다른 이들에게 전염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책에 관해 이야기하면 자신이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그런 열정을 포착할 기회를 준다.

교육 체제는 (성장 배경, 가용 재원과는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면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게 된다. - 말비나 레이놀즈(Malvina Reynolds,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집단 지성을 극대화하기란 단순히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으는 게 아니다.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 이상이다. 집단에게서 숨은 잠재력을 일깨우려면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지닌 역량과 기여할 바를 수렴할 지도력, 팀 절차, 체제가 필요하다.

최고의 팀은 최고의 생각을 지닌 이들로 구성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최고의 생각을 끌어내고 이용하는 팀이 최고의 팀이다.

데이터를 보면 집단 지성은 구성원 개인의 지능 지수와 거의 무관하다. 가장 똑똑한 팀은 가장 똑똑한 개인들로 구성되지 않았다.

집단 지성은 사람들의 인지적 기량보다 친화적 기량에 좌우된다

최고의 팀은 가장 친화적인 구성원들로 구성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 말이다.

친화력이란 늘 다른 구성원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모두가 협력하도록 하는 태도가 아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고 모두가 십시일반 하도록 하는 역량이다.

단 한 사람만 친화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팀 전체를 개인보다 더한 멍청이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집단 지성은 팀 구성원들이 서로의 장점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전략을 짜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서로 동기 부여해줄 때 발휘된다.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구성원 개개인이 최고인 팀보다는 구성원들을 결속해줄 가장 끈끈한 접착제를 지닌 팀이어야 한다.

친화적 기량은 집단을 팀으로 바꾸는 접착제다. 구성원들이 외로운 늑대들처럼 각개약진하기보다 결속력 있는 무리의 일부가 된다.

사람들을 집단에 배치한다고 해서 저절로 팀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도자를 뽑을 때 가장 강력한 지도적 기량을 갖춘 사람을 뽑지 않고,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뽑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수다 효과(babble effect)라고 일컫는다. 집단은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그 사람의 역량이나 전문성과 상관없이)을 승격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는 자신감을 능력으로 오해하고, 확신을 신뢰성으로 오해하고, 양을 질로 오해한다. 우리는 토론의 수준을 높이는 사람보다 토론을 장악하는 사람을 뒤따르는 상황에 갇히게 된다.

목소리 큰 사람은 자격도 없는데 지도자로 부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허튼 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공도 독차지 한다.

친화적 기량이 가장 형편없고 자아가 가장 강한 사람들이 대개 권위를 행사하고 팀과 조직에 해를 끼친다.

능력은 중요하지만,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팀이 비교적 상부로부터의 지시에 반응하는 성향이라면, 외향적인 사람이 최고의 결과를 견인한다. 그들은 자기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팀이 자기를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팀이 주도적이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제안을 내놓을 때 그들을 이끌어 더 큰 성취를 하도록 하는 지도자는 내향적인 지도자다. 내향적인 지도자가 아래로부터의 제안에 훨씬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인식되고, 따라서 더 나은 아이디어에 접근하고 팀이 더 동기유발되도록 해준다. 스펀지들로 구성된 팀에서 최고의 지도자는 가장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사람이다.

‘모든 해답을 다 아는 초인적인 지도자는 없다‘

"인류가 지금까지 스스로가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절대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단 한 단어로 규정한다면, 그 단어는 ‘회의(meeting)‘일지 모른다."

외향적 성향인 사람들로 가득한 바다에서 익사하는 내향적인 사람

우리 중 그 누구도 우리 모두를 합친 것만큼 멍청하지 않다.

팀의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려면 구두로 중지를 모으는 회의보다 의견을 써서 내는, 즉 서면으로 중지를 모으는 과정(brainwriting)으로 전환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첫 단계는 각자 혼자서 진행한다. 팀 구성원들에게 각자 아이디어를 내라고 요청한다. 그다음 그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집단 구성원들과 익명으로 공유한다. 독자적인 판단을 유지하기 위해 각 구성원은 각자 아이디어들을 평가한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팀 전체가 모여 가장 바람직한 선택지들을 선정하고 다듬는다.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정교하게 다듬기 전에 개별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평가함으로써 팀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관심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표면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훌륭한 팀 구성원은 집단의 나머지 구성원들이 더 많이 기여하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집단 지성은 개인의 창의성과 더불어 시작된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개인은 홀로 일할 때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산한다. 개개인이 집단보다 훨씬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낸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개인은 또한 집단보다 훨씬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각해내기도 한다. 시끄러운 온갖 소음에서 쓸모있는 신호를 식별해내려면 집단적 판단이 필요하다.

대개 그렇듯이 아이디어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하면 양도 늘지만, 질도 천차만별이다.

천천히 새로 구멍을 뚫지 말고 이미 뚫려있는 구멍들을 넓히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최선책과 차선책 두 계획은 동시에 추진하게 되었다.

지도자의 눈길만 받아도 지위가 없는 사람들이 자기 의사를 표명할 용기를 내는 데 충분하다는 증거가 있다.

손의 먼지가 기타 줄에 묻으면 시간이 갈수록 기타 줄이 제 음을 잃게 된다.

형광중합체(fluoropolymer)

여러분이 제안한 프로젝트에 실제로 착수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후원할 의향이 있는 지도자 단 한 명만 있으면 된다.

격자형 체제는 사다리 위계질서를 지배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불문율을 거부한다. 상사 몰래 일을 꾸미거나 상사를 건너뛰고 그 윗선과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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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유비와 장비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것은 삼국지 이야기가 아니고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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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계속 읽다보면 저자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를 이루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와 과외 등을 통해 종잣돈을 마련하고, 일정량의 종잣돈이 모인 뒤에는 그동안 발품 팔아서 획득한 정보들을 토대로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조그마한 오피스텔을 획득하여 월세를 받는 사람이 되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러한 스토리를 보면서 확고한 목표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흥미있어하고 관심이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과정 자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만큼 미친듯이 몰입하고 집중했던, 한마디로 치열했던 저자의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경제적 자유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내가 일하지 않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로 가는 시스템은 유비가 만들었던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하고 회사에 얽매여 월급을 받는 삶이 아니라, 반드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했을 때에만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도 돈이 저절로 쌓이는 시스템 말이다. - P100

나는 20대의 대부분을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자했다. 모두가 학점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따고, 영어시험을 보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홀로 외로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취업만 바라보던 또래들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책과 소통하며 보냈고,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 재테크 세미나 등을 통해 나보다 훨씬 연배가 있으신 분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 P100

흘러가는 대로 둥둥 떠다니지 말고, 방향을 정해 적극적으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 P101

해결책은 명문대 입학도, 대기업 취업도, 부장 승진도 아닌 경제적 자유에 달려 있었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게 내 인생을 위한 길이요. 우리 가족을 위한 길이었다. - P108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에서 - P109

계속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월급에 목매지 말기를. 회사가 당신의 전부가 아님을, 월급이 당신의 전부가 아님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고 월급쟁이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오기를. - P110

시간의 차이일 뿐, 결국 사람은 누구나 회사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 회사는 항상 젊고 참신하며 유능한 직원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다. 같은 월급이라면 조금이라도 나은 스펙의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 한다. 결국, 월급은 평생 동안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P110

월급을 받는 존재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 P111

자신의 업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자기계발에 힘쓰고 열정적으로 사는 것은 멋진 일이다. 다만 자기계발의 목적이 단순히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연봉을 받기 위함이라면 이는 헛발질에 불과하다. 발버둥 칠수록 빠른 속도로 늪에 잠기는 것이다. 돈을 벌기위해 치열하게 달려갈수록 당신은 돈의 노예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월급쟁이의 덫이다. - P111

지금 자신의 업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독보적인 존재가 될 때까지 계속 전진하는 것이 좋다. 단, 나 혼자서 돈을 벌지 말고 나를 대신해 돈을 벌어올 나만의 일꾼들도 만들어 나가야한다.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있을 때 내 본업에 더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적성이나 비전과 전혀 맞지 않음에도 돈 때문에 억지로 일하고 있다면 더더욱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P111

내가 일하지 않고도 들어오는 수입이 나의 지출보다 많아지는 순간 당신은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다. 그때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생긴다.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며 전문성을 쌓아도 좋고, 화려하게 은퇴해서 자유를 만끽해도 좋고, 벼르고 별렀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도 좋다. 더 이상 돈에 얽매여 노예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 상상만 해도 기쁘지 않은가! - P112

답은 하나다. 하루빨리 일하지 않고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완성하라. 승진하지 않아도, 투잡을 뛰지 않아도 얼마든지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일해야만 돈을 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 P113

매일같이 출근해서 온종일 일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버는 데서 그치지 말고, 돈 버는 기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나 혼자서만 일하지 말고, 내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 나를 위해 돈을 벌어오는 녀석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굳이 일하지 않더라도 나를 대신해서 돈을 벌어오는 일꾼들을 만들자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쇼핑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대신해서 누군가가 계속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 P113

돈을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기 전에, 돈을 벌어오는 기계를 소유하라. 이 시스템에 눈을 떠야 당신은 경제적 자유로 가는 재테크를 할 수 있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 P113

발상의 전환이 경제적 자유를 만든다. - P116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소득과 보유자산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대우하는 계급사회였고, 나는 그 출발점에 서 있는스무 살 청년에 불과했다. - P119

처음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을 넘어서 ‘부자‘가 되고 싶었다. 내 앞을 거니는 저들처럼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돈 많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중년의 배 나온 사장님이 아니라, 화려한 ‘젊은부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솔직한 내 욕망에 귀를 기울였다. 이는 나의 가치관을 크게 바꿔놓았고, 적극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모색하는 삶으로 나를 이끌었다. - P119

당시의 나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만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 P120

마키아벨리가 말했던가. ‘눈으로는 하늘을 보면서 이상을 추구하되, 발은 땅에 딛고 현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 P123

직업보다 한층 더 고차원적인 수준의 목적과 방향이 정해진 이상 ‘투자‘에 능숙해져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본업에서만 열심히 일하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세계경제 흐름에 민감하고 자본시장의 속성에 정통한 이가 부자가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 P123

문득 종잣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게나마 실제 투자시장에 나가서 직접 부딪치고 싶어졌다. 그렇게 경험을 쌓으면서 천천히 자본금을 불려나간다면, 훗날 무엇을 하든 큰 힘이 되어줄 것이 확실했다. 일단 지금은 씨앗을 뿌릴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 - P124

마침내 할 일을 찾았다! 종잣돈을 모으자. 경제와 투자를 공부하고 안목을 넓히자, 분명한 목표가 생긴 순간, 복잡하던 머릿속은 깨끗이 정리됐다. 그렇게 나의 전투적인 종잣돈 모으기가 시작됐다. - P124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서울 전역을 돌아다닌 것이 후에 부동산 투자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20년 가까이 강북 토박이로만 살다가 활동영역이 넓어지니 머릿속에 지역에 대한 실제적 판단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왜 이곳은 집값이 비싸고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는지, 왜 저곳은 집값이 싸며 사람들이 꺼려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 P126

툭하면 중개업소를 드나들며 중개인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 지역의 집값 수준, 시장동향, 미래 전망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부동산에 대한 감이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게 되었다. - P127

과외하던 시절 부동산 중개업소 방문하던 습관이 이어져, 지금도 나는 시간이 남으면 괜히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한다. 특별한 목적도 없다. 말 그대로 그냥 괜히 들어가 사장님이나 직원 분들과 대화를 나눈다. 근처 아파트 시세는 어떤지, 거래는 많은지, 요즘은 어떤 물건을 찾는 손님이 많은지 등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지역 분위기와 실제 현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알짜 물건을 잡게 될 수도 있다. 실제 내 첫 부동산투자 또한 이런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 P127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인생의 일부는 처절해도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식으로 평생 살 수는 없겠지만, 젊음의 순간 중 일부는 소중한 것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몰입할 필요가 있다. 내겐 종잣돈 모으기가 그랬다. 어차피 저축과 투자는 평생 병행해야 하는 일이고, 그 시작을 위해 제한된 시간 안에 혹독하게 돈을 모아야 했다. - P128

올림픽처럼 큰 대회를 준비하는 스포츠 선수들도 그렇지 않은가,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서는 모든 것을 끊고 철저히 훈련에만 집중한다. 올림픽이 내일인데 국가대표가 오늘 저녁에 지인들과 술자리 약속이 있어 훈련에 불참한다면 모두가 황당해할 것이다. 그런데 왜 부자가 되기 위해 오늘 저녁 술자리에 빠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까? - P129

부자가 되고 싶다면,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면 이 처절한 종잣돈 모으기 퀘스트를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 무식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 이제 막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면 한동안은 정말 거지처럼 살아야 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것 다 먹으면서 남는 돈으로 얼마씩 저축하겠다는 엉성한 생각은 버려라. 종잣돈을 모으겠다고 확고한 결심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아예 거지가 되어 돈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티끌 모아 태산‘의 위력을 느낄 수 있고, 이후에 탄력을 받아 질주할 수 있다. - P129

그렇게 악착같이 모은 돈을 들고 나는 조금이라도 이자가 높은 곳을 찾아다녔다. 큰 액수가 아니어서 이자율의 차이가 크진 않았지만, 당시는 한창 CMA통장이 뜨는 시점이었고 시중은행의 보통예금통장보다 더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솔깃해 직접 증권사를 방문했다. - P129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적금도 종종 활용했는데,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율로 종잣돈 모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다. 최근에는 부실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충분히 우량한 곳들도 많이 있으므로 잘만 활용하면 효과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 P130

사람에게는 다 각자의 길이 있는 듯하다. - P130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는 와중에도 나는 투자와 자본시장에 관한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독서가 거듭될수록 어렵기만 하던 경제용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알아들을 수 없던 경제신문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로 하루를 시작한다.) 경제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트여가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 P132

레버리지는 부동산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때로는 양날의 검이 되어 오히려 나를 벨 수도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레버리지는 언제나 투자자에게 큰 힘이 되어주곤 한다. 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거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통해 내가 가진 돈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34

아무리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더라도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딪쳐보리라는 용기를 낼 때 우리는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나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 P135

모험을 두려워하고 안정성만 추구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아파트 전세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인 부동산시장에서 매입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세로만 몰리고 있고, 전세 물건 자체가 희귀해지는 상황에서 수요만 쌓여가니 당연히 전세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주위에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신 역시 확신이 없어 투자할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다. - P136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는 이렇게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사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반대로 모두가 확신에 차 몰려들 때는 빠르게 빠져나와야 돈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투자는 외로운 길이다. - P136

내공이 부족해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이니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빨리 진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이루려면 내 또래와는 차원이 달라야 했다. 용기의 수준이 달라야했다. 저 벽을 깨부숴야 했다. - P136

혹시나 잘못되더라도 수습이 가능한 수준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 P136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여정의 출발점,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시작이었다. - P138

물론 실제로 현장에서 돈을 벌 때에는 밖에서 배운 것들이 훨씬 더 영향을 끼친다. 투자시장에서 돈을 버는 이들 중 이론에 빠삭한 사람은 거의 없다. 거시경제 흐름에 정통하고, 세계경제 추세에 대해 논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적게나마 저축을 계속하고, 꾸준히 물건을 검색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돈을 번다. 경제학 교수라고 해서 투자를 잘하는 것도, 경영학 교수가사업을 잘하는 것 또한 아니다. - P140

경제적 자유라는 성취는 이렇게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결국은 직접 체감해야 진짜 지식이 되는 셈이다. 투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도, 연애도 사업도 글로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비록 능숙하지 않아 실수도 많고 상처받거나 좌절하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더 귀하다. 겁이 나더라도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걱정되더라도 조금은 용기를 내어 발을 디딜 필요가 있다.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딛으면 된다. 그 걸음걸음이 결국은 성취를 만들어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이니 말이다. - P141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 P142

이제 시작이었다. 한번 맛을 보니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자본을 모으기 시작했다. - P142

부동산경매는 일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입찰을 통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살수 있는데다가 경락잔금대출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적은 돈으로도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고 했다. 자본금이 적은 내게 안성맞춤인 투자였다.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경매 관련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 P143

‘가치투자‘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제 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투자를 말한다. 해당 주식이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싸다고 판단되면 매입해서 가치가 가격과 비슷해지거나 넘어섰다고 판단될 때에는 매도하는 것이다. - P143

부동산경매는 이 철학에 부합하는 투자방식이었다. 미래 전망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철저히 현재 가치에 충실해서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 철학이었다. - P144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안전마진(safety margin)‘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전에 확실히 수익이 예상될 때에만 매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이 가치보다 적을 때 주식을 매입해서 가격이 제 가치까지 도달할 것을 기다리다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인 것이다. - P144

나는 한 방을 기대하는 분양권투자나 재개발투자, 지방 토지에 묻어두기 식의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다. 온전히 ‘운‘에만 기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제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없는 물건에 내 소중한 돈을 투자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 구조라면 차라리 로또나 왕창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는 물론 개인적인 성향과 투자철학의 문제다. 분명 이런 투자로도 부자가 되는 사람은 있을 테니 말이다.) - P144

반면 부동산경매투자는 나의 성향, 투자철학, 자금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내게 꼭 맞는 옷이었다. - P144

지방 물건은 수도권에 비해 매매가 대비 임대가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굳이 부동산경매를 통하지 않고 중개업소에서 현 시세로 사더라도 괜찮은 수익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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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부 ‘공부의 성장‘ 이라는 챕터를 읽어본다. 부제는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이다.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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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 p.195를 읽다가 논문에 지도교수의 이름이 들어가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본문 내용에 따르면 지도교수가 직접 연구하지도 않았는데 제자들이 쓴 논문에 이름이 함께 올라가는 이유는 학교에서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내막이 있는데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교수들이 연구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것으로만 비쳐진다는 게 오늘 읽은 부분을 통해 개인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며 독자인 나는 분야를 막론하고 결국에는 돈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고충이 생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쓰고보니 당연한 말같기도 하지만, 결국엔 돈이다. 물론 돈이 궁극의 목적이 되지는 않을지언정 무엇을 하든간에 많이 있을수록 수월해진다는 게 독자인 내가 뼈저리게 느낀 바이다. 요즘 함께 읽고 있는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라는 책에서 돈의 중요성에 대해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제적 자유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최재천 교수가 하는 연구나 저술활동이 되었든 혹은 이외의 다른 활동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 P172

시험 속에서 이론을 적용하다 보면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해석하고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지겠어요. - P175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논의하여 가능한 한 실제 적용까지 해보기 - P177

눈물이 날 정도로 북받친다는 건 가슴으로 느꼈고, 그만큼공감력이 확대되면서 자기가 사는 세상이 넓어졌다는 의미 - P178

‘창의력이란 온 마음을 쏟으며 길을 모색하는 경험에서 나온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란 ‘자기 일처럼 몰두하고 부딪쳐나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일 텐데요. - P178

"여러분은 이 소중한 경험을 이제 버리려 해도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 일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선배가 고백하듯 평생 간직합시다." - P179

경험이 인생에 길 하나를 내는 셈이네요. - P179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관리에 충실합니다.
성실하기는 해요. 성적은 성실함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 P181

한 번 사는 인생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죠. - P182

기성세대의 더듬이에 걸리는 신호와 젊은 세대의 더듬이에걸리는 신호가 다른 거 같아요.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P184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유를 묻지 말고 무조건 도와주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그게 답이에요. - P184

교육 변화가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이 지금 계속벌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더 이상 유명한 대학을 나왔다고해서 이득을 보는 상황은 이미 지났습니다. - P185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 - P189

미술가나 과학자는 현재 인식의 꼭짓점을 끌고, 사고의 한계를 돌파하는 사람들이잖아요. - P190

과학과 예술은 세상이 변화하는 주요한 방향성을 짚어나가고자 하니까요. - P190

생태사상가인 사티쉬 쿠마르 Satish Kumar를 인터뷰할 때 큰 힘을 얻은 말이 있는데요. 제 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특별한 사람만이 다재다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특질은 다재다능함에 있다.‘ 그는 강조했어요. 우리는 모두 르네상스 인간이라고. 뭐든지 잘할 수 있으니 굳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 하기보다 정원사이자 미술가이자 생물 교사도 될수 있다고. 그러니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마음껏 하라고요. ‘아!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죽기 전에 다 해야겠구나!‘ 이런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 P191

저는 아직 천장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지붕 없는 세계에서 살아요. 그래서 비는 많이 맞는데 아직 하늘이 얼마나 높은줄 모릅니다. - P192

아이들의 내일도 우리의 내일도 무한히 열어둬야 해요. 마음가는 대로 해도 됩니다. - P192

그저 펼쳐진 멍석 위에서 그나마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저를 불러줬어요. - P193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탁구공이 아니라 과학자의 눈망울이다.

기획안 중에 엘리베이터 스피치 elevator speech라는 게 있었어요. 전 처음 들어봤는데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짧은 시간 안에 관심을 끌 수 있는 홍보 문구까지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 P199

자연과학 연구는 무조건 비교해야 합니다. 대조군이 있고 실험군이 있고요. 실험군에 뭔가 조건을 바꿔줬을 때 상대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밝히고,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를 설명해야 해요. - P202

하지만 저는 공허했어요. ‘자식은 잘 키웠는데 나는 가진 게 없구나. 미국, 영국의 교수들은 확고한 자기 연구를 하다 보니, 학생이 연구 성과를 낸 다음 다른 연구실로 떠나도 자기 연구가 남아요. 제가 제 연구를 접고 제자 연구를 같이하기를 결정하고 가장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 P203

그 순간은 당장 할 일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마음을 다해서 몰두했을 때 그 어떤 것도 허투루 날아가는 경험이란 없다. - P204

조금이라도 더 힘을 가진 쪽이 조심해야 해요. - P207

제자가 클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선생의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은 씨앗을 자기 그늘에 뿌리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내치죠. 그래야 씨앗도 뿌리를 내리고 서로가 잘 자랄 수 있어요. - P208

뇌 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 Michael Gazzaniga는 "우리 인간은 분산지능으로 이뤄졌기에 마음은 뇌만의 작용이 아니라 온몸의 작용이다"라고 했습니다. - P209

‘면역계가 최고의 두뇌‘ - P209

‘식물에도 마음이 있다‘ - P209

마음이 장내 미생물과 연결되어 있다 - P209

처음에 우리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만 돕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장내 미생물이 면역 작용의 웬만한 일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뇌 작용에 깊이 관여한다는 증거들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 P210

우리는 흔히 감정을 말할 때 가슴을 부여잡으며 표현하지만, 실제로 감정은 심장에서 일어나지 않고 머리에서 일어납니다. - P210

장내 미생물 연구가 충분히 발전하면,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이 밝혀질 거예요. 마음과 관련된 일들이 장내미생물들의 작용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날 겁니다. - P210

공부를 잘하려면 두뇌 개발을 하는 게 아니라, 잘 먹어야겠어요.
장내 미생물에게 좋은 걸 먹어야겠죠. - P210

그야말로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죠. - P211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으니 온 우주가 곧 나의 마음이 되지 않겠느냐" - P211

개체의 존재 방식 자체가 온 생태와 연결되어 있음인 거죠. - P211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야한다는 목적이 있는데요. 장내 미생물들이 바로 나의 동반자들이기 때문이에요. 내 몸과 내 정신을 함께 운영하는 동반자이니, 그 동반자가 잘되어야 내가 잘 될 수 있죠. - P211

‘인간의 마음 작용이 온몸으로 이루어진다‘ - P212

발도르프학교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운동장을 걷거나 천천히 뛰는데요. 대근육을 움직여 뇌를 활성화하면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 P212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비엔나를 손꼽습니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의 판단은 차가 없기 때문이래요. 비엔나에서 가장 미운 사람에게 주는 가장 지독한 저주의 선물은 차라고 합니다. 차를 사 주면 미치고 환장한다고요.
그 차를 관리할 수가 없거든요. 주차할 공간도 없고, 차를 가지고 나가면 돈을 너무 많이 써야 하고요. 비엔나는 차가없는 사람들에겐 편한 도시죠. 모든 사람이 걸어 다니다보니 살기 좋은 도시가 됐다고 합니다. - P215

대근육을 움직이는 걷는 활동이 뇌를 활성화하니까 공부에 도움이 될 것 - P216

육체가 뇌 활동을 돕는다는 건 이미 뇌 과학에서 명확하게드러난 사실입니다.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분명히 공부에 도움이 되죠. 그 활동을 자연스레 일으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 P216

움직임이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모색해야죠. 공부하는 줄 모르게 배우는 겁니다. - P217

매일 아침 걷기는 온몸을 깨워요. 당연히 두뇌도 활성화되고요. - P217

지금 주류를 보고 있으면 얼마 후에 주류에서 밀려날 것을 보는 것이고,
자꾸 비주류를 뒤지다 보면 거기서 주류로 진입하는 경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 P220

젊은 세대의 접근이 백과사전식이라고 했을 때, 정보를 조각조각 취합하는 중간중간에 생각을 여는 스파크가 튀면서, 자기 생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 싶어요. - P223

"모든 게 편집이다" - P224

지금 인터넷을 뒤지는 젊은 세대는 스스로 편집합니다. 기성세대는 명저 한 권을 붙들고 흡수했죠. ‘이 대가가 이렇게 이야기하시는구나‘라면서 쭉 읽고, ‘다 이해했어‘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이해했다는 건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거죠. 젊은 세대는 스스로 여러 정보를 검색해 나름대로 취사선택하고, ‘뭐 이래?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라고 판단도 하면서 그 화면은 닫고 다음 걸 읽죠 자기가 편집을 합니다. 저는 그 방식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 P224

감성이나 감각이 자연스레 논리적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순 있죠. 그런데 너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대하면 편파적 편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세대가 가진 위험으로 지적받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고요.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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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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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인 저자가 과학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공부한 것을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인문학 지식들과 잘 조화시켜서 과학이 낯선 독자들에게 먹기좋게 제공한 요리같은 책이다. 내가 과학에 무지한 바보라 읽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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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막판에 수학자인 하디라는 사람이 수학을 ‘하찮은 수학‘과 ‘진정한 수학‘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눴다는 말과 함께 각각에 해당되는 수학 분야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봤었다.

오늘은 하디가 나누었던 두 부류의 수학 간에 일정한 경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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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저자는 하디가 분류한 ‘하찮은 수학‘ 중에 그래도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한 예로 초급 기하학을 든다. 초급 기하학을 이용하여 지구의 크기를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이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하디가 말했던 ‘진정한 수학‘이 아닌 ‘하찮은 수학‘에 속하는 초급 기하학과 발품(?) 등을 팔아서 지구가 구형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이것의 크기까지도 구해냈다고 한다. 저자는 칼 세이건의 책인《코스모스》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하여 자신의 책에서 요약 서술하고 있다. 독자인 나는《코스모스》책도 함께 구해서 해당 부분을 잠깐 살펴봤는데, 그 책에는 그림도 그려져 있어서 좀 더 이해하기가 수월해 보였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책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여있었기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저자가 아름답다고 느낀 ‘하찮은 수학‘의 또 다른 예로 데카르트의 원에 대한 정의가 소개된다. 독자인 나는 이 산식을 보고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에 원의 방정식 공식이라고 하면서 그냥 외워서 숫자 대입해서 풀어재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잠깐 곁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자가 데카르트의 원의 정의(원의 방정식)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이유를 살펴보자면, 유클리드의 정의가 인간의 언어인 반면 데카르트의 정의는 인간의 언어와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본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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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소위 말하는 신계新界에 있다고 여겨지는 천재적인 수학자들에 대한 얘기들이 쭉 이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수학자인 유클리드나 가우스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생년 처음 알게 된 수학자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도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괜히 중간에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같은 것도 들었었는데 저자는 이런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기라도 하는 듯 자신은 이러한 수학자들이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는 말로 나의 쓸데없는 자괴감을 박살내주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유명한 수학자들의 생애를 저자가 간략히 정리해 놓은 문단이 있었는데, 그 문단을 보면 수학사에서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 몰라도 그 안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수학자들이 많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 일부는 평범하게 살다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수학을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다고. 세상에 수학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분야가 얼마나 많은데 수학이라는 벽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각자 자기가 재능있는 분야에서 행복을 찾고 살면 그만이라는 게 저자의 마인드인듯 하다. 나 또한 이러한 마인드에 동의하는 바이다.

저자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인데, 후기를 읽다보니 과학에 대해 어릴때부터 공부했다면 자신을 이해하는데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독자인 나 또한 이 책의 막바지에 와있는 시점에서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책을 읽어나갈 때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꾸역꾸역 천천히라도 이해하면서 읽고나니 과학에 무지했던 내 자신에게 살짝 미안한 감정도 생기고, 한편으로는 지금부터라도 과학관련 지식들의 범위를 조금씩이라도 넓혀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과 그 깊이를 더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저자는 후기 마지막 부분에서 인문학의 가치와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인문학의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과학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과학과 인문학을 다 공부해야 우리 자신을 더욱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을 완독한 현 시점에서 독자인 나도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과학 분야를 조금이나마 친숙한 분야로 바꿔준 저자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책을 계기로 하여 과학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관련 분야의 독서도 병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하디가 전적으로 옳지는 않았다. 우리는 하디가 말한 ‘진정한 수학‘의 일부가 선과 악을 행하며 전쟁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안다. 군대와 민간이 모두 사용하는 현대의 암호시스템은 정수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는 상대성이론 덕분에 항공기 위성항법장치와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다. 핵폭탄을 만들기까지 실험물리학자들이 사용한 모든 수학이 ‘하찮은 수학‘이었던 건 아니다. 진정한 수학도 선과 악에 쓰이며 인간의 일상 안에 들어와 있다. - P265

진정한 수학과 하찮은 수학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없다. 진정한 수학이 인간 세상으로 들어와 선악을 행하지 못하게 막는 장벽이있는 것도 아니다. - P265

‘태양은 아주 멀리 있기 때문에 빛은 지면에 수직으로 떨어진다. 땅이 평평하다면 그 시각에 어디서나 막대 그림자가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으니 땅이 둥글다고 볼 수밖에 없다.‘ - P266

유클리드: 원은 한 선으로(즉 곡선으로) 된 평면도형으로, 원의 내부의 한 점(그 점은 중심이라고 한다)에서 원위로 그은 모든 선분이 서로 같다. - P267

데카르트: 원은 다음을 만족시키는 모든 x와 y이다:x^2+y^2=r^2, 이때 r은 상수. - P268

데카르트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첫째, 평면 위의 모든 점을 수직축에서 떨어진 수평거리 x와 수평축에서 떨어진 수직거리 y라는 두 수의 순서쌍 (x, y)로 나타낼 수 있다. 둘째, 선을 점의 집합으로 간주하면 직선이든 원이든 타원이든 모든 선을 ‘대수적‘代數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 P268

직교좌표계는 페르마 Pierre de Fermat(1601~1665)가 발명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데카르트는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직교좌표계를 활용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지만 책임은 페르마한테 있다. 페르마는 연구 결과를 출간하지 않는 고약한 습관이 있었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로 인해 후세 수학자들을 무척 힘들게 했다. - P268

하디 덕분에 나는 수학자가 아름답지만 쓸데없는 학문을 연구하는 이유를 알았다. 하디는 학문 연구의 일반적인 동기를 세 가지로 보았다. 진리에 대한 호기심, 성과를 이루려는 직업적 자긍심, 명성과 지위에 대한 야심이다. 그는 수학만큼 여기에 잘 들어맞는 학문이 없다면서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수학은 진리가 기묘한 장난을 치는 분야다. 정교하고 매혹적인 전문기술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 수학의 성과는 다른 무엇보다 오래간다. 문명과 언어와 권력은 사멸해도 수학의 아이디어는 불멸한다.‘ - P269

여기서 핵심은 수학적 진리의 불멸성이다. 하디를 다시 봤다. ‘영원한 것에 집착한다니, 신계의 수학자도 인간임이 분명하군!‘ 그렇다. 인간은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영원한 그 무엇을 추구한다. - P269

수학은 한 번 진리로 판명되기만 하면 영원히 진리로 남는다. 이것이 바로 수학의 매력이다. 논리와 공리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면 난공불락의 진리를 찾아낸다. 수학적 증명은 영원불멸이다. 피타고라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평면에 그려진 모든 직각삼각형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만족한다. 수학자는 산을 오르거나 사막을 헤매거나 지하 동굴을 탐험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만으로 영원불멸의 진리를 선포한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 P270

수학은 무엇인가? 수학적 진리는 수학자가 발견하든 말든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를 서술한 것인가? 그런 수학적 실재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는가? 만약 수학적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수학은 현실과는 무관하게 수학자가 창조한 추상적 관념의 복합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학은 적절하게 선택한 정의定義(definition)와 공리公理(axiom) 를 바탕으로 논리 규칙에 따라 증명한 정리의 집합이다. 우주를 이해하고 서술하는 도구가 아니다. - P270

진정한 수학자는 ‘수학적 실재‘를 서술하는 게 아니라 논리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수학을 창조한다. 그들이 새로운 정리를 세울 때마다 수학의 영토는 넓어진다. - P270

물리학과 화학을 비롯한 과학은 정의가 내려져 있다. 이견이 있다고 해도 다수의견 또는 통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학이 어떤 학문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처럼 분명한 합의가 나와 있지 않은 것 같다. 수학은 과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 P271

아리스토텔레스에 연원을 둔 사고방식에 따르면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언어유희일 뿐이다. 수학의 공리는 논리 법칙에 따라 일관된 이론을 구축하는 데 쓰는 규칙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해서 얻은 수학의 결과가 현실에서 유용한 것은 그렇게 되도록 공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 P271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데 사용하는 하찮은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수학의 일부이다. 진정한 수학자는 현실과 무관하게 수학적 진리를 추구하고,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데 유용한 수학적 도구를 필요한 방식으로 가져다 쓴다.‘ - P272

유클리드는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수학적 증명의 규칙을 정립함으로써 무의식적 가정과 부정확한 추측을 기하학의 세계에서 추방했다. - P273

공리는 자명하기 때문에 증명하지 않고 참으로 인정하는 명제다. - P273

평행선 공리를 부정해도 일관성이 있는 기하학이 성립한다 - P274

비유클리드기하학은 휘어진 면의 기하학이다. 농구공의 표면처럼 볼록한 면이나 말안장처럼 오목한 비유클리드평면은 유클리드기하학에 없는 성질이 많지만, 평행선 공리를 제외한 유클리드기하학의 다른 공리를 모두 만족한다. 이런 평면은 구면기하학과 쌍곡선기하학으로 서술할 수 있다. - P274

휘어진 공간도 비유클리드기하학을 요구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휘어질 수 있으며, 공간의 곡률은 중력이 결정한다. 공간이 달라지면 공간을 서술하는 기하학도달라진다. 유클리드기하학이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완전한 평면에서는 진리다. 공간의 곡률이 작아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인간 세계 규모에서도 잘 작동한다. 그러나 광대한 우주의 구조와 운동을 서술하려면 비유클리드기하학이 필요하다. - P275

수학은 참인 모든 명제를 증명할 수 있고(완전한 complete), 모순이 없으며(일관된 consistent), 어떤 명제가 참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존재한다(결정 가능한 decidable)는 것 - P275

‘우리는 알아야 하며 알게 될 것이다.‘ - 힐베르트 - P276

괴델 Kurt Gödel(1906~1978)은 바로 그 시기에 ‘불완전성 정리‘를 제출함으로써 힐베르트의 희망을 무너뜨렸다. 그는 수학이 기호로 하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완전하고 모순이 없는 게임은 아님을 증명했다. - P276

괴델은 이 명제가 참인지 여부를 그 논리체계 안에서는 증명하거나 반박할 수 없고 논리체계 밖에서만 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참인데도 체계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하나라도 있다면 수학은 완전한 논리체계일 수 없다. - P277

괴델은 또 수학의 어떤 논리체계도 자체 수단으로는 모순이 없다는 것을 보일 수 없다는 것도 증명했다. 스스로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다면 수학을 일관된 논리체계로 인정할 수 없다. - P277

괴델은 ‘나는 증명될 수 없다‘고 말하는 공식이 참임을 수학의 논리체계 밖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초감각적인 ‘수학적 직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불완전성 정리를 제출했다고 한다. - P278

수학은 객관적 실재를 서술하는 우주의 언어이기도 하고, 기호와 논리를 가지고 노는 천재들의 지적 유희이기도 하다. 기하학을 보라.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 자체의 성질을 서술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신계의 수학자가 만든 추상적 개념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의 곡률이 인간의 감각으로는 0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클리드기하학을 진리로 받아들였다. 비유클리드기하학은 중력으로 공간이 휘는 우주의 객관적 실재를 서술하는 데 필요한 도구이지만 그것을 찾아낸 것은 기호와 논리를 가지고 노는 신계의 수학자들이었다. - P278

수학은 수학자들이 창조한 추상의 세계다. 수학자는 수학적 실재를 서술하려고 수학을 연구하지 않는다. 수학의 아름다움과 수학적 진리의 영원성에 끌려 추상의 세계를 구축한다. 자신들이 창조한 것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도구가 되어 현실의 선악과 관계를 맺을지는 그들 자신도 모른다. - P278

정리해 보자. 수학은 어떤 학문인가? 힐베르트에 따르면 기호와 논리로 하는 천재들의 지적 유희이고 갈릴레이에 따르면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우주의 언어다. 나는 갈릴레이의 수학이 힐베르트가 말한 수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 모두 옳다고 했다. 하디의 말로 옮기면 하찮은 수학은 진정한 수학의 부분집합이다. - P279

수학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수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수학자 중에 ‘노력형‘은 없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수학 천재는 천재로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노력할 수도 없는 학문이 수학이다. 수학 천재는 ‘발명왕‘과 달리 ‘99퍼센트의 노력‘으로 만들 수 없다. - P279

다른 천체의 중력때문에 태양계 행성의 궤도가 달라지는 섭동攝動 - P281

디오판토스는 기하학이 유행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정수론과 대수학을 연구했는데, 묘비에 자신의 수명을 미지수로 한 방정식을 문장으로 새긴 사람으로 유명하다. - P283

페르마가 죽은 후 아들이 아버지의 메모를 정리해 《페르마의 주석이 붙은 아리스메티카(Arithmetica, 산학算學》 를 출간했다. 거기에는 새로운 수학 정리가 여럿 있었는데 증명 과정을 생략한 경우가 많았다. 후대 수학자들은 페르마가 메모해둔 정리를 모두 증명했다. 그런데 하나는 300년이 지나도록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라고 한다. - P284

피타고라스 정리 (x²+y²=z²)를 알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x와 y는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만드는 두 변의 길이이고 z는 빗변의 길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말로 표현하면 이렇다. ‘직각삼각형의 빗변 길이를 제곱한 값은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각각 제곱하여 더한 값과 같다.‘ 페르마는 피타고라스 정리의 제곱수를 3 이상의 정수로 바꾸면 방정식을 충족하는 정수해가 없다고 했다. - P284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x^n+y^n=z^n를 충족하는 정수해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 P284

n이 2일 때 이 방정식을 충족하는 정수해 (x, y, z)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예컨대 (3, 4, 5) (5, 12, 13) (8,15,17)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3 이상의 정수이면 방정식을 충족하는 정수해 (x, y, z)가 없다. 이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다. 간단한 내용이라 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않다. - P284

페르마는 ‘놀라운 증명 방법을 발견했지만 여백이 부족해서 적지 않았다‘고 써두었지만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와일스는 현대 수학의 최신 방법론을 동원해 증명했는데, 증명 과정이 책 두 권 분량이 될 만큼 길고 복잡했다. 17세기 중반의 수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보는게 합당하다. - P284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선망하는 경향이 있다. 수학을 못해서 학교생활이 힘들었고 수학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고생한 사람일수록 수학자를 더 우러러본다. 수학 천재는 확실히 다른 분야의 천재보다 더 천재 같다. - P285

수학자는 다르다. 그들은 인간계의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문제를 연구한다. 우리는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흉내 내지 못하며 그들이 쓴 논문을 읽을 수 없다. 중간계에서 활동하는 전문작가들이 최선을 다해 설명해도 극히 일부를 겨우 알아듣는다. 수학자는 우리와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다. - P286

그렇지만 수학자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꼭 존경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그렇듯, 그들도 자신이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뇌의 특수한 영역이 특별히 발달했기에 수학자가 되었을 뿐이다. - P286

나는 수학자들의 재능과 성취를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열등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들이 노력만으로 수학자가 된 것도 아니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수학을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P287

수학을 몰라도 행복하고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수학 천재라고 해서 삶이 남보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인격이 더 훌륭한 것도 아니다. - P287

신계의 수학자라고 해서 인간계의 보통 사람보다 행복하고 훌륭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는 그들이 부럽지는 않다. 나도 그들처럼 내가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수학을 못해도 내 인생을 나름의 의미로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굳이 부정하진 않겠다. 수학을 잘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것을! - P288

나는 문과들과 어울려 살았다. 아는 과학자가 없어서 과학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우연히 마주친 과학교양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인생을 닥치는 대로 살았는데 독서라고 달랐겠는가? 뇌과학부터 물리학·생물학·화학·수학·천문학·양자역학까지 분야와 저자를 가리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나쁘진 않았다.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은 얽혀 있다. 책 읽는 순서가 뭐 중요하겠는가. - P289

과학과 인문학은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이 다르다. 쓰는 말과 사고방식도 같지 않다. 과학자는 현상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 실험과 분석과 추론으로 대상의 실체에 다가선다. 그렇지만 연구 결과를 이야기할 때는 반대로 한다. 자신이 알아낸 대상의 본질을 먼저 밝히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인지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소금물 이야기가 그랬다. 원자의 구조에서 출발해 공유결합과 이온결합을 거쳐소금 결정의 해체와 복원 과정으로 나아가면서 소금 용해현상을 설명했다. 그것이 과학 ‘스토리텔링‘의 패턴이다. - P290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가 결합해 분자를 만들었고 분자가 뭉쳐 세포를 형성했으며 세포가 결합해생물이 되었다. 생물은 진화했고 발달한 뇌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왜 존재하는지알려고 하는 철학적 자아는 뇌에 깃들어 있다. 물리 세계의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면 그런 순서를 따르는 게 자연스럽다. - P290

나는 문과의 고충을 안다. 문과가 과학 책을 읽으려면 방정식이 없어야 한다. 인문학과 관련이 있으면 수월하다. 그래서 과학 공부 이야기를 뇌과학으로 시작했다. 뇌과학을 알면 생물학에 호기심이 생긴다. 생명 현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싶으면 화학을 들여다보게 된다. 원소 주기율표를 이해하려다 보면 양자역학과 친해진다. 양자역학을 알면 우주론이 덤으로 따라온다. 우주와 수학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진다. - P290

과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문과 독자에게 권한다. 아무 책이나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읽으시라. - P291

중요한 건 ‘바보‘를 면하겠다는 결심이다. 파인만의 ‘거만한 바보‘는 자신이 바보인 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바보‘여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살고 죽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다. 그러나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게 ‘바보‘인줄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 낫다.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행복은 오래간다.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랬다. - P291

‘운명적 문과‘가 과학의 사실과 이론을 어떤 눈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활용하는지, 때로는 얼마나 비과학적으로 과학을 대하는지 아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걸 알면 문과한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서는 과학교양서를 쓸 때 참고할 수 있을 테니까.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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