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걸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걸 잘 써야 하는 것이다!
매일 필연적인 일만 발생시키다가 반반의 도박을 걸자, 정신이 그걸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
드리모어는 50%의 확률로 이길 수 있으나, 50%의 확률로 질 수도 있는 미래 또한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50%면 0.1% 확률 뽑기 게임보다 훨씬 낫지만, 드리모어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차피 우리들의 존재를 아는 것 같으니 대놓고 갑시다."
"어차피 덜미를 잡힐 거면 그전에 힘이라도 써보는 게 좋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새는 지렁이 같은 걸 잘 먹으니, 면 요리에 저항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뭘 상상하든 그것보다 많은 수가 들어올걸?"
"힘을 유지하고 있는 초월계 각성자에게 들킨 이상 감추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만약 공격이 들어온다? 그러면 편향된 스탠스를 취한다고 여론전을 하면 될 뿐이다.
"글쎄다. 뭐, 분체일 확률도 있겠지. 보통 분체는 본체보다 힘이 약하니까."
상아탑이 다양한 조직에 스파이를 심어서 세계를 흔드는 것처럼. 사라진 절대자도 분체를 이용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을 확률이 존재했다.
"대중은 그저 힘에 복종하는 단순한 존재입니다."
지식을 알고 있는 것과 깨달음을 체득하는 건 다른 일.
‘제일 확실한 방법은, 역시 직접 충돌해보는 거다.‘
‘좋은 실력을 보여주면 그나마 질책을 덜 받을 테니까.‘
큰 살상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경지.
초식을 365개로 분화해야 완성되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소드메이는 더 유연한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초식을 늘리는 삶의 과정 또한 하나의 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소드메이의 뇌리를 스쳤다.
이대로 가면 패배할 미래가 확실히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포기하는 게 옳은 일일까. 소드메이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성과. 아무리 수명이 늘어나도 검법의 완성에 도달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후대에 기술을 물려줘서 계속 발전시키는 것뿐. 그러나 그마저도 각 개체의 차이 때문에 완성에는 도달할 수 없다. 허면, 수련이라는 것은 정녕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란 말인가. 소드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방황하는 모든 과정이, 내게 의미가 있었소.‘
소드메이는 강물에 떠밀려 내려가는 낙엽을 봤던 경험을 떠올렸다. 이리저리 치이면서 정해진 물길을 따라가는 낙엽. 소드메이는 낙엽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내심 낙엽의 강물타기 경주를 응원했었다. 그러다 문득 느꼈다... 낙엽의 입장에서는 바위가 돌진해서 자기를 치고. 그때마다 몸을 움직여서 이를 회피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어쩌면 낙엽은 굉장히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지성이 존재했다면, 세상이 자기를 모질 게 대한다고 따졌을 것이다. 그리고 강물 레이스를 끝마치면 ‘내가 다했다‘라면서 자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드메이의 입장에서 볼 때. 낙엽은 단지 정해진 흐름을 따라가는 것뿐이었다. 낙엽의 힘으로 된 건 아무것도 없다. 제3자의 시선과 낙엽의 입장은 이다지도 다른 것이었다.
‘만약 낙엽에게 [너는 단지 강물에 떠 있을 뿐] 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낙엽은 어차피 정해진대로 흘러간다면서 절망하게 될까? 각 개체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낙엽은 높은 확률로 절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드메이의 입장에서는 길이 정해져 있다는 자유롭게 느껴졌다. 도대처 왜일까.
도로를 제3자의 시선으로 봤기에. 그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소드메이는 그때의 자신의 왜인지 모르게 강물 위의 낙엽과 겹쳐보였다.
‘현재 상황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보면 어떨까.‘
검법의 끝이 정해져 있지만,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게 언제 뚫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걸 알았기에 오히려 자유롭다. 소드메이는 십이월검법의 핵심이 ‘벗어남을 통한 자유‘에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다.
의미 없이 흘러가더라도 그것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존재는 모든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낙엽이오...‘
검법을 완성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은 이미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
소드메이는 이서하를 따라갈 필요가 없으며, 이서하는 검성을 따라갈 필요가 없고, 검성은 절대자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가족을 등한시하지 않아도 된다.
소드메이는 눈물을 흘리며 주변을 바라봤다. 이 장소와 집. 이서하와 검성이라는 사부. 아카데미에서의 생활. 이 모든 강물의 흐름 속에서 소드메이는 단지 기뻐하고. 이렇게 서로 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그래. 이걸 알려주고 싶었던거야.
"우리는 물 위에 있었소. 그래서 너무 즐겁소이다."
‘공격보단 방어형으로 가야지. 공격형은 너무 복잡한 알고리즘을 필요로 하니까.‘
영역 내부의 모든 이능력을 가상의 구체 표면에 속박시켰다. 이제 아무리 반격하려고 해도 힘이 지표면을 맴돌 것이다. 공 위를 기어다니는 개미가 항상 같은 곳을 도는 것처럼.
‘여기서 섣불리 움직이면 위험하다. 무조건 숙여야 해.‘
‘힘으로 평정하는 구도. 편하지만 중독되어서는 안 되겠군.‘
궁금했으나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괜히 질문했다가 혼나는 일이 참 많으니까.
‘이제 슬슬 유의미한 타격을 줄 때가 다가온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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