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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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란 소설로 한국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소설가 '피터 스완슨'의 신간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 나왔습니다. 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봤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심쿵쫄깃 그자체! 심장에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하는게 살짝 학대처럼 느껴지기도하지만. 재미있는걸요! 점점 더워지고 있는 날씨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늘한 휴가를 반강제적으로 당할확률이 높은 스릴러입니다. 이 강렬한 제목과 시뻘건 표지는 꺽으려 들수록 가시를 드러내는 매혹적인 장미처럼 느껴집니다.

 

 

 

 

"일시적인 삶이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었어. 오드리로 사는 건 일시적이라고. 난 완전히 다른 사람,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됐지. 대학에 다니고, 성적도 좋고, 남자친구, 그것도 너 같은 남자 친구도 있고. 하지만 나들이 모르는 병에 걸린 것과 같아. 혹은 내 안에 시계가 있거나. 심장처럼 째깍거리는 시계. 이 시계는 언제든 종료 알림이 울릴 수 있고, 그럼 오드리 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녀는 죽고, 난 리아나 덱터로 돌아가야지. 지금 생각하니까 지난 학기가 꿈만 같다."

P238 

 

한국판 제목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오버랩되죠. 동화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제목을 보고 로맨스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원제 'The girl with a clock for heart'를 해석한 순간 SF 스릴러란 생각도 들법합니다. 시계 심장을 가진 여자라니, 일종의 타이머가 장착된 삶이란 말 같은데요. 리아나는 조지와 처음 만났던 20년 전 자기 마음 속에 시계가 들어가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집니다.  아무튼 (국내출판사의 의도가 어떻던지간에 ) 책장을 펼친 순간 들었던 선입견과 의문이 끝까지 유지되는 긴장감이 장르소설의 쾌감을 갖습니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주인공 조지와 오드리(리아나, 제인)의 대학시절 일어난 사건과 20년 후 다시 재회한 중년의 조지와 리아나(오드리, 제인)의 사건이 교차됩니다. 한 커플의  20대와 40대의 사건을 보여주며 20동안 이어진 관계의 믿음과, 사랑, 믿음이 깨어지지만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종속성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읽는 동안 소설이 아닌,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선연하다는 것입니다.  당연 매력적인 캐릭터인 여자 주인공 리아나는 20년전 남자주인공 조지의 첫사랑이자, 쌍X(건축학개론의 국민첫사랑을 대하는 단어)입니다.

 

애증의 마음은 강렬한 첫키스의 달콤함이 끝나기도 전, (거짓말과 거짓신분으로)뒤통수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간직한 천사랑의 판타지 때문입네요. 사랑과 집착의 중간일지도 모를 감정을 밀랍안에 보관해 놓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는 판타지인거죠.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속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거야. "  -리아나의 말-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이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  - 조지의 말-

 

 

리아나란 본명(사실 이것도 본명이 아닐지도 모름)과 오드리, 제인이란 신분을 능수능란에게 바꾸는 재능은 타고났습니다. 타인의 신분을 쉽게 얻고 변신하는 능력은 <화차>속 '쇼코'가 보이고, 아름다운 외형과 매력으로 남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능력은 <나를 찾아줘> 속 에이미가 오버랩되는데요.

리아나의 불우한 가정환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분세탁을 할 수 밖에 없는 명분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필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마약과 도박 중독으로 성상납까지 해야했던 리아나의 과거, 그것을 지우고 새롭고 출발하고 싶다고해도 그 계획은 20년째 진행중입니다. 리아나는 20년 전 알게 된 오드리를 통해 가능성을 보았고 조지를 이용해 실현다고 있죠. 그로인한 피해자들의 희생과 트라우마는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기에 동정하거나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조지는 희열을 느꼈다. 단지 자기가 아는 오드리가 살아 있어서가 아니라 평생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일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마더 대학과 고향 집의 따분한 현실은 무지건조한 잿빛 과거로 물러났다."

P162

 

다만 작품 속에서 빛나는 엄청난 캐릭터의 희열을 만족하고 있는데, 누구든 리아나의 포위망에 걸리면 출구없는 매력을 경험할 수 밖에 없죠. 리아나의 최대 희생양이자 먹잇감, 물주, 호구가 되어준 조지는 스스로 이런 삶을 선택하는 듯 보입니다. 섬광처럼 다가온 첫사랑은 어쩔 수가 없었다치지만 , 어전히 리아나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은 본인의 의지치였으니까요.

"그보다는 인생 전반에 대한 감정 때문이었다. 마흔이 다 되어가니 세상이 서서히 바래가는 듯했다. 누군가와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거나, 출세를 하겠다거나,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가고 이런 기분을 입밖에 낸 적은 없었다. 어쨌거나 그에게는 안정된 직장이 있고, 보스턴의 좋은 동네에 살았으며, 머리숱도 그대로였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멍한 상태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냈다. "

p15

 

아마도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과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조지는 리아나라는 감독을 만나  엑스트라에서 단숨에 주연자리를 꽤차는 희열을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으로 안정된 부모 밑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던 조지는 지루함이 느껴졌겠죠. 끝날 줄 모르는 리아나의 거짓 과거와 원대한 계속 속에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착각에 빠졌을지도요.

 

 

 

"조지는 아까 만난 아이린을, 둘 다 절정에 도달한 후 아이린이 그의 목에 머리를 묻었던 일을 생각했다. 조지는 계속 그녀 안에 있었고, 둘은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었으며 아이린의 따뜻한 숨이 그의 쇄골에 닿았다. 리아나와 아이린의 이미지가 싸우고 섞이고 뒤얽히는 도안, 조지는 선잠에 빠졌다. "

P228​

이는 ​20년 후에도 계속 반복됩니다. 15년 동안 커플이었던  아이린과 팜므파탈적인 리아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지는 리아나의 숙주가 되어  아낌 없이 사랑을 고갈당하는데요. 조지의 사랑을 먹고  자라난 탐욕은 리아나를 더욱 매혹적인 장미로 만들어 줍니다. 마치 건강식을 추구하지만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중독된 맛은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덫이 된거죠.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종적을 감추며 타인의 삶을 자기 껏인양 살고 있는 레이나는 어쩌면 조지에게 나를 찾아줄 것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영화, 원작 소설 <나를 찾아줘>나 <화차>를 인상적이게 봤다면 피터 스완슨의 《아낌없이 뺏는 사랑》도 분명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 것입니다. 에이미와 쇼코는 잠시 잊어주세요. 더욱 막강한 여우, 요물, 나쁜 여자, 꽃뱀 캐릭터 '리아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 입니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계절에! 휴가지에 가져가야 할 단 한권의 책을 꼽는다면! 남성과 여성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에 적절한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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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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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쉬지 않고 열일하는 미미여사!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으로 독자들을 들었다놨다할지.. 기대되는 신작입니다. 스시무라 사부로의 탐정놀이가 궁금증을 유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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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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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작가정신은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는데요. 그 중  충격적인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한국 문단에 나타난 '백민석' 작가의 《죽은 올빼미 농장》을 개정판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적어놓고 있듯 가수와 노래가 나오지만 직업적인 설명이나 대중음악을 주 소재로 다루지 않습니다. 뽕짝이나 트로트라 불리는 대중음악 작사가인 주인공 '나'와  주변 인물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형까지.  이제는 당연한 주거형식이 된 아파트에서 자연과 이질감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 인간과 그 외의 존재들의 뒤섞임을 담아내고 있는 독특한 소설이죠.

 



​그렇담 내 손에 쥐어진 편지 두 통은 뭘까? 늘 주고받던 편지에 딱 두 번만 주소를 잘못 써넣어 내게 온 걸까? 다른 편지들, 소포 꾸러미는 제 주소로 배달이 되고 있을까?

P21

 

같이 살고 있는 인형과 나는 어릴 적 듣던 자장가를 생각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자장가는 앵무새가 등장하는 독특한 가사를 갖고 있는데요.  삼 년 전 받았던 편지와 이어지는 내용의 두 번째 편지를 받는 순간 뭔가가 잘못되았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실수였지만 편지봉투를 뜯지 말아야 했습니다. 편지를 뜯는 순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물리적인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다른 세상이 열려버린 것 같은 느낌. 점입가경으로 난센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버렸으니까요. 그 후 주인공은 다른 세계에서 딸려 들어온 것 같은 곤란한 상태로 '올빼미 농장'으로 찾아갑니다.



편지가 최근까지도 오갈 수 있는 주소지가 어떻게 벌판일 수 있는지. 사람 사는 흔적은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어떻게 편지가 발신될 수 있는지.

P75​

하지만 주소지와 일치하는 그곳은 들샘이 말라버린 산 중턱의 직사각형 모양의 공터. 그곳은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모를 것들이 뒤섞여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후 올빼미 농장은 잊은 채 지내 던 중 같은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손자'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급격하게 이상해지는 손자는 작곡적인 영감을 잃어버린 채 백인 애인에게 집착하기 시작하죠. 남자지만 스스로 아이를 갖고 싶어하고 외국으로 떠날 거라면서 행패를 부리는  등 서서히 타락이 이어질 때쯤 주인공에 집에서 최후를 맞게 됩니다.


 

초반부터 등장한 '인형'의 존재는 손자의 죽음으로 풀립니다. 주인공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시골, 흙, 황소 따위는 모르는 전형적인 '아파트먼트 키드' 이며 세속적인 어른을 거부하는 소년 같은 존재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릴 적 지내온 인형과 어디든 함께 하죠. 인형의 정체가 손자의 죽음 이후 밝혀져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원혼, 귀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어쩌면 인형은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 또 다른 분신일지도 모릅니다.

후반부 , 자장가의 가사를 함께 기억해 낸 인형을 자기 손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주인공. 인형은 주인공의 성장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막이자, 30년 전 일어난 올빼미 농장의 원혼을 달래 줄 제물이 됩니다. 인공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자연을 모르고 지내온 요즘 현대인들에게 올빼미 농장은 일종의 통과의례입니다.

민은 아파트라는 것이 살아 있는 생물이라도 되는 양 말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이해할 만했다. 그리고 꼭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물건이란 원래 사람이 꾸준히 손질해주지 않으면 빨리 망가지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자살하고 있는 거야. 자기도 싫겠지. 크레인 같은 것이 와서 제 몸에 손을 대기 전에 스스로 명을 끊는 거야."

P119-120

환상과 현실의 느슨한 경계의 주인공을 격려하는 유일한 존재는 대학 동창 '민'인데요. 그녀를 통해 주인공은 씻김굿을 하듯 소멸할지 모를 인생을 가까스로 건져냅니다. 철거예정인 아파트가 서서히 자살하고 있다는 비유는 소스라치게 아름다워 소설의 전박적인 그로테스크 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2000년 대  '엽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사회 곳곳에  다양한 문화를 양산하기도 했는데요.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아도 특유의 염세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잊히지 않는 소설입니다. 가방에 쏙 들어가는 포켓형의 사이즈와 가벼움이 소설의 내용과는 대비되는 묘한 느낌도 있습니다.

 

겉과 다른 속을 가지고 있는 성장을 거부하는 현대인을 쏙 빼닮은 주인공은  인공적인 공간,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들 사이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누구든 익명의 아이디로 타인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본인조차도 알 수 없을 때가 많죠. 수많은 가면을 바꿔가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사점을 던져주는 소설입니다. 결국 인간은 억겁의 세월을 통해 서서히 마모되고 시들어가겠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고 기생하는 무서운 존재한 존재입니다. 자연을 등한시하고, 타인 관계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모든 인간의 성찰이자 반성이 담뿍 담긴 소설입니다.

오랜만에 읽어 본 한국작가의 중단편은 단조로운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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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드립니다 - 더 이상 꿈꾸지 않는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한 포토 에세이
문재인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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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란 말보다  아픔의 의미, 시련과 좌절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사회 자체를 통념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 있습니다. 책 《문재인이 드립니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꿈을 놓아버린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한 포토에세이'란 부제로 2030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2012년 판의 개정판입니다.

 

가난함에서 허덕이고, 대학시절 유신 반대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의 좌절을 겪으면서도 환경적 어려움을 탓하지 않았던 사람. 극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이루고자 할 때 생기는 절박함이 오히려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력한 힘임을 알고 있던 사람. 그 절박함을 에너지로 이용하라는 말, 어떠한 위로보다도  와 닿습니다.

 

변호사와 정치인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적을지고 살았을까요? 그때마다 다 대응한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제인 대통령은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적이 아니라 적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가장 큰 적은 나만을 고집하는 나 자신이 아닐지 경계해야 한다는 말. 천 번 만 번 들어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입니다. ​

 

같은 맥락에서 힘든 사람에게 한 마디 말보다 그 말을 들어줄 때 생기는 공감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문대통령 본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있었던 자리 쟁탈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것을 권고합니다. 스스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큰 사람 옆에 기대어 크게 보이려는 요령만 피우는 것이지요.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든다면,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서려 한다면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할

내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내 마지막 모습,

그것이 당신이 살아야 할 오늘의 모습입니다.

-제5장 오늘을 사는 법 중에서-

N포 세대, 달관 세대, 수저 계급론,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는 어른이 있다면 어떨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학창 시절, 변호사 시절, 노전대통령 비서실장 시설 그리고 지금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과 반려동물을 가까이하고 등산과 걷는 여행,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닮아가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문재인이 드립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춘 공약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벼운 포토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청년들의 멘탈과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청년들을 위한 괜찮은 꼰대의 말입니다.

 

모두가 성공이란 단 하나의 명제를 향해 나아가는 요즘, 따스한 성공은 무엇일까 글을 보고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 혼자 행복한 성공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성공, 따스한 성공을 대한민국에서 만날 수 있다니. 매일매일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되긴 처음입니다. 그만큼 국민과의 소통, 숨길 것 없는 투명한 일과가 문재인 대통령을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아닐까요.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책 속에는  꿈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위한 따스한 위로와 더불어 특전사 사진부터 아내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는 재미, 고양이 찡찡이, 그리고 그리운 그분의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꼭 청춘이 아니더라도 전 세대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주변에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그만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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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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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많은 물건을 읽어버립니다. 사소한 것이든 소중한 것이든 물건을 (어딘가에) 놓고 왔다는 불안감과 당혹감으로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을 느껴본 적 있을 텐데요? 일본 감동 소설의 특유의 스타일과 철도역 분실물 센터에 사는 펭귄이란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 뜻밖의 감동으로 다가올지 몰랐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접할 때쯤에는 저도 모르게 눈앞이 뿌해지며 차오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낼 수밖에 없었죠.


펭귄이 전철로 외출하다니 현실도 게임도 뀌어넘어 이제 그림책 속의 세계가 아닌가, 어이없어하는 겐을 주시하며 펭귄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자박자박 다가와 하연 털이 풍성하게 뒤덮인 가슴을 딱 편 채 꼿꼿이 섰다. 전철이 달리기 시작하다 바로 옆 차량에서 이동해 온 마히로가 말없이 겐 옆에 앉아도 펭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P118


사람들이 펭귄 철도라 부르며 간혹 있는 펭귄의 출현에 일상인 듯 여기는 모습이 '쿠마모토 현'의 '쿠마몬'과도 닮았습니다. 물건과 이어진 인연을 찾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고 감동으로 다가와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지도 상상해 봤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진짜 펭귄을 출연시킬지, CG로 해야 할지, 펭귄 인형 탈을 써야 할지 혼자 갑자기 궁리를 하기도 했어요.


책은 1년씩이나 죽은 고양이 유골함을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린 여자, 초등학교 때 받았던 유일한 레브 레터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잃어버린 히키코모리 남학생, 잃어버린 물건을 밝히기 꺼려하는 의문 많은 초보 주부, 마지막으로 아들과의 불화로 갈등을 겪던 아버지이자 기억을 잃어버린 노년의 남자까지. 잃어버린 물건에 얽힌 네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됩니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소헤이에게 힘을 얻어 쿄코는 목에 걸치고 있던 린넨 숄을 벗는다. "그리고 이건 저의 분실물. 지금 잃어버릴 예정이에요. " 교코가 소헤이에게 린넨 숄을 건네며 "네, 잃어버렸습니다"하고 중얼거리자, 소헤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무슨 얘기인 줄 알겠습니다"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p89-90



이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자 하는 갈망과 찾길 꺼리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데요. 이 사이에서 '펭귄'은  중심에 서서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사람은 미묘하게 철도와 분실물, 그리고 펭귄과 얽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전철을 가끔 타고 나들이 혹은 (목적을 갖고) 외출하는 펭귄이 기차에 탄다는 설정 때문에 판타지나 만화같다고 만화 같다고 오해했는데요. 펭귄이 왜 전철 분실물센터에 있는지를 안 순간 잊고 있는 무엇,  잃어버린 무엇을 찾은 것 같아 안심이 되더라고요. 살면서 잃어버린 '설렘'을 이 녀석이 되찾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니까요. 



특히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의 미치로와 지에 부부의 이야기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제껏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고 특별히 되고 싶은 것 없이 남이 선택해주는 삶을 살았던 지에가 우연히 전철 안에서 놓고 내린 물건 (임산부 표식)을 주웠다가 남편 미치로의 오해를 사는 과정을 담았죠. 


집안일만 못한단다는 건 거짓말이고 장단을 맞추는 것도 못하는 지에는 미치로의 좋은 아내의 기준에서 뚝 떨어지는 자신을 느꼈다. 부부를 가로막는 벽이 의외로 높고 두텁다는 것도 알았다.

P205

지금까지 난 미치로 씨의 아이였어요. 미치로 씨가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힘껏 지켜줘서 고마워요.

P257

사실 완벽한 인생을 살아온 듯한 남편도 아이에 대한 미묘한 피로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형적인 표준이란 인생길을 걸어온 남편에게도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습니다.  지에 또한 부부로서의 사랑이 있는지, 삶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부표하고 있음을 깨닫죠. 점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부양이란 의미는 자식과 부모를 떠나 반려동물과 인간, 부부 사이의 책임감 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합니다.

 

 

반려동물 혹은 유기 동물에 관한 일본 특유의 정서가 담긴 따스하고 독특한 소설입니다.  좋아하는 선배를 대신에 만난 찹쌀 콩떡 같은 아기 고양이 후쿠에 대한 죄책감, 펭귄에 얽힌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노력,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일본의 국민성이 반영된 판타지를 입은 현실 소설이기도 합니다.


 

독자의 마음을 훔쳐 간 소설의 심(心)스틸러 펭귄. 이리저리 부닥치며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아주는 나침반 같은 분실문센터에서 자꾸만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물론 펑키한 빨간 사자 머리에 아이돌스러운 외모를 가진 직원 소헤이는 거들 뿐. 살면서 이런 곳 하나 있다면 조금은 힘낼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내려놓고 싶은 순간 한없이 정직하고 맑은 눈으로 맞아주는 펭귄을 만나게 되는 행운 저에게도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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