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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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를 꿈꾸는 조는 숲에서 여자아이를 만난다. 자신을 바람개비 은하에 있는 행성에서 왔다고 소개하는 소녀 얼사. 얼사라는 여자아이의 몸을 잠시 빌렸다고 하는 이 아이는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돌아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자기 행성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다섯 개의 기적을 봐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다. 집에서 학대 당한 걸까? 부모님은 알고 있는 걸까? 조는 실종아동을 검색하고, 경찰에 알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얼사는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다. 몇 날 며칠 집에 돌아가지도 않고 옆에 붙어 쫓아다니는 소녀를 대체 어째야 할까.

 

소설은 판타지와 SF,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를 가미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엄마를 암으로 잃고, 그녀 역시 같은 병으로 가슴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 '조애나 틸'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항상 불안하다.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는 암의 위험과 여성으로서 기능을 잃었다는 우울함을 극복하고 새롭게 살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정체불명의 여자아이와 만나며 새로운 가족을 꾸린다. 거기에 옆집 남자 '개브리엘 내시'와 친해지며 얼사에 대한 고민과 사랑을 키워 간다. 개브리엘은 어릴 적 부모님의 엄청난 비밀을 알고 난 후 사회적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남자다. 아픈 엄마를 돌보며 계란 장수로 생계를 이어간다. 어째서 이 멀쩡한 남자가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사는 걸까. 의문이 커져가지만 조는 얼사의 문제를 의논할 사람이라고는 개브리엘 박에 없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고 누구보다도 똑똑하지만 우울증으로 도피해 사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불완전한 몸을 가진 여자와 불안한 마음을 가진 남자가 상처받은 아이를 만나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며 성장해 나간다. 얼사가 말한 다섯 개의 기적이 하나둘씩 성공할 때면 독자 스스로도 얼사가 진짜 외계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신도 나이도 배경도 너무 다른 세 사람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상처'를 받아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라는 것. 약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서로 똘똘 뭉친다. 그래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갈 힘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미쓰백>이 떠올랐다. 5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불량 중 아이의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대상화한다. 얼사라는 죽은 아이의 몸을 잠시 빌린 거라 믿고 있는 아이의 심정이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거라 짐작한다.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상처와 슬픔을 받았을 때 그 기억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도피하기도 한다. 정말 외계인이라 믿을 만큼 완벽한 연기 뒤에 가려진 상처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얼사가 가져온 다섯 기적은 오해를 풀고 진실로 다가갈 때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것들이었다. 상처를 보듬고 서로 이해할 때. 점점 단절되어 가는 세상에서 기적이야 말고 '사랑'임을 확인시켜 준다. 정말 기적이 있다고 믿는다면 기적은 당신의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오늘의 기적 하나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진정 중요한 일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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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아주 작은 성공 습관
딘 그라지오시 지음, 권은현 옮김 / 갤리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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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억만장자, 최고의 운동선수, 기업 CEO, 유명 연설가 등 다양한 위치에서 최고라 불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분석해 모아 두었다. 이등 중 상당수는 바닥부터 치고 올라왔다는 점이다. 바닥에 있다고 느꼈다고 좌절하지 말자.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증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습관의 변화가 어렵기도 하지만, 잘 들여놓은 습관은 당신의 미래까지도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미래의 성공은 운이 아닌 당신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주로 삶을 변화 시킬 작은 습관이었다.

 

저자 '딘 그라지오시'는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성공한 투자자, 비즈니스 코치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을까. 정답은 'NO'. 부모의 이혼과 극심한 가난, 난독증에도 불구하고 백만장자가 된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불린다. 개천에서 용나기 어려운 시절에 살고 있는 지금도 성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는 돈도 배경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몸뚱이 하나로 시작했다. 무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었다. 그 첫째가 목표 설정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바꾸어 나갔다. 일상 속 습관들이 모이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과연 그가 가지고 있었다던 성공하는 습관은 무엇일까. 먼저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어디로 언제 갈지 세세한 방향부터 세워야 한다. 부정적인 것을 멀리하고 긍정적인 것을 가까이했다. 말 하나하나까지도 조심스럽게 긍정의 힘을 끌어들였다. 시련과 고난을 기회로 삼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을 잃지 않기로 다짐했다.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으며 두려움 앞에서 절대 포기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완벽보다는 발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상대방이 항상 무엇을 원하는지 주시했고,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며 신뢰를 획득했다. 어떠한 상황이든 스토리텔링 하는 것을 습관화해 설득력을 높였다. 한 번에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았다. 늘 계산적인 거래보다 인간관계를 중요시했고, 멋대로 상대방을 추측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행복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며 살았다.

 

책은 경제적인 성공을 중심으로 서술되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생활 습관 및 관계, 일, 가정생활 등에 적용해 보아도 좋겠다. 특히 요즘처럼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감이 극에 달한 시대에 고난을 기회로 돌린 태도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기 안성 맞춤이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낙담하고 있다면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생각을 조금만 전환하고 시각을 조금만 크게 돌려도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현실적인 조언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본 도서는 제공 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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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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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뇌는 바쁘다. 자는 시간을 쪼개 일, 공부, 그것도 아니라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쉼은 없다. 휴식이 무엇인지 까먹었을지도 모른다. 늘 휴식이 필요하다 말하다가도 혹여나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병에 걸린다.

 

 

따라서 늦기 전에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도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 휴식은 행복을 늘리기보다 더 일을 잘하고, 나를 돌보기 위해 필요하다. 즉 일과 삶의 더 나은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휴식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편리하긴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더 쉬는 게 어려워졌다. 휴일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업무와 알림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과연 어떻게 쉬는 게 잘 쉬는 걸까?

 

 

이 책은 못 쉬는 현대인의 쉼에 대해 논한다. 제발 쉬자고 매달리는 요청이다. 135개국의 1만 8천여 명이 참여한 '휴식 테스트'라는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구자 그룹에는 역사가, 시인, 예술가, 심리학자, 뇌과학자, 지리학자, 작곡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10위부터 1위까지 거꾸로 밝히며 시작한다. 당신의 휴식은 몇 위에 있는가.

 

 

사람마다 휴식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정의하자면 이렇다.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하는 한가하고 편안한 활동 전체'라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휴식은 고대 영어 'raeste'는 'rasta'라는 고대 고지독일어와 'rost'라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휴식'외에 '수 마일의 거리를 온 뒤의 휴식'을 뜻한다. 계속 쉬기만 하면 진정한 몸과 마음의 휴식이 아닌 거다. 활동 뒤에 찾아오는 쉼의 시간, 그게 바로 진정한 휴식인 셈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자면 분주한 일정을 쪼개고 이동해 수행하고 휴식과 놀이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는다는 것! 이제 좀 휴식에 대해 감이 온다.

 

예상 가능했지만 독서가 이 실험의 1위였다. 독서는 긴장을 푸는 경험이자 색다른 휴식 활동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독서가 일인 사람은 논외로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1위 독서는 쉼이 아니기에 다른 휴식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휴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독서에 적용할 수 있는 게 꽤 많다. 책은 읽는 속도와 멈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행위다. 캐릭터나 상황을 내 마음대로 그려볼 수 있어 상상력이 배가 된다. 지루한 부분은 건너 뛰고 흥미로운 부분은 집중하는 몰입감이 휴식의 경험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작가가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책의 내용에 이입한다. 소설이 아닌 비소설 분야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행위기 때문에 3위인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도 일조한다.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혼자이고 싶은 아이러니한 인간. 군중 속 고독을 즐기는 자가 성공한다.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사람은 자아 정체성 성립뿐만 아닌, 결정 능력 향상과 복잡한 관계의 거리두기를 형성한다. 누군가가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내버려 두라. 동굴 속에 들어가 며칠을 있다고 하더라도 꺼내지 말고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독서가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독서 덕에 독자가 자신이 사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 문제를 뒤로 제쳐둘 수 있고 몰입하던 생각 또한 어느 정보 벗어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타인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세계와 분리되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이로써 독서는 주의를 돌려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독서 중 잡념에 빠진 상대에서도 자신의 삶을 곰곰이 생각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제공할뿐더러 언제 어디서나 외롭지 않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준다. 책을 읽는 정적인 활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의뢰로 크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새기고 유추하며 생각하며 뇌를 활성 시키고, 가만히 앉아 때로는 누워) 같은 자세로 읽어 눈, 목, 어깨, 허리의 통증을 동반한다. 지극히 몸도 편한 상태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순위의 것보다 하는데 노력이 덜 들고 잡념을 사유의 재미로 바꾸어 준다.

 

 

그렇다고 잡념이 나쁜 건 아니다. 8위를 차지한 '잡념의 놀라운 능력'은 느슨하고 게으른 행위 자체를 기쁨으로 간주한다. 목적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상, 몽상, 잡생각은 모두 두뇌 회전을 돕는 아이디어 창고다. 7위 '목욕이라는 따뜻한 쉼'을 즐기며 시시콜콜 하루에 일어났던 일들과 잡생각을 즐겨 해보라. 목욕이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욕망을 충족하는 훌륭한 수단이다.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고 노곤해진 몸의 피로를 목욕물에 씻어 내면 그만이다. 숙면과도 연결된다.

 

산책을 하고 목욕을 하는 것도 좋겠다. 거기에 좋아하는 음악으로 화룡점정을 찍어보자. 휴식이 필요하다고 몸과 마음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쉽게 책상을 떠나지 못하는 일 중독자에게 산책만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최대의 장애물인 죄책감을 씻어 내는데 산책만 한 게 없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일종의 잡념) 산책은 최고의 휴식이다. 그냥 걷기만 해도 새로운 생각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영감으로 일의 능률이 오른다. 다리는 펴고 걷는 것이 다리를 웅크리고 쓰지 않는 일보다 쉽다. 걷는 행위의 반복적인 리듬은 몰입의 경험을 준다. 올해 추석 연휴에 다양한 휴식을 체험하느라 바빴다. 내게 맞는 쉼을 알아보기 위해서 고분분투했다.

 

그렇다면 내가 5일의 추석 연휴 동안 선택한 휴식법이 무엇일까. 산책, TV 보기, 독서, 목욕 중 제일 좋았던 것은 '넷플릭스와 친구하기'였다. 무궁무진한 콘텐츠 사이에서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몰아보기 신공으로 어떤 시즌도 격파하기 좋다. 손안에 휴대폰과 와이파이만 있다면 끝! <보건교사 안은영>과 <래치드>시즌 1을 끝냈다.

 

 

저자는 텔레비전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사용하라고 말했다. 여럿이 같이 봐도 좋고, 혼자 보면 더 좋다. 의무도 불안도 느끼지 않는 최고의 진정제라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이 나 문화 형태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고, 머리를 쓸 필요도 없다. 다만, 밤새워서 모든 일을 TV(컴퓨터, 스마트폰)에 쏟아부어서는 안되겠다. 즉시 인입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자신만의 룰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책은 무조건 잠을 많이 몰아서 자기, 8주짜리 마음 챙김, 템플스테이 참여하기, 산책하기, 음악 듣기, 영화 보기, 독서 등.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강요에 의해 하라는 게 아닌, 자신에게 힐링이 된다고 느끼는 활동을 휴식이라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진정한 휴식이 된다. 휴식 결핍 시대, 휴식의 본질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일하느라 바빠 어떻게 쉬는지를 모르겠는 어른들에게 슬쩍 건네 보는 것도 좋은 추석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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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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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많다. 새삼 느끼지만 이동 제한을 받다 보니 국내여행이 절실해진다. 이마저도 못하게 될까 봐 마음이 바빠진다.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까.

 

 

책은 우리나라에 숨겨진 명소를 찾아 떠나는 방구석 여행서다. 비록 가보지 못하는 처지라도 책으로 대신 다녀온 것 같은 현장감과 저자의 인문학적 견해까지 어우러져 꽤 지적인 집콕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인증샷과 먹방으로 마무리되는 여행을 더 알차게 만들어 준다.

 

 

사실 숨겨진 명소를 알려준다는 책의 타이틀이 무색하게 너무 유명한 곳이 많아 당황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반복하는 뻔한 설명이 아니란 게 장점으로 승화된다. 어쩐지 개정판이라고 한다.

 

 

각설하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홍쌍리 매실을 좋아해서 눈이 번쩍이는 여행지가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4호로 지정된 홍쌍리 명인이 운영하는 청매실농원에 언젠가 가보고 싶었단 말이다. 고추장 매실, 매실 장아찌가 너무 맛있어서 말이다. 지금은 전 국민의 관광지가 된 '매화마을'은 23의 밀양 아씨 홍쌍리가 전라도 광양 산골마을로 시집오며 시작된다. 바야흐로 1965년이다. 연고 없는 동네에 와 그리움과 슬픔으로 지새다. 시아버지가 심어둔 매화나무를 늘려나갔다.

 

 

하얀 매화꽃이 아름다워 45만 평 동산의 잡초를 뽑아 5년 동안 매화 동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외로웠던 홍쌍리는 시아버지와 시숙부가 빚을 져 45만 평 땅을 빼앗겼을 때도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갔다. 빚더미에 앉아 있던 시절 매화 동산을 찾아 예언처럼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신 법정 스님과의 인연도 소개된다. 반드시 잘 될 거라는 이야기는 섬진강에 자리한 매화 마을을 굳건히 지킨 '홍쌍리' 명인의 약속과도 같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촬영장이 있기도 하다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었다. 1900년 경 예천에 삼강주막이 있는데 주막 벽에 부지깽이로 금을 그어 표시한 외상장부의 흔적이 있단다. 글 모르는 까막눈이 주모가 남긴 유일한 벽체 외상장부다. 어떻게 그 많은 손님을 기억하는지 주모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 정말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주인공 주모는 6.25 때 남편을 잃고 홀로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주막에서 일했고, 2005년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구조도 재미있다. 방과 방 사이 문이 많았다. 방 2개에 문이 무려 7개인 곳도 있었다고 한다. 혼자 일하는 주모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가 신기했다. 시간 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표시해 두었다. 대포 한 잔에 도토리묵 한 접시를 먹고 "여기 주모, 외상!"을 외쳐보고 싶은 곳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취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코로나 때문에'를 반복하며 우울해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랜선 여행도 인기지만 서가 여행(책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거기에 인문학적 정보까지 덤으로 얻는다니, 좋지 아니한가!

 

 

 

*본 도서는 제공 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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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웅 - 국내 첫 여성 장례지도사가 전해주는 삶의 마지막 풍경, 개정증보판
심은이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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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족들이 염습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풍습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깔끔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인지 수의까지 입혀놓고 편안한 모습으로 작별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뒷모습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가족들이 마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고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은 이들이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해 주길 원하는 것이다. p233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 않고 영원을 꿈꾸거나 젊어지고 싶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평하게 죽는다. 죽음은 삶과 늘 맞닿아 있다. 오늘 건강하던 사람도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죽고 나서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듯. 인간은 오늘도 발버둥치며 삶을 살아낸다.

 

 

심은이 저자는 국내 첫 여성 장례사다. 그동안 본인 손으로 보내드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녹여냈다. 그동안 다양한 독자에게서 주옥같은 후기를 첨부하고, 장례지도사의 궁금증을 더해 5년 만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20대에 처음 일을 시작해 19년간 일하면서 후회한 적이 없다는 저자. '강연 100℃'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장례지도사 일을 하며 겪었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대기업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 퀴즈 온 더 블록럭에서 살면서 안 만나고 싶은 사람(?) 편에 나와 장례지도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개정 증보판에는 세월호 사고에서 느낀 소회도 추가되어 먹먹함을 더한다.

 

 

감전, 화재, 욕창, 자살, 원인미상, 부검, 교통사고 등 사인도 다양하다. 하지만 장례지도사는 고인을 대하는 태도는 매한가지다. 고인의 마지막 길, 살뜰한 배웅은 장례지도사의 큰 자질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런 일을 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모두가 꺼리는 시체를 만지고 보듬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 호기심일 것이다. 의연한 척하지만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한다. 저자는 예부터 잘못 전해 내려오는 장례 풍습을 고치고, 낡은 장례 문화를 좀 더 인도주의 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입관이 끝난 뒤, 유가족에게 상복을 내어 주는데 고인의 딸이 내 손과 맞닿는 게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순간 당황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만진 손인데, 단지 숨이 끊어진 어머니의 몸을 만졌다고 해서 그렇게 몸서리를 칠 수 있는 것일까." p23

 

 

간호조무사로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아픈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데 놀랐다고 한다. 매번 최선을 다해 고인의 마지막을 도와주는데도 자신의 손길에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도 털어놓는다. 자기 부모를, 연인을, 자식을 만진 손이 무서운 건지, 더러운 건지,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미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다. 인공지능에 관한 분야,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의성이 큰 예술 분야나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직업은 사장되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미래 유망 직업으로 '장례지도사'가 있다. 행복한 죽음 생일과 결혼으로 태어남과 제2의 신생을 축하하는 것처럼 마지막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정한 웰다잉, 웰빙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닌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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