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냈어! - 평생 보통사람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인 것?
정문영 지음 / 제이씨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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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성공할 수 없다. 매년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성공'을 키워드로 등장하지만 내년 또 많은 책이 같은 주제로 가판대를 점령하는 이유다. 성공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다면 쫓으려하지 않을 거다. 모두가 성공했는데 굳이 성공할 필요가 있을까. 소수만이 가능하고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박하게나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가이드가 되어 주길, 지금의 두려움을 해소해 주길, 어딘가에 기대길 바라는 것이다. 변화를 꿈꾸고 미래를 계획한다면 가끔 자기계발서를 읽어주는 게 원동력이 되어준다. 특히 아침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어보면 하루의 확실한 연료가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었다. 선물로 받은 달달한 믹스커피까지 함께 하니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가 버렸다. 우연히 '펠리스커피'를 알게 되었는데, 요새 노오란 단풍잎과 잘 어울려서 좋았다. 펠리스커피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단체 '국경 없는 이사회'에 홍역백신 금액을 후원하는 커피다. 엄선된 원두와 식물성 크림과 설탕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챙기니 맛도 기분도 챙길 수 있다.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

 

책의 핵심 키워드는 '성취감'이었다. 저자는 '성취감'을 동력 삼아 삶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성취감, 사전적인 의미는 목적한 것을 이룬 감정이다. 좀 더 쉽게 비유해 보면 운동선수의 메달로 비유할 수 있겠다. 떫은 감을 곧바로 먹을 수 없듯이 오랜 숙성으로 만들어진 달콤함. 이를 먹었을 때가 뇌의 즐거움을 말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숨에 목표에 도달하길 꿈꾸기에 금방 포기하고 만다.

 

이는 곧 버튼만 누르면 성공으로 이어지는 방법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는 부제를 달아준다. 저자는 지인의 말을 빌려 '성공에 취함 감'이라 표현했고, 취함은 '몰입'으로 해석해 보면 좋은 비유가 되어준다.

 

성취감에는 과거 지향형과 결과 지향형이 있는데 대부분 결과만 생각하기 때문에 성취감을 맛볼 수 없다. 과거 지향적으로 생각하면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 해소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져야 할 것은 이를 시각화해 성취감을 자주 맛 보라는 거다.

 

요즘 앱도 잘 돼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어플에 기록하는 법도 있지만. 저자는 직접 손글씨로 기록하는 아날로그형을 추천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디지털로 하는 게 좋겠지만, 필자도 이 방법을 선호한다. 필자는 오늘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기록하고 하나씩 완료되었을 때마다 밑줄 그거 소거해간다. 그 종이에 있는 일을 다 했을 때는 과감히 찢어 버린다. 그때의 그 성취감이란 말도 못 한다. 아마 중독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저자도 작은 행복을 계단 삼아 하나씩 이루면서 성공했다고 고백한다.

 

 

"성취감 노트 5분만 투자!"



책 속에는 '성취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성취감 노트를 작성만 해도 매일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하루 5분만 투자해 보는 거다. 커피를 만들고(타고) 마시는 시간 만 투자해도 OK!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자신을 칭찬하면서 시작하는 자존감을 세운다.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고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이를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야 지치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실행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길 바란다. 점프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거다. 스텝 바이 스텝. 다음 성취감의 계단으로 만들어 주면 좋다.

 

이것들만 해도 반은 성공이다. 이제 오늘 해야 할 일 '빨래, 설거지, 일기 쓰기, 영화리뷰 쓰기'만 이루어도 대성공이다. 이 네 가지를 다 못해도 괜찮다. 내일 해도 괜찮으니까. 위에 소개한 것만 해도 괜찮지만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면 번외 편도 준비되어 있다.

 

하루 조금씩 글쓰기를 하며 일어난 일, 반성해야 할 일, 재미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자. 집 안에 정성과 사랑을 쏟을 반려동물이나 식물도 좋다. 요리나 DIY를 통해 성취감을 얻어도 금상첨화다. 이를 넓혀 다이어트에 적용해 보면 더 좋을 거다.

 

올해도 벌써 다 지나갔다. 3년째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게 먼일처럼 느껴졌지만 3년이나 훌쩍 지나갔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낸 모든 국민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성취감에 취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길 응원한다.

 

 

"나도 해냈어! 너도 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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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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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의 특별 추천사가 수록되어 있는 《위어드》는 인류 역사와 뇌구조까지 바꾼 문화적 진화의 힘, 현대 서구 문명 번영을 이룬 키워드를 5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보다 재미있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잇는 대작이라 소개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먼저 서구적인 관점(그것도 서양 대학생에 한정)에서 편향적 서술을 비꼬면서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는 표시되어도 한국은 표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어드란 이름을 붙일 때, 서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된, 부유하고, 민주적인 사회 출신 앞 글자를 따 '이상한'집단이라고 칭했지만 그도 실수를 저질렀다. 또한 공진화 분석에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찰스 럼스던'과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가 인용문으로 등장하지 않은 점도 예를 든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뉴욕타임스'가 주목할 만한 책이라며 간택했다. 그럴 만한다. 하버드대 인간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조지프 헨릭'은 서구사회의 독특한 심리, 문화, 제도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인류학, 심리학, 경제학, 진화생물학적 측면에서 통찰력 있고 심도 있는 이론이 심지어 재미있게 펼쳐진다.


'공진화'란 남의 행동과 결정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변화하며 진화한다는 이론이다. DNA, 생태환경, 심리, 문화 등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함께 진화해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 오늘날의 인간 사회 속 문화는 인간의 뇌 회로를 바꾸고 생물학적으로 변화시켰다. 자신이 바꾸고자 하는 모델과 가까운 쪽으로 능동적으로 수정하고 조율해 문화적 진화를 이룬다는 거다.

맞다! 현대인은 더더욱 공진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날마다 남과 비교하고야 마는 SNS 때문이라도 함께 진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류의 진화가 유전이나 기후, 먹거리 등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부터 시작한다는 거다. 참 새로운 발상이다 못해 획기적이다.

한 예로 한 나라의 개신교인 비율은 20세기 초 국가 간 문해율 변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해석도 의미심장하다. 같은 시기 가톨릭 국가는 이에 반밖에 되지 않는다.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수단인 성경을 읽히기 위해 지방의 다양한 언어로 발전되었고 이는 문맹률이 감소했다는 논리다. 교육 때문에 인쇄 기술의 발전 경제성장, 대의 정부로도 뻗어나갔다고 주장한다.


인류 역사 발전은 '문화'를 중심으로 풀어 나가는 방법이 독특하다. 중국의 오랜 역사와 발전보다 뒤처진 서구가 왜 갑자기 세계 중심이 되었을까, 200년 밖에 되지 않은 미국이 왜 1위 국가가 되었을까. 생각만 했다면 원인을 찾아보는 이 책의 구성에 호기심이 들 거라 장담한다. 현대 서구 사회가 누리는 경제, 문화적 번영이 우연히 만들어진 이상한 사고방식 때문이라니. '심리'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흥미롭게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현대 사회의 기원까지도 톺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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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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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의 크로스오버는 대세다. 이 책을 받았을 때도 사실 그런 기분이었다. 클래식 전공자가 미술을 보고 영감 받아쓴 책이겠거니 하는 선입견.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않고 아무 곳이나 펼치는 습관(소설은 빼고)으로 읽었던 부분에서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분 대체 뭐 하시는 분이야?"

 

하나만 잘해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N잡러를 일부러 꿈꾼 건 아니었지만 닥치는 대로(라고 쓰고 물 들어올 때라고 쓴다) 이것저것 해야 하는 세상이다. 정년퇴직도 짧아지고 평생직장도 없다. 삶은 길어졌고 그 시간을 뭐로 버틸지 고민하는 것도 힘들다. 평생 놀고 싶다고 생각해도 막상 며칠 놀면 지루하다. 뭐든 일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렇게 된 건지 다시 갈피를 잡아보자. 이 말은 본질은 현대 사회는 아니 점점 더 한 가지만 잘해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소리였다.

 

이수민 저자는 여러 직업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칭 아래 이 책을 썼으니 작가, 클래식에 영감받아 그림 그리니 화가다. 사회자나 공연 해설자도 오래 했단다.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다방면에 재능 있는 분이었다. 책 곳곳에 자신이 작업한 작품도 같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말한 우연히 펼쳤다가 충격받았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신체의 풍경'이란 제목의 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 섹션이었다. 우리나라 1세대 전위예술가로 자기 몸을 중심축으로 삶아 그리는 이건용,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 그리고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드뷔시다.

 

특히 20대 후반에 조현병을 진단받고 무대에 오를 수 없던 러시아의 남성 무용수 니진스키의 삶과 목신(판)과 드뷔시까지의 연결이 기묘하게 다가왔다는 거다. 그를 두고 평단은 "10년은 성장했고, 10년은 발레를 배웠고, 10년은 무대에서 춤췄다."라고 할 만큼 미술, 음악, 무용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안무가로도 활동했는데 데뷔 작품이 드뷔시의 음악 '목신의 오후'다. '목신의 오후'는 드뷔시가 프랑스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가 쓴 동명의 아홉 페이지의 장편 시에 영감받아 1894년 작곡한 곡이다. 뜨거운 여름날 욕정에 젖은 판의 모습이 몽환적이고 성적이다. 반복적인 테마 사용, 오케스트라 작곡법의 전통을 지키면서 자유로움을 추구한 파격적인 음악을 니진스키의 독창적인 안무와 만나 시너지를 이룬다.

 


책에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곡 '봄의 제전(1913)'까지 큐알코드화 되어 있는데 유튜브로 보다 보면 당시 관객이 받았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금 봐도 잊을 수 없는 안무와 음악, 표정이 충격적이기 때문. 또 놀란 것은 스트라빈스키와 샤넬의 염문을 영화로 만든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 매즈 미켈슨이 나왔다는 것! 음악과 무용에 매료되고 있는데 매즈 미켈슨이 나와 놀랐고 재미있었다. 두 예술인의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매즈 미캘슨의 팬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

 

영화 오프닝 부분인데 영화 <미드 소마>가 생각나기도 한다. '봄의 제전'은 20세기 최고의 음악이라고도 불리는데 관객들은 공연 도중 야유를 퍼붓거나 중간에 퇴장하기도 한다. 당시 매우 충격적이라 호불호가 갈린 듯하다. 소재가 '봄'인데 그로테스크한 안무가 죽음이 드리워진 공포가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발레지만 원시적이고 흡사 종교의식 같다. 불협화음이 느껴지는 혼란과 어려운 음계와 악기의 테크닉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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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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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일해 본 사람은 안다. 겉으로 보면 수평적인 구조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은은하게 살아 있는 수직적 구조. 위계질서 분명한 한국에서 스타트업 한다는 것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애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억지로 괜찮다고 말하는 꼴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한 번 해볼까?',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는데..'로 시작했지만 폭망하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0.1%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이 되기 위해 오늘도 스타트업계 사람들은 밤낮없이 주말 없이 일한다.

 

스타트업에 관한 드라마를 최근 몇 편 봤다. 디즈니플러스 [드롭 아웃], 파라마운트플러스 [수퍼 펌프스], 애플tv [우리는 폭망했다], 웨이브 [위기의 X] 세 드라마는 추천작이니 미국과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알고 싶다면 맛보기로 좋다. 유니콘이 되기 위해서 달려오다 유니콘 기업이 되었거나 폭망한 스타트업의 이야기다. , [위기의 X]는 대기업 차장이었다가 희망퇴직 당한 후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중년 남성의 분투기다.

 

작가 유병재는 어떤 사람?


'유병재', 한국의 성공한 다방면에 두루 재능 있는 천재의 아이콘이다. 이미 작가, 코미디언, 유튜브, 가수, 배우 등 아티스트의 재능을 겸비했다. 일단 그의 대본집을 읽었으니 작가로서 이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병재는 SNL 코리아 방송 작가 겸 크루로 활동했다. 개그감이 상당하다. 개그맨 지망생이었다고 하니 이를 글에 투영한 대본은 웃길 수밖에 없다. 2015tvN [초인시대]의 주연과 극본을 담당했고 7년 만에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의 대본을 맡았다.

 

유니콘은 어떤 시트콤?

 


[유니콘]의 쿠팡플레이의 12부작 오피스 시트콤이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맥콤'CEO 스티브와 크루들의 대혼돈 K-스타트업 분투기다. 스타트업에서 한 번이라도 일해본 사람이라면 극 공감할 내용들이 빼곡하다. 유병재는 대본집에 기획의도를 명확히 적어 놓았다. 스타트업이 배경인 오피스 코미디가 아닌 '시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시작이 반이라는데 시작하면 반은 무엇으로 채우고 아무튼 끝을 봐야 하지 않겠나.

 

인정욕구와 허세로만 가득한 선장이 이끄는 배에 탄 크루는 습관적인 피보팅(pivoting, 급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전환하는 것)이 취미인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거죽은 완벽해 보이지만 속살은 바보 같고 귀여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수평구조라며 누구누구 씨나 직함을 폐지하고 영어 이름을 쓰지만 여전히 압존법(듣는이를 고려한 존칭)을 강요하고, 감당 못할 반말 문화, 기업 내 화폐 제도, 비건 없는 사내에 비건 카페테리아도 도입했다. (일단) 야근 금지지만 불 꺼 놓고 여전히 야근 중인 한국 기업의 잔재가 남아 있는 거죽만 스타트업인 부조화가 웃음 포인트다.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총감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공동 연출가 김혜영 등 제작진이 뭉쳤다. 대충 감이 오는 톤앤매너.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신하균과 원진아, 이유진, 김영아, 이중옥, 배유람, 허진석 등이 등장한다.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 포지션이 있고 시트콤 형식답게 발랄하고 재미있다. 특히 오랜 신하균 덕후인 유병재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된 성덕이 된 사례다. 신하균의 작품이나 과거 행적을 대본에 녹여 놓아 깨알 같다.


 

유병재가 추천하는 관전 포인트



 

하나,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스타트업하기

 

스마트폰 등장 후 언 10. 그동안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했고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습게 봤던 개인 방송 유튜브가 초등학생 미래직업 1위인 세상이다. 명문대를 졸업해 좁아터진 대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목매달지 않는다. 시작하는 게 일인 스타트업은 이런 세상을 대변하는 명확한 집단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실패의 연속인 회사에서 무엇 하나 미약하게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 모습의 일부는 느낄 수 있을 거다.

 

, 시트콤으로 보이는 '스타트업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루는 스타트업의 모습을 담으면서 은근하게 비튼다. 스타트업하면 뭐가 떠오르나. 파티션 없거나 통유리로 만들어진 사무실, 수평적인 기업문화,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근무환경, 운동이나 게임을 할 수 있는 휴식공간과 신선하고 알찬 먹거리가 가득한 카페테리아 등.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등바등 한 티가 역력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조금이라도 더 깨어 있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로 연명하고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라면 피 같은 경험이다. 실패를 쌓아 성공에 도달하는 거니까. 그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유니콘]에 함축되어 있다.

 

, 귀여운 캐릭터와 저세상 회사

 


유병재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가치로 내세우는 '귀여움'이 포인트다. 맥콤의 크루들은 짠하면서도 어딘지 미워할 수 없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초반은 스타트업을 후반은 귀여움을 표현하려고 했다니 진짜 인지 확인해 볼 것! 맥콤은 수익창출과는 반대로 진행되는 일로 골머리를 앓는다. 어쩌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 이상적인 기업이다.

 

, 스타트업인 줄 알았는데 세대 차이

 

맥콤이 실패 후 새롭게 시작하려는 아이템은 실버 세대를 위한 매칭 서비스 'Again'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언제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서비스는 희망차 보이지만 돈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위아래 좌우가 다르지만 뜨거운 용광로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청년, 장년 세대의 분투기다. 그러면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한국에서 어떤 어울림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방점이 있다.


 

유니콘 대본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우리는 얼마나 실험적이며 재미있는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시트콤을 봐왔던가. [순풍산부인과], [세 친구], [안녕, 프란체스카],[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 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 등등 일단 시트콤을 즐겨 본 사람이라면 안다. 시트콤의 짧지만 강한 매력을.

 

지금은 긴 드라마보다 20-30분 내외의 숏폼, 유튜브가 각광받고 있지만. 시트콤 형식이 바로 이것들의 원조인 것이다. 채널이 아닌 OTT로 간 K-시트콤의 현재와 미래를 보고 싶다면 읽어봐야 한다. 시트콤을 보고 나서, 보지 않고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극본집이다.

 

오리지널 대본에서는 유병재의 파워가 글로 살아 숨 쉬는 각본집만의 콘텐츠가 들어있다. 에피소드마다 초기 기획안과 아이디어 스케치를 볼 수 있다. 평소 유병재가 글 쓰는 스타일과 캐릭터 빌드업, 전체적인 이야기의 초고를 엿볼 수 있다. 유난히 캐릭터 소개가 자세해서 시트콤에서 알지 못한 배경을 꼼꼼하게 파악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교재로 쓰일 듯하다.

 

드라마를 그대로 캡쳐 한 듯 고화질로 맛보는 대사 화보와 비하인드 스틸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또 하나의 극장점은 유병재 대사 스티커와 스탠딩 북마크로 유니크한 유니콘을 완성할 수 있는 점이다. 물론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가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만 그 시작은 어쨌든 ''이다. 이를 통해 가지를 치고 살을 붙여 완성되는 게 콘텐츠다. 글 쓸 줄 아는 사람은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은퇴도 없고 AI도 못 이긴다.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세상이 와도 흔들림 없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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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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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예능 PD의 에세이를 읽어봤다. 예능감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전국의 수많은 예능 PD 지망생을 위한 가이드는 아니다. 본인이 SBS에 입사해서 교양 PD부터 시작해 두 번의 사표를 냈고 불발되어 <세븐데이즈>, <한밤의 TV 연예>, <동물농장> 등을 거쳐, <웃찾사> <골드미스가 간다> 이후 <런닝맨>을 하게 되기까지. 방송국 짬밥 20년 차의 주마등 같았던 에피소드를 쓴 에세이다.

 

영화만 봤지 TV는 유년 시절 지나서는 잘 안 보게 되었던 나는 예능감을 상실한지 오래. TV는 잘 안 튼다. 드라마는 거의 OTT 플랫폼으로 본다. 가끔 밥 먹다가 식당에서 보는 예능이 전부다. 그래서 내가 재미가 없나? 여하튼 예능 PD 출신이라 그런지 필력도 좋고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잡은 지 1시간 만에 쓱! 멱PD의 14년 차(SBS에서만)를 곁에서 지켜본 기분이다.

 

PD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스포츠, 라디오 등으로 크게 구분하고 더 세분화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시사 교양과 예능을 비교해 보면 둘 다 몸담고 있었던 멱PD의 고민이 조금은 이해된다. 교양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인 <그것이 알고 싶다>와 <런닝맨>을 비교해 볼까. '그알'이 작가적 관점으로 골프선수처럼 깊은 고민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반면, '런닝맨'은 디렉터적 관점에서 다가간다. 축구 감독처럼 즉흥적 전술을 펼쳐 선수 교체의 유연함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둘 차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해 주니 쉽게 이해되었다.

 

어쩌면 감이 있었을 거 같다. 사람에게는 기회가 찾아오고 준비된 자에게 그 기회는 먹히는 거라 믿는다. 김주형 PD는 OTT와 다양한 플랫폼의 시대를 알았던 걸까. 드디어 사표를 내고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가온(컴퍼니 상상)'에 합류해 제약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든 플랫폼 예능은 우리나라 최초 OTT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시작으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셀럽은 회의중>이 있다.

 

멱피디는 <런닝맨> 성공 이후 중국으로 스카우트되어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황제>를 만들었다. 공과대학을 나와 기술직이 아닌 PD직을 응시해 유재석 강호동으로 이루어진 유강 산맥을 넘어가고, 영화 <판타스틱 4> 정킷 행사를 다녀오며 제시카 알바와 말도 나눈 사이가 되었다.

 

PD라는 직업이 요즘 대세인 워라벨을 지킬 수 없는 직종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꿈꾸고 예능 PD를 오랫동안 꿈꾸었던 멱PD에게는 적성에 맞는 직업인 것이다. 영화판만 조금 알았지 방송의 영역을 생소했었는데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때문에 고유의 영역이 붕괴되고 있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타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D를 꿈꾼다면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한국콘텐츠가 세계적 위용을 떨치고 있는 때 좋은 PD들이 많이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더불어 1인 크리에이터의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지옥에 빠진 예능 PD의 짬을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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