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함께 하는 삶 - 지금부터 당신은 항상 괜찮을 수 있습니다.
김지나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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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저자는 사업에 몰두하느라 10년 동안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다가 큰 화를 입었다. 치아교정으로 치아 하나가 상하게 되면서 신경 치료를 했고 통증이 생겨 결국 교정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후 턱으로 찾아온 고통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면서 스트레스가 가중화되었다. 모든 것을 접고 제주도로 내려가 요양을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고통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던 때 문득. '나'라는 존재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한다. 내가 통째로 사라져 버린 순간, 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죽기로 했던 마음을 접고 살기로 결심했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오롯이 삶을 느끼려고 했다. 턱교정 실패 이, 병원은 근처도 가기 싫었지만 치료를 받고 새 삶을 살게 된다. 믿을 수 없이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찾아온 병마와 싸우다 '참 나'를 발견하고 '내맡김'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난 후 깨닫는다. 이후 겪었던 경험을 전하고 영성과 명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아이엠 TV_마음공부'로 많은 사람을 살리고 있다. 말머리에는 유튜브를 통해 희망을 되찾은 구독자의 추천사가 빼곡하다.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르침을 받았다는 구구절절한 후기다.

 

세상이 내 편이 아님을 알게 되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건강 악화, 사업 실패, 가정불화 등등. 무너져 버릴 것만 같고,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 마음공부를 해 보라는 작은 위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나누나 싶다면 책 속에서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서양에서 흔히 구분 짓는 단위, 나와 너로 구분되는 개체 '에고'는 마음이 지어낸 자아상이며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에서 만족을 구하려 한다. 늘 결핍을 느끼고 무언가를 찾아 완전해지려고 한다. 때문에 에고를 버리고 본래의 나 '참나','진아'를 찾아야 한다. 표면적 의식인 에고뿐만 아닌, 의식 밑바닥에 나의 근본 의식 참나를 깨쳐야 한다. 이렇게 정체성이 바뀌면 삶의 질감도 달라진다.


저자는 에고 의식으로 괴로웠던 삶을 버리고 참나 의식으로 깨쳐, 모든 것의 바탕인 사랑으로 충만하다고 증언한다. 깨어나게 되면 더 이상 삶의 물음을 좇아 답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고 행복감이 온단다. 평소 명상을 실천해 왔다면 그 말의 의미를 더 잘 알 것 같다.


"참나는 바로 '나'입니다. 나이지만 에고의 나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나입니다. 성숙하고 완성된 지혜로 가득 찬 전체로서의 나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미래에서 온 '5차원의 인류'처럼 말이지요. 결국 참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있는 나 '성숙하고 완전한 나', '전체의 나'에게 내려놓고 내맡기는 것 입니다. " P103

 

 

인상적인 점은 '참나'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를 예시로 든 점이다. 5차원의 존재들이 자신을 도와 지구의 과학자 딸에게 전달해 플랜A를 성공하고 인류를 구한다는 영화 내용에서 '참나'를 발견할 수 있단다. 현생 인류를 에고 미래 인류를 참나로 놓고 보면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문제를 내맡기는 상황이니 훨씬 이해가 빨랐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의 조우. 의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영화에 빚대 전해주니 재미있었다.

 

새해를 맞아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분, 건강이 좋지 못해 쉬고 있는 분, 근심 어린 우환으로 마음의 병이 깊어지신 분. 이 책으로 심심한 위로와 안정이 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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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설계자들
나하나 지음 / 웨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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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 가족에게 자랑하고 싶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모두가 바라지만 모두가 그렇지 못한 일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거다. '조용한 사직'과 '대퇴사 시대' 관리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는 팬데믹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매달 400만 명 이상 직장인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현상이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받은 임금만큼만 일하고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초과근무는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뜻하는 신조어다.

책은 성공한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피플실 1호 멤버인 나하나 저자가 2013년부터 9년 동안 일했던 노하우를 정리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피플실(인사팀)을 만들어 일문화를 만들어갔던 일화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해 정신없던 저자는 코로나까지 덮쳐 유연, 재택, 원격 근무의 활성화를 겪었다. 과연 출근하지 않고서도 서로 유대감을 느끼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다각도로 생각했다. 배민다움이란 말이 있듯, 우아한형제들의 온보딩 문화를 만들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어 갔던 거다.


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 전에 나부터 솔선수범하는 거다. 인사받고 싶다면 먼저 인사하고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말투를 쓰다. 쉬운 듯 보이지만 일상에서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다. 일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잡담은 필수. 잡담은 겉으로 보기엔 쓸 데 없이 보여도 생각을 윤활하게 해주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서로 교감하며,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본문에는 크게 4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3,4 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누군가의 회사다'라는 모토를 중심에 두었다. 입사와 퇴사까지 한 프로세스로 구성하는 것. 입사하고 싶은 기업, 퇴사해도 다시 찾는 기업을 꾸려갔다. 신입의 마음은 전학생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고, 누군가를 맞이하는 안정감이 들도록 했다.

직원은 언제든지 효율이 떨어지면 갈아 끼우는 전구 같은 소모품이 아니라는 인상이 들게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신경 쓰는 거다. 지원을 존중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꾸준히 들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도 의미 있도록 퇴사증을 선물하는 특별한 서비스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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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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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간다. 단순히 음악은 소리만이 아닌 가사에도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봐야 음악을 통째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주는 단순한 감정에 따라 듣는다고 해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음악은 인류의 언어 중 하나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걱정과 존재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이 다른 사랑을 향한 사랑이든, 조국, 신, 이상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은 근본적으로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개념에 대한 치열한 헌신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우정, 위로, 의례, 지식, 기쁨보다 크다." p297

책은 《정리하는 뇌》,《석세스 에이징》,《음악인류》의 저자 대니얼 레비틴이 펴낸 인류의 뇌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다. 그는 인류 진화의 미스터리를 음악에서 찾고자 했는데 종분류 뿐만 아니라 인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음악에 있다고 믿고 있다.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노래로 분류하고 기본적인 6가지 노래가 거시적으로 인간 문명의 사운드트랙이라고 믿는다.

언어와 억양은 달라도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생일 축하합니다'나 '자장가'를 생각해 보자. 이는 기쁨을 축하하거나 사랑하는 이를 위로하는 허밍 등 인류의 공통된 언어이다. 고대시대부터 집단적으로 군무를 즐기고 일터에서 노동요를 불렀다. 함께 일하고 받은 대가를 나누고 안정감과 믿음을 심어주기에 노래는 더할 나위 없는 매개체였다.

유년 시절 노래로 외웠던 조선시대 왕 이름이나 공식 등은 리듬을 입힌 텍스트가 뇌의 기억력을 부추긴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세레나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상대방을 사로잡기 위해, 행복감을 표현하는 노래로 인류는 세대를 이어오게 되었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음반 프로듀서이자 세션 연주자, 음양 엔지니어, 음악평론가답게 다방면의 음악적 교양을 두루 전해준다. 음악과 뇌 발달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관점이 키포인트! 하물며 식물에게도 클래식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는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음악의 역사를 탐구해 볼 절호의 찬스가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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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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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에 시선이 쏠린다. 2135년 22세기 디스토피아. 기업이 세상을 지배했고 그중 한국의 서울만이 살아남았다는 발칙한 상상. 이른바 '뉴소울 시티'로 새롭게 서울이 태어났다. K 콘텐츠의 인기로 당당히 한국도 SF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21세기 중반부터 전 세계 최고 국가는 대한민국이었고 감염병으로 초화된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울만이 살아남은 도시. 그것은 다름 아닌 삼성 공화국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이란 가설이 흥미로웠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대기업의 역사와 함께 했으니 상상해 봄직한 발상이다.

회사를 경영하듯 도시국가를 관리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국민, 시민은 고객이라 부르는 철저한 기업화 통치 국가는 자유의 행복을 위해 서비스하던 방침을 고수한다. 전국기업연합을 줄인 '전기련'이 운영하는 시스템은 50년간의 태평성대를 뒤로하고 극소수의 상류층이 지원과 기술을 독점하는 구조로 변화하게 되었다. 대기업이 지배했기 때문에 '고객', '애프터서비스' 등 기존 단어의 뜻이 뒤틀려 버린 점이 서늘했다.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지배가 아닌 철저한 자본 논리로 지배되는 세상이다. 시간이 돈이 된 시대. 분각(돈)을 벌기 위해 카푸치노(각성제)를 먹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래야 싸구려 밀키트라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과근무가 필수지만 늘 배고프고 충족되지 않는 의욕 부진의 삶. 때문에 시민들은 잔인한 살인 서바이벌 게임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는 리부트 스타를 꿈꾼다. 1등 하기만 하면 신체 개선은 물론 1구역 주인이 되어 전기련 입사 자격까지 생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가장 큰 꿈이었던 '죽음'을 극복하게 되면서 좋든 싫든 반란이 꿈틀거렸다. 이 혜택은 극소수의 부자들에게만 가능했다. 죽음도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서 변화의 바람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한국형 SF 디스토피아 소설의 가능성

쥐독이란 자본에 의해 나뉜 고객이 쥐처럼 숨어 살아야 하는 지역을 말한다. 2구역에서도 쫓겨난 낙오자, 해고자,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사는 3구역에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최초 사건의 발단은 2구역 노동자 민준이 1구역의 최고 사치품인 루악(각성제)을 훔치면서부터였다.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기본 치안조차 되지 않는 쥐독으로 뛰어 들어갔다.

쥐독에 갇힌 채 굶주리다 못한 쥐는 서로를 잡아먹다가 결국 한 마리만 남게 된다. 그 쥐는 풀려났지만 이미 동족의 맛에 길들어, 또 다른 쥐를 해치기 시작한다. 국가통치기관 전기련의 회장이자 대기업 연랍 국가평의회 의장인 류신이 뉴소울 시티의 설계자다. 과연 쥐독에서 풀려난 쥐는 연대를 통해 반란 성공할 수 있을까.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빛나는 소설은 한국형 SF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출판사가 미디어콘텐츠 기업 페퍼민트앤컴퍼니가 새롭게 론칭한 출판 브랜드라서 그런지 영화적 이미지가 확연히 구현되는 소설이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마녀>의 제작사인 (주)페퍼민트앤컴퍼니가 만든 출판사였다. 첫 소설은 윤재호 감독의 소설 《제3지구》였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뷰티불 데이즈>, <파이터>를 좋게 봐서 그 감독의 소설이라니 매우 관심이 갔다. 이번 《쥐독》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다고 하는데, 이 감독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쥐독》의 SF 설정은 <블레이드 러너>, <레디 플레이어 원>, <인 타임>, <헝거게임>, <1984>, <설국열차>, <매트릭스> 등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 속에 단연 돋보이는 점은 한국이 주 무대라는 점이다. 그중 대기업이 지배하는 사회가 몇몇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니 낯설지 않아서 살벌함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아니라면 근미래 일어날법한 이야기라 신선했다. 또한 인간의 욕망 가득한 난제 '영생'을 극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현재<승리호>, <정이> 같은 SF 대작들이 대자본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대세에 편승해 탄탄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K SF 콘텐츠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둘 다 스토리 부제와 캐릭터 빌드업이 부족한 만큼 이를 충족시켜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읽게 되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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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콘텐츠를 봐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자신을 콘텐츠 중독자콘텐츠에 절어있는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지난 코로나 이후 더 심해졌다극장과 OTT를 번갈아가며 몸이 마르고 닳도록 영상을 접한다그전에는 활자를 접했다과거에는 활자에 미쳐 눈에서 피가 났다면 지금은 영상에 미쳐 눈에서 고름도 함께 난다항상 고민이었다. "내 몸이 2개만 되었어도 좋겠다", "멀티버스가 있어서 여기서 영상 다 보고 오고 싶다.." 이런 고민을 매일 한다.

 

작년과 올해 어쩔 수 없이 봐야 할 영상을 딱 두 번 빨리 감기로 봤다뭐였나고영화 <해피 뉴 이어>와 드라마 [종이의 집경제 공동구역파트 2. <해피 뉴 이어>는 2배 속으로 봤는데도 너무 재미없고 뻔해서 놀랐다대체 2시간이 넘는 영화를 강제로 봐야 하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던 경험이다.

 

[종이의 집]은 1.5(2019년 8월 도입)로 2회를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설명이 많고 필요 없는 장면이라 판단하는 부분은 건너 뛰기로 넘겨 버렸다정말 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면 다른 일을 하면서 대사만 듣는다오디오 무비 콘텐츠도 있고오디오 클립도 있는 이유가 이런 거다이동하면서 영상 없이 이어폰으로 듣기만 하면서 상황을 유추한다은근한 상상력을 불러온다.

 

이후 1.25배도 도입되었는데 대사가 조금 빠를 뿐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었다배우의 감정이나 연출자의 예술적 미장센의도가 반영된 부분이 아니라면 괜찮은 빠르기다스킵도 자주 이용한다시리즈의 경우 오프닝이 반복되는데, '오프닝 건너뛰기'라는 한 번 보고 계속된 회차에서 넘긴다원치 않는 커플의 애정 장면도 자주 건너뛴다보고 싶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겨버리는 습관이 생각보다 감정 소비에 요원하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싶은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 보면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텐데..' 싶었다창작자의 고통과 참여 스태프에 대한 모독인가 싶어 신념을 지켜왔는데. 3년 전 선을 넘어 버렸다몸이 한 개라 극장 개봉 영화도 다 챙겨 볼 수 없고 리뷰도 쓸 수 없었다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었던 거다.

 

 


책은 일본 저자가 쓴 9편의 칼럼('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일본 저자가 썼기 때문에 일본식 단어와 번역이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왜 빨리 감기를 하는지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무척 공감한다.

 

긴 영상을 보기 버거워 해 유튜브 요약본을 찾고이젠 그마저도 힘들어 숏츠로 해결한다정보를 책으로 얻지 않는다모든 것은 검색엔진도 아닌 유튜브 동영상이다이 영상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영상마저도 끝까지 다 보지 않는다중요한 부분만 요약하거나 건너뛰고그러다 지루하며 아예 종료 버튼을 과감히 누른다다시 보냐고너무 볼거리가 넘쳐나는 게 흠이라는 흠이다웬만해서 보다 만 영상은 다시 틀어보지 않는다.

 

MZ 세대의 새로운 콘텐츠 습득법이 아니다의외로 중년들도 이 포맷을 좋아하고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해서 본다는 것을 알아냈다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생긴 습관이라 하기에는 부족했다코로나는 이와 같은 습관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파했고 가속했다저자는 빨리 감기, TMI 설명 작품의 증가경제 침체인터넷 발달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작품이 한 뿌리임을 밝혀냈다빨리 감기가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상징이면서도 창작 행위콘텐츠 제작의 미래소비 흐름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음을 말이다.

 

 

저자는 빨리 감기로 보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첫째구독 서비스의 영향으로 공급이 늘어난 현상(작품 편수 증가), 둘째작품의 설명 과잉 경향(쉬운 스토리를 원하는 층이 커짐)이라고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체험하지 못한 것에 가치를 둔다면 Z세대는 체험을 따라가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다그들은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

 

P134

 

솔직히 요즘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다시간도 가성비를 따진다는 거다결국 시간은 없는데 봐야 할 것이 넘쳐나는 Z세대의 생존법이라는 거다대화에 끼기 위해서(SNS 수시 접속으로 언제든지 반응을 요구받는 사회공감 강제력), 대사 없는 일상적인 장면은 건너뛰고, 1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 요약본으로 대체하는 건 일도 아니다범인이나 결말을 이미 알고 보는 게 실패하지 않을 가성비 소비다예술은 감상하는 것 곧, '감상 모드', 오락은 소비하는 것 곧, '정보 수집 모드'라는 거다보고 싶다는 욕구 보다 알고 싶다는 욕구에서 오는 행동이란 분석이다.

 

내가 극도로 싫어해 싸우기까지 했던 사건이 바로 스포일러 유출이었다극도로 싫어했던 건데 이젠 나도 유연해졌다이들은 영화 보기 전 결말과 해석을 미리 알고 간다몇 년 전 왜 그러냐는 내 물음에 "영화관에서 이해 못 할까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점점 생각하지 않고 해답을 찾는 일이 잦아지면 독해력과 문해력이 떨어져 독서는 물론영상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처음에는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도 이해된다긴 영화는 보지 못해 되도록 짧은 영화만 찾아서 겨우 본다는 말이 5년 정도 되니까 젊은 세대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주체적으로 감상하는 해석하는 것은 프로에게 맡기고시청자는 순수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거다게임 실황 문화(플레이어의 게임을 보면서 중계하는 말솜씨를 듣는 영상)가 영상에 흡수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밖에 이들은 처음에는 빨리 감기로 봤다가 재미있으면 보통 속도로 재관람한다원작을 각색 없이 옮기는 것을 좋아하고 빌런 없이 착하고 유순한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분석한다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시간 단축', '효율성', '편리성'이다영상은 TV나 PC, 노트북으로 보던 세대가 스마트폰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면서 시청 스타일이 바뀌었다.

 


넷플릭스에서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 기능을 추가한 건원형이 아닌 형태의 감상을 적극 제한하는 거다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아닌 사람은 또 다른 작품 감상의 방법으로 인정해 보자는 거다새로운 방법(문화미디어디지털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지식인은 이를 반대하고 혐오했다칸 국제영화제에서 OTT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는데 현재는 그 경계가 무너져 버렸다.

 

책은 Z세대의 특징을 요약하고 있기도 하다앞으로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이 될 막강한 예비 시청층이다이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소비하는 콘텐츠를 만들지감상하는 영화(드라마)를 만들지 제작자의 입장 및 소비 채널의 방향 등문화의 미래를 점검하고소비까지 내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이들은 빨리 감기건너뛰기스포일러가 습관화된 리퀴드 소비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행동 습관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뼈 때리는 말에 충격을 받고 공유해 본다. "현대에 들어서 감독은 그저 끊임없이 계란을 만들어내는 닭과 같다. (중략그들은 닭이 가진 '맛있는 계란을 낳아주는 기능'과 '인간을 위해 매일 영양원을 공급해 주는 시스템'을 사랑하는 것이지닭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많은 창작자가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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