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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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에서 작년부터 했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를 못 가서 아쉬웠는데 책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이거 웨스 앤더슨이 좋아하겠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인 서문까지 남기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더라. 역시 덕질도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라는 부제답게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카메라에 담은 책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에게 영감받은 하위문화가 상위 예술인에게 역으로 칭송받은 독특한 책이기도 하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세상에 이 책 하나면 방구석에서 해외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동화 같은 장소 200군데를 찾아다닌 윌리 코발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 가지 더! 북한도 있는데 우리나라만 없어 서운했다. 옆 나라 일본은 많고 중국도 있던데, 우리나라는 넘기다니. 한국콘텐츠 전성시대에 아쉬웠다. 언젠가 오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일단 사진 속 건물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완벽한 좌우 대칭이거나 독특한 색감을 자랑한다. 거의 편집증 수준의 집착이다. 이렇게 찍기 위해서 사진가의 노고가 필요하다는 건 말로 해봤자 입 아프다. 죽을 때까지 한곳도 못 가볼 것 같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꾸며낸 것 같은 사진 속 피사체는 매우 영화적이다.

 

신기하게 사람이 없다. 몇몇 사진에 사람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낮에 찍었을 텐데 대체 인원 통제는 어떻게 했을까? 경이로운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 장소들을 발로 밟았을 거리와 시간을 환산해 봐도 머리 아프다. 월리 코발은 단단히 좋아하는 것에 미쳐있는 사람이다. 덕후가 세상을 바꾸는 거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행운아고 행복한 사람이다. 재능으로 밥벌이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부러움은 여기까지! 웨스 앤더슨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거나, 윌리 코발이 찍은 지구상에 없을 법한 환상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카르페디엠!!

 

우연히, 웨스 앤더슨에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폴란드에 있는 'BGZ BNP 은행 파리바 지점'이다.

 

마치 수박을 연상케하는 연두, 녹색 계열과 분홍색, 그리고 골드 계열의 조화가 맛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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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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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렸다. 차기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고 장르는 SF. 이미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원작 각색력을 알기에 무척 기대되었다. 제작사는 브래트 피트의 '플랜 비''워너브라더스'가 함께 한다. 로버트 패틴슨,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나오미 애키가 합류하는 것으로 안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7, 미키의 여인으로 나오는 나샤는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이 재수 없는 베르토를, 틸다 스윈턴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령관 마샬, 익스펜더블이 되지 않길 바라는 심사원 그웬은 토니 콜렛이 맡을 수도 있겠다. 마크 러팔러는 사채업자 다리우스 역할, 아니면 앨런 매니코바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아니면 말고..)

 

봉준호 감독은 '곤경에 처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지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하는 인물이 특별한 상황에 부닥친다. '기생충'과도 묘한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320여 페이지 중 봉 감독은 120페이지를 스크립트로 바꿨다고 한다. 각색이 엄청나게 들어갔을 거라 본다. 대체 원작은 무슨 이야기일까? 들여다보자!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떠나왔다

 

미키7은 복제인간이다. 정확히는 '미션 익스펜터블'이라 불린다. 지구는 인류가 살 수 없을 지경에 왔고 디아스포라(행성 이주)를 시작했다. 환경오염도 그렇지만 인류끼리 치고받고 하다가 생긴 자업자득이다. 인류는 다른 행성 개척에 열 올렸다.

 

식민 행성은 에덴, 애셔 월드, 로어노크, 미드가르드, 니플하임으로 이어진다. 미키7은 미드가르드에서 살고있는 역사학자였다. 지구는 더 이상 역사학자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고 미키 반스(본명)는 그저 미드가르드를 탈출하고 싶었다. 순간의 선택이 큰 재앙을 몰고 오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200년 만에 우주선이 발사될 예정이었고 미키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에 유일한 지원자였다. DNA를 넘겨 무한 복제할 수 있다. 대신 개척지에서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생긴 불멸의 삶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미키7과 미키8이 중복되기 전까지는..

 

미키7은 여느 때와 같이 탐사를 나가던 중 크리퍼(행성 괴물)가 사는 동굴에 빠졌다. 통신 중인 베르토는 그가 돌아올 확률이 없다고 여겨 포기해버린다. 바로 연인 나샤도 구하러 가던 중 교신 중에 포기해 버렸다. 왜냐고? 많은 에너지와 식량이 낭비되지만 고쳐쓰기(?)보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키7은 동굴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생명체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크리퍼가 미키7을 구해주었다. 그 시각 미키7이 가망 없다고 느낀 본부에서는 미키 8을 곧바로 깨워냈다. 그렇게 둘은 한 공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미키7과 미키8은 공존을 위해 둘만의 비밀을 유지한다. 들켰다가는 둘 중 한 놈만 살거나, 둘 다 죽고 미키9이 깨어나는 건 일도 아니다. 일단 미키7의 손을 다쳤으니 미키 8도 손에 붕대를 감고, 정해진 하루키 칼로리는 쪼개서 나눠 먹는다. 그러다, 연인 나샤와의 사랑까지 나눠야 할 판이다.

 

 

미키7는 자기를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아닌 미키8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일도 더 많지만 늘 배고프고, 연인의 사랑도 부족하다. 불만투성이다. 이 녀석을 죽일 수도 없다. 내가 나를 죽이는 건 어쨌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미키7과 미키 8은 복제인간인가 쌍둥이인가?

 

익스펜더블은 일종의 복제인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미키1의 기억을 미키2가 잇는 구조란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유지한 채 몸만 계속 바뀌는 거다. 태어날 때부터 DNA를 나누는 쌍둥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좀 더 가까운 설명은 '테세우스의 배'로 설명할 수 있다.

 

테세우스는 고대 영웅이다. 테세우스가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는데, 여기저기 망가져서 뜯어고치고 새로 덧붙이고 하다 드디어 귀환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떠돌면서 고친 관계로 처음 출발할 때 나무 재질은 새 나무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출발할 때 바와 도착할 때 배는 다른 배인가? 아니면 여전히 테세우스 배인가?

 

인간에게 적용해 보자. 인간은 태어날 때 있던 세포가 분열하고 일부는 죽고, 새로 생성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처음의 나와 지금은 나는 다를까?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세포가 생기고 사라지는데 기억이 남아 있다면 진짜 죽은 게 아닐까? 소설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여기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 상상력을 유쾌하거나 기괴하게 다루고 있다.

 

일단 기억을 유지한 채 계속 복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9년 전 미키 원본부터 기억이 있다고 해도 미키7은 데이터 업로드를 6주 동안 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중간에 비어 있는 기억은 온전히 미키7의 것이다. 미키 8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미키7과 미키8은 기억이 다른 생명체다. 미키8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식량을 나눠야 하고 매우 힘들어한다. 이는 미키7도 마찬가지다.

 

죽음도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 지구를 떠난 인류가 또다시 계급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설국열차>, <기생충>과의 접점이다. 주목받지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존재는 그저 3D 프린터로 뽑아 쓰듯이 죽이고 다시 만들면 되는 걸까. 영화에서 각색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옥자>에서 보여준 환경과 공존과 화해 메시지가 담요 있는 작품이다. 자원이 부족한 인류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지구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안건이 들어 있다. 요 이틀 동안 미친듯이 비가 퍼부었다.

 

여기저기 물난리 난 곳을 보니 <기생충>의 기택네가 생각났다.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반지하 살아도 저 정도로 물이 들어올까. 저건 영화야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현실이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영화 같은 삶, 현실을 반영한 영화가 많아지는 건 좋지만 무섭기도 해서 미키7속 일들이 곧 현실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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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되는 법 -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
에밀리 와프닉 지음, 김보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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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를 한다는 건, 그 모든 것에서 평범해진다는 의미다. P33

 

여러 분야에 재주가 있는 사람을 흔히 '천재'라고 부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정약용이다. 대체 이들은 외계인이 아니었을까.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나라는 인간과는 다른 차원에서 온 것만 같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1900년대 초 약 10년 가까이 스위스 정부 특허국 관리자로 일했다. 미래와 재정적 안정이 보장되었고 덕분에 매일 충분히 연구할 시간과 에너지를 담길 수 있었다.

 

책은 다양한 분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을 '다능인'으로 규정하고 다능인 기질을 살릴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직업 모델의 여러 사례도 다룬다. 성격과 기질에 따라 다능인으로서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안정성에 가치를 둔 아인슈타인처럼 말이다. 아인슈타인 접근법은 만족스러운 직업을 찾도록 돕는다. 압박 없이 다른 관심사를 추구할 수 있다.

 

다능인은 돈, 의미, 다양성을 공통 요소로 삶을 설계해 왔다. 돈은 행복을 위한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지만 없으면 고통스럽다. 벼락부자가 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왜'라는 의문을 품고 계속 질문과 답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창의력이 가장 샘솟는 시간대에 우선순위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해보자. 25분 타이머를 맞춰두면 좋다.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점차 늘려는 거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 유난히 호기심과 관심분야가 큰 사람, 다재다능하고 열정만은 최고지만 딱히 성과가 없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 "넌 뭐 하나 끈질기게 하는 게 없냐?",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정확하게 뭔데.."라는 핀잔을 듣는 사람, 한 우물 파는 게 지겨운 사람에게도 해당한다.

 

100세 시대 아니 더 오래 살 수 있는 현 인류에게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 살아가라는 것은 가혹한 형벌이다. 시대 또한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정년은 짧아졌고 젊은 층도 현 직업이 미래에 지속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퇴근 후 유튜버, 작가, 예술가로 변신하는 부캐전성시대. MZ 세대의 투잡, 쓰리잡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책에서는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찾기 위해서 주목해야 할 것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새로운 관심사에 대한 사랑을 시작할 때와 끝내야 할 때

세상과 소통하고, 나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법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하면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기술

현재의 직업이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계속 수행하는 굳은 심지

두려움과 반감에 직면해도 우리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뚝심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법

잡다한 재능을 나의 만족스러운 삶과 조화시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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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마인드셋 -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
줄리아 갈렙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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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마인드셋'이란 승리를 위해 전투지의 지형이나 적의 동향을 살펴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정찰병 같이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즉 정찰병 관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처럼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혹은 생각만 많아져 잠식당해, 정작 본질을 놓치는 바보 같은 감상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요즘들어, 실수가 많아져 이런 책이 필요했는데 질끈 신발끈을 동여매는 계기가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책은 인지과학, 역사 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과학, 사회운동, 정치, 스포츠, 생존 영역 등을 정찰병 관점으로 사례 제시하고 있다. 감정에 휘둘려서 본질을 흐리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다.


본인이 믿고 싶은 대로 상황을 해석하려는 인간은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한다. 이런 일이 살면서 일, 관계, 생활,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며 방지하고 싶다면 자신의 신념을 방어하고 요새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찰병 관점은 열정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을 보완한다.



두 마리의 너구리 중 누가 더 위험한가? 아마 대부분은 얼굴에 검은 띠를 두른 너구리 위로 바위가 곧 떨어질 거라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라. 사실 너구리 위의 구름은 하늘이 아닌 수면에 비친 하늘이었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게 아닌 수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던 거다. 결국 너구리는 물가에서 올라오고 있었던 것.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자기 편한 대로 현실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미묘한 단서로 수수께끼를 푸는 법 '패러다임의 전환'을 배울 수 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기존 것이 크게 문제없어 보여도 변칙 현상이 생긴다면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완벽한 종이 아니다. 이상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낙담하기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돌아보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전투병 관점에서 벗어나 정찰병에 조금씩 더 가까워짐으로써, 인류는 앞으로 나아간다.

p311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와닿았다. '나를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가','내가 틀렸을 때 이를 기꺼이 인정할 줄 아는가'


일이 벌어지는 순간 자신의 편향을 포착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걸 지적해 줄 사람이 곁에 있고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갈 생각이 있냐는 거다. 인류는 전투병처럼 본능에 충실하도록 구상되었다. 하지만 정찰병의 관점으로 사고하도록 후천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세상에 빠른 적응력을 발휘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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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
정김경숙(로이스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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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사는 인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따라서 시간도 늘어났다. 남는 시간에 놀고먹고 일하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 일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힘들고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현 인류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저자 '정김경숙' 씨는 29년을 김경숙으로 살았으니, 자신을 이루는 반쪽인 어머니의 성을 앞세워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정김경숙으로 활동하는 50대 구글 디렉터다. 2007년 구글코리아에 커뮤니케이션팀 총괄 임원으로 합류 12년간 근무했다. 2019년 반백이 되던 해 홀연히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떠나 현재는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천재인 걸까. 자신을 트리플 A 극소심쟁이라고 칭하면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남아도는 무한체력의 소유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성실함으로 다섯 대학원을 수료하고 아이를 키우며 마흔에 시작한 영어 공부로 지금의 커리어를 이루었다. 대금을 7년간 배우고, 50년 물 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어설픈 수영을 배우고 있고 14년째 검도를 하며 주말이면 등산과 백패킹을 떠나는 멋진 에너지. 일과 일상을 제대로 온/오프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프로다. 책은 정김경숙 씨의 자전적 에세이로 일과 삶, 그리고 체력에 대한 이야기다.

 

소개만 했는데 벌써 두 문단을 차지했다. 가냘파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 온 일도 많았던 프로필은 사실 많이 축소한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간은 초 단위로 나눠 산다고 해도 멀티버스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일, 육아(친정, 시어머니의 전폭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며 양보다 질을 선택한 노하우도 들려준다), 자기계발, 공부가 다 24시간에 가능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50세면 대한민국에서 정년퇴직을 고민하는 나이인데, 외국계 회사에 다녀서인지 아직도 창창하다.

 

50대에도 여전히 현역인 이유를 들어 바로 '체력'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몸, 올곧은 몸에서 같은 정신이 나온다고 믿는다. 그녀는 일어나 아침 러닝 한 시간, 저녁 걷기 한 시간, 주말은 백패킹이나 검도, 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오늘 할 운동 내일로 미루고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게 바로 체력이다. 체력도 실력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강과 운동에 투자하라는 말. 깊게 공감한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 역시 천재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여유, 그리고 행동력에서 나온다는 것.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인내심이 떨어진다.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 지고 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20-30대에는 자고 나면 리셋되었던 체력인데 이제 슬슬 회복 탄성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고 귀찮고 아파도 요가를 빼먹지 않고 5년째 하고 있다.

 

인생의 반전은 매일의 작은 성취에서 시작된단다. 나는 매우 뻣뻣했다. 처음 허리를 굽히면 손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다리는 여전히 지금도 일자로 찢어지지 않지만 많이 유연해졌다.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으면 좋았고 그래서 노력도 많이 했다. 코로나 때도 온라인 줌 수업으로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해왔던 결과다. 여전히 되지 않는 동작이 있지만 그러면 어떤가, 허리 통증은 사라지고 어깨 통증도 줄어들었다. 이것만 얻어도 너무 좋다. 하루 종일 노트북과 책과 영상을 들여다보면 오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으니까.

 

참고로 표지 일러스트는 '하완'이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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