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크 - 이 새벽, 세상에 나서기 전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
김유진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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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없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이란 무엇이길래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 아직도 그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찾아가는 거라 생각한다. 나 같은 비종교인도 이런데 종교인은 매번 신념 사이에서 흔들릴 것이다.

하나도 어려울 것 같은데 미국 뉴욕주, 조지아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저자 김유진.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와 《0430 TIME TO PLAN: 일어나라, 삶이 바뀐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유튜브 구독자 20만을 돌파하며 지난 십수 년간 '새벽 기상'루틴을 전파해온 장본인이다. 방송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 자신의 힘겨웠던 삶을 《어웨이크》에 담았다고 한다.

'미라클 모닝'이 열풍이었다. 아니, 아직도 열풍 중에 있다. 새벽 시간은 나를 만나는 시간 중 하나다. 아직 사위가 어둡고 고요한 세상. 다들 자고 있지만 나만 깨어있는 시간.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김유진 변호사는 '새벽 기도'에 즐거움을 만났다고 한다. 바쁘게 직장 다닐 때는 시간에 쫓겨 세상의 루틴에 맞추었다. 세상이 옳다는 방향으로 움직이느라 파김치가 되자.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커질 뿐 신은 안중에도 없었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지 성공과 물질을 좇아가면서 이 생각은 틀렸다고 느꼈다고 한다. 새벽은 하루 종일 꽉 쥐고 있던 무거운 짐을 하나씩 정리하고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잠들기 전이 아닌, 반드시 일어나서 처음 하는 행동이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에서 상처 받을 때, 홀로 온전히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신과 소통하는 것이다. 기상 시간이 버겁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솔직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정신없이 세상이 원하는 사람에 맞춰가다 자기 페이스를 찾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종교의 힘을 빌렸다는 데 이해를 해본 것뿐. 하지만 언제 어떻게 신앙이 생길지 모르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새벽 시간을 활용해 독서나 글 써보는 집중력을 길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게 종교인에게는 하루를 여는 '기도'가 되었고 아닌 사람에게는 뜻밖의 보물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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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한 하루 -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안예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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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특이했다. 편안하고 한가로운 안일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매일이 분투기인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하루라도 '안 일한(알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 거다. 나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보고 쓴다. 익숙해져 지금은 루틴이 되어버렸지만,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스케줄은 휴가나 한눈팔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조여있다. "아.. 나도 안일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보내고 싶다.."

안예은은 싱어송라이터로 '홍연', '문어의 꿈', '창귀' 등을 발표하며 단숨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과 공포가 밀려왔다고 한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와 내가 보는 나의 큰 거리감으로 혼란스러웠고, 창작의 고통과 자기 복제의 두려움, 나아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영화를 무진장 좋아하는 거 같다. 동아시아 공포영화를 몰아보고, <여고괴담 3>를 보고 오는 길에 계단에서 공포감에 소스라친 경험에 폭소했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조금은 우울한 사람이 안예은 같았다. 문어의 꿈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과정도 재미있다. 문어가 꿈 꿀 때 꿈속의 모습과 동일하게 몸 색깔을 바꾼다는 내용에 영감받아 만든 노래다. 술 마시면서 만들었던 불순한 (?) 노래인데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니 삶은 참 아이러니다.

연예인으로 대했던 사람들에게 친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계기가 바로 《안 일한 하루》다. 어릴 적 다섯 번의 심장 수술로 가슴과 양 옆구리에 흉터가 생겼지만, 큰 병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는 MZ 세대다.

이 책으로 '흉터'라는 단어가 한글임을, 세상에서 유일한 타투임을 깨달았다. 흉터를 화장과 옷으로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기까지. 그동안 노래로 알고 있던 뮤지션 안예은을 깊고 세밀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한다.

창작의 갈증이 낳은 우울과 좌절을 매번 넘어서고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일하는 하루에는 창작과 일에 관한 이야기, 나를 돌보는 하루에는 과거 이야기, 안 일한 하루에는 일상의 각종 에피소드가 있다. 입맛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마치 옆에서 조잘조잘 거리는 듯 말맛이 살아있는 문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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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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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특유의 감성으로 팬층이 두꺼운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 헤르만 헤세 등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쏟아냈다. 이번엔 '어린 왕자'. 과거 생텍쥐페리에 관한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었을 때 느낀 감성이 되살아났다. 말랑말랑한 문체와 사유하며 읽게 되는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어 옆에서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이야기가 부담없이 읽기 좋다.

 

신작에서는 어린 왕자를 왜 작가가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유년 시절 어린 왕자를 읽고 펑펑 울었던 사연이 시초다. 중학교 1학년 때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토해냈던 날. 어른이 되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아이'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지나고보니 알게 된 것들. 내면아이, 어린 왕자와 헤어지게 될까 두려웠던 게 아닐까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내 안의 내면아이의 서글픈 고백에 가슴이 저려 왔다. 나에게도 나만의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한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이야기 속의 어린 왕자, 그 이야기가 도저히 머나먼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가 쓴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완전히 내 이야기'같았던 그 시절의 나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P19

 

'내면아이(inner child)'는 피터 팬처럼 영원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아이를 말한다. 아이는 자라고 싶지 않지만 나이를 먹고 가족과 사회적 눈을 의식해 어른처럼 행동하게 된다. 몸과 마음 성장의 불일치, 이 간극이 비등해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다.

 

마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방구뽕 씨 처럼 말이다. 방구뽕 씨는 입시에 지친 초등학생의 해방군사령관이라 스스로 지칭하고 밤늦도록 학원에 매여 있는 아이들을 위로했다. 자신도 어릴 적 강압적인 부모의 등쌀에 떠밀려 공부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다 어른이 되었다며. 부모의 바람과 성적 향상이 본인을 향한 관심이라 생각했고, 이를 어기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진다고 믿었다. 그가 내면아이를 더 빨리 만났다면 어땠을까. 괜한 상상력을 이 책을 읽고 해보았다.

 

작가는 성인 자아가 내면아이와 지속적인 대화를 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내면아이를 '조이', 성인자아를 '루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 빗대어 성인자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위로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린 왕자처럼 돌직구를 날리는 내면아이를 기쁨이라 부르고, 성인자아를 밤이 되면 뜨는 달이라 부른다는 거다. 어린 왕자를 인용해 영감받아 창조한 조이와 루나로 재해석된 어린 왕자가 탄생했다고 봐도 좋다.

 

책 속에는 작가의 이야기인지 누군가의 사연인지 모를 열 개의 순간이 어린 왕자의 구절과 맞물려 돌아간다. 한 챕터가 끝나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생각하거나 써보길 권유하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던 K 장녀, 언니 오빠들만 예뻐하는 것 같아 그늘이 생긴 막내, 말 잘 듣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된다고 생각했던 자식.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아이, 외모에 자신감 없는 분,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고 느끼는 어른,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 등등. 내 이야기 같은 사연이 등장한다.

일상에서 내면아이와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내 안의 여리고 순수한, 덜 자란 자아를 보듬어 주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일기를 쓰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고 깊은 사유를 해본다거나, 또는 타인과 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부모 혹은 그 위 부모 세대부터 대물림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고 느낀다. 내면의 어린아이는 성인이 되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 소중한 잠재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꼭 안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다. 유년 시절에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모두가 오은영 박사와 만날 수 없기에 가성비 좋은 책으로 진단해 보고 치료해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타인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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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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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무명의 사진작가를 알게 되었다. 대체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일까? 자신을 꼭꼭 숨긴 사람, 필름을 강박적으로 남긴 사진사, 독특한 유모, 비밀스럽고 유별난 사람, 큰 키에 프랑스 억양을 쓰는 독신녀, 수집광 등 부르는 이름이 여러 개다. 그녀를 알던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기도 했다. 단순히 정신질환 중 하나 인 저장장애(호더)가 있는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고, 모순적이며, 다층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 중 일부는 이렇게 회상하기도 한다. 이상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던, 주의를 끌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너무나 다른 평가에 헷갈리기 시작했다. 대인 관계를 거부하지만 않았더라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을 거다.

 

조용한 거리의 사진사 '비비안'

 

비비안 마이어를 세상이 발견한 건 2007년 경매장을 찾은 한 남자가 우연히 수십만 통의 필름이 발견되면서 시작되면서였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네거티브 필름, 사진들, 감독이자 발굴자인 '존 말루푸'는 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였고, 어디 살았으며,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대체 이 멋진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거지? 궁금증은 커져갔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자기 말고 또 다른 사진 구매자 '제프리 골드스타인'과 아카이브 작업을 해갔다.

 

그 과정이 영화에 담겼고 가족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으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명확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영화에서 담지 못한 더 많은 정보가 이 책에 담겼다. 비비안이 사진을 찍은 이유와 목표, 가족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 준 전기다.

 

한 사람의 생애를 위해서는 주인공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과 관심, 세상을 보는 시각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과정과 가족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만 한다. 비비안 마이어를 추적해야 한다. 비비안은 어떤 가정에서 컸을까?

 

불운했던 가족, 모든 것의 시작

 

 

가계도를 그리는 건 그 사람의 역사를 따라가는 일이다. 비비언 마이어 가(家)는 대체로 흐릿했고 우울했으며 안타까웠다. 부모의 양육 거부와 학대, 폭력, 알코올과 약물 중독, 정신질환, 불법 중혼 등으로 얼룩진 그림자는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3대의 불행은 바일과 외제니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 쪽은 독일계 어머니 쪽은 프랑스계였다. 비비안이 사진과 가까이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무래도 외할머니인 상류층 입주 요리사였던 '외제니'의 영향이었을거다. 아버지 되기를 거부했던 외할아버지 니콜라스 바일 사이의 사생아로 태어났고, 그래서 어머니 마리는 비비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릴 적 비비안은 엄마가 나를 방치했다고 전했고, 외할머니 외제니와 이모 할머니 마리아의 뒤늦은 보살핌으로 살아갔다. 마이어 가(家)의 명맥이 비비안과 오빠 '칼'로 끊어졌다. 둘 다 결혼하지 않은 채로 자식도 없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년기나 청년기에 비비안을 알고 있거나 가까운 가족과 교류한 사람을 찾아 정보를 수집할 수 밖에 없었다.

 

비비안의 사진 특징

 

로버트 카파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라고. 비비안은 누구보다도 은밀히, 가까이 피사체에 다가갔던 사람이다. 비비안의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세밀한 희로애락은 그 사람만의 필터가 되어 준다. 인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아름다움과 유머가 비비안 사진의 특징이다.

 

자신처럼 가난하거나 아픈 사람, 우는 아이, 죽은 동물들 등을 비참함을 소재 삼아 거리의 사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아마 답답한 삶 속에서 유일한 숨통은 사진기를 통해서 였지 않았나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뿐만 아니, 당시 정치적 상황이나 범죄에도 관심이 많았다. 유명인이나 셀카도 많이 찍었다. 셀피가 흥미로운데 요즘 대부분의 셀피 기법이 담겨 있다. 유독 화가의 그림에 자화상이 있는 것처럼 자연, 정물, 건물을 지나 자신에게 향하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모델료를 아낄 수 있고, 언제나 불러내 포즈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비안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온기, 유머도 잃지 않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나 엉뚱하고 기괴한 것을 쫓는 어두운 면이 많던 사람이었다. 때론 정이 넘치고, 기자처럼 사건 현장을 찾아 기록하는 대범함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인화하지 않은 네거티브 필름과 신문을 그저 보관하는데 그쳤다. 인화한 사진은 대부분 보모로 일하던 중 친밀함을 쌓기 위해 가족을 찍거나, 엽서를 만들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했다.

 

비비안은 생전 반 고흐를 언급했다. 잉어 레이먼드라는 사람에게 "살아 있을 때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죽은 뒤에야 인정받는 것이 예술가들에게 흔한 일이라" 말했다고 한다. 미술계에서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자르고, 인쇄하는 작업도 사진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여긴다. 원본 사진만큼 중요하다는 것. 직접 고르고 편집한 사진이 많지 않아 전시나 가치 환산이 쉽지 않은 이유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사진은 인화하지 않고 보관하기만 했다.

 

비비안은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전문 사진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상업적 판매를 도모했으며, 지인들에게 뿌리기도 했다. 그러다 정신질환이 발병해 병적으로 찍고 수집하고 집착했다. 하지만 재능을 알아차렸고 유명인을 동경하며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수 있음을 믿었다는 거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어느 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충족되지 못한 물음표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비비안 마이어 전기다. 비비안의 사진은 인물의 가장 처참하고 굴욕적인 순간이 다수 기록되어 있다. 아마 강박적이고 절제할 수 없는 이끌림 탓이었지만 타인의 동의 없는 초상권과 기록 저장은 불쾌함을 넘어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고용주와 사이가 틀어지면서까지, 피사체와 싸우면서까지 기록한 탓에 과거와 비비안을 알 수 있는 아이러니다.

 

 

유언장도 없이 사망했기에 이후 사진이 전시되거나 유명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런 문제까지 고루 생각해 봐야 한 것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섣불리 장담할 수 없지만 어쩌면 꽤 성공한 포토그래퍼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생전에 공개되었다면 훨씬 풍족한 삶을 외롭지 않게 보내지않았을 텐데 괜한 씁쓸함이 커진다.

 

 

참고로 성수에서 진행중인 전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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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검법 50수 - 한 칼로 속이 후련해지는
김용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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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전 저자는 KBS1 라디오 '성공예감: 김용전의 성공학 개론' 진행자다. 12년 동안 직장인 상담을 토대로 한 내공을 책 한 권에 담았다. 검법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는 한칼에 속이 후련해진다는 말의 비유다. 그 50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연애상담을 자주 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저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교사, 강사, 직장인으로서 오래 지내왔다. 특히 회사를 키우는데 17년을 바쳤다는 말이 왜 이 책을 직접 썼는지 이유가 되어준다.

시니어, 팀장, 과장 정도까지. 이상이 볼 책이 아니나. 특히 사회 초년생, 대리 정도가 보면 적당한 책이다. 알바생, 직장에서 황당한 상사, 불안한 경력, 힘든 업무, 이직 고민 등 라디오로 접한 사연을 긁어모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에 내 이야기인가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배부른 푸념일 수 있다. 일단 50가지 사연의 주인공은 일단 마음에 안 들어도 취업한 사람이다.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모두 부러운 소리란 거다. 따라서 현명하게 50검법을 휘두르고 사표란 폭탄은 되도록 쓰지 않는 쪽으로 생각해 보란 거다. 물론 평생직장은 없다. 그렇지만 현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본 후 후회 없이 떠나도 나쁠 거 없다. 큰 충동 앞에 완충재로 이 책이 도움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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