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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평점 :
누구나 일탈을 경험한다.
현실을 아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달리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천둥치고 날벼락이 떨어지는 날씨의 변덕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일탈은 좋다. 그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가끔의 일탈조차 조심스러운 대상이 있다.
바로 청소년이다.
내가 말하는 대상은 모든 청소년을 뜻하는 게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알려진 비행청소년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사춘기를 경험한다고 한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인 책임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신체적, 정서적인 성장이 계속 진행중인 우리 청소년에게
각종 언론매체나 영상물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 모든 것이 청소년의 정서를 혼란하게 만들고 각종 비행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비행청소년의 문제는 비단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가출소녀와의 동거>는 서울대 출신의 30대 후반 남자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18세 소녀 3명이 예기치 못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과 등장인물의 신변보호를 위해 필명을 '먹물'이라 하고,
각 등장인물을 가명으로 소개하고 있음을 양해 바란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번번한 직장도 없이 생활하던 한 남자와 집이 싫어 뛰쳐나온 겂없는 10대 소녀 3명이 만났다.
소위 말하는 가출청소년이었다. 배가 너무 고픈데 밥을 못 먹었다며
밥 사먹을 돈을 줄 수 있냐고 대뜸 말을 건다. 남자는 그 모습이 불쌍하고 마음에 걸려서
분식집으로 데리고 가는데….
남자는 어떠한 악의없이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제안을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제 제안을 했다. 괜찮다면 내 방에서 자라고.
정말로 피곤했던 애들은 기뻐하며 집으로 따라왔다. 그게 시작이었다.」p.19
처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집 나온 청소년을 다시 돌려보내줘도 모자랄 판에 자기 집을 제공하다니,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책의 전반부를 읽으면서 느낀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으면서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남자의 진짜 의도를 찾아냈다.
그는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같이 방황을 했다.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으로 보내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에게 주어진 하나의 임무가 되어버렸고
아이들은 이따금 집으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다시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진짜라면,
설사 이 결과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더라도, 마음은 전달 될 것이다.
그거면 된다.」p.54
<가출소녀와의 동거>는 현재 많은 청소년이 겪고 있을 심리적 갈등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청소년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다.
그것도 부모의 양육방식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책에 나오는 나영, 은비, 유미는 모두 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유 없이 반항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없다.
지금 청소년교육을 전공하는 나에게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것이 우리 청소년의 현실이란 말인가? 라는 측은한 마음과 동시에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가출청소년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어른이
실제로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선입견이란 무섭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되는 대로 살아온 가출소녀니까
제 맘대로 되바라지게 행동할 거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내게 남아있었던 것이다.
실은 아이들이 흔히 그러듯, 나영이도 무조건 엄마 아빠부터 찾고 보는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거였는데.」p.179
길에서 간혹 마주치는 복장이 불량하고 얼굴빛이 어두운 청소년을 보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곤 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청소년교육을 전공하고 있으며, <가출소녀와의 동거>를 읽음으로써
비행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의 손을 잡아줘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