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랑이 님의 댓글에서 힌트를 얻어 글 제목을 뽑았다.)

각 나라마다 상징적인 클래식 음악과 대표급 작곡가가 있다.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의 국가 대표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핀란드를 상징하는 핀란디아 같이 말이다. 이 곡을 작곡한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국민 작곡가로 추앙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안익태 선생의 한국 환상곡(코리아 판타지)이 그런 음악이다. 마찬가지로, 영국에는 엘가 경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이다.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은 1901 년 에드워드 7 세의 대관식을 위한 곡으로 작곡되었지만, 대관식이 연기되면서 영광스런 목적을 이루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엘가는 1904 년 말에 기사 작위를 하사 받았다. 그래서 엘가 경으로 불린다.

엘가(Edward Elgar, 1857-1934)는 1901 년부터 1907 년에 걸쳐 4 곡의 행진곡을, 1930 년에 행진곡을 다시 작곡하였다. 이들을 ˝위풍당당(Pomp and Circumstance)˝이라고 부른다. 달리 말하면, 모두 5 곡인 관현악곡 모음의 제목이 ˝위풍당당˝이고, 그 중 첫 번째 곡이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이 된다. 이 제목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제 3 막 제 3 장에 나오는 대사에서 따왔다고 한다.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은 가끔 성악과 함께 연주되기도 한다. 이 곡의 주제에 벤슨(A.C. Benson)의 시를 가사로 삼아 부르는 노래로, 제목은 ˝Land of Hope and Glory˝이다. 영국에서는 제 2 의 국가로 여겨진다.

위풍당당 행진곡의 쓰임은 매우 다양하다. 영국과 미국의 고교 졸업식장에서 이 음악이 주로 쓰인다고 알고 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만큼 미국에서도 그런 것 같다. 특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행진곡 느낌과 제목 때문에 국가 의전에 제격인 음악이라고 여겨진다. 의전 등 각종 행사 외에도 영화, 광고, 게임 등 수많은 분야에서 제목처럼 위풍과 당당한 느낌을 살리는 음악으로 곧잘 사용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제목도 음악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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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래식 음악 감상,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 - 핸들리
    from 五車書 2016-10-30 11:05 
    https://www.youtube.com/watch?v=nVn7BPgI5Tg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 Op. 39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연주자런던 필하모닉 관현악단 (Philharmonic Orchestra)지휘, 버논 핸들리(Vernon Handley)•연주시간: 약 6 분.
 
 
겨울호랑이 2016-10-30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 덕분에 행사곡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10-30 17:56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의 재치있는 댓글 덕분에 위풍당당 행진곡을 소개하는 글을 하나 남기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0-30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에고 저는 그냥 단순하게 드린 말씀인데, 멋진 소재와 글로 쓰신 분은 오거서님이시지요^^: 좋은 글에 제 이름이 언급되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10-30 21:08   좋아요 1 | URL
저한테 좋은 영감이 되고 자극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이바 2016-10-3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곡이 영국인들한테 국가 같은 느낌이라잖아요. 영화 킹스맨에서 이 곡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보면 감독의 똘끼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sBlKM4C36c

베토벤: 현악 4중주곡 제 1 번 F 장조, Op. 18 No.1
String Quartet N°1 in F Major, Op.18 N°1

I. Allegro con brio 0:00
II. Adagio affettuoso ed appassionato 7:21
III. Scherzo. Allegro molto 17:56
IV. Allegro 21:36

•연주자

스메타나 4중주단 (Smetana Quartet)

•연주시간: 약 28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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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30 0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아침에 알라딘 들어와서 오거서님의 음악한곡으로 시작합니다..ㅎㅎㅎ

오거서 2016-10-30 09:26   좋아요 3 | URL
유레카 님, 밤새 강녕하셨습니까? 아침에 뵈오니 문안인사를 올려야 될 것 같아서… ㅎㅎ
일요일 아침은 여느 때보다 고요해서 음악을 켜면 딴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고요함 속으로 빠져드는, 느긋하게 듣기 좋은 음악으로 바로크 음악과 현악4중주를 뽑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하루키 소설 때문에 듣는 곡이기는 하지만, 일요일 아침에 나름 괜찮은 감상이 되는군요. 즐감하시길! 유레카 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밑줄 긋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곧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들었다. 그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좋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싫증나지 않는 음악인데다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혹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23)

음악이 어떤 특정한 화음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말을 맞을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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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0-29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이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오거서 2016-10-30 09:06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 님은 이 책을 완독하셨나 봅니다. 저는 이제 읽기 시작한 터라 연상되는 무엇이 아직 짚이지는 않습니다. 계속 읽어 보겠습니다. ^^
 

일전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퀴즈를 낸 적이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은 후대의 다른 작곡가에 비해 작품 수가 많음도 알게 된다. 물론 그 이전 시대에 활동한 바흐, 텔레만 등도 이들 못지 않게 많은 작품을 남겼다.

레코드를 찾다보면, 해당 작곡가의 전집 또는 특별 에디션 상품이 가끔씩 눈에 뛴다. 브릴리언트 레코드사가 내놓은 전집 세트가 많다. 이전에 내놓은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전집을 새로 구성하여 또 내놓기도 했다. 그래 봤자 전집인데 뭐가 다를 수가 있나 생각도 들지만.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전집은 CD를 기준으로 적게는 50 장, 많게는 200 장 가까이 된다. 참고로, 다작으로도 이들에 필적할 만한 슈베르트는 50 장, 쇼팽은 20 장 정도이다.

전집은 레코드사의 마케팅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상품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 작곡가의 작품을 모두 연주하고 녹음한 결과물로, 작곡가의 일대기이기도 하다. 제작 과정의 노력을 먼저 생각하지 않더라도, 무엇보다도 작곡가의 작품수가 많다보니 전집 상품을 풍성하고 가치있게 만드는 부수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말이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전집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해본다. 바로크 시대, 고전 시대 작곡가들은 후대 작곡가들보다 다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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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6-10-29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갖고 싶은 목록에 있는 것들이네요 ^^

오거서 2016-10-29 09:03   좋아요 2 | URL
갖고 싶게 만드는 마케팅의 위력을 느낍니다. 전집이 단가만 봐서는 비싸다는 느낌이 확 들겠지만, CD 수가 많음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한 작곡가의 모든 작품을 들을 수 있음은 장점이지요. ^^

마립간 2016-10-29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영단어 `classic` ; 제 나름대로 classic에 대한 의미 부여가 다작多作이면서 그 중에서 어느 것도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없고 그 중 몇 개는 탁월한 수준을 보이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수학에서는 아르키메데스, 가우스, 뉴턴, 오일러 등이 해당되죠.

모두 탐나지만 저는 마지막 Bach만 인테리어용을 가지고 있네요.

오거서 2016-10-29 12:40   좋아요 2 | URL
탁월한 수준으로 시공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문학 음악 수학을 아우르는 공통점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에 한정해서 말한 것이지만, 그 탁월함이 내재된 다작의 집합체가 전집이지요. 저도 몹시 탐이 나고요, 모두를 소장하지는 못하니 이런 글이라도 남기게 되었습니다. ^^

cyrus 2016-10-2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밥벌이를 위해서 곡을 만들었겠죠? ㅎㅎㅎ 음악 좋아하는 귀족이나 왕족들을 위해서 곡 만들고, 극장에 올릴 공연을 맞춰서 오페라를 만들고... 어렸을 적에 모차르트 위인전에 본 건데, 빚쟁이에 시달린 모차르트는 빚 갚으려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작곡 작업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들이 남긴 음악을 편안하게 듣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죠. ^^;;
 
 전출처 : 오거서 > 이제, 나는 클림트를 보면 브람스도 들린다
위풍당당 행진곡은 세계의 행사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nVn7BPgI5Tg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 Op. 39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

•연주자

런던 필하모닉 관현악단 (Philharmonic Orchestra)
지휘, 버논 핸들리(Vernon Handley)

•연주시간: 약 6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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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28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가`하면 결혼식 때 들은 「사랑의 인사」가 생각나네요^^: 대중에게는 행사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10-28 20:44   좋아요 2 | URL
에고, 겨울호랑이님… ㅎㅎ 엘가를 행사음악 작곡가라 함은 재치있는 표현입니다. ^^ 엘가 생존 당시 중요 행사는 대관식이었고, 영국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이 곡을 작곡하였다고 하는데요, 대관식이 연기되는 바람에 목적대로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행진곡 선율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인사는 아내한테 선사하기 위해 작곡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연도 선율도 아름다운 곡을 우리나라 웨딩이벤트업체가 너무나 잘 써먹고 있지요.
즐감하시고요, 편안한 밤을 맞으세요! ^^

겨울호랑이 2016-10-28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오거서님께서도 편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