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탄식하며) 이해할 수 있나? 글이 안 써져. 읽을 수도 없고. 어떤 글을 써도 평범해. 중학교 학생 작문 같은 것밖에 못 써. 그게 죽음이야. 내 모든 지식, 모든 생각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더군. 다 지워버렸어. 암세포는 내 몸의 지우개였어.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모든 것의 지우개였어. 지우개로 지워놓으면 내가 뭘 쓰나? 공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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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끝내주게 성공한 속임수.

개소리 ㅋㅋㅋ

MBTI는 1940년대 캐서린 쿡 브리그스 Katharine Cook Briggs와 그녀의 딸 이저벨 브리그스 마이어스 Isabel Briggs Myers가 스위스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 Carl Jung의 개념론을 토대로 일종의 게임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융이 체계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이론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융은 사람들이 감각, 직관, 감정, 사고라는 네 가지 주요 심리적 기능을 사용해 세상을 경험한다고 추측했다. 아마도 이 심리적 기능들을 수정한 것이 두 가지 성격 유형(외향형과 내향형)이고, 개인은 다른 기능보다 지배적 기능 하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 이론은 개소리이다. 명확하고 관찰 가능한 표준을 제시하는 체계적인 관찰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락실 게임용으로 사용하기에 더욱 큰 단점이라고 융이 생각한 것은 어떤 유형에도 100퍼센트 부합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네 가지 기능은 스펙트럼 같아서 개인이 어느 특정 지점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브리그스와 마이어스가 융 이론에서 이 특정 부분을 잘못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파악한다면, 어떻게 MBTI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할 재미있는 오락실 게임용 그 이상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또 MBTI는 과학적으로 통제된 조건에서 실행했을 때 신뢰할 수 없다는 악평을 듣는다. 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테스트를 했을 때 성격 유형이 매번 다르게 나온다면 무언가 분명 잘못되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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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 번에 늦게 말일에 구매한 원두가 아직 넉넉히 남아 있음에도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 맛이 너무 궁금해서 일단 구매. 산미가 약하고 바디감이 세지 않다는 느낌 때문인지 다른 맛들도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 디카페인이라 그런가. 매일 마시는 일상의 음료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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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26일 별세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선생의 코앞에 이른 죽음과 병마에 함께 쫓기는 기분으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보냈다. 도끼날이 얼음을 내리치듯, 칼바람 일던 어느 아침에는 바람 구두를 신고 먼 길을 떠날 사내처럼 선생은 한달음에 말했다. "내년 삼월이면 나는 없을 거야. 그때 이 책을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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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서 마주한 문장.

“우크라이나 면적은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고 인구는 5000만 명으로 프랑스 인구 규모에 필적한다.”

우크라이나 영토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는 프랑스이다. 하지만, 저자가 거짓 내용을 말할 리는 없을 테고, 출판사 편집인도 팩트 체크 하였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세계 지도를 펼치고 우크라이나와 프랑스를 찾아 보게 된다.

세계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는 프랑스보다 작아 보인다. 북쪽에 위치한 스웨덴이 좀더 넓은 것도 같다.
곰곰 생각해 보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세계 지도는 도법의 오류가 있다. 메르카토르 투영도법은 적도로부터 멀어질수록 실제보다 크게 보여지게 되는데 극지방에서 오차가 가장 크다.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은 러시아보다 면적이 2배 가까이 넓다. 메르카토르 도법에 따라 제작된 세계 지도에서 아프리카는 러시아보다 작아 보인다. 왜곡 없이 실제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 지도 대신에 지구본이 있어야 하겠다. (아쉽게도 나한테 정밀한 지구본이 없다.)

지구본을 대신하여 국가별 면적 데이터를 찾아 보았다. 위키백과를 참조하면 아래와 같다.

우크라이나 603,628 km2 (크림 공화국과 세바스토폴 제외),
스웨덴 450,295 km2,
프랑스 543,940 km2 (프랑스 본토만).
*프랑스 본토와 해외 영토를 합치면 640,679 km2.
참고로, 우리나라는 100,210 km2

위키 백과는 전세계 국가를 면적 순으로 열거한 리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는 45 번째에 있다. 프랑스 본토만은 50 번째에 있지만, 프랑스의 해외 영토를 포함하면 42 번째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국가라고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외무부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정보에서 프랑스의 본토와 해외 영토까지 포함하는 면적을 표시하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칠판 바로 옆에 걸려 있어서 나한테 너무나 익숙한 세계 지도는 시각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배 세력의 관점이 고스란이 지도에 투영되었다는 것을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다시 책을 들지만, 책 속으로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 사흘 전에 우크라이나 땅에서 전쟁이 터졌고, 수도 키예프가 포위되어 시가지 가까이서 수시로 폭발음이 들린다는 뉴스를 어제 오늘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국력과 국가안보의 중대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평화를 지켜내는 능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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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2-26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기로 결심해서 구매는 했지만 정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었는데 결국...
저도 오거서님처럼 책을 집어들 때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무기가 공고한 현대 세계에서 어느 나라든 결코 안전하지 않는 이 비극의 세상이 잔혹하게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는게 맘이 묵직해지는게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전쟁때문이겠죠. 세계 곳곳에서 들리는 소식들이 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