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1944년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올해 77세. 1970년에 열린 베토벤 탄생 200 주년 기념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그저 얻어진 행운이 아니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피아니스트로 불리한 신체적 조건(키는 150cm 정도, 작은 손)을 가졌음에도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한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손목 부상 때문에 1970년 후반에 활동을 쉬어야 했다. 재활에 성공하여 제 2의 전성기를 맞지만 2006 년에 심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하였다. 2016년에 은퇴를 선언하였고 2018년까지 예정되었던 투어를 끝으로 무대를 떠났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베토벤 소나타, 슈베르트 즉흥곡, 쇼팽 야상곡 등 성공적인 녹음을 남겼고,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도 손꼽힌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던 여류 피아니스트는 마르타 아르헤리히(1941~), 우치다 미츠코(1948~) 등이 있다. 이들은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하였다. 마르타 아르헤리히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쇼팽 콩쿠르 심시위원 등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하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거뜬히 연주해 내는 파워 있고 열정적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마르타 아르헤리히가 한 무대에서 같은 작품을 연주하는 모습을 한번 상상할 수 있을까. 이들이 아닌 다른,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들이 한 무대에서 서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지만.
지난 12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잊지 못할 음악회가 열렸다.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이 깜짝 놀랄 만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이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마르타 아르헤리히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2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 365을 다니엘 하딩이 지휘하는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과 협연하였다.
유튭에 올려진 음악회 녹화 영상에서 그들이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올해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77세, 마르타 아르헤리히는 80세. 마리아 조앙 피레스도 마르타 아르헤리히도 후학 지도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두 거장이 함께 연주한 무대가 그동안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한 무대에 선 장면을 상상하기는 힘든 일인데 그들을 한 무대에서 보는 기회가 있을 줄이야.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주름살이 늘고 백발이 성성하였지만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 정말 반갑다.
음악회 중간에 앙코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두 사람이 꽃다발을 받고서 90도 각도로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그렇고 앙코르 장면 역시 너무 보기 좋다.
잊지 못할 음악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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