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를 사로잡은 관심거리의 일 순위는 건축이다. 관련 책을 검색하였더니 의외로 많다. 어떤 것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봅시다, 하면서 하나를 골라 잡고 싶은 심정이다. 건알못 나한테 알맞은 책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

책을 고르다 말고 한눈을 팔았다. 그래, <건축가 아빠가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 속에서 건축은 산업이자 예술이라고 하였으니까 예술 분야에서 여기 기웃거리고 저기 기웃거리다 … 프롬나드 … 아, 미술 전문 출판사로 ‘예경’이 있음이 기억이 났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번역서를 출간한 곳이다. 도서출판 예경이 출간한 <The Music 음악의 역사>를 구입하기도 하였었다. 2006 년 8 월 초판이다. 십수 년이 훌쩍 지나 버렸구나. <The Art 미술의 역사>도 구입하였다. 또한, <클릭, 서양미술사>도 구입한 것 같은데 기억에 어렴풋이 남은 것 말고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책장에서는 찾지 못했다. 오늘은, 바닥에 눕힌 채로 한쪽 벽을 타고 쌓여 있는 책더미를 이리저리 풀어 헤쳐서라도 찾아 내고 싶지만 실행 전에 멈칫했다. 내가 그러고 있으면 아내의 쓴소리 역시 감당해야 해야 할 텐데 … 책은 잘 있을 것이야. 근래 꺼내 본 기억이 없으니 책더미 속에 섞여 있을 테지. 내 탓이다, 나의 기억이 완전하지 못할 뿐.

책 제목으로 <클릭, 서양건축사>를 연상하게 된다. 클릭 시리즈로 불리는구나. ‘클릭’으로 시작하는 책이 여러 권이 있다. <클릭, 서양미술사>은 2000 년에 출간되어 2010 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어서 <클릭, 서양건축사>(2003)가 나왔다.

최근에 예경의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알라딘과 구글 검색해 보았다. 출판사의 홈페이지는 2017 년에서 멈춘 것 같다. 트위터 역시 그 때 이후 트윗이 보이지 않는다. 도서출판 예경의 신간인 <모두의 한국사>와 <더 타임스 세계사(개정판)>는 2019 년에 출간되었다. 예전만 못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 추측해 본다.

<클릭, 서양건축사>를 좋게 평가한 댓글보다, 나디아 님이 번역 문제점을 지적한 댓글에 믿음이 간다. 출판사 사정이 나아져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전문 출판사로 거듭나기를 그리고 <클릭, 서양건축사> 개정판이 꼭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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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07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양건축사 이 책 도판도 좋고 한눈에 서양건축의 주요 흐름과 개념을 정리할 수 있어서 저는 좋았던거 같아요.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긴 하지만요. ㅎㅎ

오거서 2022-08-08 19:3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이 중요한 힘트를 주셔서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짜라투스트라 님의 강박을 고백하는 글을 읽었다. 좋은 내용이어서 베껴 쓰고 싶은 마음으로 페이퍼 링크를 복사해 둔다.

http://bookple.aladin.co.kr/~r/feed/605295355


넓게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한 분야를 파고드는 독서를 하다가 하나의 시각에 매몰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다고 하였다. 마치 나를 대변하는 듯한 문장이었다. 지금껏 나의 독서 행태가 꼭 문장 그대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공감한다는 내용으로 댓글을 쓰고 나서 이제까지 나의 변변찮은 책읽기를 되돌아보았다.

마침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2>를 읽었다. 읽기 전까지는 잠시 망설였다. 잠시? 당장 읽을지 말지 며칠을 고민했다. 읽을거리를 아껴서 챙겨 두는 심정으로 한 달이나 일 년쯤 뒤에 읽어도 되잖아 하면서. 띠지에서 알려주는대로 “유시민 3년 만의 신작!”을 거들떠 보아야 하는데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을 어쩌랴. <유럽 도시 기행 1>을 읽으면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 때문일까, 마뜩잖은 복잡한 심경이랄까, 기대감이 커지만 맹신을 경계하는 마음이 작동하였다고 할까. 그런데 북플 이웃분들의 뜨거운 호응을 지켜 보면서 생각을 바꾸었고, 결국 읽었다. 읽고 나니 좋았다. 작가의 여행에 동행한 기분이다. 팬심으로 읽겠다고 하셨던 이웃분이 한편으로 부러웠다.

밑줄 그은 부분을 한 번 더 읽다 보니 <유럽 도시 기행 1>과 약간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작가가 찾아간 오래된 도시의 유구한 역사이면서 현재의 역사이기도 한 건축물에 꽂힌 것 같았고 감성적인 표현에 이끌렸다. 짧게 축약된 소감인데도 전작에서보다 진해진 느낌이 나한테 전해졌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이 성당은 룩셈부르크 가문으로 왕권이 넘어간 14세기 초까지 보헤미아를 지배했던 프르셰미슬 왕가의 영묘였다. 920년에 신축한 최초의 건물은 화재 사고로 무너졌고 12세기에 재건축한 것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원래는 소박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는데 룩셈부르크 가문이 왕권을 차지한 직후 고딕 스타일로 증축했고 17세기에는 전면부를 화려한 바로크 스타일로 개조하고 얀 네포무츠키 예배당을 만들었다. 성 이르지 성당의 실내 공간은 곡선을 살린 로마네스크 양식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작가는 한 도시에서 종교건출물은 하나만 본다는 원칙을 정했음에도 프라하성 지구의 황금골목을 찾아가는 길에서 성 비타 성당을 들렀고 내친김에 성 이르지 성당을 들렀다. “마음이 편했다”는 맺음이 주는 여운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 예정에 없던 장소와 그곳에서 건축물의 매력을 포착하는, 또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야말로 여행의 즐거움 아닌가. 유럽 여행하면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가보면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데 나의 여행이 아닌 남의 여행기를 읽고서 이러는 것은 아이러니 같다.

아무튼! 나의 공감 포인트는 저절로 관심거리를 늘리며 건축물(그리고 건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건축에 문외한이지만 기웃거림을 자제하지 못하고 입문서를 찾아 보았다. <건축가 아빠가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의 발견은 횡재한 것 같았다. 저자 이승환은 건축사로 일하는데, 건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7 개 코드를 주제로 구분한 이야기는 모두 유익하였다.

또 다른 책으로 비난트 클라센의 <서양건축사>를 읽을지 고민 중이다. 댓글에 나쁜 평이 있어서다. 이럴 때는 전문가(?) 찬스를 써야지.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첫째한테 도움을 청했다. 학교에서 건축사를 배웠는지부터 물었다. 건축사 시험을 보려면 설계를 알아야하는데 배우지 않았다고. 건축의 역사 말이야. 역시 배우지 않았다는 짧은 답. 알아야 하지 않나. 건물 공사는 설계도면이 중요하지 역사며 양식을 몰라도 상관없다고. 그래도 알면 도움될 텐데. 건축사를 공부하지 않았지만 건축 양식의 변천 순서는 외운다고. 평범한 수준의 대화는 유쾌했다. 무엇이든 시도하면 에피소드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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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2-08-06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라센 서양건축사는 수업 교과서로 자주 쓰이는 책이니 믿고 읽으셔도 되요 ^^ (건축사 수업 들음)

오거서 2022-08-06 11:47   좋아요 2 | URL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짜라투스트라 2022-08-06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거서님의 독서행위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거서 2022-08-08 19:39   좋아요 0 | URL
짜라투스트라님의 매일 글쓰기가 계속되기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

2022-08-07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8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레스덴의 오페라하우스는 젬퍼가 설계하고 재건했기 때문에 ‘젬퍼오퍼 (Semperoper)‘가 되었다. 성모교회와 젬퍼오퍼는드레스덴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聖)‘과 ‘속(俗)‘의 공간이다. 주립 관현악단, 발레단, 합창단의 활동 무대인 오페라하우스와 부속 시설에서는 한 해 3백 회 정도 공연을 하는데, 평균 좌석 점유율이 90% 넘는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만하다.
지금의 오페라하우스는 세 번째 지은 집이다. 젬퍼가 설계한 첫 번째 집은 1841년 완공해 바그너(R. Wagner)와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초연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라는 말을 들었지만 1869년 불이 나서 타버렸다. 곧바로 재건을 추진했는데 젬퍼는 반역죄로 수배된 처지라 올 수가 없었다. 건축가와 반역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젬퍼는 둘 모두였다.

젬퍼가 재건한 오페라하우스는 폭격에 치명상을 입었다.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복원하고 여러 차례 내부 구조를 바꾼 끝에 1985년 2월 13일 다시 문을 열어 폭격 전마지막으로 공연했던 베버의 작품 <마탄의 사수(Der Freischütz)〉를 무대에 올렸다. 2015년 재개장 30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같은 작품을 공연했다. 젬퍼오퍼는 ‘고전주의 요소를 내포한 역사주의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예뻤다. 낮에 보아도 예뻤지만 어둠이 내리고 건물 안팎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면 더 예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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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이 류이치로가 지은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커피 칸타타’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 독일인만의 커피문화를 알고 싶으면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1732~1735)를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커피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에서 ‘커피 칸타타’와 만남을 어찌 기대하지 않았을까. 반가운 마음을 표시하고자 밑줄을 그었다. 커피 칸타타를 인용한 문장이 속한 문단의 끝까지 밑줄을 긋고 되새김질 하듯이 다시 읽었다.

“ 딸 역할을 맡은 가수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다’고 지겹게 반복한다. 독일인이 마시는 커피는 설탕이 듬뿍 들어가서 몹시 달았는데, 그래서인지 <커피 칸타타>에서 커피를 예찬하는 부분은 전적으로 소프라노가 담당했다. 그에 반해 영국에서는 ‘흙탕물을 들이킨 개구리’ 같은 느낌의 테너 파트 남성이 담당했다. “

밑줄이 그어진 마지막 내용이 무척 낯설다. “테너 파트 남성이 담당”했다는데 “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모스카토 와인보다도 부드럽다”고 찬미하는 배역이 딸이 아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들? 혹시, 범위를 더욱 넓혀서, 남자? 딸인지 아들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힌트를 얻고자 바흐 작품 정보를 찾아보고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그러면서 커피 칸타타를 플레이.

바흐가 작곡한 커피 칸타타는 제목과 달리 소규모 음악극 같은 느낌이 든다. 테너, 소프라노, 베이스 가수들이 배역에 맞게 노래한다. 커피라면 사족을 못쓰는 딸(소프라노)과 커피는 해롭다며 딸을 말리는 아버지(베이스) 그리고 나레이터(테너)가 등장한다. 커피 칸타타는 모두 10 곡 구성으로 독일어 가사로 불리는 곡들이다. (영국에서 원전대로 독일어로 노래를 불렀을까, 아니면 영어로 번역해 불렀을까?)


커피 칸타타의 시작은 여느 칸타타와 다르다. 나레이터가 “조용히! 잡담 그만”을 외치면서 커피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을 잠시 입다물게 만든다. 당시 커피하우스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시끌벅적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바로 베이스(아버지) 아리아가 불리지만 반주악기의 선율에 커피하우스 분위기를 담아낸 것 같은데 흥겨움이 넘친다. 나레이터가 아버지를 진정시키고, 소프라노(딸) 아리아가 이어진다. 커피 칸타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아로 이 4 번째 곡의 가사를 저자가 책에 인용하였다. 다음에 이어지는 노래에서 아버지는 딸을 협박하기도 하고 딸은 아버지 말을 듣는 척하면서 실랑이를 벌이지만 결국 딸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마지막에 모두 함께 “고양이는 쥐잡기를 멈추지 않는다”를 부른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자연스럽다.)

바흐가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시기는 대략 1734 년경으로 (1732 년부터 1735 년 사이) 추정한다. (영문 위키백과 참조) 1735 년경에 라이프치히 치머만 커피하우스에서 초연이이루어졌는데 콜레기움 무지쿰이 연주하고 바흐가 지휘를 맡았다고 한다. 바흐는 1723 년에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음악감독)로 부임하면서 라이프치히에 정착하여 27 년을 살았다. 이 기간 동안, 특히 초반에 교회 칸타타 대부분을 작곡하는 초인적인 창작 열의를 보였다. 이후 교회음악의 최고 책임자가 되고 라이프치히 음악감독 역할을 맡는 것은 당연하였으나 바흐의 음악적 이상을 이해하지 못한 시 공무원과 교회 책임자들과 충돌이 잦았다고 전해진다. 그로 인해 교회음악의 창작은 급격히 줄고 세속 칸타타 또는 기악곡 작품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바흐가 교회칸타타만 작곡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바흐가 작곡한 세속 칸타타 대부분이 소실되었다고 하는데 바흐 작품 번호(BWV) 기준으로 16 곡이 남았다. (그 중 하나가 커피 칸타타!) 바흐는 라이프치히에 살면서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기 전부터 치머만 커피하우스에 자주 들렀을 것이다. 여기서 콜레기움 무지쿰의 음악 활동을 지도하면서 음악적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교회와 마찰하는 대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커피의 효능이 주는 위안을 느끼지 않았을까.

[라이프치히 치머만 커피하우스 (사진 출처: 위키백과)]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내용을 참고하면, 커피는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에 전파되었는데 17 세기에 일반 서민한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롭고 재배 지역이 한정되다보니 동방 무역을 통해 소량 유통되었고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 커피가 대량 생산되어 공급이 원활해지고 가격이 저렴해지기 전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나라마다 너무나 딴판인 커피 문화가 형성되었다.

영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의약품의 일종으로 커피를 수입하였다. 1652년에 런던에 최초의 커피 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30년만에 3천 곳이 넘었고, 1714년에 8천 여 곳이 되었다. 발전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 영국에서 커피는 주로 남성 위주로 즐기게 되면서 결국에 여성이 크게 반발하게 되었다. 17 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에 남자들이 생업을 잊은 채 적지 않은 커피 값을 부담하면서도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반면에 여자들은 커피하우스에 출입하지 못하였다. 여성은 가정의 울타리 안에만 있었다. 커피를 접하는 기회가 없었던 여자들이 집에서도 손쉽게 마실 수 있는 홍차를 즐기게 되면서 결국 커피의 인기가 내리막길에 들었다. 그래서 영국은 홍차의 나라가 되었다.

[18 세기 영국 커피하우스 사진]

여태 혼란스러운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다. 바흐가 활동하던 당시에 유럽에서 커피하우스는 대중을 위한 대화의 장을 형성하였다. 그럼에도 특히 영국에서 커피하우스는 남성을 위한 공간이었다. 당시 영국은 남성 위주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커피만이 아니라 음악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래서 ‘커피 칸타타’의 소프라노 파트를 남성 가수가 불렀다는 것인가 보다. 다른 한편으로, 아무리 테너라고 해도 여성의 높은 음역대를 전부 소화하지 못한다. 아마도 카운터테너급 가수(18 세기에는 카스트라토)가 노래를 불렀을 것 같다. (아내는 라 포엠의 노래를 매일 듣는데 나도 옆에서 같이 듣게 된다. 그들 중에 보석 같은 존재인 최성훈이 카운터테너여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

18 세기 영국 커피하우스와 관련된 역사적 진실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 그렇지만 역사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숙연해진다. 커피가 세계사를 바꾸었을 정도로 커피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은 복잡하였다. 내가 여기에 옮기지 못한 수많은 커피 이야기들이 책에 실려 있다. 책에서 인용한 커피 칸타타에서 부모가 자식을 이기지 못하였다. 비단 커피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여성한테 선택 받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역사적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의 저자는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였지만, 나는 커피 칸타타를 듣는 것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번엔 영국 태생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가 딸의 배역을 맡아 노래하는 커피 칸타타를 특별히 골랐다. 엠마 커크비 연주는 출중하지만 18세기 영국이었으면 커피를 찬미하는 배역으로 노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의 연주가 귀중하다는 느낌이 든다. 바흐 ‘커피 칸타타’를 다시 한 번 더 감상한다. 어느 때보다 특별한 감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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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19 0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 칸타타라는 음악이 있군요 ㅋ 전 그냥 커피 브랜드 인줄 알았습니다~!! 요런 역사가 있는줄 몰랐네요~!!

오거서 2022-07-19 20:02   좋아요 4 | URL
네, 커피 칸타타가 오리지널입니다. L사 커피 브랜드와 헷갈릴 만하죠. ㅋㅋㅋ

mini74 2022-07-19 0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흐도 좋아했지만, 바흐딸도 진짜 그렇게 커피를 좋아했다는데 맞나요? ㅎㅎㅎ 오거서님의 음악과 커피 이야기 둘 다 좋아요

오거서 2022-07-19 20:08   좋아요 3 | URL
그랬나요? 저는 아는 바가 없지만. 바흐 딸이 아빠와 같이 살았다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커피 칸타타에서 아버지와 딸을 생생하게 표현한 걸로 봐서도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하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미니님 감사합니다!

scott 2022-07-24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이 책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거서님의 바흐 찐 사랑 💗
커피 칸타타를 타고~@@
。゚゚・。・゚゚。
゚。  。゚
 ゚・。・゚
⠀()_/)
⠀(。ˆ꒳ˆ)⠀
ଫ/⌒づ☕

오거서 2022-07-25 20:57   좋아요 2 | URL
바흐의 커피 칸타타 들으면서 커피를 몇 잔씩 마시기도 했어요. scott님이 강추하셔서 ㅎㅎㅎ
바흐 베토벤 들을수록 감동이 커지고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아요 ^^;

서니데이 2022-07-25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칸타타 소개를 처음 읽었을 때,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었어요.
지금 시대와 다른 이야기라서 그랬을거예요.
여름에 더운날에 아이스 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있는 것 같습니다.
오거서님, 더운 여름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거서 2022-07-25 21:04   좋아요 3 | URL
올해 유난히 더울 것이라고 하는데 에어컨 덕분에 무더위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이스커피는 금상첨화!
그나저나 서니데이님 오늘 어떻게 시원하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에어컨이 더이상 발썽부리지 않기를 빌어요!

서니데이 2022-07-31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7월 마지막날이고, 내일부터 8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시고,
건강하고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스프링 프레임워크와 스프링 부트를 경험한 바로 ‘초급 개발자를 위한 가볍고 넓은’ 부제를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겠다.

스프링 부트는 스프링 프레임워크 기반이라서 (스프링 프레임워크 없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가볍지 않다. 스프링 부트 없이도, 스프링 만으로 사용 가능하니까 스프링 부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가볍다고 본다. 스프링을 사용해서 자바 앱을 개발하는 데 상당히 많은 구성(configuration)이 필요하지만, 스프링 부트는 최소의 구성만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초급 개발자는 스프링 부트가 사용하기가 쉽다고 여길 수 있다. 스프링 부트는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자바 개발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숨겨진 실체와 맞닥뜨리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나중에 스프링 프레임워크 벽에 세게 부딪히게 될 테니까.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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