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서 마주한 문장.
“우크라이나 면적은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고 인구는 5000만 명으로 프랑스 인구 규모에 필적한다.”
우크라이나 영토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는 프랑스이다. 하지만, 저자가 거짓 내용을 말할 리는 없을 테고, 출판사 편집인도 팩트 체크 하였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세계 지도를 펼치고 우크라이나와 프랑스를 찾아 보게 된다.
세계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는 프랑스보다 작아 보인다. 북쪽에 위치한 스웨덴이 좀더 넓은 것도 같다.
곰곰 생각해 보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세계 지도는 도법의 오류가 있다. 메르카토르 투영도법은 적도로부터 멀어질수록 실제보다 크게 보여지게 되는데 극지방에서 오차가 가장 크다.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은 러시아보다 면적이 2배 가까이 넓다. 메르카토르 도법에 따라 제작된 세계 지도에서 아프리카는 러시아보다 작아 보인다. 왜곡 없이 실제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 지도 대신에 지구본이 있어야 하겠다. (아쉽게도 나한테 정밀한 지구본이 없다.)
지구본을 대신하여 국가별 면적 데이터를 찾아 보았다. 위키백과를 참조하면 아래와 같다.
우크라이나 603,628 km2 (크림 공화국과 세바스토폴 제외),
스웨덴 450,295 km2,
프랑스 543,940 km2 (프랑스 본토만).
*프랑스 본토와 해외 영토를 합치면 640,679 km2.
참고로, 우리나라는 100,210 km2
위키 백과는 전세계 국가를 면적 순으로 열거한 리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는 45 번째에 있다. 프랑스 본토만은 50 번째에 있지만, 프랑스의 해외 영토를 포함하면 42 번째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국가라고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외무부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정보에서 프랑스의 본토와 해외 영토까지 포함하는 면적을 표시하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칠판 바로 옆에 걸려 있어서 나한테 너무나 익숙한 세계 지도는 시각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배 세력의 관점이 고스란이 지도에 투영되었다는 것을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다시 책을 들지만, 책 속으로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 사흘 전에 우크라이나 땅에서 전쟁이 터졌고, 수도 키예프가 포위되어 시가지 가까이서 수시로 폭발음이 들린다는 뉴스를 어제 오늘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국력과 국가안보의 중대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평화를 지켜내는 능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