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주 신간 목록에서, 소설 분야 첫 줄에 <나 같은 기계들>이 있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이 소설을 추천한 매스컴에 실린 기사의 제목만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나와 친한 여자(애인, 썸녀, 여자친구 등)가 인조인간(A.I. 포함)을 더 좋아하고 사랑에 빠진다면, (더 세고 나쁜 경우로) 인조인간한테 나의 여자를 빼앗긴다면… 가정하는 것이었다. 인조인간이 나를 빼닮도록 세팅한다는 전제로 말이다.

다른 하나는, 이언 매큐언의 최초 SF 소설임을 내세웠다. 또한, 작가의 단 하나의 SF 소설이라고도 하였다. 최초 또는 유일무이에 방점이 찍힌 것이리라.

작가가 소설 속에서 지어낸 상황이고 허구인 줄 아는데도 빠져 든다. 만일 나와 같은 인조인간이 만들어진다면 나를 복제한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을까, 그로 인해 복잡하고 끔찍한 일들을 분명 겪게 되리라고 잠시 생각해 본다. 소설이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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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24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 반가우십니다^^

˝소설이어서 다행˝
Sci-Fi 영화 좋아하는 저로서도 비슷한 생각 많이 해 보았습니다

오거서 2023-08-24 12:12   좋아요 1 | URL
얄라님 반겨주시니 황송스러운데 감사합니다! ^^
저도 Sci-Fi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
공상과학 소설에서 선보이는 미래 사회상이나 신기술이 곧잘 현실에서 실현되기 때문에 안심보다는 걱정이 앞서네요. 지금은 막연할 수 있지만요…
 

2017년에 열렸던 제 14 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EIDF)를 특별히 기억하고 있다.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한국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였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수상작은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모와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였다.

대상 수상작을 소개하는 영상에는 아주 인상적인 부제가 달렸었다. “영원히 부자일 것 같던 우리 집은, 망했다.”

<버블 패밀리>는 대상 수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데다 마민지 감독의 장편 데뷔 작품이라고 해서 놀라움을 더했다. 이후로도 마민지 감독은 여러 다큐멘터리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안다.

작년에 발표한 조남주의 <서영동 이야기>에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감독이 등장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마민지 감독이 절로 떠올랐었다. 마 감독을 카메오로 캐스팅 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8월 3주 신간 중에서,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이라는 제목을 보고나서 부동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마민지 감독을 다시 떠올렸다. 가족의 부동산 흥망사가 오버랩 되었기에. (<버블 패밀리>와 감독 이름을 금방 기억해지 못했지만, 저자를 확인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맞다.)

책 소개를 통해 저자를 다시 만나 한동안 소원해진 기억을 완충했다. 1980년대 한국의 도시개발계획 덕분에 저자의 아버지가 연립주택을 지어 파는 집장사가 아파트, 상가, 빌딩으로 점차 커지면서 부동산 성공신화를 이루는 줄 알았지만, IMF가 닥치고 아버지의 사업 도산으로 어머니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직접 일을 찾아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저자의 영화 <버블 패밀리>가 책의 밑바탕이 되었을 테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더 많은 개인적인 스토리를 책에 담은 것 같다.


주제 분류: 한국 에세이, 영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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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주(8/14 - 8/20) 신간 목록을 정리하였다. 그 중에서, 린다 콜리가 지은 <총, 선, 펜>의 추천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18 세기 중반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성문 헌법의 역사를 집약하였다.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표지도 강렬하다. 제목을 보자마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먼저 떠올렸다. 아니 착각할 정도였다. 그 책이 다시 리커버 변신 판으로 나왔나 싶었지만… 의구심이 들어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두 번째 글자부터 다르고 결국 다른 제목이었다.

참고로, <총, 균, 쇠> 출간 25주년 기념 양장본이 8월 초에 출간되었다.

원서 제목은 The Gun, the Ship and the Pen. 2021년 출간. 번역서 제목은 원서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총’은 전쟁을 상징하고, ‘선’은 함선을 포함하는 배를, 그리고 ‘펜’은 인쇄술을 상징한다. 여기서 ‘선’은 수송과 통신의 기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다중 의미를 제대로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책의 내용을 함축한 제목으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린다 콜리. 1949년 영국 체스터에서 출생하였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에 대영제국훈작사(CBE)를, 2022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생일 기념 대영제국훈장(DBE)을 받았다. 저자의 주요 저서로, <브리튼인(Britons)>으로 울프슨 역사상을 수상하였고, <엘리자베스 마시의 시련(The Ordeal of Elizabeth Marsh)>은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007년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저자는 1700년 이후 영국, 제국주의, 세계사에 정통한 전문가.

저자는 18 세기 제국주의 국가에서 애국심을 토대로 규범으로 인식되는 헌법이 발명되었다고 주장한다. 시민 의식이 함양된 국민들을 이로써 전쟁에 동원하기 수월해졌다고 한다. 국민의 의무를 성문 헌법에 넣음으로써 국가가 결정하는 전쟁에 일부가 아닌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징병이 가능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권리는 전국민이 피를 흘린 댓가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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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브랜드가 다른 모든 브랜드와 비슷해 보인다면 우리는 이미 다른 99퍼센트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강력한 인상을 전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그저 그런 미-투 기업이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요가 줄어든다면 미-투 기업은 오로지 가격에만 매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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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작가 이름도 낯설어 책 소개를 우선 찾았다.

이유리 작가가 두 권의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와 《모든 것들의 세계》에 이어 첫 연작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를 안온북스에서 펴냈다. (책 소개에서 발췌함)

작가의 이름보다 <브로콜리 펀치>를 먼저 기억에서 꺼냈고 “아, 그 작가!” 하면서 작가 이름에 되돌이표가 붙은 것처럼 되뇌었다. 이 정도 하였으면 나중에 작가 이름을 먼저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야. ^^;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저자 소개를 기웃거리며 딴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좋은 곳에서 만나요>라는 책을 고르면서도 좋은 곳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첫 번째 소설 <오리배>를 읽으면서 만난 문장 때문에 문득 좋은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곳에 가라. ”

누가 좋은 곳을 안내해 주면 정말 좋을 텐데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 좋은 곳에 가라는 말을 듣고서 소설 속 주인공은 생전에 좋은 일이 있었던 때의 강한 느낌을 따라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서 한 장소에 도착한다. 그곳은 오리배 선착장. 주인공이 태어나기 전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데이트 장소였고 가족 구성원한테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가족 모임을 가진 장소이기도 하고 가족을 배신하기 전 아버지의 헌신적인 모습이 남겨진 장소이기도 하였다. 좋은 추억 때문에 오리배 선착장에 붙박여 존재하는 목적은 남은 가족을 한번 더 보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가족이 망자의 소원을 알 턱이 있나. 혼자서 속절없이 애를 태운다.

“”“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

밑줄을 그으면서 한번 더 읽어 보았지만 후반부가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내가 이해력이 딸리는지 특히 후반부가 내 품에 착 안기지 않았다.

“”“
엷어진다는 것은 천으로 치면 중간 아무 곳에서나 올이 한두 가닥씩 풀려 나가는 일이었고 그 틈새로 생각이나 기억들이 조금씩 새어 나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

망각을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은 점점 엷어져간다. 추억거리도 시간이 흐르면서 시나브로 엷어지다가 희미하게 자국으로 남게 되는 것이지. 열쇠를 손에 쥔 느낌이 들어 앞서 막혔던 문장을 다시 읽었다. 와, 난해한 수학 문제가 칠전팔기 끝에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나는 기뻤다!

이런 게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니겠는가.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소설을 읽다가 잠시 멈춘다. <심야의 질주>로 바뀐 장면과 새로운 등장 인물 때문이다. 참 그랬지, 연작소설집이라고. 책 소개 내용을 몰랐다면 단편소설집이라고 말했을 뻔했다. 연작소설이 무엇인지 자문하였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나… 연작소설을 검색하면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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