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후 전 세계 언론은 매일 전쟁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고,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긴급하게 특파원을 파견해서 현장감 있는 보도를 앞다투기도 하였다.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전쟁은 교착 상태로 향하고 있다. 이제 국내 언론사한테는 단편적인 국제뉴스로 전락되고 말았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한테서 잊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키워드로 삼고 최신 신간을 정리해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부>는 2021년 전쟁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부터 전쟁이 발발하고 전개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인 고이즈미 유는 일본 내 대표적인 러시아 군사·안보 전문가로 손꼽힌다고.

메데아 벤저민과 니컬러스 데이비스가 지은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저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고 있는 전쟁을 이분법적인 방식이 아닌 평화와 종전을 위한 관점에서 전쟁의 기원과 배경, 현재 상황을 전달한다.
원서 제목은 War in Ukraine: Making Sense of a Senseless Conflict . 원서는 2022년 11월에 출간되었다. 한국어 판에는 저자들이 원서 출간 후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된 상황을 더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제목의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는 우크라이나 태생 12 세 소녀인 예바 스칼레츠카의 일기.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히르키우를 떠나 헝가리를 거쳐 아일랜드까지 피난길에서 경험한 전쟁의 비극과 일상의 혼란을 담았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 역시 지난 2월에 출간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를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받아들여서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지난 2월에 출간된 책 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렇게 봐야 한다>가 있다. 러시아에서 외교관으로 11년간 근무한 러시아 전문가 박병환 유라시아전력연구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언론에 기고한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이러하다.
*편향된 시각을 버리라
*국익을 우선시하라
*지정학적 조건을 유리하게 활용하라
*균형 외교와 세계 평화를 추구하라

작년 6월에 출간된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태평양 전쟁 시리즈를 저술한 권주혁 박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 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기원을 다룬 책도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를 지은 구자정 박사는 근현대 유럽사 전공자로 미국과 러시아에서 관련 조사를 해왔고, 국내 몇 안 되는 우크라이나 관련 연구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정치 지형을 바꾸어 놓을 만큼 파장이 큰 탓에 정치인들, 많은 학자들, 유명인들이 저마다 의견과 해법을 내놓고 있다.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세계의 석학들, 우크라이나를 말하다 - 촘스키 편>이 작년 9월에 나왔고, <세계의 석학들, 우크라이나를 말하다 - 키신저 편>이 올해 9월에 나왔다. 저자인 김선영은 러시아 문학 박사로 2002년 민간 차원의 러시아교육문화센터 뿌쉬낀하우스를 설립하여 러시아어 교육, 러시아 문화 확산, 러시아 교육 및 문학 서적 출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국가 훈장인 ‘푸쉬킨 메달’을 수훈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을 때 문득 불편한 진실 하나를 떠올렸었다. 아버지는 러시아인,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 아니면 그 반대인 가족이 있지 않을까.
현실에서 그런 가족이 분명 있으리라 싶었다. <루스터 하우스> 저자가 바로 그런 가족 중 하나였다. (투비컨티뉴드 노트를 따로 작성하였다. )

우크라이나 국민은 포화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상을 보내며 침공에 맞서고 있다.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은 안드레이 클류치코 등 6인의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북부 히르키우주에 거주하는 안드레이 클류치코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3월 초부터 방탄조끼와 헬멧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80∼100건 배달했다. 한 친구는 음식 배달 후 돌아오는 길에 폭탄 파편을 머리에 맞아 사망했다고. 그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서로를 돕는 것을 보았다. 위험하다고 해서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다. 그는 2019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제6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코미디언 출신’이어서 전쟁이 터지면 도망치듯 망명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망명 대신 ‘셀카 생중계’로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수많은 연설을 하면서 러시아 침공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전시 지도자로 부상했다. 2022년 미국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신’을 선정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전 연설문 중 19편을 엄선한 책이다. 자신이 직접 연설문을 고르고 책의 서문을 썼다고 한다.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우리가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관해 지치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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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번 버스의 기적>, 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기적’이라고 하니까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표지를 넘겨 보았다.

첫 장면은 1962년 4월. 클래펌 커먼 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서 있는 한 여자가 버스에 타고 있는 남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자는 88번 버스에 탔고 남자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다가 남자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는다. 여자가 눈을 감고 있은 채 꼼짝 않고 있고 남자는 여자 몰래 흘끔흘끔 훔쳐본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은 이내 들키고 만다. 그러면서 둘의 대화가 시작된다.

배우가 되기를 소원하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고 있는 남자. 화가를 평생 직업으로 여기는 여자는 화가를 반대하는 집을 뛰쳐나온 미대생. 남자는 친구가 추천한 책을 손에 들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읽고 있는 책인데도 저자 이름을 제대로 대지 못한다. (나도 작가의 이름을 모르고 있음을 깨닫고 확인해 보았다. )

여자는 버스 안에서 즉석 스케치를 즐긴다. 처음 만난 남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남자는 자신을 그려준 데 보답하고자 읽고 있는 책을 즉석에서 선물한다. 저자의 이름이 낯선 책에 흥미를 잃었다면서. 그리고 주말에 내셔널 갤러리에서 데이트 하자고 용기를 낸다.

“”“
버스가 화이트홀에 닿자 트래펄가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심으로 미술을 배워보고 싶으면 시작하기 제일 좋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버스가 넬슨 기념탑 앞에서 좌회전할 때 여자가 말했다.
˝트래펄가 광장요?˝
˝아니, 내셔널 갤러리요.˝
”“”

6월부터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나도 가보고 싶지만 때를 맞추지 못했다.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은데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말 시간대의 입장권이 매주 매진이었다. 입장권을 구입하기가 어려우니 초반에 생겼던 관심이 점차 시들해지다가 이래저래 밀리고 어느덧 잊고 말았다.

지난 주말에 아내는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갔다. 남쪽 지역에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몇년만의 모임을 가지면서 한 친구가 문화생활이 고프다는 말에 미술관을 구경하기로 일정을 잡았다며 마침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이어서 너무 좋다고 했었다. 지난 달에도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이번 주말에도 매진이라고. 그런데 한번 본 걸 또 볼 필요는 없단다. 안타깝다, 그래도 웃음을 지었다.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을 보고 싶지만 아내와 동행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그렇지, 이게 현실이지!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 특별한 날이 되는 마법처럼 도르르… 다시 소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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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화이트홀에 닿자 트래펄가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심으로 미술을 배워보고 싶으면 시작하기 제일 좋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버스가 넬슨 기념탑 앞에서 좌회전할 때 여자가 말했다.
"트래펄가 광장요?"
"아니, 내셔널 갤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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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아 골랐다. 역시 쇼펜하우어! 이래야지 그답지. 오랜 만에 쇼펜하우어를 만나볼까 싶었다.

첫 장 첫 문장을 읽는 순간부터 압도 당했다!
그리고 계속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머리가 텅 비워지는 느낌 때문에 한참 멍하니 있다가 밑줄을 그었다. 아, 다음 쪽을 넘겨야 하는데…

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의 문제고, 내가 존재한다는 건 오직 나만의 문제다. 나는 이 세상에 있고 싶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쓸데없는 말로 그것이 나의 존재라고 설득당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죽고 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를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낡은 계략에 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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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29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표지가 매우 가벼운 느낌이라, 쇼펜하우어...하면 드는 묵직한 느낌과 또 다른 맛으로 어울리네요^ ^

오거서 2023-08-29 11:53   좋아요 0 | URL
그런 느낌은 포장에 불과하다고 쇼펜하우어가 말합니다. 다음 장에서요 ^^;
 

8월 3주 신간 목록에서, 과학 분야 첫 줄에 있는 책은 바로…

<플라잉>. 임재한 지음. 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비행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그 과학적 원리를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KAIST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였고 항공기 관제시스템 연구로 2019년에 항공우주논문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항공우주 엔지니어.

책 제목은 영어 Flying을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인데 -ing 부가된 형태여서 동명사인지 명사인지 궁금해졌다. 나의 짧은 영어지식으로 단번에 판정하기 어려웠다. 명사라면 영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단어를 찾아 보았다.

뉴에이스 영한 사전에도 네이버 어학사전(옥스퍼드 영한사전)에도 Flying이 있다.

발음 기호는 [ˈflaɪɪŋ] (발음기호 i가 두 개다). 발음기호를 따르면 [플라이잉] 이다. 그렇다면 ‘플라잉’은 우리말의 외국어 표기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표기법 문서를 찾다가 발길을 되돌렸다.

영어 단어를 사전에서 찾다가 다른 표제어를 보았다.

카지노 용어: 플라잉
포커 게임에서 ‘풀 하우스(full house)’ 안에 같은 등급의 세 장의 카드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는 어느 등급의 3장 카드와 다른 등급의 2장 카드를 가진 핸드를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플라잉으로 시작하는 표제어들이 상당수 있다. 플라잉 킥, 플라잉 링, 플라잉 점프, 플라잉 스타트, 플라잉 메어, 플라잉 폴 등등. 거의 스포츠 관련 용어들이다. 예상 밖의 일이라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사전을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특히, 플라잉 스타트(flying start)와 같은 말이 플라잉이다.

체육: 플라잉
육상이나 수영 경기에서, 출발 신호가 나기 전에 스타트하여 범하는 반칙. 육상 경기에서는 2회, 수영 경기에서는 3회를 범하면 실격이 된다.

영어 Flying을 번역하는 우리말은 비행(飛行). 동음이의어로, 다른 비행도 있다.

비행(卑行) 「명사」 도덕에 어긋나는 너절하고 더러운 행위.
비행(非行) 「명사」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


온라인 사전을 사용하는 중에 오타 때문에 비헹… 덤으로 신조어를 하나 알게 되었다. 비헹분섞(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기). 재활용 위한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이라고 한다. 즉, 내용물을 비운다, 이물질을 헹군다, 다른 재질을 제거하여 분리한다, 재질별 종류별 섞지 않는다는 것이다. 뜻밖에도, 비행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그만!)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면서 좌석별로 가격이 다른 이유가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 책에서 과학적 원리를 곁들여서 알려준다. 연료를 최대한 아끼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비행기의 중앙부부터 승객을 배치해야 한다. 승객이 원하는 좌석을 고르면 이상적인 무게중심이 깨진다. 좌석의 차등요금은 안정적인 비행을 보장한다.

재미있는 내용으로, 비행기의 코가 뾰족하지 않고 둥근 이유는 공기가 의외로 끈적끈적하기 때문이다. 점성이 있는 공기는 달리는 물체의 표면에 달라붙는데 코를 뾰족하게 만들면 표면적이 넓어져 더 많은 공기가 붙는다. 공기 저항을 줄이려면 오히려 적당히 둥근 모양이 낫다.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궁금한가. 이제 책을 펼쳐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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