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콘느(Chaconne)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기악곡으로 변주곡 형식이다.
신대륙을 발견하고나서, 16 세기 후반 남아메리카에서 전해져 17 세기 스페인에서 유행한 느린 템포의 3/4 박자 무곡에서 비롯되었다. 춤과 함께,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프랑스에 전해졌고, 17 세기 후반에 기악곡으로 발전했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이 작곡한 샤콘느 곡이 다수 남아 있지만, 그 중에서 비탈리와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가 가장 많이 연주된다.
토마소 비탈리(Tommaso Antonio Vitali, 1655~1745)는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바이올린과 통주 저음을 위한 샤콘느 g 단조를 작곡하였다. 바로 비탈리의 샤콘느라 불리는 곡이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드 다비드(Ferdinand David)가 1867 년에 출판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연주곡집에 수록함으로써 곡이 소개되었고,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가 오르간 반주로 편곡하여 연주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곡을 들어 보면 바로크 시대 다른 곡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른 데다, 오히려 낭만 시대 서정적인 느낌이 풍부하기 때문에 비탈리 곡이 아니라는 설도 있지만, 비탈리의 곡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다.
후대 음악가들에 의해 바이올린 독주에 오르간, 피아노, 관현악이 반주하도록 편곡되어 자주 연주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가 작곡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파르티타 제 2 번 d 단조 BWV 1004 제 5 악장이 샤콘느이다. 바이올린 한 대로 여러 성부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마치 바이올린이 두서너 대인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연주가 어려운 곡이라고 한다.
바흐 샤콘느를 후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부조니(Ferruccio Busoni, 1866~1924)가 양손을 사용하는 피아노 곡으로 편곡하여 피아노로도 자주 연주된다. 바흐-부조니 샤콘느라고 불린다.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왼손을 위한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하였다. 브람스가 바이얼린 원곡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편곡한 반면, 부조니는 피아노의 특성을 살리는 편곡을 택했다.
바흐 샤콘느는 ˝영원으로 끝없는 비상˝이라는 별명이 있다. 바흐 곡이 남성적인 느낌이라면, 비탈리 곡은 여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샤콘느를 종종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화성적인 진행을 중시하는 바흐 곡은 아폴론의 지적인 이미지에, 선율 위주인 비탈리 곡은 디오니소스의 감성적인 이미지에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비탈리 샤콘느를 ˝지상에서 제일 슬픈 곡˝이라고도 한다.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바이올린의 단조 선율이 그저 슬프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작곡 당시의 분위기나 연주 기법에서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어야 하겠다. 분명히 현대와 다른 삶의 속도로 살았고, 세상이 보다 여유롭게 돌아갔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