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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6
존 밀턴 지음, 이창배 옮김 / 범우사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영문학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서사시 실낙원은 창세기 3장의 내용을 노래한 존 밀턴의 반영감된 작품이다.
이 시의 주제는 제1편 첫머리에서 작가 스스로 잘 요약해 주고 있다. '인간이 태초에 하나님을 거역하고 금단의 나무 열매 맛보아 그 치명적인 맛 때문에 죽음과 온갖 재앙이 세상에 들어와 에덴을 잃었더니 한층 위대하신 분이 우리를 구원하여 낙원을 회복하게 되었나니 노래하라 천상의 뮤즈여..'
이 주제 속에는 두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인간이 하나님을 거역함으로써 타락한다는 사실과 또 하나는 위대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의 신앙이다.
이 시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장부터 8장까지는 아담이 타락하기 까지의 선과 악의 싸움을, 9장부터 12장까지는 아담과 이브의 타락과 낙원을 잃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밀턴은 실낙원의 주제를 극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해 이야기의 초점을 지옥과 천국, 에덴동산과 인류의 타락에 집중시킨다.
밀턴은 아담과 이브의 타락의 원인을 인간에게 부여된 자유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비록 청교도이지만 후대에 알미니안주의(요한 웨슬리)로 불리워지는 사상을 지녔던 밀턴의 신앙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단의 유혹앞에 굴복하는 인간의 무력한 모습을 부각시키며 이성의 기능을 강조하는 듯이 보인다.
또한 아담이 이브에 대한 연민 때문에 의리있게 같이 타락하는 것으로 묘사된 장면은 실제 성경속에는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 이것은 다분히 여성을 격하시키는 밀턴의 여성관으로 보여진다. 곧 이브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함으로써 하나님께 대적했지만, 남자인 아담은 단지 여성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죄를 범했으니 그 책임에 있어서 가볍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들이 죄를 범한 후에 하나님을 피하며 서로 갈등하며, 쓸쓸히 낙원에서 쫓겨 나가는 모습에서 죄의 가공할 만한 세력과 죄범한 영혼의 비참함을 느낄 수 있다.
'문학가의 사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바르게 설명하는 것이다'라는 안톤 체홉의 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작품 속에는 그러한 설명이 탁월하게 들어있으며, 낙원에서 추방되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여운을 남기는 것이 문학의 위대한 기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작가 밀턴은 시의 첫부분과 마지막에서 해답까지 제공해준다. 그 해답은 곧 예수 그리스도이다. 죄범한 인간을 향한 구세주의 말씀을 잃어버린 낙원 그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눅23:43)
실낙원에서 밀턴의 목소리는 아이러니칼하게도 다시찾은 낙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