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즐거움 -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 개정판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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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을 통해 저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마흔 여덟 살이던 2007년에 쓴 <나이듦의 즐거움>7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은 저자와 엇비슷하게 중년의 길로 들어서는 나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이 드는 것이 과연 즐거운 일일까.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육체적으로도 건강이 유지된다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자는 나이듦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제 나이에 맞게, 결에 따라 사는 것의 즐거움이라고 정의define함으로써 나의 속 좁은 생각을 바로잡아 줍니다.

 

인문학이라는 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의 근본을 파고들어 결국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을 주는 컴퍼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거라면, 이 시대 대표적인 인문학자가 생각하는 중년과 인생 이야기에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사실 장수라는 것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한편으론 축복일 수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주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건강하게 별 걱정 없이 장수를 누릴 수 있다면 당연히 축복이고 기쁨이겠지요. 하지만 병들고 아프고 노후에 대한 재정적 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장수는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갑자기 찾아온 노안,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을 갑자기 먼저 떠나보내는 상실의 아픔, 어린 혹은 젊은 시절에 대한 소박한 추억과 미련에 대해 다시 꿈꾸고 계획하는 일, 내려놓기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세월 속에서 터득한 지혜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특히 아버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차갑기만 했던 지성은 따뜻해지고, 무리기만 했던 감성은 단단해지며, 한쪽으로 쏠렸던 영성은 조화와 균형을 갖추게 되는 것이 나이 들어가며 누리는 행복이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젊은 날 학자로서의 날카로웠던 이성을 조금씩 누그러뜨리는 저자의 따뜻한 감성은 책의 곳곳에서 은은하게 드러납니다.

 

암 투병 중인 아내의 머리를 염색해주고, 아들과 요리하면서 아일랜드 부엌을 꿈꾸는 소박한 중년 사내의 모습에서부터 첫 눈이 내리면 언제나 샹송 Le Premier Pas(첫 발자국)를 클로드 챠리Claude Ciari의 기타 연주로 감상하면서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 같은 감성으로 종묘를 찾아 깊은 숲 고즈넉한 산사에라도 와 있는 듯 홀로 걷는 성찬(盛饌)을 누릴 줄 알고, 힘겹고 버거운 삶 속에서도 소박한 위로를 받기 위해 전남 영광의 불갑사까지 꽃무릇을 보러 달려가는, 우표와 미술품, 음악과 책을 사랑하고 수집하며, 죽어서는 수목장을 희망하며 나무처럼 살고 싶어 하는, 그러면서도 10년이 넘도록 매년 설날 아침에는 유서를 새로 고쳐 쓰며 투철하게 삶을 살아가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몽골 초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싶어 하고, 동네 노천탕에서 날 것으로서의 야성의 비상을 꿈꾸며,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실험정신, 즉 삶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이해와 관심을 가진 진정한 Renaissance Man이 되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을 마주하고 새롭게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아무리 늦어도 자신의 화해되지 않은 과거는 벗어던지고 살아야 하듯이, 애써 거슬러 살 것이 아니라 결대로 살 작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힘들고 버거운 삶 속에서 좌절과 절망을 맛보는 일이 많지만, 그 때가 바로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라는 걸 새삼 새길 때라는 저자의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불필요한 더께 걷어낼 줄 알고 욕심 덜어낼 줄 아는 지혜도 배웠으니 좀 더 너그러워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기꺼이 즐기고 누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과 화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고맙고 행복할 것입니다.

 

저자가 이처럼 즐겁게 변해가는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 것입니다. 기본은 가장 가까운 영혼의 벗인 책을 늘 가까이 두고 예술을 사랑하는 삶의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저자의 깊이와 넓이를 따라가려면 한참이지만, 나의 삶 속에서도 조금은 따라 할 수 있는, 따르고 싶은 지향이기도 하므로 뜻은 높게, 생각은 깊게, 영혼은 맑게, 삶은 소박하게라는 저자의 다짐을 높은 뜻, 깊은 생각, 맑은 영혼, 소박한 삶이라는 내 삶의 테마로 삼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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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 불의 이용부터 나노 테크놀로지까지 인류 과학의 역사를 한눈에!, 개정판 하룻밤 시리즈
하시모토 히로시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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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과학사

 

인류의 역사는 과학 기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 역사는 정치사, 외교사, 경제사, 사상사, 철학사 등 인위적으로 좁은 틀에 가두어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인류의 삶의 흔적 속에서 물론 특정 분야에 집중하여 바라보는 것은 그 분야 전문가들의 몫이겠지만, 일반대중의 삶은 그야말로 그 모든 것의 혼합이자 통합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역사를 조망함에 있어 특정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편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첨단 문명은 과학의 뒷받침이 없이는 지탱될 수가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과학기술이 발전할 때 대체로 그 나라도 부강했고, 문화도 융성했던 것 같다. 그런 시류에 따라 과학자나 기술자가 우대받거나 천대받거나 하는 일도 당연했다. 기술보국이니 과학강국이니 하는 말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가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사적으로 추구해야 할 국가전략이 되어야 하는 이치라고 하겠다. 그만큼 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그에 따라 과학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 과학사]는 그런 의미에서 인류가 추구해 온 선사시대 불의 이용에서부터 현대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까지 과학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개관하는 역작임이 분명하다. 저자인 하시모토 히로시(橋本浩)의 이력이 독특하다. 저자 소개를 보니 경제학을 공부하다 의학으로 전향하여 의사생활을 하다가 현행 일본의 의료 제도에 의문을 갖고 일본 소아학회인정의 자격을 스스로 반환한 자칭 괴짜의사라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그가 왜 전공인 의학사도 아닌 세계의 과학사를 집필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역사에 관해 비전문가가 쓴 역사책을 과연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솔직히 들었다.

 

그러나 책의 서문에서 이런 류의 개관서가 필요함에 대해, 그리고 내용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각 시대별로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음을 보고 무척 놀랐다. 어쩌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일반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프로 못지않은 진정한 아마추어는 바로 그런 니즈를 간파할 만큼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전문가라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미처 그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전체 인류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과학의 역사 개관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과학과 사상과의 관련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진정한 역사적 변화의 의미와 그 이면까지, 각각의 사건을 연관시키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했다. 물론 세세한 내용까지는 다루지 못한 점이 있지만, 그건 이 책을 통해 독자가 기대할 목적이 못된다. 솔직히 하룻밤에 인류의 과학사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 자체가 소위 !’아닐까.

 

그렇지만 총 10장으로 구성된 세부 목차를 보면 초기과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의 나노기술, 대체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일반적인 세계사 책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또한 서양뿐만 아니라 이슬람과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을 아울러 전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과학(좀 더 좁은 의미에서 수학과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의학 등)의 역사를 풀어가고 있다.

 

이 책에는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으면서, 각 분야별 과학사에서 등장해야 할 중요한 핵심내용이 빠짐없이 들어 있다고 저자는 감히 말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과학과 과학자들이 차지했던 위치를 보면서 과학사를 개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과학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장의 표지에 있는 역사 연표는 물론 매 꼭지마다 들어 있는 풍부한 도표와 그림은 해당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무척 요긴하다. 또한 과학사라면 왠지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도록 책의 중간 중간에 끼워 넣은 과학사 관련 칼럼과 짧은 역사 메모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세계의 역사 속에서 과학의 역사를 개관하다보니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과학 아닌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또한 과학의 진보는 인류의 구원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파괴자가 되기도 하는 양면성 - 이는 결국 과학자의 연구윤리 문제와 직결된다 - 때문에 과학자뿐만 아니라 당대의 정치가나 일반대중들에게까지 커다란 과제를 던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문교양을 함양하고 싶은 일반 독자는 물론 과학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갖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권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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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 나를 위한 용서 그 아름다운 용서의 기술
프레드 러스킨 지음, 장현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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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살아가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여 울화가 치밀고 분노하게 되는 일은 부지기수로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이란 게 깊은 산 속에 홀로 은둔해 지내지 않는 이상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계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처럼, 혹은 제발 그런 일이 자기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마치 그런 기대와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필이면 내게 꼭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제 크던 작던 마음에 상처를 받고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채 가슴 속에 꼭꼭 담아두게 마련이고, 살아가는 내내 해소되지 못한 과거의 내적 울화와 분노는 되레 자기 인생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물론 언제나 내가 바라는 대로 인생이 술술 풀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행운을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기나 부도, 실연과 이별, 실직이나 해고, 사고나 질병, 심지어 전쟁이나 테러조차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건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일들이 자기한테만은 결코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으며, 또한 모든 사람들이 그런 고통의 기억과 상처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거나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은 넘어진 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나 비록 힘을 들어도 자신의 가던 길을 걸어가지 않던가.

 

용서학의 대가 프레드 러스킨 박사의 [용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상처로 인한 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밝은 빛을 선사해준다.

 

용서는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감정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또한 실제로 용서하는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감정에 대한 기술과 마찬가지로 용서는 책임과 노력이 수반된다. 용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여러 단계를 거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울화는 3단계를 거쳐 생긴다고 한다.

1단계는 '상처나 비난을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론 상처는 개인적이기도 하며 비개인적이기도 한데, 울화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기와 같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보편성보다는 유독 자기에게만 생긴 지극히 개인적인 나쁜 일이라고 규정해버리기 때문에 울화로 발전하게 된다.

2단계는 '탓 돌리기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인 상처로 인해 쌓인 울화, 즉 자기 기분에 대한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오로지 상대방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단계다. 이런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까지 아파오기 시작한다.

3단계는 '원망 넋두리를 만들어내는' 단계이다. 자신의 관점으로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탓으로 돌린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화풀이하고 비난과 험담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는 단계다. 이것이야말로 울화가 고통의 악순환으로 치달은 것으로 과거의 상처가 현재와 미래의 삶을 갉아먹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모와 수준에서의 실험과 '북아일랜드 HOPE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얻어진 긍정적인 결과를 토대로 용서가 우리 삶을 보다 평화롭게 해주며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비록 저자가 책 속에서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심리학계에서 떠오르는 자아초월심리학 또는 통합심리학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서양의 현실치료 심리학적 연구방법(선택이론)과 동양의 불교사상(명상법)을 자연스럽게 통합한 것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틱 낫한 스님의 <>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 -- 우리의 마음은 밭이다. 그 안에는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이 있는가 하면,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라.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 상대방이 가진 나쁜 씨앗보다는 좋은 씨앗을 보라. 속이 시원하려면 반드시 화해해야 한다. 남을 용서하는 것도 화풀이의 한 방법이다. 등등--과도 비슷한 점들이 더러 있었다. 대가들은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로 통하는 법인가 보다.

 

용서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저자는 6가지 기법들을 제시한다. 이런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울화를 버리고 새로운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

1. 지금까지의 대응 방법 검토하기

2. 내 감정에 책임지기

3. 긍정적 채널에 스위치 맞추기

4. 감사 호흡하기

5. 마음 집중 훈련하기

6. PERT 연습하기

 

저자가 제시하는 용서하기 위한 6단계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당신의 느낌(모욕감, 분노, 소외감, 우울함, 실의 등)을 당신이 느끼고 있음을 인식한다.

2. 실현 불가능한 규칙을 가능하게 하려고 무리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임을 상기한다.

3. 실현 불가능한 규칙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다.

4. '나는 과거의 어떤 기억이 달라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실현 불가능한 규칙을 찾아낸다.

5.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데에서 원하는 것을 소망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

6. 일이 바라는 대로 소망할 때 생각이 명쾌해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것을 늘 기억한다.

 

특히 PERT(Positive Emotion refocusing Technique)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울화를 가라앉히고 문제의 본질과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강력한 기법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천천히 두 번 반복하면서 신경을 배 쪽으로 집중한다. 들이쉴 때는 공기가 배를 부드럽게 부풀리게 하고 내쉴 때는 조심스럽게 공기를 뺌으로써 배가 부드럽게 이완되도록 한다.

2. 숨을 깊이, 충분히 쉬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당신에게 경외심과 경탄을 자아내게 한 경치를 마음속에 그려본다. 심장 부근에 긍정적 느낌이 모여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지는 사람이 많다.

3. 부드럽게 숨쉬기는 전 과정에 계속한다.

4. PERT 연습을 통해 긴장이 풀어지고 평화로워진 마음에게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본다.

 

용서의 기본 기술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실현 불가능한 규칙 대신 소망과 희망 품기

2. 본래의 좋은 취지 기억하기

 

이제 앞서의 기본 기술을 제대로 연습하고 익혔다면 고급 단계 완전히 용서하기 기술인 HEAL 연습법을 실행할 차례다.

HEAL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H(Hope) - 희망문 작성하기

2. E(Education) - 교육문 작성하기 - 희망문과 교육문을 결합한다.

3. A(Affirmation) - 긍정문 작성하기

4. L(Long-Term Commitment) - 장기적 다짐문 작성하기

 

저자가 제시하는 용서의 9가지 아홉 단계를 거치면 용서근육이 단련되어 내면의 힘이 느껴질 것이다.

1. 그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하나하나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가 다 갖추어지면, 믿을만한 친지에게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

2.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하겠다고 결심한다.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일 뿐, 그 밖의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나의 이런 결심을 다른 사람이 알 필요도 없다.

3.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한다. 용서한다고 해서 나를 상처 입힌 그 사람과 반드시 화해할 필요는 없다. 그의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는 그저 나의 평화만 추구하면 된다. 용서란 단지 "어떤 일을 개인적으로만 받아들이기를 그치고 현재 나의 아픔을 그 일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서 원망 넋두리를 희망에 찬 긍정적 이야기로 바꿀 때 우리 마음에 차오르는 평화로운 느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4. 사건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고통의 1차적 원인은 2분전 - 경우에 따라서는 2년전 -에 내가 당한 공격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 있는 마음 상한 감정, 생각 그리고 육체적 불편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5. 고통스러운 기억이 살아나거나 고통이 느껴질 때, 바로 PERT를 실시하여 신체의 '반격이냐 도주냐' 반응을 누그러뜨리도록 한다.

6. 인생이나 다른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일을 나에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나의 건강이나, 나 또는 남의 행동 양식에 관해 내가 갖고 있는 실현 불가능한 규칙들을 알아내도록 한다. 건강과 사랑, 우정, 인간적 성숙을 희망하고 그 실현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없으면서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만을 요구한다면 고통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7. 상처받은 경험만 끊임없이 생각하는 대신, 긍정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데 온힘을 집중한다. , 좋은 취지를 발견해야 한다는 말이다. 머릿속에서 상처 필름만 계속 돌아가게 하는 대신, 원하는 것을 얻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8. 나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상처에 대한 가장 멋진 복수임을 잊지 말자. 아픈 감정에 골몰함으로써 내게 상처 입힌 사람만 점점 막강하게 만드는 대신, 가까이에 존재하는 사랑, 아름다움, 친절, 감사 같은 것에 눈을 돌릴 일이다.

9. 원망 넋두리를 새로 쓴다. 용서라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영웅으로서 내가 등장하는, 그야말로 활기찬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기대에 어긋나거나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울화는 이미 우리의 마음속 공간을 너무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불청객한테 안방을 스스로 내주고서 그 손님에게 불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습관처럼 평소 자주 보는 TV채널에 시선을 고정하듯 그들의 의식이나 생각도 울화 쪽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채널, 즉 행복하고 평화롭고 감사한 사람이나 일들에 대해서는 채널을 돌려볼 수 없게 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체험하는 평화의 느낌과 이해의 느낌이 용서다. 삶은 산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과거의 아픈 기억을 해소할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용서는 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감옥 문의 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준다.“

 

용서란 개인적으로 공격받았다는 느낌에서 해방되는 것이고 자신을 끊임없는 고통의 순환 속에 가두어 놓는 '탓 돌리기'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용서함으로써 얻게 되는 또 다른 이익은 이 체험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용서는 선택이다. 그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는 분명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용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누가 통제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자신 아닌 다른 그 누군가 또는 무엇에게 열쇠를 내주겠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용서란 이미 일어난 나쁜 일이 비록 내 과거는 망가뜨렸을지언정 오늘과 미래는 결코 파괴할 수 없다는 힘찬 자기선언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용서는 거듭나는 삶이다.

용서는 희망이다.

용서는 평화이다.

용서는 나에 대한 사랑이다.

용서는 에너지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온함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제게 허락하소서.

 

한 번에 하루만 살게 하소서.

한 번에 한 순간만 즐기게 하소서.

역경을 평화의 통로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지혜의 기도문중에서

 

이 책에서 단계적으로 제시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용서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면 내면에 쌓여 있는 울화를 지혜롭게 떨쳐내고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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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업가입니까 - 창업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
캐럴 로스 지음, 유정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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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업가입니까>를 읽고 

 

 

창업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원제 : The Entrepreneur Equation(사업가 방정식)

 

이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 기업들의 수만큼 소위 사장님들의 숫자도 많은 것인데, 그나마 창업자의 고작 10%만이 성공을 거둔다고 하니 비즈니스의 세계는 정말 냉엄한 생존경쟁의 현실 무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의 나라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또 그 중 90%가 흔적도 없이 스러져간다. 이런 일은 매일 거의 무한 반복되고 있는데, 사업가는 과연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인가. 그렇든 아니든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렇게도 무모하게 사업가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

 

비즈니스 전략가로서 2011, 2012년 연속 <스몰 비즈니스 트렌드>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Top 100에 선정된 바 있는 캐럴 로스의 첫 책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동안 그녀가 수행해 온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예비창업자 혹은 비즈니스 오너들로 하여금 냉철하게 자기 자신을 분석하고 평가해 볼 수 있는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사업가 방정식이라는 책의 원서 제목부터가 뭔가 의심심장하다. 저자가 말하는 사업가 방정식(the entrepreneur equation)은 자기만의 특별한 사업기회에 내재된 리스크와 보상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개인적 목표, 기회, 상황을 토대로 살펴보는 것으로, 사업의 동기, 사업의 타이밍, 성격적 특성, 사업 기회, 비즈니스 모델에 따르는 보상과 리스크의 정량적, 정성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가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 자신이 안고 있는 리스크와 사업기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상의 크기를 평가해 보라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사업에 수반되는 리스크와 이슈는 당연한 현실이지만 보상은 그저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상의 가능성은 모든 리스크를 가수하고 이슈를 견뎌내는 것이 의미 있을 만큼 충분히 중요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사업 초기에 리스크, 이슈, 보상에 대한평가를 하지 않고(대개 리스크와 상을 평가할 도구 가 없기 때문에) 넘어가곤 한다. 그러나 이 평가는 당신이 사업가가 되어야 하는 평가하기 위한 모든 단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다.” (p. 263)

 

책은 크게 4, 3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요 챕터에는 내용에 맞게 20개의 자기검증 워크시트가 제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직업-사업스펙트럼]이나 [‘직장에 다닐 때사업할 때의 통제력과 자유] 같은 도표와 그림자료, ‘나홀로 브레인스토밍같은 풍부한 자료들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정말 사업가가 될 수 있는 요건(사업의 동기, 사업의 타이밍, 성격적 특성, 사업 기회, 비즈니스 모델, 리스크 등)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중요한 경제발전의 밑바탕이라고는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정부나 산..연의 심도 깊은 정책 논의나 연구가 미진한 편이다. 막연히 불굴의 도전정신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일단 (벤처)사업이라는 것을 벌여놓고 보는 일종의 무모함을 부추기는 식이거나 혁신이라는 큰 틀 속의 하나의 작은 주제 정도로만 취급하는 애매모호한 정책과 도서가 일부 있을 뿐이다. 특히 경영대학원이나 대학에서는 온전하게 하나의 정규과목으로 <기업가정신> 커리큘럼이 편성되어 있는 곳이 매우 드문 게 현실이다.

 

내가 수행하는 주된 업무는 다양한 업종과 다양한 연령층의 중소기업가들과 보증 상담을 하고 사업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지원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설비확장 등 추가 투자를 하거나 운영자금이 더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상담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스타트업 기업, 즉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보 사업가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 보려고 구상 중인 예비창업자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아무래도 전반적인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많은 사업가들은 과거의 관점에서 사업에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아메리칸 드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좇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소위 창업입국의 취지와 더불어 우리 경제가 어느덧 고도의 압축성장기를 지나 이미 안정기 또는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의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에서는 특히 청년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적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한 경제 살리기 정책의 연장선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주고, 어떤 면에서는 또 다른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한심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점은 초보 사업가 또는 예비창업자 중 상당수가 그냥 막연히 사업이나 해볼까하는 마음만 먹고 전화로 문의하거나 사무실로 찾아오는 경우가 정말로 많고, 제대로 된 사업계획도 없이 무작정 사업자등록부터 내고서는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방문하는 고객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일이다. 이럴 때는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상담 결과가 나오기 어렵고, 좀 더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 치밀한 사업계획이 준비되면 그 때 가서 다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좋은 말로 안내지 사실은 반려, 퇴짜!.)

 

물론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고객들과 효율적으로 상담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때로는 나 자신도 고객의 필요와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채 상담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창업스쿨에서도 사실상 이 책의 핵심 테마를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오히려 사업자등록이나 법인등기 등 형식적 요건이나 절차에만 너무 얽매인 채 교육과정이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도 상당수 있는 것 같아 늘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여러 가지 유형의 공통된 상담 사례들을 모아서 나름대로 정리해봐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책을 접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이 책은 예비창업자와 기존 사업가들을 위한 나의 상담 지식과 상담스킬 향상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개의 연습 워크시트, 나홀로 브레인스토밍 등은 따로 정리해서 실제 상담이나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장면에서 매우 유용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오늘날 모든 창업스쿨에서 바로 이런 자기평가 및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가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이 검증된 예비사업가들을 선별해서 도와준다면 비즈니스 성공률이 훨씬 높아지리라 본다.

 

저자는 사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을 절대 참지 못하고 에둘러 말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돌직구를 가차 없이 날린다. 사업은 아무나 하냐고, 보스가 되고 싶어 창업했겠지만, 정작 진짜 보스는 주변의 이해관계자들(고객, 투자자, 직원 등등)이라고, 당신 머릿속의 사업 아이디어의 가치는 거의 없는 것이라고. 대신 누가 그 아이디어를 먼저 실행하여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말이다. 저자의 돌직구에 직면하면서 독자들은 우선 뻘쭘해지고 괜히 기죽게 마련이지만, 저자의 진짜 의도는 결국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준비해서 실패라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어쩌면 저자의 이런 문체는 번역자와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영유감>,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착각하는 CEO> 등의 책으로 내겐 친숙한 저자인 유정식 대표가 번역자라는 사실은 이 책을 선뜻 반갑게 대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기업가정신과 관련하여 경의를 표하며 추천해 준 마이클 거버의 <내 회사 차리는 법 The E-Myth Revisited>의 한국어판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조차 구할 수가 없어서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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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What? - 삶의 의미를 건저 올리는 궁극의 질문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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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건져 올리는 궁극의 질문
<무엇 WHAT?>은 목차에서부터 내용까지 모든 문장이 질문으로 구성된
참으로 독특하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게다가 각 장마다 알듯 모를 듯 독자의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하는

저자의 판화 작품 역시 주제에 상응하는 질문과 함께 들어 있어 독서의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 마크 쿨란스키는
20가지의 질문을 통해서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
우주적 원리, 존재와 삶의 의미, 자연, 종교, 철학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적 확실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세계에서 어떻게 선언적 진술을 할 수 있을까하는
지적 도전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질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흔한 왜 WHY?가 있지 않은가.
그 다음으로 어떻게 HOW, 누가 WHO, 언제 WHEN, 어디 WHERE도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바로 무엇 WHAT이 아닌가라고 질문한다.

 

"어떤 질문이 맨 처음에 오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떤 질문이 맨 나중에 오는지, 즉 궁극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는 말은 과연 맞는 말일까? 만일 '누구'를 따지는 사람들이 험담하는 사람들이고, '왜'를 따지는 사람들이 조급한 사람들이고, '어디'를 따지는 사람들이 길을 잃은 사람들이고, '어떻게'를 따지는 사람들이 실용주의자들이라면 '무엇'을 따지는사람들은 사물의 핵심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들인 걸까?
<중략>
보통은 '무엇'이 '왜'보다 우위에 서지 않는가?
지적 추구의 핵심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바로 '무엇'일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이 문단의 첫 번째 문장은 질문이 아닌 진술로 읽혀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왜'가 과학의 근본 질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에서 '왜'라는 것은 단지 과학의 진정한 목표인 '무엇'에 대한 답변으로 나아가는 가설에 불과하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역사는 외관상 '언제'에 관한 내용인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엇'에 관한 내용이 아닌가?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의 말마따나 "과거에 관한 이야기에서 환원 불가능한 핵심"에 관한 질문이 곧 "무엇의(무슨) 순서로 무엇이 일어났는가?"라는 것이라면 이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알고 싶다는 의미가 아닐까?" (pp. 58~59)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저자의 의도대로 질문에 독자가 답을 하나씩 생각하며 긴 호흡으로 읽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커다란 인내를 요하는, 지난한 읽기 작업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물음표)들을 모두 선언적 진술(평서문)로 뒤바꿔 읽어보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앞의 방법으로 시도해 보았는데, 독서의 진도?가 너무 안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궁극적 질문에 대해서야

이미 인류 역사 이래 동서고금의 수많은 불세출의 사상가들조차 답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내가 무슨 재주로 한 순간에 턱 하니 답을 내놓을 수 있으랴. 

후자의 방법으로 읽으면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하다. 단 몇 시간만에도 다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대신 저자가 정중하게 초대한 호기심 여행자 명단에서는 아마 제외될 듯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의 질문들은 서로 연결되면서 저자가 던지는 단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란 바로 질문 즉, 호기심을 잃지 않고 이 세상에 대해 좀 더 애정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질문들을 하나씩 자신에게 해보자.

잊혀졌던 기억들을 되살려내고 세상 온갖 것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새싹 움트는 새 봄처럼 새로운 인생,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의 가장 위대한 힘은 바로 질문을 해야 우리가 찾는 답이 나온다는 것이며,

훌륭한 질문은 우리를 근사한 곳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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