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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 나를 위한 용서 그 아름다운 용서의 기술
프레드 러스킨 지음, 장현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살아가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여 울화가 치밀고 분노하게 되는 일은 부지기수로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이란 게 깊은 산 속에 홀로 은둔해 지내지 않는 이상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계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처럼, 혹은 제발 그런 일이 자기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마치 그런 기대와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필이면 내게 꼭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제 크던 작던 마음에 상처를 받고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채 가슴 속에 꼭꼭 담아두게 마련이고, 살아가는 내내 해소되지 못한 과거의 내적 울화와 분노는 되레 자기 인생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물론 언제나 내가 바라는 대로 인생이 술술 풀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행운을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기나 부도, 실연과 이별, 실직이나 해고, 사고나 질병, 심지어 전쟁이나 테러조차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건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일들이 자기한테만은 결코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으며, 또한 모든 사람들이 그런 고통의 기억과 상처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거나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은 넘어진 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나 비록 힘을 들어도 자신의 가던 길을 걸어가지 않던가.
용서학의 대가 프레드 러스킨 박사의 [용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상처로 인한 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밝은 빛을 선사해준다.
용서는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감정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또한 실제로 용서하는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감정에 대한 기술과 마찬가지로 용서는 책임과 노력이 수반된다. 용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여러 단계를 거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울화는 3단계를 거쳐 생긴다고 한다.
1단계는 '상처나 비난을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론 상처는 개인적이기도 하며 비개인적이기도 한데, 울화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기와 같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보편성보다는 유독 자기에게만 생긴 지극히 개인적인 나쁜 일이라고 규정해버리기 때문에 울화로 발전하게 된다.
2단계는 '탓 돌리기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인 상처로 인해 쌓인 울화, 즉 자기 기분에 대한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오로지 상대방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단계다. 이런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까지 아파오기 시작한다.
3단계는 '원망 넋두리를 만들어내는' 단계이다. 자신의 관점으로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탓으로 돌린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화풀이하고 비난과 험담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는 단계다. 이것이야말로 울화가 고통의 악순환으로 치달은 것으로 과거의 상처가 현재와 미래의 삶을 갉아먹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모와 수준에서의 실험과 '북아일랜드 HOPE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얻어진 긍정적인 결과를 토대로 용서가 우리 삶을 보다 평화롭게 해주며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비록 저자가 책 속에서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심리학계에서 떠오르는 자아초월심리학 또는 통합심리학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서양의 현실치료 심리학적 연구방법(선택이론)과 동양의 불교사상(명상법)을 자연스럽게 통합한 것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틱 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 -- 우리의 마음은 밭이다. 그 안에는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이 있는가 하면,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라.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 상대방이 가진 나쁜 씨앗보다는 좋은 씨앗을 보라. 속이 시원하려면 반드시 화해해야 한다. 남을 용서하는 것도 화풀이의 한 방법이다. 등등--과도 비슷한 점들이 더러 있었다. 대가들은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로 통하는 법인가 보다.
용서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저자는 6가지 기법들을 제시한다. 이런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울화를 버리고 새로운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
1. 지금까지의 대응 방법 검토하기
2. 내 감정에 책임지기
3. 긍정적 채널에 스위치 맞추기
4. 감사 호흡하기
5. 마음 집중 훈련하기
6. PERT 연습하기
저자가 제시하는 용서하기 위한 6단계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당신의 느낌(모욕감, 분노, 소외감, 우울함, 실의 등)을 당신이 느끼고 있음을 인식한다.
2. 실현 불가능한 규칙을 가능하게 하려고 무리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임을 상기한다.
3. 실현 불가능한 규칙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다.
4. '나는 과거의 어떤 기억이 달라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실현 불가능한 규칙을 찾아낸다.
5.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데에서 원하는 것을 소망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
6. 일이 바라는 대로 소망할 때 생각이 명쾌해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것을 늘 기억한다.
특히 PERT(Positive Emotion refocusing Technique)는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울화를 가라앉히고 문제의 본질과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강력한 기법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천천히 두 번 반복하면서 신경을 배 쪽으로 집중한다. 들이쉴 때는 공기가 배를 부드럽게 부풀리게 하고 내쉴 때는 조심스럽게 공기를 뺌으로써 배가 부드럽게 이완되도록 한다.
2. 숨을 깊이, 충분히 쉬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당신에게 경외심과 경탄을 자아내게 한 경치를 마음속에 그려본다. 심장 부근에 긍정적 느낌이 모여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지는 사람이 많다.
3. 부드럽게 숨쉬기는 전 과정에 계속한다.
4. PERT 연습을 통해 긴장이 풀어지고 평화로워진 마음에게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본다.
용서의 기본 기술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실현 불가능한 규칙 대신 소망과 희망 품기
2. 본래의 좋은 취지 기억하기
이제 앞서의 기본 기술을 제대로 연습하고 익혔다면 고급 단계 완전히 용서하기 기술인 HEAL 연습법을 실행할 차례다.
HEAL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H(Hope) - 희망문 작성하기
2. E(Education) - 교육문 작성하기 - 희망문과 교육문을 결합한다.
3. A(Affirmation) - 긍정문 작성하기
4. L(Long-Term Commitment) - 장기적 다짐문 작성하기
저자가 제시하는 용서의 9가지 아홉 단계를 거치면 용서근육이 단련되어 내면의 힘이 느껴질 것이다.
1. 그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하나하나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가 다 갖추어지면, 믿을만한 친지에게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
2.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하겠다고 결심한다.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일 뿐, 그 밖의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나의 이런 결심을 다른 사람이 알 필요도 없다.
3.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한다. 용서한다고 해서 나를 상처 입힌 그 사람과 반드시 화해할 필요는 없다. 그의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는 그저 나의 평화만 추구하면 된다. 용서란 단지 "어떤 일을 개인적으로만 받아들이기를 그치고 현재 나의 아픔을 그 일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서 원망 넋두리를 희망에 찬 긍정적 이야기로 바꿀 때 우리 마음에 차오르는 평화로운 느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4. 사건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고통의 1차적 원인은 2분전 - 경우에 따라서는 2년전 -에 내가 당한 공격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 있는 마음 상한 감정, 생각 그리고 육체적 불편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5. 고통스러운 기억이 살아나거나 고통이 느껴질 때, 바로 PERT를 실시하여 신체의 '반격이냐 도주냐' 반응을 누그러뜨리도록 한다.
6. 인생이나 다른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일을 나에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나의 건강이나, 나 또는 남의 행동 양식에 관해 내가 갖고 있는 실현 불가능한 규칙들을 알아내도록 한다. 건강과 사랑, 우정, 인간적 성숙을 희망하고 그 실현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없으면서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만을 요구한다면 고통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7. 상처받은 경험만 끊임없이 생각하는 대신, 긍정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데 온힘을 집중한다. 곧, 좋은 취지를 발견해야 한다는 말이다. 머릿속에서 상처 필름만 계속 돌아가게 하는 대신, 원하는 것을 얻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8. 나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상처에 대한 가장 멋진 복수임을 잊지 말자. 아픈 감정에 골몰함으로써 내게 상처 입힌 사람만 점점 막강하게 만드는 대신, 가까이에 존재하는 사랑, 아름다움, 친절, 감사 같은 것에 눈을 돌릴 일이다.
9. 원망 넋두리를 새로 쓴다. 용서라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영웅으로서 내가 등장하는, 그야말로 활기찬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기대에 어긋나거나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울화는 이미 우리의 마음속 공간을 너무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불청객한테 안방을 스스로 내주고서 그 손님에게 불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습관처럼 평소 자주 보는 TV채널에 시선을 고정하듯 그들의 의식이나 생각도 울화 쪽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채널, 즉 행복하고 평화롭고 감사한 사람이나 일들에 대해서는 채널을 돌려볼 수 없게 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체험하는 평화의 느낌과 이해의 느낌이 용서다. 삶은 산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과거의 아픈 기억을 해소할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용서는 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감옥 문의 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준다.“
용서란 개인적으로 공격받았다는 느낌에서 해방되는 것이고 자신을 끊임없는 고통의 순환 속에 가두어 놓는 '탓 돌리기'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용서함으로써 얻게 되는 또 다른 이익은 이 체험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용서는 선택이다. 그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는 분명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용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누가 통제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자신 아닌 다른 그 누군가 또는 무엇에게 열쇠를 내주겠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용서란 이미 일어난 나쁜 일이 비록 내 과거는 망가뜨렸을지언정 오늘과 미래는 결코 파괴할 수 없다는 힘찬 자기선언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용서는 거듭나는 삶이다.
용서는 희망이다.
용서는 평화이다.
용서는 나에 대한 사랑이다.
용서는 에너지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온함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제게 허락하소서.
한 번에 하루만 살게 하소서.
한 번에 한 순간만 즐기게 하소서.
역경을 평화의 통로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지혜의 기도문‘ 중에서
이 책에서 단계적으로 제시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용서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면 내면에 쌓여 있는 울화를 지혜롭게 떨쳐내고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