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단 불꽃이 피운 불씨로,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심각성이 인지되고 있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참담하게도,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추적단 불꽃은 자신들의 성과와 공헌에 초첨이 맞춰지는 것이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뭐였어요?'라는 질문이 아닌, "'지금 피해자의 일상은 어떤지, 피해자 보호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필요한 입법은 무엇인지, 재판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187p)"와 같은 관심을 원한다. 성숙하고 현명한 그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추적단 불꽃을 비롯한 존경스러운 많은 활동가들이 목표로 하고, 나 역시 간절히 염원하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 '문화' 해체(75p)다. '문화'라는 키워드는 굉장히 중요하고 핵심적이다. 처벌수위를 훨씬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방안보다 더 어렵긴 해도, 오히려 누구나 지금 당장 가장 해볼만한 노력이 아닐까?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거나 '피해자스러움'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선정적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일, "피해자의 삶을 피해 사실 하나로 재단하지 않고 개인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일(249p)", 나와 내 주변은 물론, 내 아이의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주는 일, 성희롱 문화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용납하지 않는 일 등.
나는 지금도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마지막회에서 음흉한 미소로 비웃는 흥식의 대사가 몸서리쳐진다.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계속 나올꺼야.." 하지만, 이를 받아치는 용식의 대사에 여전히 눈물이 날 것 같다. "니들이 많을 것 같냐? 우리가 많을 것 같냐? 나쁜 놈은 백 중에 하나라서 쭉정이지만 착한 놈은 끝없이 백업돼. 떼샷이라고."
추적단 불꽃의 진심은 순수하고 단순했다. 지극히 인간다웠던 것. 미안하고, 감사하고, 지지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