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최애 빙의가 너무해! 2 [BL] 최애 빙의가 너무해 2
seawolf / BLYNUE 블리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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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비틀어도 상관없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함부로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건 두려움을 닮은, 다른 감정이다. 허리를 휘어잡은 뜨거운 손을 통해 전해지는 열렬한 욕망이 버거웠다.

때때로 결말은 이렇듯 불시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온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공포 속에서 거울을 보았다. 갑자기 타인의 삶에 내동댕이쳐진 버거움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나는 제삼자일 뿐이라고. 그 모든 게 아무렇지 않다고 자신을 세뇌해 왔지만, 사실은…….

내가 내 사람을 지킬 수 있도록, 그가 기꺼이 나의 방패와 검이 되어 주었음을 알기 때문에.

‘당신의 탐욕이 쌓은 죄업을 잊지 마. 당신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훔쳐 간 도적일 뿐이야.’
그렇게 따지는 것처럼.

황제는 어딘가 괴람(乖濫)하고 상궤를 벗어난 느낌을 풍겼다.

‘차라리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식물인간 상태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제발 이 꿈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럼 더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될 텐데…….

"시계를 뒤집는 대신 ‘죽음’을 상쇄할 수 있는 모래시계를."

"그런데 시계를 뒤집으면, 원래는 비어 있었어야 할 윗부분에 모래가 떨어져 내려. 기억은 여전히 현생의 것인데, 영혼의 시간만 뒤집히는 거야."

반대로 원래 내 기억들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어 있었다. 이름과 얼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핵심이 전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전생의 인격에 현생의 기억이 쏟아지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최선이라는 걸 납득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힘든 순간 다정한 위로 한마디에 기대어 다시 일어서지만, 어떤 누군가는 백 마디 위로보다 칼날 같은 진실을 붙잡고 일어선다.

"그건 대답 안 할래."
"왜?"
"그래야 가끔 내 생각을 할 테니까."

이 몸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늘 돌아가고 싶었다. 혼란 때문에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에도, 일상을 보내는 순간에도.

선의와 인류애, 도덕심. 모두 훌륭한 가치들이다. 그러나 추상적인 개념만 가지고 현실에 부딪히면 그저 허울 좋은 얘기가 될 뿐이다. 저마다 추구하는 도덕의 기준치가 다른데, 어떻게 모순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적어도 범죄와 관련된 상황에 한해서는 무작정 인간의 선의를 믿기보다 인간의 악의를 의심하는 게 낫다.

고작 그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죽고 싶어졌다. 이게 현실이 아니라면 지금 죽고 싶다고.

빛이 걸릴 듯 길게 드리운 속눈썹과 섬세하게 흘러내린 매끄러운 머리칼, 자신의 눈가에 닿은 옅은 분홍빛 엄지.

피차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에, 보는 시선도 없는 곳에서 굳이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식물에는 뿌리가 있다. 나는 뿌리고, 일리야는 잎이다. 영혼이 같다는 건 그런 의미다. 내가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와 별개로, 현실이 그렇다.

서로의 숨소리만이 들리고 초침이 반 바퀴쯤 회전했을 때, 나는 겨우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의 관계가 비가역적으로 변하리란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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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소설 속에서도 페르디난트는 정말로, 배신 따위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페르디난트가 아니라면, 소설에서 일리야의 반란을 밀고한 존재는 누구일까? 더 가까이에 있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인물인 건가.
그렇다면 내가 페르디난트에게 품었던 의심과 경계는 모두 그릇되었다. 불합리한 누명이다.

겨우 수위를 유지하고 있던 마음속의 우물에, 죄책감과 미안함, 구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구치듯 차올라 이성으로 범람했다.

나를 의심하도록 해. 나는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 쌓아 온 추억과 관계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알지도 못하면서. 바보같이 알맹이가 바뀐 것도 모르고 속고 있으면서! 나는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발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우직한 팔에 기어이 움직임이 봉쇄당했다. 언젠가 벌어졌던 몸싸움의 반복이었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그 사람보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아는 부분도 생깁니다. 그냥 그렇게 돼요."

"당신 자신조차 모르는 표정, 인지하지 못하시는 습관. 그런 것들이 저를 설레게 하고, 때로는 행복하게 했습니다."

허구 속의 ‘빙의’와 현실의 사정은 엄연히 다르다. 사람은 자신의 자아가 흔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내가 미친 건지, 혹시 몸 주인이 미쳐서 ‘나’라는 인격을 만들어낸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니까.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싶었던 장소가 자신의 방이 아니라,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방이었다는 점에서. 아이텔이 품고 있는 오래된 외로움과 결핍이 느껴졌다.

성물의 권능은 결코 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 권능을 탐하여, 감히 주제를 모르고 중앙신전에 안치된 성물을 사용하려 한 자들이 전부 어떻게 되었던가.

막 숨어들었을 때는 삭막하게만 보이던 정원의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공간처럼 보였다. 부드러운 바람과 안온한 빛으로 감싸인 외딴 낙원 같았다. 이 장소에 황녀가 있다는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얼마 전까지 부모의 그늘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철부지에게 들이닥친 현실은 너무 버거웠다. 그가 이해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가혹했다.

‘그것뿐이라면 그냥 내버려 뒀겠지만. 모처럼 이성과 감정의 판단이 일치하는데, 그대를 돕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정확한 선후관계를 따지면, 첫 만남에 이미 뇌리에 각인된 사람이 절망적인 순간 저를 구해 준 것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구해 준 사람은 잊더라도, 구원받은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후회했을 것이다. 일리야가 저를 이곳으로 떠밀어 주지 않았다면, 평생토록 이날을 곱씹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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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소설 속에서도 페르디난트는 정말로, 배신 따위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페르디난트가 아니라면, 소설에서 일리야의 반란을 밀고한 존재는 누구일까? 더 가까이에 있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인물인 건가.
그렇다면 내가 페르디난트에게 품었던 의심과 경계는 모두 그릇되었다. 불합리한 누명이다.

겨우 수위를 유지하고 있던 마음속의 우물에, 죄책감과 미안함, 구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구치듯 차올라 이성으로 범람했다.

나를 의심하도록 해. 나는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 쌓아 온 추억과 관계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알지도 못하면서. 바보같이 알맹이가 바뀐 것도 모르고 속고 있으면서! 나는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발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우직한 팔에 기어이 움직임이 봉쇄당했다. 언젠가 벌어졌던 몸싸움의 반복이었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그 사람보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아는 부분도 생깁니다. 그냥 그렇게 돼요."

"당신 자신조차 모르는 표정, 인지하지 못하시는 습관. 그런 것들이 저를 설레게 하고, 때로는 행복하게 했습니다."

허구 속의 ‘빙의’와 현실의 사정은 엄연히 다르다. 사람은 자신의 자아가 흔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내가 미친 건지, 혹시 몸 주인이 미쳐서 ‘나’라는 인격을 만들어낸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니까.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싶었던 장소가 자신의 방이 아니라,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방이었다는 점에서. 아이텔이 품고 있는 오래된 외로움과 결핍이 느껴졌다.

성물의 권능은 결코 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 권능을 탐하여, 감히 주제를 모르고 중앙신전에 안치된 성물을 사용하려 한 자들이 전부 어떻게 되었던가.

막 숨어들었을 때는 삭막하게만 보이던 정원의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공간처럼 보였다. 부드러운 바람과 안온한 빛으로 감싸인 외딴 낙원 같았다. 이 장소에 황녀가 있다는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얼마 전까지 부모의 그늘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철부지에게 들이닥친 현실은 너무 버거웠다. 그가 이해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가혹했다.

‘그것뿐이라면 그냥 내버려 뒀겠지만. 모처럼 이성과 감정의 판단이 일치하는데, 그대를 돕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정확한 선후관계를 따지면, 첫 만남에 이미 뇌리에 각인된 사람이 절망적인 순간 저를 구해 준 것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구해 준 사람은 잊더라도, 구원받은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후회했을 것이다. 일리야가 저를 이곳으로 떠밀어 주지 않았다면, 평생토록 이날을 곱씹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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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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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소설 속에서도 페르디난트는 정말로, 배신 따위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페르디난트가 아니라면, 소설에서 일리야의 반란을 밀고한 존재는 누구일까? 더 가까이에 있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인물인 건가.
그렇다면 내가 페르디난트에게 품었던 의심과 경계는 모두 그릇되었다. 불합리한 누명이다.

겨우 수위를 유지하고 있던 마음속의 우물에, 죄책감과 미안함, 구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구치듯 차올라 이성으로 범람했다.

나를 의심하도록 해. 나는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 쌓아 온 추억과 관계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알지도 못하면서. 바보같이 알맹이가 바뀐 것도 모르고 속고 있으면서! 나는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발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우직한 팔에 기어이 움직임이 봉쇄당했다. 언젠가 벌어졌던 몸싸움의 반복이었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그 사람보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아는 부분도 생깁니다. 그냥 그렇게 돼요."

"당신 자신조차 모르는 표정, 인지하지 못하시는 습관. 그런 것들이 저를 설레게 하고, 때로는 행복하게 했습니다."

허구 속의 ‘빙의’와 현실의 사정은 엄연히 다르다. 사람은 자신의 자아가 흔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내가 미친 건지, 혹시 몸 주인이 미쳐서 ‘나’라는 인격을 만들어낸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니까.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싶었던 장소가 자신의 방이 아니라,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방이었다는 점에서. 아이텔이 품고 있는 오래된 외로움과 결핍이 느껴졌다.

성물의 권능은 결코 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 권능을 탐하여, 감히 주제를 모르고 중앙신전에 안치된 성물을 사용하려 한 자들이 전부 어떻게 되었던가.

막 숨어들었을 때는 삭막하게만 보이던 정원의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공간처럼 보였다. 부드러운 바람과 안온한 빛으로 감싸인 외딴 낙원 같았다. 이 장소에 황녀가 있다는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얼마 전까지 부모의 그늘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철부지에게 들이닥친 현실은 너무 버거웠다. 그가 이해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가혹했다.

‘그것뿐이라면 그냥 내버려 뒀겠지만. 모처럼 이성과 감정의 판단이 일치하는데, 그대를 돕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정확한 선후관계를 따지면, 첫 만남에 이미 뇌리에 각인된 사람이 절망적인 순간 저를 구해 준 것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구해 준 사람은 잊더라도, 구원받은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후회했을 것이다. 일리야가 저를 이곳으로 떠밀어 주지 않았다면, 평생토록 이날을 곱씹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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