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낡은 것만 좋아하는 고질병 (공삼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인스타그램 @you_r1n0310</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17 May 2026 22:36:27 +0900</lastBuildDate><image><title>공삼</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64486110423218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공삼</description></image><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위트, 유머, 노화. - [일본 센류 걸작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67234</link><pubDate>Sat, 09 May 2026 23: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672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7352&TPaperId=172672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17/65/coveroff/k8321373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7352&TPaperId=172672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일본 센류 걸작선</a><br/>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18 여행 마니아 안 가본 곳이라곤 저승뿐이라네 (旅行好き　行ってないのは　冥土だけ。)&nbsp;<br>한때 ‘일본 노인 글짓기 당선작.jpg’ ‘흔한 열도의 작문’ 류의 제목을 달고 인터넷을 떠돌던 문장들이 있었다.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 ‘병원에서 3시간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등 재치있고 해학적인 문장들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글들은, 단순한 작문이나 시가 아니라 ‘센류’라는 일본 시의 한 종류이다. 센류는 5·7·5의 운율을 가진 일본 정형시로, 운율이 정해져 있지 않은 시가 더 익숙한 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일반인은 짓기 어려운 고전 순문학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와카나 하이쿠에 비해 더 가볍고 풍속적인 느낌을 띤다. 요즘에는 ‘샐러리맨 센류’ ‘주부 센류’ 등의 여러 공모전이나 대회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일본 센류 걸작선』은 그 중에서도 노인들의 자조나 풍자를 담은 ‘실버 센류’ 모음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화, 건망증, 노인 이슈 등을 담은 센류 100수를 통해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nbsp;  책에 담긴 센류들은 하나같이 유쾌하다. ‘불만 있으면 개가 아니라 나한테 말해’ 나 ‘문화센터엔 선배티 풀풀 내는 아내가 있다’처럼 부부 사이의 일을 주제로 하는 센류부터 ‘옛날엔 주당 지금은 맨정신에 갈지자걸음’ ‘늙는다는 건 늘어가는 복용약 줄어드는 기억’과 같이 건강과 관련된 센류도 있다.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고 있으면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모습들에 마냥 웃음이 나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는 어쩐지 마음 한편에 묘한 씁쓸함이 차오르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아파 병들게 되는데 과연 나는 그렇게 되었을 때, 이토록 유쾌하게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때로는 깊은 통찰에 감탄하며, 때로는 위트있는 풍자에 키득거리며 읽게 되는 책이다.  &nbsp;  p.124 이 나이 먹고 끊어서 무엇 하랴 술이랑 담배 (この歳で　上めてどうする　酒たばこ。)&nbsp;<br>『일본 센류 걸작선』은 수상 연도에 따라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부를 넘어갈 때 ‘센류 달인에게 묻는다’ 코너를 삽입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동시에 센류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도 풀어준다. 일본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일본어를 아는 독자라면 원문을 따라 읽으며 운율을 느낄 수도 있고 중간중간 삽입된 마치 동화같은 분위기의 삽화가 시의 여운을 오랫동안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년층에게는 공감을, 젊은 독자들에게는 웃음을 주는 책이다. 60대 어머니는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깔깔 웃으시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펼쳐 놓고는 한참 바라보며 이것 참 내 이야기 같다며 깊이 공감하시기도 했다.  &nbsp;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노인은 민폐’라는 이미지가 점점 강해져가는 씁쓸한 세상이다. 오로지 돈을 벌고 성공하는 방법만을 좇는 세대에서 시나 감성은 너무나도 쉽게 뒷전이 된다. 그러나 『일본 센류 걸작선』은 그런 사회에 지친 독자들에게 노인도 그저 유머를 즐기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웃으며 인생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운을 북돋아준다. 이 시리즈가 계속되면 좋겠다.  &nbsp;    &nbs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일본센류걸작선 #포레스트북스 #이지수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책추천 #도서추천 #에세이추천 #시집 #센류 #실버센류 #유머 #풍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17/65/cover150/k83213735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176533</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망할 걸 알아서, 더 진실될 사랑. - [다정한 지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45681</link><pubDate>Wed, 29 Apr 2026 11: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456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7636&TPaperId=172456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3/12/coveroff/k2621376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7636&TPaperId=172456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다정한 지옥</a><br/>김인정 지음 / 아작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150 그녀는 자신이 어떤 길을 택할지를 깨달았다. 이것은 예지인가 그렇지 않으면 들끓는 정염이 불러온 망집인가? 그녀 자신이 행할 죄악을 다만 조금 일찍 알았을 뿐인가, 아니면 그렇게 스스로를 속여 잠시 잠깐 죄책감을 잊고자 함인가?&nbsp;<br>오래전부터 창작물의 단골 소재였던 이어지지 못할 사랑, 사랑할수록 서로가 힘들어지는 애증 따위를 최근의 독자들은 ‘망한 사랑’ 이라고 부른다. 소위 말하는 ‘혐관’ 서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이런 관계가 주는 드라마틱함이 있다 보니 특정 드라마나 장르 소설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커플링을 두고 ‘망한 사랑이라 오히려 좋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김인정 작가의 신간 『다정한 지옥』은 그런 망한 사랑 중독인 독자들을 위한 책으로 동양풍 환상문학으로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특유의 화려한 작품세계가 아낌없이 담겨 있다. 장르 문법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끝없는 도파민을 주는,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취향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만드는 책이다.  &nbsp;  작중의 어떤 사랑은 너무 순애보여서, 또 어떤 사랑은 시작부터 어긋나 있어서 망한 사랑이 된다. 작가가 섬세하게 설계한 세계에서 꿈과 현실 사이 저마다의 사랑을 품고 사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지금까지 보아온 보통의 로맨스는 다 허상인 것만 같아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거나, 하물며 내 모든 걸 전부 주겠다는 고백보다도 ‘내 목을 가져가라’는 말이 더 와 닿을 수밖에 없다. 목숨보다 사랑한다거나 널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말과는 그 무게나 느낌이 다르다. 대체로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게 사랑이라면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불행해지리라는 걸 알면서도 기껍게 사랑한다. 그 사랑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더라도.  &nbsp;  p.324 어미의 목숨을 거둔 이를 죽이려고 검을 배웠다. 수행은 힘겨웠고 힘을 기르는 일은 지루하였으며 육신이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피를 흘리고 부딪치고 깨졌으며 비틀렸다. 베는 것은 찰나이건만 베려는 것은 장구하였다.&nbsp;<br>단편들은 얼핏 보기에는 별개의 이야기로 보이면서도 읽어나가다 보면 하나의 결을 갖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이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 정도는 흔쾌히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있으면 지옥이 되는 줄 알면서도 누군가를 낙원 삼는 바람에 다정한 지옥에서 살게 된다는 점에서. 「화선」과 「그리고 낙원까지」를 나란히 두고 생각해보자. 거북이의 입을 빌려 설화처럼 쓰여진 정령의 이야기와 복수와 애증으로 점철된 무협 서사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이 보이지만 해당화 아씨와 연교의 사랑은 어느 정도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종래에 자기를 기다리는 게 영원이 아닌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랑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눈 위의 동백처럼.  &nbsp;  볼륨이 작고 후루룩 읽히는 단편과 과몰입을 이끌어내는 긴 작품이 섞여 있어서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 책에 매료된다. 낙원을 부수거나, 낙원을 원하거나, 사람을 낙원 삼거나… …. 가장 깊게 몰입하고 서사가 근사하다고 느낀 글은 「그리고 낙원까지」였지만 어쩌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짧은 단편 「화적」의 말미였다. 세상 무엇도(그게 설령 사랑일지라도) 영원한 것이 되어주지 아니하니 반드시 그 끝이 고단할 뿐이라는 자조. 이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화선」에서도 「화적」에서도 이토록 덧없는 사랑의 회의감을 날것으로 보여주었지만 「그리고 낙원까지」에서 결국 사랑이란 둘만의 것이라는 사실도 절절히 보여주어서가 아닐까 싶다. 꽃 정령들이 남자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서야, 하고 한탄하던 마음도 책을 모두 덮고 나면 조금은 덜해진다. 어쨌거나 자신의 사랑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근사하니까. 각기 다른 시기에 발표된 작품을 하나의 소설집으로 엮어 작품 바깥에서도 이런 서사를 만들어낸 편집이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다정한지옥 #김인정 #아작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스타 #책리뷰 #책스타그램 #책추천 #북스타 #북리뷰 #북스타그램 #소설 #한국소설 #동양풍 #환상소설 #소설추천 #소설신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3/12/cover150/k2621376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231271</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당신이 본 것, 정말로 ‘리얼‘일까? - [최후의 리얼리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38662</link><pubDate>Sat, 25 Apr 2026 23: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386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137017&TPaperId=172386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7/91/coveroff/k5121370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137017&TPaperId=172386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최후의 리얼리티</a><br/>고하나 지음 / 열림원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48 굳이 왜 그래야 하냐는 거야. 무엇을 위해서? 시청률 중요하지.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진짜를 짜내려고 가짜를 만드는 거잖아. 가장 최악이 뭔 줄 알아? 거기서는 피디의 가장 중요한 일이 진짜라는 이름으로 가짜의 판을 깔아야 한다는 거야.<br>영화나 드라마 이외의 영역, 특히 예능에서 사람들의 호응을 가장 쉽게 끌어내는 기믹이 바로 ‘리얼리티’이다. 저 사람이 정말로 다른 출연진을 좋아하는지, 게임에서 진 팀은 진짜로 밥을 못 먹고 굶었는지, 여행지에서 짐을 홀랑 잃어버린 큰 사건은 실제 상황인지. 그런 부분을 잘라낸 클립은 조회수도 높고 반응도 좋다. 예능신이 도왔다며 재미있어하는 시청자들의 반응 사이에 꼭 이런 댓글이 하나쯤 달린다. “이거 다 대본임.” 고하나 작가의 첫 장편소설 『최후의 리얼리티』는 그런 ‘리얼리티’ 방송에 커다란 의문을 던진다. ‘리얼’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일까? 보도 윤리와 리얼리티 중에는 무엇이 더 큰 무게를 가질까? 우리가 리얼하다고 믿어온 것들은, 과연 정말로 ‘리얼’일까?  &nbsp;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랑과 카이의 귀여운 관계가 독자의 이목을 끈다. 소랑의 시점에서 진행되던 1부가 예상 밖의 상황으로 끝나고, 다시 카이의 시점으로 조금 무거워진 분위기와 함께 숨은 인연과 과거가 드러나며 2부가 진행된다. 그렇게 다른 삶을 살아왔음에도 결국 만나게 된 둘의 앞에 닥쳐오는 멸망을 3부가 그려낸다. 각자의 신념으로 방송을 만드는 두 주인공을 조명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빌드업이 삐걱이는 부분 없이 결말로 힘차게 달려간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 성장과 신념에 푹 빠져들게 된다.  &nbsp;  p.156 멸망은 생각보다 스펙터클하지 않아. 마냥 빠르고 갑작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느릿하고, 불가해하고, 처절하지. 더 최악인 건, 나도 아름답다고 느낀 멸망이 있었다는 거야.<br>코앞으로 멸망이 다가올 때, 소랑은 사실 이 멸망의 컷을 따서 인서트로 쓰기 위해 이곳에 왔었다는 걸 떠올리면 꽤나 흥미롭다. 우리는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생이 뒤바뀌고, 이렇게까지 할 마음이 없었던 일에 골몰하고, 내가 사랑하게 될 줄 몰랐던 사람이나 세계를 너무나도 사랑해버리게 되곤 하니까. 운명처럼 다채롭게 이어지는 시간선을 따라 달리다 3장의 ‘이 문장도 연결 지구 방송국의 피디가 편집한 자막일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길.’이라는 도입부를 보면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끊임없이 리얼리티 방송에 대해서, 쪼고 컷을 바꾸고 리액션을 이어 붙인 게 과연 진실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책 바깥의 독자들도 작가가 쓴 대로만 읽게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의아한 기분이 피어오른다.  &nbsp;  영상일을 해 보았다면 더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겠지만, 방송에 대한 별다른 사전 지식이 없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저 지구 17호를 비추는 리얼리티 방송을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는 이 리얼리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액션-리액션에서 리액션을 맡은 독자라는 기분으로. 사랑스러운 두 방송쟁이를 계속해서 응원하면 어느새 결말부에 도달해 있다.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었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nbsp;  #최후의 리얼리티 #고하나 #열림원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추천 #책스타 #책리뷰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소설 #한국소설 #SF소설 #신간 #신간추천 #여성서사<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7/91/cover150/k5121370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79174</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사라지는 것에 대한 연대, 고발, 어쩌면 안부. - [한 사람에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24988</link><pubDate>Sat, 18 Apr 2026 22: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249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6944&TPaperId=172249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33/19/coveroff/k39213694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6944&TPaperId=172249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한 사람에게</a><br/>김멜라 외 지음 / 곳간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48 안다고 다 드러내면 못 써. 쓸 줄 안다고 아무 데나 휘두르면 그 칼에 자기도 찔리는 거야. 제일 깊이 찔리지. 너는 이 동굴이 밉겠지만, 먹이가 되는 건 슬픈 게 아니야. 약한 것도 아니지. 먹지도 않을 거면서 죽이는 게 슬픈 거야. 인간은 그러기도 하니까.<br>문학은 언제나 사라지는 것의 편에 서 있다. 부수고 파괴하는 편에 서서 쓰는 것은 문학이 아니라 선전이 된다. 『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섯 작가의 목소리를 담는다. 글자조차 없던 시대에서 시작되어 익숙한 현대를 지나 커피 한 잔의 일상마저도 과거의 산물이 된 시대까지 도달하는 모든 목소리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적혀 있다. 죽어가는 것을 조명하기도,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것을 그려내기도 한다. 이 목소리가 글로 남아 언젠가 애리와 재윤의 시대의 누군가에게까지 닿으리라 생각하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한 사람에게』라는 제목값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nbsp;  사실 특정 주제를 갖고 쓰고자 하는 글은 그 주제부가 너무 강해서 종종 읽는 도중 버벅거리게 되곤 하는데, 『한 사람에게』에 실린 글들은 만약 배경 정보 없이 우연히 책을 구매해 읽었더라면 그린피스 협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주제부를 환기하는 목소리들 - 「축제」의 오염된 강과 둑으로 막힌 물길들, 기후 위기로 커피 재배가 어려워져 커피 대용 음료를 마시게 된 근미래를 그린 「까마귀에게」 등– 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들의 목소리의 독자의 연대도 기꺼이 보태고자 하는 의욕이 피어난다. 작품이 다다를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협업이 갖는 의미에 작가들이 짓눌리지 않도록 이끄는 것을 중요시했다는 편집자(김대성 대표)의 관록이 상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nbsp;  p.105 아니, 그것은 더 강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강은 아득했고 호수처럼 넓었다. 주검처럼 직선이었다. 바람 한 점 없다. 새소리 하나 없다. 벌레조차도 울지 않았다. 강은 물고기에게는 너무 깊었고 새가 머물며 쉬기에는 모래톱 한 뼘 없었다. 강은 주검에게 삼켜져 있었다.<br>『한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하거나 독자의 환경파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단지 담담하게, 고요하게, 그곳에서 사라지고 있는(또는 이미 사라졌거나 앞으로 사라질)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처럼 독자에게 내보인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죽음과 애도와 다음 세대로의 순환에 대해, 인간이 파괴하고 입맛대로 재단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정착했음에도 거쳐가는 이로만 여겨지는 이주 노동자와 난민에 대해, 커피와 엽서가 과거의 산물이 되어버린 세상에 대해, 발전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지역들에 대해 사유하고 또 고뇌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재촉이나 지적이 없어도 『한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 충분한 연대이자 고발이 아닐까.  &nbsp;  단순한 빙산이라고 생각했던 표지의 그림이 접은 쪽지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걸 뒷날개를 보고서야 알았다. 줄레자크 느낌의 질감이 살아있는 표지를 오래 매만지다 보면 그 다섯 개의 쪽지가 빙산처럼 물 위를 흘러흘러 독자들에게까지 다다른 기분이 든다. 미디어에서 흔히 보여주는 유리병 속 구조 요청처럼. 지구에게, 기후에, 기후를 돌보는 단체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모두가 한번쯤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아도 좋을 듯싶다.  &nbsp;    &nbsp;  * 그린피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nbsp;  #한사람에게 #김멜라 #김보영 #김숨 #박솔뫼 #정연선 #곳간 #그린피스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환경 #기후 #기후위기 #소설 #소설집 #단편집 #한국소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33/19/cover150/k3921369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331958</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죽음은 심판이 아닌 구원의 시작이다. - [죽음의 신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19497</link><pubDate>Wed, 15 Apr 2026 23: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194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119848&TPaperId=172194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43/36/coveroff/89321198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119848&TPaperId=172194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죽음의 신비</a><br/>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230 이웃 사랑의 계명은 성자께서 친히 보여 주신 것처럼, 이제 영원한 생명을 함께 누리는 영광을 위한 것임이 자명해졌다. 그로부터 인간은 저 영원한 나라에 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nbsp;  종교는 사람의 삶에서 많은 부분에 관여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태어나고 죽는 일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가톨릭뿐만이 아니라 어느 신앙에서도 삶과 죽음은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고 저마다 다른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사후에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사랑한 신의 곁에서 영생을 얻으리라 기대한다. 이렇듯 종교적으로 말하는 ‘죽음’은 단지 인간의 몸이 생체기능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육체에 갇힌 삶을 마무리하고 그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일을 의미한다. 함께 사도 신경을 떠올려보자. 전례 중 신앙 고백의 말미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그러나 이 기도를 매번 외우면서도 과연 죽음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죽음과 심판을 두려워해야 할지 영생과 부활을 기대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저자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가 『죽음의 신비』를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nbsp;  사실 『죽음의 신비』를 대강 몇 부분 펴서 읽었을 때, 다양한 대목의 성경 인용과 신앙에 대한 깊은 사유에 감탄하며 이 책의 저자가 오랫동안 신학에 몰두한 성직자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저자 슈파이어가 의사였으며 심지어는 지병으로 인해 대부분의 집필을 구술로 진행했다는 것을 알고는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해야 할 처벌로만 보는 대신, 하느님을 상대로 자신이 둘러친 단단한 껍질을 ‘깨부수어야’ 하는 순간으로 보는 시선을 제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원죄를 가진다. 그러나 죽음을 처벌이나 심판으로만 생각해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제대로 볼 수가 없고, 인간을 사랑하시는 그분을 감히 두려워하고 피하게 된다. 그러나 죽음을 죄인으로서의 삶을 끝내고 주님의 자애 속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받는 구원의 시작으로 본다면,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삶을 주님께 맡길 수 있을 것이다.  &nbsp;  p.155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 아버지에 의해 창조되었고, 저마다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소명을 받았다. 더 나아가 사람은 다른 모든 이를 위한 연대책임도 져야 하는데, 그 때문에 당연히 인격적인 책임이란 것도 존재한다.  &nbsp;  책은 매 장마다 주제가 나뉘어져 있어 성경에서의 죽음은 어떠했는지, 또 성인들의 죽음은 어떠했으며 죽음 앞에서 병자성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저자의 고찰을 나눈다. 죽음이라는 내용 자체가 무겁기도 하고 저자의 신학적 고견이 많이 담겨 있어 약간은 교리와 신앙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있지만, 동시에 신앙심이 깊고 대중적인 교리 공부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온 교우들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성찰이자 사유의 폭을 넓혀 주는 일종의 발제문이 되어 주리라는 생각도 든다. 봄꽃이 피고 새잎이 나는 계절, 사순 시기가 끝나고 모든 성당에서 부활을 축하하는 소리가 드높이 울려퍼졌다.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돌아가신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동시에 우리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영생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믿는 사람’이 되기 위해(요한 3:15)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nbsp;    &nbsp;  * 가톨릭출판사의 캐스리더스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죽음의신비 #아드리엔폰슈파이어 #가톨릭출판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캐스리더스 #캐스리더스9기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스타 #북리뷰 #북스타그램 #북리뷰그램 #신앙 #신앙서적 #영적독서 #종교 #가톨릭 #성당 #부활 #찬미예수님 #부활을축하합니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43/36/cover150/89321198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433606</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삶의 리듬을 찾는 여정 - [인디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13193</link><pubDate>Sun, 12 Apr 2026 23: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2131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7375X&TPaperId=172131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96/91/coveroff/895447375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7375X&TPaperId=172131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디카</a><br/>강지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04월<br/></td></tr></table><br/>
<br><br>#도서제공  &nbsp;  p.94 기승전결은 이미 음악 안에 있기 때문에 리듬을 타오르게 할 수 있는 기폭제를 찾아야 했다. 절정을 지나 몸과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호흡과 스텝 안에 마무리를 위한 실마리가 있었다.  &nbsp;  “뭐 하시는 분이세요?” “탭댄서예요.” 소설의 도입에서 지나치게 되는 이 짧은 대화부터가 지금껏 읽어온 책들과 『인디카』는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도 어디 가서 취미로 독서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책을 읽는 편인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주인공이 탭댄서인 작품이 있었는지 생각해내려 애를 써 봐도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굳이 고르라면 영화 《스윙키즈》 정도일까?). 탭댄서라는 다소 낯선 직업을 가진 주인공 태일의 일상은 의외로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때로는 춤을 추고, 수시로 일을 하고, 돈이 생기면 위드를 피우고…… 오히려 지나치게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분위기에 가까워, 쉴 새 없이 사건이 몰아치는 기믹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단조롭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 두근거리며 마음이 동한다.  &nbsp;  태일은 여러 도시를 오가며 여러 사람을 만난다. 이곳에 정착하는 건가, 싶으면 또 호스텔을 옮기고 이 사람이랑 깊어지는 건가, 예상하면 어느새 그는 떠나가고 없다. 폭발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으면서도 태일의 발자취는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면 독자는 또 태일이 옮겨간 곳으로 허겁지겁 그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때로는 외로워 보이고 때로는 자유로워 보인다. 비선형적인 리듬과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방향성 속에서도 태일은 리듬의 완급을 조절할지언정 리듬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인디카』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결국 태일의 어떤 리듬도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빠른 리듬도, 느리거나 꼬인 리듬도, 모두 각자의 삶의 궤적일 뿐이다.<br> p.110 딱히 브롱크스가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중략) 누군가에게 이런 곳도 가봤다며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었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이었다. 또 그 모든 것이어야만 했다. 어떤 숨 막힘이나 불편함을 안은 채 그 지역을 계속 걸었다.  &nbsp;  이 책을 읽는 내가 이렇다 할 일탈 없이 틀에 박힌 듯 살아와서일까, 작중의 태일은 늘 덤덤하고 서술도 평온하고 고요한데 읽어나가는 나만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자꾸 불안해지곤 했다. 아니, 불법체류를 고민하면 어떡해! 지금 경찰에게서 전화 오잖아, 통장대여가 얼마나 큰일인데?! 그렇게 황당하게 마음을 졸이며 페이지를 넘겨도 태일은 조급해하거나 허둥지둥 돌아가는 대신 어딘가의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독자들도 그의 리듬을 따라, 나무판을 두드리는 탭 슈즈의 금속음이 어디에선가 내 맥박에 맞춰 들려오는 기분으로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일은 댄서이기 때문에, 그가 길을 헤매느라 빙빙 돌며 발을 붙여댄 자리까지도 결국은 리듬이 되고 탭댄스가 될 테니까.  &nbsp;  박자를 따라 걷고, 여행하고, 마음껏 헤매는 것. 젊은 예술가만이 살 수 있는 삶이라고 느껴져 동경과 걱정이 동시에 차오른다. 괜히 선 자리에서 출 줄도 모르는 탭 댄스를 추듯 발을 굴러보게 되는 책이다. 내 삶의 리듬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br>*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인디카 #강지구 #자음과모음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도서추천 #소설추천 #한국소설 #자음과모음경장편소설상 #탭댄스 #탭댄서 #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96/91/cover150/895447375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969159</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겉은 달고 속은 쓴 이야기들 - [챗위스키봉봉]</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98924</link><pubDate>Sun, 05 Apr 2026 23: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989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383&TPaperId=171989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5/26/coveroff/k9021373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383&TPaperId=171989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챗위스키봉봉</a><br/>고민실 지음 / 비채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54 재미있게 읽던 소설을 불편한 표현 때문에 포기한 경험이 동규 씨에게는 없겠지. 흐린 눈을 하고 보다가 죄책감을 느낀 적도 없겠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모두 자신과 다른 성별이라는 데에서 오는 괴리감 역시 알지 못하겠지.  &nbsp;  젊은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 으레 기대하게 되는 신선함이 있다. 그 시대의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소재, 말투, 스토리라인 같은 것들. 기성 작가들의 글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면 그런 것들을 아무리 베껴 쓰려 해도 '오케이, 휘비고' 밈의 수준이 되어버리는 것이 슬픈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챗 위스키 봉봉』은 완벽하게 신선하고 트렌디했다.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인물들은 검색엔진 대신 '챗 지피티'를 사용하는 게 더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가깝게 성큼 다가오며, BL 동인지 같은 특이하고 낯선 소재는 제목과 키워드만으로도 그 소재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여성 독자들의 호기심이 동하게 만든다. 책에는 표제작 「챗 위스키 봉봉」을 포함해 7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고민실이 쓰는 이야기 속 인물들은 굉장히 평범하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책을 넘기는 내내 마치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nbsp;  <br><br>특히 시선을 끈 단편은 두 번째 단편 「아빠는 비엘을 읽지 않는다.」였다. 혹시 내가 잘못 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참신한 제목을 몇 번이고 다시 읽다가 도저히 내용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 상태로 본문을 펼쳤으나 의외로 흡입력은 물론이고 이혼 가정 속 단절된 부녀 관계를 묘사하는 리얼리티가 근사해 지금이 2026년이 아니라 2226년 정도였으면 이게 표제작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2026년의 서점에 꽂히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이기는 하다). 이 단편에서는 아버지의 수술로 인해 함께 살게 되어 물리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가까워졌으나 여전히 마음은 단절된 채 멀리 있었던 부녀의 관계가 웹 소설 계정 공유라는 사건으로 인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끊어진 관계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다시 복구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상대를 향한 의견의 피력과 조율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보여준다. 결혼 전까지(또는 결혼 후에도) 부모님과 사는 게 당연했던 기성세대에 비해 요즘 세대, 소위 말하는 '엠지세대'들은 대학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일찍 독립하는 일이 많아졌다. 가족 내의 정체성보다 또래 친구들 속 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지며 부모와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져 감정적으로 단절되어 있다고 느끼는 청년 세대에게 생각의 환기점이 되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br>  &nbsp;  p.121 나는 기어이 어머니의 안락사에 동의하는 사인을 했다. (중략)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안락사와 자살과 살인의 차이를 계속 고민했다. 어차피 어머니는 되살아날 수 없는데. 자칫했으면 아버지처럼 고통스럽게 연명했을지도 모르는데.   &nbsp;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비해 글이 전체적으로 담담하지만 그 안에 담긴 소재들은 사실 결코 평온하지만은 않다. 치매와 안락사, 자료 서치뿐만이 아니라 감정까지도 AI에게 맡기게 된 사람들, 단절된 가족 관계, 가정폭력 등은 조금 낯설고 불편하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쯤은 꼭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를 제시한다. 마치 겉은 달고 속은 씁쓸한 위스키 봉봉처럼. 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대사회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다. 작가의 차기작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nbsp;  #챗위스키봉봉 #고민실 #비채 #김영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도서추천 #신간 #소설 #한국소설 #단편집&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5/26/cover150/k9021373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352637</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통찰은 날카롭고 유머는 신랄하다 -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85549</link><pubDate>Tue, 31 Mar 2026 05: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855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5258&TPaperId=171855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81/8/coveroff/s1121352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5258&TPaperId=171855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a><br/>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151 결국 예술가는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국제 예술가 협회 같은 단체를 스스로 조직해야 한다. 예술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두 가지 가치가 벼랑 끝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예술가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창조하는 예술이 살아남는 것이다.&nbsp;<br>버지니아 울프를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댈러웨이 부인』이나 『자기만의 방』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를 읽은 독자들은 아마도 이 책이 오히려 그에 대한 입문서로 더 적절하다고 느낄 것이다. 여기에 엮인 에세이들은 대체로 볼륨이 작고 간략하지만 울프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명확하고 또렷하다. 날카로운 통찰과 사유가 촘촘히 조직되어 있는 글 사이에서 종종 울프 특유의 신랄한 유머가 돋보이기도 한다. 마치 트렌드에 따라 그의 책을 펼쳐보았다가 의식의 흐름 기법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페미니즘의 시대적 배경을 읽기 어려워서 울프를 멀리하게 되어버린 독자들을 위해 세상에 나온 책처럼 느껴진다.   &nbsp;  책의 포문을 여는 에세이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의 제목을 처음 마주하면 독자는 그 수식어가 다소 특이하다고 느끼게 된다. 부지깽이라고 하면 볼품없고 깡마른 사람이 생각나는데 어째서 모두가 두려워한다는 것일까? 의문은 쏜살같이 달리는 문장을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금세 해소된다. 이 글에서 울프는 어느 익명의 목소리를 실어 두었는데 그는 제인 오스틴에 대해 “이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예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 글로 인물 묘사를 날카롭게 하니까 어찌 두렵지 않겠어요?” 라고 묘사한다. 이 문장을 본 후 에세이의 제목과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읽으면 어쩐지 웃음이 나오면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역자 서문이나 책 소개 어딘가에 적혀 있었던 것을 내가 놓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올비의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차용한 일종의 패러디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이 희곡과 버지니아 울프는 거의 무관하지만 ‘누가 환상 아닌 삶을 두려워하는가?-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를 말하는 희곡의 제목에 제인 오스틴을 빗대어 보면 역자의 서문에서 이 제목을 통해 오스틴에 대한 울프의 시선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대목도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낸다. 오스틴은 어느 환상 속 낭만적인 고전 작가가 아니라 차별의 시대에 살아 숨쉬었던 현실의 여성이었으며, 우리는 그를 넘을 수 없는 고전으로 눈감아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레퍼런스이자 여성 문학의 역사로 똑바로 마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nbsp;  p.71 작가란 책상 앞에 앉아 특정 대상에 시선을 단단히 고정한 채 그 본질이 보일 때까지 파고드는 사람이다. 이 비유를 잠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br>개인적으로는 제인 오스틴에 대한 비평보다도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와 「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특히 울프의 아버지가 유명 작가였으며 울프 본인도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그리스어 등을 공부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에서 보여주는 계급에 대한 통찰과 평등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상당히 놀랍게 다가온다. 동시에 그가 말하는 대로 계급도 탑도 전쟁도 없는(현재로서는 전쟁이 없다고 말하기 애매해졌지만) 당대에서 과연 작가는 얼마나 더 다채로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가를 독자 역시 고찰해보게 되며, 자유롭게 문학을 향해 무단 침입하자는 목소리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문학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마음껏 쓰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언제나 울프의 글이 그랬듯 재독을 거칠수록 깊은 사유를 안겨주는 책이다. 울프를 사랑한, 울프의 글이 궁금했던 모든 이에게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nbsp;    &nbs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누가제인오스틴을두려워하랴 #버지니아울프 #이루카 #아티초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에세이 #인문에세이 #인문교양&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81/8/cover150/s1121352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810854</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모두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기를 -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 사랑과 돌봄에 관한 퀴어한 참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78209</link><pubDate>Fri, 27 Mar 2026 23: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782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7060&TPaperId=171782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72/13/coveroff/k3521370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7060&TPaperId=171782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 사랑과 돌봄에 관한 퀴어한 참조</a><br/>캔디(윤다림) 지음 / 들녘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10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난 후, 수많은 퀴어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퀴어 친구를 떠나보내며 저에게 애도는 친구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퀴어할 수 없는 그들의 장례를 아쉬워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nbsp;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 퀴어들에게는 오히려 더 빨리, 더 젊은 나이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죽음 앞에서 가족으로서, 배우자로서 당연히 갖는 위치를 갖지 못하는 퀴어 커플들의 목소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울적해진다. 사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산지니 출판사의 『퀴어한 장례와 애도』를 떠올렸다. 장례 방식에서 고인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존중하고자 하는 의견, 동성 파트너도 장례 과정에서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나 생동법, 차금법에 대한 책과 칼럼을 꾸준히 읽어 왔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런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애도의 목소리에 더 가까웠다. 굳이 따지자면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나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떠나보내기까지의 과정과 심정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nbsp;  요양병원과 호스피스를 오가고 유언장 쓰기를 시도하거나 장례식장, 장지를 고민하는 과정들, 그리고 고인의 원가족인 어머니의 배려로 임종을 함께했다는 이야기를 읽는 매 순간 슬펐고, 대단했고, 또 동시에 괴로웠다. 고인은 커밍아웃을 거의 하지 않은 퀴어였기 때문에 이 많은 과정에서 저자 캔디는 자신이 고인의 ‘친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원가족의 동의로 임종도 지키고 상복도 입을 수 있었으나 상주는 될 수 없었고, 활동가였던 저자의 지인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왔을 때 그들이 누구인지 이리저리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간병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이야기지만 애도는 온전히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 애도의 과정에서 자신이 고인과 얼마나 깊은 관계였는지 말할 수 없다는 건 어떤 심정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추억하며 스스로의 방법으로 충분히 애도한 뒤, 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저자가 존경스러워진다.<br><br>  &nbsp;  p.177 함께 산다는 것은, 집 안에 든든한 나무를 한 그루 들이는 일이었나 보다. 물을 주고 햇빛도 쬐게 해주고 보살피는 공이 솔찬히 들지만, 그 나무가 자기 뿌리로 우리 집을 갈수록 든든하게 감싸안아 준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nbsp;  너무나도 많은 퀴어들이 법의 테두리 바깥에 서 있다. 이들은 파트너의 간병과 장례 과정에서 법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따라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물론이고 장례 절차에서조차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 슬픔을 조금이라도 없애 보고자 활동가들이 항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는, 지금은 레퍼런스이지만 어느 미래에는 단순한 회고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동성혼이 당연해지고 동성 배우자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비슷한 사례들을 어렵게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그저 슬픔과 애도의 목소리로만 이 책을 다시 대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다소 낙관적인 결론임에도 어쩐지 그렇게 믿고 싶어지는 씩씩한 글이다.  &nbsp;  오랫동안 내 북스타그램을 보아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체로 이런 서평의 말미에는 차금법과 동성혼 법제화를 촉구하며 &lt;투쟁.&gt;을 붙인다. 그러나 저자의 다정한 목소리와 또 다른 인연, 이 글을 함께 읽은 많은 퀴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서평은 더 평온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사적인 애도를 세상에 내보여 준 저자에게 감사드리며, 오늘도 모든 소수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란다.   &nbsp;    &nbs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우리가마지막순간을함께할수있을까 #캔디 #윤다림 #들녘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에세이 #한국에세이 #퀴어 #애도<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72/13/cover150/k3521370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721334</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입시 카르텔을 향한 통쾌한 직격타 - [모방소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64896</link><pubDate>Sat, 21 Mar 2026 23: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648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137182&TPaperId=171648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16/96/coveroff/k4121371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137182&TPaperId=171648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방소녀</a><br/>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41 영리는 사람이 숨을 쉬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이렇게 많다는 걸 몰랐다. (중략) 그런 사람들은 아프거나 해고당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는 순간 안전장치 없는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nbsp;  한국의 입시제도는 ‘수학능력시험’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물론 수능 점수의 위력이 다소 덜한 전형들도 있고 모든 학생들이 학업 성적을 토대로 진로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하루, 그 시험 하나에 인생이 걸려 있다는 인식은 매우 강하다. 소설 『모방소녀』는 그런 수능시험 당일 세상이 바뀌어버린 소녀 ‘영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내신 점수 1.0, 국내 최고 명문대에 합격해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줄 미래를 꿈꾸던 영리는 교통사고로 인해 수능에 응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중태에 빠진 아버지의 엄청난 병원비와 맞닥트리고 만다. 이런 영리에게 아버지가 기사로 근무하던 회사의 CEO ‘송 회장’은 위험한 거래를 제시한다. 자신의 딸 ‘초롬’을 대신해 1년간 학교를 다니고 수능에 응시할 것. 길에 커피 한 잔을 버리고 가는 것도 납득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던 영리는 아버지를 위해 결국 그 부당한 거래에 뛰어들게 된다.  &nbsp;  책은 한편으로는 클리셰적이고,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나 영화 《명왕성》, 소설 『풀꽃도 꽃이다』 등 한국의 과열된 입시나 사교육 의존성을 꼬집는 작품은 이미 존재하지만 『모방소녀』는 그러한 입시 카르텔을 꼬집는 동시에 송 회장이나 김겸의 서슴없는 부도덕을 조명하며 부유한 자들의 ‘갑질’에도 함께 주목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인물들은 대체로,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지지는 않는다. 송 회장은 악역인 동시에 가정폭력과 학벌주의의 피해자성을 가진다. 공 비서 역시 송 회장의 수족으로서 불법적인 일들에 어느정도 동조하지만 그가 초롬과 송 회장에게 가지는 인간적인 마음만큼은 이 소설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nbsp;  p.324 응할 영, 이치 리. 옯른 이치에 응답하며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야. 힘든 일이 있어도 정의를 따라 바른길로 가면 그 길이 너를 지켜줄 거야.  &nbsp;  질투와 동경을 동시에 보이며 적이 되거나 조력자가 되는 학교 친구들, 입시 카르텔에 동조하거나 또는 벗어나는 교사들, 겉으로는 번듯한 듯 보이지만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가정, 특이한 일타 강사 캐릭터 현건우 등, 『모방소녀』를 구성하는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현실에 살아 숨쉬듯 입체적이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다. 사실 학생인 영리가 사회 고위층의 어른들을 쥐락펴락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결말은 다소 유치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내심 통쾌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쨌거나 영리와 초롬은 살아남았고, 앞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이 두 소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초롬이 굉장히 안쓰러웠다. 모든 걸 가진 초롬은 밖에서는 안하무인의 부잣집 딸이었지만 사실은 이 소설을 통틀어 누구보다 많이 상처받은, 가장 불안하고 나약한 존재였다고 생각된다.  &nbsp;  속도감 있는 전개, 현실의 몇몇 인물이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요소들이 맞물려 순식간에 시간을 훔쳐가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소설로도 재미있었지만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더 돋보이는 근사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nbsp;    &nbs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모방소녀 #소향 #텍스티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입시 #입시카르텔 #수능 #수학능력시험 #한국소설 #소설 #학원물 #학원스릴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16/96/cover150/k4121371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169611</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해체된 품평의 대상에서 기능하는 신체로 향하다 - [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63157</link><pubDate>Fri, 20 Mar 2026 23: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631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6417&TPaperId=171631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46/43/coveroff/k1521364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6417&TPaperId=171631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a><br/>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190 물론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생명은 너무너무 중요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임기 여성 전체를 잠재적 살인자 취급하면 되겠어요?<br>문학을 포함한 많은 예술에서 오랫동안 여성의 신체는 둘 중 하나로만 여겨져왔다. 성스럽고 숭고한 모체이거나, 조각조각 나뉘어 품평당하는 정욕의 대상이거나. 바디 호러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 속에서 더더욱 생소한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하는 열다섯 개의 단편이 담긴 『조각나고 찢긴』은 강렬한 핫핑크색 표지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다소 적나라하고 약간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표지의 그림은 나사나 관절 따위를 통해 인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인형의 긴 머리나 속눈썹, 색이 짙은 입술, 유방의 모양 따위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인형을 여성으로 패싱하게 된다. 『조각나고 찢긴』은 ‘여자의 몸은 이래야지’, ‘여성이라면 자고로 이렇게 생겨야지’, ‘여학생이니까 당연히 아름다워야지’ 등 가부장제의 관념과 속박 속에서 부위별로 조각나고 찢겨 품평받으며 오로지 욕구나 폭력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의 신체를 가부장적 시선에 저항하는 작가들의 글로서 다시 재조립하는 책이다.<br><br><br>  &nbsp;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갖는 특징은 여성의 신체를 대부분 ‘신체 그대로’ 주목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성적 묘사나 미형적인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신체를 단지 기능하는 신체로만 바라본다. 특히나 책의 포문을 여는 단편 「프랭크 존스」에서 에이미가 프랭크를 만드는 재료는 무려 ‘쥐젖’이다. 개인적으로 일부 남성 독자들(이 책을 읽는 남성 독자가 있다는 가정 하에)은 젊은 여성에게도 쥐젖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페이지를 넘기며 조금 웃을 수밖에 없었다. <br><br><br>  &nbsp;  p.286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여성의 정신병도 도덕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새 시대가 된 것이다. (중략) 내가 내 ‘아름다움’에 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내 ‘아름다움’은 남편의 소유이기에 내 마음대로 파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난 배워야 했다.<br>흑인이었던 탓에 발레리나가 되지 못했던 할머니의 저주에라도 걸린 듯 몸이 부서져가며 춤을 추게 되는 손녀를 그려낸 「댄스」, 권총이 자아를 가지고 몸에 기생하게 된 「은닉 휴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단편들은 바디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비일상적이고 다소 기괴하다. 때로는 불쾌하거나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도 얼마든지 이러한 호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꼬집는다는 부분에서, 다소 고전틱하고 클리셰를 따르는 작품마저도 기발하다는 기분이 든다. 많은 여성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 《서브스턴스》에 이어서 다시금 가부장제가 얼마나 여성의 신체를 마치 본인들이 소유한 것처럼 대해왔는지 깊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nbsp;  각 단편의 볼륨이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어 수시로 읽기 좋았다. 서문에 각 단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나 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편들을 모두 읽고 서문을 다시 한 번 읽거나, 단편부터 읽은 후 서문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신체를 품평하던 시대에서 모든 여성의 신체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시대가 오기까지 수 세기가 흘렀다. 이제는 ‘아름답지 않은’ 신체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조각나고 찢긴’ 신체들의 회복을 바란다. <br><br>*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nbsp;  <br><br>#조각나고찢긴 #조이스캐럴오츠 #마거릿애트우드 #에이미벤더 #메건에벗 #실라콜러 #문학수첩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소설 #호러소설 #바디호러 #페미니즘 #Adarkershadeofnoi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46/43/cover150/k1521364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464327</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소비하는 대상에서 함께 숨쉬는 정원으로 - [세상 모든 초록은 즐겁다 - 테마파크 식물 총감독의 정원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60814</link><pubDate>Thu, 19 Mar 2026 22: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608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6049&TPaperId=171608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0/87/coveroff/k02213604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6049&TPaperId=171608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 모든 초록은 즐겁다 - 테마파크 식물 총감독의 정원 이야기</a><br/>이준규 지음 / 시공사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101 ‘텃밭은 아름답지 못하다’, ‘아름다운 정원은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다’ 같은 편견을 깨는 혁신적 정원이 테마파크 안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회자된다면 서서히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nbsp;  꽃과 풀을 보려면 길거리를 거니는 대신 어딘가를 ‘찾아가야’하는 대도시에 살면서, 드물게 정원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테마파크’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등 대형 놀이공원에서는 벚꽃축제나 튤립축제처럼 계절에 맞춰 꽃을 테마로 하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놀이공원 안에 그렇게나 많은 꽃이 자연적으로 색을 맞춰 필 리가 없으니 누군가가 그 화단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게 당연한데도, 『세상 모든 초록은 즐겁다』를 읽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 본 적이 없는 기분이다. 아파트처럼 마당이 없는 집이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되고 정원과는 거리가 멀어진 삶을 살면서 어쩌면 우리는 정원이라는 것을 품을 들여 가꾸고 피부로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이라기보다 어딘가에서 타인에 의해 뚝 떨어진 보기 좋은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않나, 싶은 마음을 안고 책을 폈다.  &nbsp;  『세상 모든 초록은 즐겁다』는 정말로 제목처럼 즐겁게 정원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상냥하고 쉽게 쓰여 있어서 조경학이나 식물학에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독자들도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조경과 정원의 차이점을 묻는 교수의 질문에 “조경은 ‘소설’이고 정원은 ‘시’”라고 대답한 경험을 풀어낸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 프롤로그에서부터 독자는 ‘공공의 것이면서 맥락과 촘촘한 서사가 있는 조경’과 ‘개인의 것이면서 자유롭고 현란한 정원’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테마파크의 튤립 정원, 동네의 대형 공원, 아파트 단지의 화단 등이 조경에 속할지 정원에 속할지 고민해보게 된다. <br><br>  &nbsp;  p.247 첫 번째로 정원은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살아 있는 역사라 할 만큼 많은 역사의 켜를 가진 것이 정원이다. 다양한 시대와 다채로운 스타일, 여러 철학, 수많은 이야기가 정원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nbsp;  많은 사람들이 테마파크에서 ‘계절의 한 순간’만을 소비한다. 꽃이 가장 예쁘게 피어 있는 시기, 날씨가 좋은 휴일에 만개한 꽃이 가득한 정원을 사진으로 가지고 떠난다. 저자는 그런 꽃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정원의 울타리를 걷어낸다는 큰 결심을 한다. 화단의 훼손을 걱정하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울타리를 없앤 결과 놀랍게도 오히려 화단의 훼손은 줄었고, 소비 대상이자 피사체에 불과했던 꽃은 사람들에게로 다가가 함께 어울리고 숨쉬는 자연이 되었다. 곧이어 고객이 없는 시간에만 가꿔지던 정원에 항상 정원사들이 함께하게 되면서 정원은 더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사람들은 정원의 한 철 한 컷만을 보는 게 아니라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날씨에 따라 잎을 떨구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순환과 생명에 대해 직접 느끼게 되었다.  &nbsp;  조경과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삶과 자연, 성장과 본질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아름다운 정원 사진이 이따금 시선을 환기해주기 때문에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고 난 모든 독자들은 정원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세상모든초록은즐겁다 #이준규 #시공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에세이 #자연 #환경 #조경 #에버랜드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그램 #에세이추천 #자연에세이<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0/87/cover150/k0221360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08799</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서정적으로 그려낸 또 하나의 삶 - [스노우 헌터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14359</link><pubDate>Wed, 25 Feb 2026 23: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1143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932903&TPaperId=171143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61/46/coveroff/k3629329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932903&TPaperId=171143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노우 헌터스</a><br/>폴 윤 지음, 황은덕 옮김 / 산지니 / 2024년 07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60 어떤 기억이 남겨지는 데 어떤 선택이 있었을지 그는 궁금했다. 그리고 어떤 기억이 잊히는지도.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들 모두가 그럴 수 있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있었다.   &nbsp;  모든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바를 토대로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경험했다고 해서 반드시 더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볼품없는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쟁과 디아스포라 두 가지 주제만큼은 반드시 경험한 작가들이 더 잘 쓴다는 생각이 있다. 『스노우 헌터스』는 한국전쟁 북한군 포로 요한이 브라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한국계 미국인인 폴 윤의 장편소설이다. 전쟁고아를 위해 보육원을 설립했던 조부의 자료에서부터 시작된 『스노우 헌터스』는 디아스포라 문학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익숙하더라도 영미권에 국한되어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브라질로 이주한 북한 포로’라는 신선한 전개를 통해 큰 울림을 던져냄으로써 독자의 마음속에 파동을 만든다.  &nbsp;  역자 해설에서도 이미 언급되었지만 요한이 송환을 거부하고 브라질로 떠나는 장면에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최인훈의 『광장』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고 있으면 『스노우 헌터스』에서는 『광장』과 같은 고통이나 갈등보다는, 요한의 새로운 삶에 대한 서정적 서술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수려한 문체가 마치 서정시처럼 그려내는 브라질에서의 삶은 많은 독자들이 요한이 전쟁의 트라우마와 이민자로서의 디아스포라를 견뎌내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게 만든다.  &nbsp;  p.171 그가 놓쳐 버린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 번 더 뒤져 보고 찾는다면 무언가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었는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nbsp;  그러나 분명히 전쟁의 슬픔은 존재한다. 요한과 펭이 눈 속에서 구조되는 장면은 물론이고 군화를 얻기 위해 전사를 기다려야 하는 펭의 모습에서 우리는 전쟁의 처참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거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브라질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기요시와 요한의 존재 자체가 한국전쟁 생존자에 대한 증명이자 찬사가 된다. 요한은 브라질에서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고 있는데도 그의 독백에는 때로 외로움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독은 결코 비참하거나 서글프지 않다. 태양이 강렬한 브라질에서 그를 받아들여 준 이들의 환대는 전쟁 포로 요한이 한 명의 재단사로서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nbsp;  『스노우 헌터스』에서는 사실 거대하고 충격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요한에게 다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도, 그가 이민자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해 고뇌하고 슬퍼하고 쫓겨 도망치는 일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요한은 그저 그곳에서 기요시와 페이쉬, 비아, 산티… … 사실상 그가 북한에 있었을 때는 발음할 일조차 적었을 이름들과 함께 살아갈 뿐이다. 그럼에도 그런 일상적인 삶을 통해 사회가 무너트린 개인을 다시 다른 사회가 재건하는 모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전쟁의 아픔과 전쟁, 내전, 빈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을 마냥 꺼려하고 불편해하는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린다. 많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nbs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스노우헌터스 #폴윤 #산지니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한국소설 #소설 #소설추천 #전쟁 #디아스포라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61/46/cover150/k3629329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3614634</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