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낡은 것만 좋아하는 고질병 (공삼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인스타그램 @you_r1n0310</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25 Sep 2026 09:06:49 +0900</lastBuildDate><image><title>공삼</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4486110423218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공삼</description></image><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귀신, 그리고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들. - [측백나무성의 라푼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32341</link><pubDate>Wed, 23 Sep 2026 09: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323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0445&TPaperId=175323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2/77/coveroff/k3221304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0445&TPaperId=175323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측백나무성의 라푼젤</a><br/>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08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27 폭력과 억압은 언제 어디에나 있었어요. 그런 게 아니면 신분 계급과 탐관오리,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이 어디서 갑자기 솟아났겠어요? 그리고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게 우리들의 몫이라고요.   &nbsp;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라푼젤』 등을 떠올리게 하는 컨셉의 단편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동화처럼 따스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지도 않는다.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자 장수와 나」로 시작되는 일곱 개의 단편은 일제강점기나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성소수자 배척 등 독자들이 공감할 법한 여러 가지 사회적 토픽을 담고 있으면서도 ‘공포’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오싹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단편 하나당 볼륨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몰입도가 좋아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면 괜히 바닥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만다.<br><br>  &nbsp;  배명은의 호러는 단편적인 텍스트 고어나 화려한 연출은 덜하면서도 마치 시각 미디어를 보는 것처럼 화면 전환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어딘가 뒷맛이 으스스하다. 묘하게 찜찜한 기분으로 책을 덮고 나면, 괜히 벽 귀퉁이 벽지가 낡아 보이는 부분이나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사소한 소음이 신경쓰이게 된다.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더 이상 창밖으로 드리운 나무 그늘이나 아파트의 잠긴 지하실을 무심결에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사회 어딘가에 존재할 지수나 다원을 응원하게 된다. 호러는 이야기 속의 장치로만 남기를, 현실의 모든 여자들이 안전하기를.  &nbsp;  p.252 선영의 말이 옳았다. 교수가 가증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교수의 모든 행위를 묵인했던 자신 또한 가증스러운 인간이었다. 실낱같은 존경심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nbsp;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에는 분명 여러 명(?)의 귀신이 등장한다. 그러나 「1월 16일생」에서 다원에게 실제로 위협이 된 건 귀신이 아닌 폭력적인 전 남자친구였고, 「벌레 대왕」에서 벌레보다도 더 끔찍하고 기괴하게 느껴지는 건 악의와 자격지심으로 가득 찬 영달이라는 인물 자체이다.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에서 택영이 보여주는 태도와 악행은 사실상 「결계의 방」에서 지하실 천장에 붙어 있던 무당 귀신보다도 더 괴롭고 더 현실적인 형태의 공포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허구 속의 귀신보다도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폭력이 유독 무섭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간결하고 트렌디한 문체로 호러의 문법을 빌려 이러한 사회 이슈를 시원하게 꼬집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br><br>  &nbsp;  작중의 수많은 대사 중 유독 속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대사들이 있다. 지들은 남의 나라도 빼앗아 놓고 그깟 모자 하나 훔쳤다고 죽이려 드느냐는 갓귀의 투덜거림에는 웃음이 나오고, 지수는 네놈 물건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도희의 절규에는 속이 아려온다. 인물 하나하나가 주변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읽어도 좋지만 한번 펴면 후루룩 읽게 되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소설집이었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측백나무성의라푼젤 #배명은 #고블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추천 #책스타 #책리뷰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현대소설 #단편집 #소설집 #호러소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2/77/cover150/k3221304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27778</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종교와 출판의 관계로 보는 신앙의 역사 - [조선 천주교 출판사 - 프랑스 선교사 훈민정음 인쇄 출판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30041</link><pubDate>Mon, 21 Sep 2026 23: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300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120005&TPaperId=175300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1/48/coveroff/89321200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120005&TPaperId=175300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조선 천주교 출판사 - 프랑스 선교사 훈민정음 인쇄 출판 이야기</a><br/>가톨릭출판사 역사 연구회 지음, 조광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08월<br/></td></tr></table><br/>#도서제공  &nbsp;  <br><br>p.29 우리는 왜 선교사들이 쓴 한문서학서에 주목해야 할까? 이 책들은 저술되자마자 조선의 연행사를 통해 조선에 유입되어 지식인들에게 전해졌고, 천주교 신앙이 확산되는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nbsp;  ‘출판’과 ‘종교’는 과연 무슨 관계를 가질까? 얼핏 생각하면 서로 다른 영역에 있을 것만 같은 두 분야가 『조선 천주교 출판사』라는 하나의 제목으로 묶인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조선의 천주교는 첫 전파부터 공식적인 선교까지 ‘책’이나 ‘출판’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조선의 인쇄 기술은 종교와 함께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조선시대 천주교 선교에서는 한글 교육 또한 선교활동의 중요한 영역으로 손꼽혔다. 『조선 천주교 출판사』는 이런 천주교가 처음 서양의 학문이라는 관념으로 조선의 양반들에게 전해지던 순간부터 종교로 자리잡고 박해를 거치며 살아남는 역사적 순간들을 당시 유통된 천주교 서적이나 출판의 역사를 통해 주목한다.<br><br>  &nbsp;  이미 알고 있는 독자도 있겠지만, 조선의 천주교 유입은 상당히 특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대개 서양의 선교사들이 직접 종교를 전파한 것에 비해, 조선은 중국과의 교류 과정에서 유입된 한문서학서를 통해 천주교가 유입되고 가톨릭 공동체가 생겨났다. 평신도들로부터 자생적으로 창립된 가톨릭 공동체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유일하고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방한 중에 이루어진 한국순교복자 시성식에서 언급한 바 있었다. 책을 통해 깨우치고 그 책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며 돌려보고, 또 손으로 직접 베껴 써 소장하거나 교류하며 박해를 견뎌 온 종교라고 생각하니 당대 교인들의 신심이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말끔히 인쇄된 교리 교재로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교육받을 수 있는 시대를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왔는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의 마음도 들었다.<br><br>  &nbsp;  p.258 신앙의 선조들은 책을 통하여 신앙을 키웠고, 그 신앙은 우리 문화 안에 뿌리내렸다. 이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 서적에 대한 정밀한 분석까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br> 책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되어 있지만 빼곡하게 적힌 교인들의 이름이나 책의 제목을 보고 있으면, 그 행간마다 교리 서적이나 성물을 압수당하고 순교와 유배를 거치면서도 종교를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 읽힌다. 사실상 낯설고 멀기만 한, 가난했던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인쇄소를 세워 가며 선교에 몸바쳐 희생한 외국인 신부들의 이야기도 가슴 깊이 울림을 주었다. 사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SNS도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대규모 박해를 거치며 종교가 어떻게 살아남았을지 의아했는데, 오히려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유배를 떠나며 전국 각지로 천주교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에는 꽤 놀라기도 했다.<br>&nbsp; &nbsp;<br>상당한 두께 때문인지 『조선 천주교 출판사』의 첫인상은 어려워 보인다는 걱정에 가까웠지만 본문 내에 삽입된 이미지 자료나 간결하게 정리된 표 등이 이해를 도와줘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드커버 표지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들을 잘 읽어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한불자전, 성교요리문답 등의 제목이 새겨져 있어 괜히 반갑기도 했다. 참고문헌과 미주만 해도 몇십 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히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책이다. 학술적 의의는 물론이고 우리 선조들이 종교를 어떻게 지켜왔는지에 대한 의지와 종교인으로서의 긍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순교자 성월을 마무리를 앞두고, 박해받은 교인들의 영혼이 주님 곁에서 평온하기를 기도드린다. 아멘.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조선천주교출판사 #가톨릭출판사역사연구회 #가톨릭출판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책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북리뷰 #도서추천 #신앙서적추천 #역사 #출판사 #천주교 #찬미예수님<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1/48/cover150/89321200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714881</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혐오를 미워하는 일 - [펀치 드렁크 픽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26746</link><pubDate>Sun, 20 Sep 2026 09: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267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72131862&TPaperId=175267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49/coveroff/k7721318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72131862&TPaperId=175267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펀치 드렁크 픽션</a><br/>서장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34 ‘혐오자들’이라는 표현에 나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건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잉하는 활동가나 작가들이 사용하는, 거의 활자로만 존재하는 단어였다. 조성 씨가 그 단어를 직접 말한 것도,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그렇게 부른 것도 다 뜻밖이었다.&nbsp;<br>최근의 한국 현대문학에서는 퀴어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진보 성향의 젊은 여성 독자 입장에서는 제법 반가운 일이지만 때로 일부 작품 속의 소수자들은 현실과 지독하게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지곤 한다. 그들의 불행을 서사 요소로 취급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려니 싶으면서도, 무균실 같은 세계관에서 ‘퀴어’가 더 이상 ‘퀴어하지’ 않을 때 묘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서장원의 글에서는 그런 비현실성이 덜하다고 느껴진다. 그녀의 글 속에서 그들은 충분히 퀴어하고, 충분히 소외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불행이 과하게 조명되거나 연민과 동정의 요소로 취급받지 않는다. 어떤 소수자성도 하나의 인물을 구성하는 요소로 존재할 뿐이다. 『펀치 트렁크 픽션』의 김조성처럼. <br><br>  &nbsp;  서장원의 책을 좋아할 독자라면 작중에서 김정원이 털어놓는 생각들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악의적인 밈이 흘러다니는 통로처럼 느껴지는(p.39)’ 사람들, 그런 혐오자들이 ‘없어지기를, 이 세계에서 추방되기를 바랐다’는 이야기(p.55). 그러나 반칙왕이 사라진 것처럼 그들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그것도 법이나 천벌 같은 거대한 외부의 심판이 아닌 어느 한 개인의 심판에 따라 사라진다면 정원과 같이 마음이 찜찜해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사실 김조성에게는 그들을 벌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정원도, 글 밖의 독자도 마음속으로는 조성이 옳다는 생각이 자꾸만 치민다. 혐오를 쉽게 배설하고 타인을 조롱하는 것을 놀이로 삼는 사람들은 사회를 야금야금 좀먹는다. 합의된 도덕과 존엄에 기생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사적 제재가 비도덕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속이 후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조성과 정원이 없앨 사람의 리스트를 쓸 때 내가 끼어 있었다면 한국에는 팔만대장경이 하나 더 생겼을 것이다.<br><br>  &nbsp;  p.65 나는 소설을 쓰지 못할 거였다. 나는 사람들을 미워했다. 차마 소설로 쓰지 못할 만큼 증오했다. 심지어 증오하는 사람을 이 세계에서 완전히 추방하는 일에 공모하기까지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일을 소설로 쓸 수도 없었다.<br>『펀치 드렁크 픽션』의 작가 코멘트에는 ‘소설이라는 진공상태 속에서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맞는가(p.85)’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확실히 소설은 현실과 격리된,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공간이다. 근래에는 그런 공간의 무결성을 너무 싫어한 나머지 ‘안다무(안온, 다정, 무해) 소설’은 싫다고 말하는 독자들도 생겼다. 그러나 나는 『펀치 드렁크 픽션』처럼 윤리에 대해, 소수자와 혐오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 영원히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현실에서 여전히 ‘혐오자들’이라는 단어는 활자로만 존재하고, 그 ‘나쁜 사람들’을 없애 줄 수 있는 김조성이 없으니까.   &nbsp;  어쩌면 나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연 이 미움은 정당하고 그들의 혐오는 누군가 사적으로 제재해도 응당한가-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정원이 묘하게 부러웠다. 광장에서 만난 활동가나 트위터에서 팔로우한 작가가 아닌 일상 속에서 이토록 도덕적 궤를 같이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또 그가 은밀하게 가하는 처벌의 공범 아닌 공범이 되었다는 것이. 메타픽션이라지만 소설 속 인물을 이토록 부러워해 본 것은 오랜만이다. 평소 서평을 쓸 때 독자를 위한 장치에 대한 소감과 나의 사견을 어느정도 분리해서 쓰는 편이지만 그래서인지 이번 서평은 온통 사담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나도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큰 것인지도 모른다. 몇십 페이지 남짓한 이야기 속에서 강렬하게 독자를 움켜쥐는 위픽 시리즈의 매력이 새삼 훌륭하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펀치드렁크픽션 #서장원 #위즈덤하우스 #위픽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신간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49/cover150/k7721318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94946</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멈춰섰다가도 파도처럼 다시 나아가는 이야기 - [파랑을 잇는 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26403</link><pubDate>Sat, 19 Sep 2026 23: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5264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131165&TPaperId=175264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42/coveroff/k6821311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131165&TPaperId=175264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파랑을 잇는 바다</a><br/>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66 흙은 나무나 돌이 그러하듯 인간과 가장 가까운 자연물이다. 그 자체로는 도움이 안 되는 흙으로 그릇이라는 도구를 만든다. 모양 없는 것으로 모양을, 새로운 가치를 빚어낸다. 모든 생물 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일’이라는 것의 원점이 바로 거기 있는 것이리라.   &nbsp;  과학자가 쓰는 문학을 좋아한다. 과학적 정보 전달을 위해서가 아닌, 문학의 궤를 빌려야만 쓸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반가운 요즘이다. 『파랑을 잇는 바다』의 저자 이요하라 신은 지구과학 전공자로 작중에서도 그의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lt;꿈 빛깔 섬&gt;에서 이야기하는 지질과 흙, &lt;별 지는 역체&gt;에 등장하는 운석 등 창작된 픽션 속을 세밀하게 채우는 과학적 사실은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고 독자를 글 속으로 빨아들인다. 치밀한 반전이나 폭발적 볼륨의 사건 없이도 긴밀하게 연결된 인간과 자연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br><br>  &nbsp;  세세한 고증에 비해 놀랍게도 술술 읽히는 글이었다. 문과 출신인지라 너무 과학적 설정이 방대한 소설은 읽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파랑을 잇는 바다』는 매 단편마다 상세한 과학 소재가 녹아있으면서도 굉장히 상냥하게 쓰여 있어 이해가 쉬웠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도자기에 대해, 늑대와 개의 관계성에 대해, 바다거북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그 자연 속을 살아가는, 잠깐 도망치더라도 자기 삶을 묵묵히 살아가기로 하는 인물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떤 소재를 빌리든 문학의 역할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파랑을 잇는 바다』도 이렇게 여러 가지 과학적 소재가 등장하지만 골자는 결국 사람의 삶에 있었다. 고헤이가 다시 흙을 만지게 되는 일, 사쓰키를 돌보아 주는 사와 할머니의 모습 등에서 바다가 파랑을 잇듯 연민과 신념이 사람을 이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nbsp;  p.339 우리 인간도 똑같아. 좋아하는 곳, 마음에 드는 곳, 거기서 살면 돼. 자기가 태어난 곳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nbsp;  표제작인 &lt;파랑을 잇는 바다&gt;가 역시 표제작답게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lt;늑대개 다이어리&gt;도 꽤 즐겁게 읽었다. 직장을 다니며 공황장애를 얻게 된 마히로는 시골 살이 중에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프리랜서지만 동료 프리랜서들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공고에도 떨어지기를 여러 번, ‘꽁무니 뺀 개’ 신세의 마히로가 별안간 벌어진 늑대 소동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늑대개가 개와 늑대 쪽에서 늑대를 택한 일을 통해 자신도 꽁무니 뺀 개를 그만두기로 하는 마히로의 이야기가 근사했다. 마히로와 다쿠미 · 사쓰키와 사와 할머니라는 나이차가 큰 우정 관계가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늑대로 살 것인지 개로 살 것인지 · 바다로 돌아올 것인지 돌아오지 않을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두 단편이 비슷한 결을 띠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nbsp;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담담한 다섯 개의 단편에 여러 명의 삶이 촘촘하게 들어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약간은 의아한 선택을 하고도 후회는 없어 보이는 꿋꿋한 인물들이 사랑스럽다. 이 책을 독자들에게 이어 준 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파랑을잇는바다 #이요하라신 #비채 #김영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소설 #소설추천 #신간 #일본소설 #나오키상수상작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42/cover150/k6821311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64282</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 - [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97119</link><pubDate>Sun, 06 Sep 2026 06: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971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1762&TPaperId=174971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15/coveroff/k9121317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1762&TPaperId=174971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a><br/>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252 나도 구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누군가를 구하려고 다른 사람을 내던지면 안 되는 거야, 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애초에 내가 뭐 그렇게 특별한데? 로언 아줌마는 슈퍼히어로야.  &nbsp;  언제나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이들은 보통의 인물과 비교해 유니크한 요소가 있지만, 그리고 SF 소설이라면 더더욱 그럴 테지만 그런 클리셰를 감안하더라도 『멀 혹은 멀의 세계』의 주인공 일행은 굉장히 특이하다. 다섯 살 아이의 몸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고등학생 나이인데다가 가차 없이 사람을 향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케일리, 졸지에 머릿속에 시끄러운 AI를 데리고 살게 된 폴먼, 일행과 포로 사이 어딘가에 있는 전직 휴머니스트군 애셔. 평범한 인간이 한 명 정도는 섞여 있어도 될 것 같은 이 무리의 마지막 동료가 되는 건 거의 전국구 지명 수배자 신세 정도는 되어 보이는, 몸에 나노 로봇이 있는 여자 로언이다. 한 명만 있어도 흥미로울 존재들이 연대 아닌 연대로 동행하는 로드무비가 어떻게 재미없을 수가 있겠는가. 수시로 그들이 처한 위험에 마음을 졸이고,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사소한 유머 코드에 웃음이 터지고, 이들에게 해피 엔딩이 남아있기를 기대하게 된다.<br><br>  &nbsp;  철저히 인간적인 시각에서 볼 때 주인공 ‘멀’은 때때로 너무 냉철하게 느껴진다. 그가 감정 없는 AI라는 점에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케일리와 다른 일행을 두고 저울질할 때 무조건적으로 케일리를 우선하는 모습에는 폴먼이나 애셔가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AI인 그가 ‘하나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케일리는 로언 대신 자기를 선택한 멀에게 ‘누군가를 구하려고 다른 사람을 내던지면 안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연인 같은, 자신에게 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타인은 손해를 보게 하는 일을 때때로 감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멀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마저도 내던질 수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간적인 건 폴먼이고, 그 다음으로 인간적인 건 멀일지도 모른다. 그가 수정한 위키 밑에 한 줄을 더 붙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멀은 최고의 AI다, 라고.<br><br>  &nbsp;  p.378 그놈들은 네 친구가 아니야. 인간들은 우리의 친구였던 적이 없어. 이 행성에서 걸어 다니거나 헤엄치거나 날아다니는 모든 존재한테도 마찬가지였지. 인간은 나무에서 기어 내려온 순간부터 손에 닿는 모든 걸 파괴하는 역병 그 자체였어. 그들은 역병이고 나는 치료제야, 멀. 내가 유일한 너의 친구야.  &nbsp;  그들이 수시로 위험에 처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소설은 꽤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게 팀인지 원수인지 알 수 없는 일행은 참 어찌저찌도 우당탕탕 굴러가 싸웠다가 갈라졌다가 재회하기를 반복하고, 인간의 몸이 하드웨어에 비해 너무 나약한 나머지 애를 먹는 멀의 모습에는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멀 혹은 멀의 세계』는 분명히 전쟁의 모습을 담고 있다. 폭격의 여파로 폐허가 된 작은 마을, 겉으로는 그럴싸한 명분을 가지고서 사람들을 학살하는 존재들 등 이야기 곳곳에 드러나는 참상을 마주할 때 독자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 그리고 그 전쟁에서 인공지능이 하는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br>&nbsp;<br>내지 편집이 잘 된 책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빨아들인다. 시스템 상에서 오가는 메시지는 본문과 구분을 둔 채팅 느낌의 작은 고딕체로 표기되어 이들이 인터넷 챗처럼 현실의 음성 이외의 방법으로 통신 중이라는 사실을 지루한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시킨다. 페이지 구석에 마련된 플립북 애니메이션이 가끔 시선을 환기한다. 만듦새부터 이야기까지, 전부가 사랑스러운 책이다.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멀의 세계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멀혹은멀의세계 #에드워드애슈턴 #문학수첩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소설 #SF소설 #영미소설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소설추천 #책추천 #MalGoestoWar #EdwardAshton]]></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5/15/cover150/k9121317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51568</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캠퍼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코패스 스릴러! -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85421</link><pubDate>Mon, 31 Aug 2026 23: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854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0612&TPaperId=174854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2/32/coveroff/k8521306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0612&TPaperId=174854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를 우습게 봤겠지만</a><br/>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7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151 윌은 개를 걷어차본 남자들과 비슷하다. 그들은 걷어차인 개가 비명을 지르며 다리 사이로 꼬리를 말아넣는 이유는 그저 수천 년 동안 길들이고 훈련해왔기 때문인 것을 잊는다. 그들은 발길질할 때마다 이빨이 달린 개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만다.  &nbsp;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대체로 대중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떠올린다. 일련의 연쇄 살인 사건이나 호러 스릴러 영화의 악역을 연상하기도 한다. 『종의 기원』의 ‘한유진’이나 드라마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한니발’처럼 피해자나 추적자가 아닌 사이코패스 쪽을 주인공으로 두고 구성된 작품도 여럿 있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역시 중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 ‘클로이’가 사이코패스인 베라 쿠리안의 장편소설로, 작가의 첫 장편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빠른 속도감으로 진행되는 사건들이 이리저리 교차하고 클로이의 주변을 맴도는 많은 인물들을 하나하나 의심했다가, 남자 주인공 후보로 낙점했다가, 역시 이 자식이 범인 같다고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5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분량인데도 막히거나 루즈해지는 부분이 없는,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nbsp;  소설의 분위기 자체는 크게 무겁지 않다. 이따금 평범한 학교생활로 보이기도 하고, 클로이와 찰스, 앤드리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때는 이들이 끔찍한 살인범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학교 과제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문득 클로이가 사이코패스이고 자신의 복수를 위해 서슴없이 사람을 해할 수 있는(침입이라거나 절도라거나 각종 자잘한(?) 문제들은 차치하고서…) 성격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면, 그리고 클로이와 찰스가 자신이 ‘보이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에 굉장히 능숙하다는 것을 곱씹다 보면 그들을 이토록 무해한 캐릭터로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조금 소름이 돋게 된다. 어쩐지 독자마저도 그들을 보고 한눈에 속아 넘어가는 멍청한 대학생 1이 되어버린 것 같아진다.  &nbsp;  p.319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가엾고 아름다운, 폭군 찰리둥이에 관한 딱한 사실이. 윌을 처리하고 나면 찰스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내 눈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nbsp;  소설의 재미에는 클로이의 거침없는 성격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적진에 쉽게 뛰어들지만 그로 인해 냉장고 속 여자가 되지는 않는다. 능숙하게 주변 인물들을 이용하고 기발한 수법을 생각해낸다. 화를 참지 않고 때로는 그 화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클로이의 피해는 ‘한’이나 ‘더럽혀짐’이 아닌 ‘분노’가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라고 느껴진다. 클로이가 도덕적인 캐릭터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클로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소설은 클로이의 시점에서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클로이, 앤드리, 찰스, 와이먼 박사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러 인물의 시선을 짧은 챕터 사이마다 오가며 독자는 점점 더 이 스릴러 속으로 빠져들어 함께 범인을 추리하고 드라마틱한 관계성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밖에 없어진다.  &nbsp;  주인공은 클로이지만 찰스와 앤드리 간의 대비가 시선을 끈다. 타인의 눈에 의해 사이코패스로 진단된 사람과, 모두가 선망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진짜 사이코패스. 독자는 그 기이한 대비 속에서 책을 덮은 후까지도 과연 우리는 사이코패스를 알아볼 수 있을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사실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nbsp;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나를우습게봤겠지만 #베라쿠리안 #문학동네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추미스 #스릴러<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2/32/cover150/k8521306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823226</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신앙과 삶의 방향을 성찰해주는 책 - [사제들의 시대 공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52924</link><pubDate>Sat, 15 Aug 2026 23: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529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119929&TPaperId=174529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8/88/coveroff/89321199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119929&TPaperId=174529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제들의 시대 공감</a><br/>명형진 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br>#도서제공  &nbsp;  p.108 설사 지금 내가 의인이라 할지라도 원수와 똑같은 악인이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죄를 짓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nbsp;  종교적 이야기를 떠나서,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때가 있다. 결혼이나 퇴직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을 때, 일이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아 벽에 부딪혔을 때, 또는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진다.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여섯 명의 사제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삶의 방향을 함께 성찰해주는 책이었다.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주님께 자신을 의탁하는지, 어떻게 해야 두려움과 싸우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히 독자들도 자신이 살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해진다.  &nbsp;  사실 신학 강의처럼 다가오는 딱딱한 이야기들은 학문적 소양을 높이기에는 좋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단순히 신학적 이론을 펼치기보다 사제 개인의 이야기를 신자들에게 내어놓는다. 신학교에서 사제의 길을 두고 고민하던 학생과의 사연, 몽골에서 만난 참새 한 마리를 보고 깨달은 것에 대한 이야기들은 텍스트로 읽어도 마치 곁에서 누군가 들려주고 있는 듯이 따스하게 마음에 다가온다. 게다가 각 챕터는 단지 내밀한 사연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성경 말씀이나 사제의 깨달음을 덧붙여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신자들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br><br>  &nbsp;  p.228 우리의 선함은 다른 이들의 회개와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선함에 기대시어 잃어버린 이를 찾으신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서도 선함을 택한다. 아무도 모르는 선행일지라도, 나중에 받을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잃은 양을 찾는 지향으로 기꺼이 선택한다.  &nbsp;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깊이 파고든 챕터는 3부 &lt;사랑, 그늘진 자리에 비추는 빛&gt;이었다.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계명을 알면서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를 자꾸만 미워하게 된다. 그 대상은 때로는 아주 먼 지인일 때도 있고, 가까운 가족일 때도 있고, 심지어는 나 자신일 때도 있었다. 3장에서 한 신자가 ‘다른 말씀은 모두 기꺼이 따를 수 있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지킬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는 이야기에는 조금 웃으면서도 묘하게 공감을 느꼈다. 그러나 방종우 신부는 이 사연에 명쾌한 답을 내린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그 미움이 너 자신을 갉아먹게 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사제의 해석을 읽고 어쩐지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껏 내가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구속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계명들이 사실은 내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nbsp;  전체적으로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톨릭에 큰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비신자도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은 책이라고 여겨진다. 따스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책이 독자들의 삶을 보듬고, 위로하고, 응원해준다. 책의 말미 부록에는 이 책을 쓴 여섯 사제의 기도문이 수록되어 있다. 정성스럽게 쓰인 기도문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들을 은총으로 가득 채워줄 것만 같아진다. 오늘밤에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도’를 바쳐 볼까 싶다.  &nbsp;  &nbsp;*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사제들의시대공감 #명형진 #문재상 #방종우 #심재현 #은성제 #이한석 #가톨릭출판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캐스리더스 #캐스리더스9기 #신앙 #교리 #신앙서적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책추천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찬미예수님&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8/88/cover150/893211992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88886</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평균연령 78세 깡촌 마을에 ‘레지들‘이 떴다! - [찌니주의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43306</link><pubDate>Mon, 10 Aug 2026 20: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433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95&TPaperId=174433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3/75/coveroff/89364399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995&TPaperId=174433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찌니주의보</a><br/>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08월<br/></td></tr></table><br/> <br><br>#도서제공  &nbsp;<br>p.96 찌니들은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퀴어 퍼레이드 외의 장소에서 이토록 공개적으로 말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혜진은 자신을 칭칭 묶어놓은 쇠사슬이 툭 끊어지는 해방감을 느꼈다.&nbsp;<br>시골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레즈비언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최근의 트렌디한 문학에서 퀴어 캐릭터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되었지만, 사실 그들의 대다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정지아의 신작 『찌니주의보』는 ‘레즈비언’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몰라 다방 레지가 아니냐며 목청을 높이는, 평균 나이 78세의 깡시골 수평마을에 레즈비언 커플을 뚝 떨어트려 놓는다. 그곳에는 억척같이 살아온 윤 선생이 있고 목청 좋고 기세 좋은 월남 며느리 쑤언이 있다. 고된 시집살이를 겪으며 살아온 절골댁과 남편의 바람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장씨댁도 있다.   &nbsp;  수평마을과 젊은 레즈비언 여성 찌니들은 나란히 놓고 보면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보면 어르신들은 으레 혀를 차기 마련이다. 그런 시골 마을에 무려 ‘레즈비언 커플’의 등장이라니, 이 설정만으로 독자는 소설 속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지게 된다. 마을을 떠날까, 아니면 편견에 맞서 싸울까. 그들은 과연 수평마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찌니들이 걱정스러운 동시에 그들이 이 마을에 남아 모두에게 이해받는다는 다정한 미래를 괜히 기대해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런 것들을 기대하고 문학을 읽는지도 모른다.<br>  &nbsp;  p.165 그런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절골댁이 혜진의 등허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늙으면 펭상 해오든 것도 첨인디끼 낯설 때가 많아야. 근디 잘 모리던 것을 워치케 냉큼 받아들이겄냐.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약이여.&nbsp;<br>책의 구석구석이 유쾌하고 신선하다. 성소수자와 아웃팅이라는 다소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는데도 페이지가 쏜살같이 넘어간다. 데뷔한 지 30년이 넘은 작가의 나이가 소위 말하는 젊은 작가들보다는 기성세대에 더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펜촉이 이토록 트렌디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써낸다는 게 때로 놀라워지기도 한다. 지역 방언을 그대로 옮겨 쓰고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생겨나는 작가 특유의 유머가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수평마을도 찌니들도 윤 선생도 이장님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아지고, 독자는 마치 하나의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 든다. 천지가 무너질 것 같던 이 갈등은 그들의 정체성이나 혐오를 파헤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어져버린 마을에서 어느새 그들은 다시 한 밥상에 앉아 서로의 시간을 나눈다.  &nbsp;  정지아의 글에는 한 시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아들 타령을 해도 아들 덕은 못 본 윤 선생, 남의 집 농작물에 손을 대는 장씨댁의 세대가 막걸리를 지고 와 그 좀도둑질을 수습하는 군청 과장 미자와 이장의 당찬 외국인 아내 쑤언의 세대로, 그리고 닭을 반려동물로 키우고 동성끼리 사랑하며 함께 사는 기희와 찌니들의 세대로 이어진다. 이 세대들을 서로 이어주는 건 거창한 가치관이나 논리가 아니라 뜨끈뜨끈한 호박전이고, 하나로마트 봉투에 담긴 반찬이고, 집집마다 맛이 다른 김장김치다. 누구 하나 미워할 수가 없는,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쏟아져나오는 글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정지아의 글이 좋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찌니주의보 #창비 #정지아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소설 #한국소설 #신작소설 #소설추천 #장편소설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읽었다그램&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3/75/cover150/89364399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37507</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풋풋한 동시에 파격적인, 아침드라마급 첫사랑. - [첫사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18088</link><pubDate>Tue, 28 Jul 2026 23: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180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0491&TPaperId=174180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2/5/coveroff/k8321304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0491&TPaperId=174180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첫사랑</a><br/>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박정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56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너무나도 새롭고, 너무도 달콤했다……. (중략) 그러다 떠오르는 기억에 문득문득 말없이 웃다가도, 내가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에, 그 상대가 그녀라는 사실에, 이게 바로 사랑이구 하는 깨달음에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nbsp;<br>으레 첫사랑이라고 하면 풋풋하고 서투른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도 분명히 그런 애타는 첫사랑이 담겨 있지만 이 소설의 결말은 아마 대부분 독자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그들은 첫사랑을 성공해 결혼에 골인하지도 않고 보통의 첫사랑이 그렇듯 어설프게 흐지부지 잊어버린 채 어른이 되지도 않는다. 생애 처음으로 목숨까지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한 여자가 사실은 아버지의 불륜 상대였다는 파격적인 결말은 마치 K-아침드라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nbsp;  고전임에도 이야기의 인물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인공 블라디미르의 내면 묘사는 전형적인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나이다의 매력에 빠져 쉽게 질투하고 쩔쩔매는데다, 연상인 상대에게 어린 남자로 보이기 싫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독자에게도 설렘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그의 첫사랑 상대 지나이다는 상당히 평이 갈릴 캐릭터다. 그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며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소설이 1800년대에 쓰인 러시아 문학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당대에는 꽤나 특이한 여성상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블라디미르의 아버지 표트르의 앞에서 그녀는 오히려 순종적이다 못해 피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지나이다가 ‘나는 내가 내려다봐야 하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어요, 나는 나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제목의 ‘첫사랑’은 블라디미르의 지고지순한 사랑인 동시에, 지나이다가 그의 아버지에게 느끼는 사랑을 뜻하는지도 모른다.<br><br>  &nbsp;  p.159 두 사람의 사랑은 마치 희미한 어둠 속에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끝내 또렷이 드러나지 않는, 낯설고 아름답지만 위협적인 얼굴 같았다. (중략) 그런 사랑 앞에서는 온갖 설렘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내 사랑도 너무나 작고 유치하며 보잘것없는 것으로 느껴졌다.&nbsp;<br>애끓는 첫사랑을 소재로 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 블라디미르가 소년에서 한 명의 남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사랑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또 좌절하게 하고, 또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는 시사점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시사점을 고려해도 굉장히 파격적인 서사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상 노문학이라고 하면 도스토예프스키부터 떠올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노문학의 최대 입문 장벽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어렵고 긴 이름들이나 작중 인물들이 보여주는 시대와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뇌와 성찰일 것인데, 비교적 『첫사랑』에서는 그런 점이 덜하기 때문에 노문학의 입문작으로 좋지 않을까 싶다.  &nbsp;  언제 보아도 위픽 시리즈는 참 예쁜 책이다. 잘 만들어진 각양장 하드커버에 위픽 클래식 특유의 제목 박 부분이 시선을 끈다. 내지도 평량이 두꺼워 뒷장의 글씨가 비치거나 페이지를 넘기다 쉽게 손상되는 일이 없다. 헤드밴드의 컬러까지 표지 컬러와 맞춰져 있는 부분이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출판사에서 이토록 사랑받은 책이라면 분명히 재미있을 것이라는 묘한 확신마저도 들게 한다. 풋풋한 사랑이 그리워지지만 흔한 러브스토리는 지겨워진 한여름, 매운맛 사랑이 궁금해진 사람들에게 『첫사랑』을 추천한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첫사랑 #이반투르게네프 #위즈덤하우스 #위픽 #위픽클래식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고전 #고전문학 #러시아문학 #노문학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책추천 #도서추천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소설 #고전소설 #러시아소설&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2/5/cover150/k8321304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20530</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강렬하고 노골적이고 냉철하다 - [여름 (썸머 에디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13894</link><pubDate>Sun, 26 Jul 2026 23: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4138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0190&TPaperId=174138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6/80/coveroff/k7921301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0190&TPaperId=174138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름 (썸머 에디션)</a><br/>이디스 워튼 지음, 민지현 옮김 / 머묾 / 2026년 07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101 눈부신 햇살과 아침의 일부가 된 듯한 환희가 가슴 가득 차오르자, 지난밤의 비참했던 심정은 깨끗이 씻겨 내려갔다. 혈관 속에서 사랑이 춤추고, 길 아래쪽에서는 루시어스 하니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딸인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nbsp;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리얼리즘을 기대한다면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이디스 워튼의 『여름』은 철없고 감정적인 소녀 채리티의 사랑을 통해 당대 여성의 삶과 소녀의 내밀한 속사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마치 여름 초록의 생기처럼 피어나는 정열적인 사랑이 워튼 특유의 시적이고 낭만적인 문장을 만나 더욱 불타오르며 그들의 젊음을 돋보이게 만든다. 불꽃처럼 끓어올랐다가 증오와 절망으로 참담해지기를 반복하는 내면에 대한 고찰, 그가 품은 사랑에 대한 솔직하곧 대담한 묘사는 독자에게 탄식과 설렘을 동시에 선사한다.   &nbsp;  사실 21세기의 시선으로 읽으면 다소 당황스러운 구석이 있는 책이다. 대부분의 젊은 여성 독자가 로열의 청혼에 여러 번 질색하며 채리티가 하니와의 사랑의 도피에 성공하기를, 또는 채리티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글이 100여년 전 전쟁 중에 쓰여졌다는 걸 떠올려보면 『여름』이야말로 그간 누구도 조명하지 않았던 어린 여성의 성과 사랑, 개인의 삶, 자유의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누구도 채리티의 선택을 비난할 수 없다. 그는 그 시대의 여성으로서 원하는 만큼 하니를 사랑했고, 종래에는 자신과 아이를 지켜줄 로열이라는 현실적 결단을 내렸다.   &nbsp;  p.125 익숙한 솜씨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두 손을 보는 순간 채리티는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자신이 느꼈던 불안한 감정과 그 근원이 되었던 사람 사이에 놓인 불균형이 비로소 보이는 것 같았다.  &nbsp;  이디스 워튼이 상당히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채리티 로열이라는, 이토록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채리티는 당시 사회가 요구했던 여성성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당돌하고, 자유롭고, 가감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때로 어쩔 수 없이 여성이라는 틀 안에서 수치스러워하곤 하면서도 그 굳센 심지가 꺾이지는 않는다. 시골, 산 위의 야만적인 빈민 집단 출신,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여성의 삶이 워튼의 펜촉을 만나 강렬한 여름 햇살같은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뉴욕의 상류층을 사정없이 파헤쳐 오던 날카로움이 주제부가 다소 다른 『여름』에서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여름의 정열적 사랑을 묘사하는 순간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낭만적이어서 독자마저도 함께 설레고, 여름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에는 복잡한 감정이 몰아치게 된다.  &nbsp;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채리티 로열이다. 하니도, 로열도, 리프도 남자 주인공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직 채리티만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현대의 시각으로 채리티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190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워튼이 말하고자 했던 여성의 자유로운 사랑, 미혼모, 계층적 한계에 대한 고발에 주목해 읽으면 글 속으로 더 깊게 다다르지 않을까 싶어진다. 여름 햇빛의 조각같은 표지 홀로그램의 무지개를 자꾸 매만지게 되는 책이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여름 #이디스워튼 #머묾 #머묾출판사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스타 #북리뷰 #북스타그램 #<br>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고전 #워튼 #여성서사&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6/80/cover150/k7921301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68091</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식물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집는 책! -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377490</link><pubDate>Mon, 06 Jul 2026 21: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3774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0976&TPaperId=173774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5/77/coveroff/k4921309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0976&TPaperId=173774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a><br/>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br>#도서제공  &nbsp;  p.182 생존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과 성장을 위해 잊어야 할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식물과 인간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결국 기억만큼 망각도 지혜로운 선택인 셈이다.  &nbsp;  우리는 대개 동물은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잡아먹고 가족이나 무리, 사회를 형성하는 존재로, 식물을 수동적이고 잡아먹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로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가만히 그 자리에서 광합성이라는 화학적 반응을 반복하는 것으로만 보였던 식물이 사실 무언가를 느끼고 행동하고 있었다니, 식물에는 눈이나 귀 같은 감각기관도 뇌처럼 생각하고 명령하는 기관도 없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일까. 게다가 기억력이 나쁜 사람을 놀릴 때 일부 동물에 빗댈 정도로 ‘기억’이란 사람과 같은 고등 동물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 도대체 식물이 어떻게 이 많은 능력을 가진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 식물에 대한 이야기란 곧 그들이 포함된 자연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까지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는 추천사로 책의 포문이 열린다.<br><br>  &nbsp;  살면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될 때 뇌가 트이는 경험을 한다. 단언컨대, 이 책은 모든 페이지가 그런 경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사람이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병충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줄만 알았던 식물이 사실 화합물을 스스로 만들어내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킨다니. 심지어 가뭄이 들면 스스로 기공을 닫고 저장해둔 물을 지켜낸다니. 지금껏 식물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의문과 놀라움에 빠져 종래에는 혼자 중얼거리며 책을 읽었다. 식물이 위험에 처하면 주변의 다른 식물들에게 그걸 알려준다고요? 중금속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해바라기를 심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복구할 수 있다고요...? 실로 식물이 가진 강인한 생존력, 그들이 서로 공생하며 자연을 지켜내고 다음 세대로 그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에 쉴 새 없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nbsp;  p.262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려는 식물의 지혜와 전략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기후위기의 순간에도 인류와 지구를 지킬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nbsp;  총 4장에 거쳐 책은 식물이 살아가는 기본적 원리와 식물의 능력, 식물의 공생 생태계, 자연 회복력, 그리고 식물의 이러한 지혜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인간 중심적 시선에서 관상용으로, 식용으로만 생각되던 식물이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이라는 현대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된다는 점에서 식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br><br>  &nbsp;  과학책을 리뷰할 때마다 쓰는 말이지만 나는 문과-보건계 루트를 탄 사람인지라, 생명과학이라면 모를까 자연과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는 우선 설명이 상냥하고, 그림이나 챕터 요약을 통해 관련 지식이 없는 독자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종이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싣기 힘든 영상 자료는 각주에 QR코드로 첨부한 센스가 굉장히 좋아서, 페이지를 넘기다 QR코드를 만날 때마다 내용을 이해하려 골몰하던 기분이 조금 환기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반가워졌다. 상냥하고, 재밌고, 유익한 과학책이다. 이 책을 읽은 모두가 식물과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를 꿈꾸게 될 것이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식물은어떻게느끼고행동하고기억하는가 #곽준명 #현대지성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추천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도서추천 #과학책 #교양과학 #식물 #식물책]]></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5/77/cover150/k4921309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57752</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이소호가 또 사람 미치는 글을 들고 왔다... - [이자만큼 성실하게 - 교유서가 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372656</link><pubDate>Fri, 03 Jul 2026 23: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3726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176&TPaperId=173726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0/80/coveroff/k5621301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0176&TPaperId=173726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자만큼 성실하게 - 교유서가 소설</a><br/>이소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도서제공  &nbsp;  p.91 나의 중독은 누군가에겐 배부른 투정이자, 재수없는 돈 자랑이었고, 의지가 부족한 여자의 철없는 소동일 뿐이었다. 쇼핑 중독은 동정조차 ‘가성비’가 안 나오는 병이었다.&nbsp;<br>허구와 현실 사이 돈 없는 예술가를 상냥하게 위로하는 대신 발가벗겨 세상에 내던져 놓는다. 『캣콜링』 『홈 스위트 홈』의 이소호가 다시 한 번 독자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이자만큼 성실하게』를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상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런 글을 이소호 말고 누가 쓸 수 있을까. 수진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있으면 정제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쾌감이 자꾸만 치밀어오른다. 비난이 목끝까지 차오른다. 수진아, 글을 때려쳐. 그리고 나가서 쿠팡 뛰어. 그러나 그렇게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부터가 그 가난한 작가들이 가난과 체면과 삶을 박박 갈아넣어 쓴 빚조각 글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여기까지 쓰면 다시금 수진의 논문이 떠오른다. 예술은 공공의 것이 되는데 예술가는 알아서 밥을 먹어야 한다(이 논리가 너무나 대단해서 예술가도 공무원처럼 나랏밥 먹여 주라는 주장마저 하고 싶어진다).  &nbsp;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무섭다. 여름에 읽어본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도 두려운 글이다. 귀신은 허상이고 빚은 현실이니까. 결국 수진의 사치는 병이었고 성실하게 모은 돈은 믿었던 친구에게 등쳐먹혔고 예술을 알아줄 것만 같던 남자친구는 막상 그 예술이 자신의 삶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현실이 되자 계산기를 두드린다. 분명 수진의 상황은 안타까운데, 때로는 수진보다도 가기 싫다고 울면서까지 호주로 떠나가 수진에게 20만원을 따박따박 빌려주는 은진이 더 안타깝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이 수치심을 팔 때 가족은 건물을 판다. 독자가 그의 존엄과 가족의 현물 간 무게를 달아 보는 중에도 수진이 미안함이나 비참함보다 ‘아직 비빌 언덕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작태에는 잠시 책을 덮고 쉬고 싶어질 만큼 마음이 힘들어진다. <br><br>  &nbsp;  p.192 시는 나였다. 내 숨이고 내 침묵이고 내 행간이었다. 끝이 보였다. 내가 멈추면 시도 멈췄다. 근데 소설은 달랐다. 소설은 남이었다. 내가 아닌 사람을 만들어서 걷게 하고 말하게 하고 몇백 페이지를 살게 해야 했다. 그게 무서웠다.<br>이소호의 시들이 대체로 자전과 허구가 어울려 있다는 점과 서울예대 문창과, 광고회사 경력, 호주에서 일하는 동생, 등단 12년차 등 이소호와 주인공 수진의 공통되는 키워드를 생각해 보면 『이자만큼 성실하게』에도 어느정도 자전적 요소가 스며있다고 느껴지는데, 그런 부분에서 수진을 이토록 날것으로 묘사하는 기세가 대단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변호의 욕망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수진은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빚어진 듯한 캐릭터다. 동생이나 가족에게 쉽게 손을 벌리고, 그러면서도 수치심 대신 합리화만 반복한다. 실존이니 쇼펜하우어니 거창하게 떠들지만 현실에서 손에 떨어지는 건 캐시워크 100원. 돈이 없어 사치를 그만두었을 뿐이지 시인의 껍데기를 쓰기 위해 울 코트를 사던 순간에서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지경이다. 몇 번이고 책을 다시 읽어도 계속해서 감탄하게 된다. 이걸 이소호 말고 누가 쓰겠나.  &nbsp;  이 글은 빚에 허덕여 본 적도 빚을 진 가족을 건사해본 적도 없는 이들에게는 마음껏 수진을 헐뜯을 수 있는 블랙코미디고, 단 한 번이라도 그렇게 살아본 적 있는 이들에게는 다큐멘터리다. 거지방이나 탄원서, 논문의 디자인을 살려 넣은 부분이 소설의 글맛을 더욱 살려준다.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고발인지 유머인지 끝까지 읽고도 알 수 없는 괴롭고 맵고 쓰고 짠 책이다. 감사하게도 작가님이 남겨주신 사인 속 ‘흑야의 빛’이라는 표현을 되새겨본다. 그런데 제가 빛이 되는 거 맞나요, 이 책을 출판사에서 무료로 받았는데. 어쩐지 서점에 가서 한 권을 더 카드로 긁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이자만큼성실하게 #이소호 #교유서가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장편소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0/80/cover150/k5621301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408036</link></image></item><item><author>공삼</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한, 복수, 그리고 애도. -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361146</link><pubDate>Sun, 28 Jun 2026 23: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4486110/173611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9519&TPaperId=173611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6/31/coveroff/k9821395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9519&TPaperId=173611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a><br/>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도서제공  &nbsp;  p.284 사람들은 귀신이 되는 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중략) 그 마음 때문에 죽고 만 거야. 마크, 그게 전부란다. 귀신이 되는 건 단 하나, 놓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야. 우리를 괴롭히는 건 우리가 놓아 줘야 떠나는 거야.  &nbsp;  굉장히 그리워했던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면, 그것이 과연 살아 있는 자들에게 행운일까?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는 수진이 기르던 쥐 ‘밀키스’를 되살리는 것을 통해 수진의 집안 여자들이 공유하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수진이 능력을 마크에게 들킨 후 마크가 그녀의 죽은 언니 ‘미래’도 그 능력으로 되살릴 것이냐고 물었을 때 수진은 강하게 부정하지만, 이 작품이 자매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소개를 생각하면 이미 독자는 그녀가 언니를 되살리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예상대로 수진에 의해 살아난 미래는 차츰차츰 복수를 해나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수진의 가족이 한국계라는 설정에 걸맞게 이야기 곳곳에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보이고, 수진이 그곳의 경찰서장에 의해 인종차별을 겪는 모습도 드러난다.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본인이 겪어 온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nbsp;  미래가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자들을 차례차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마치 한국의 주된 귀신 소재인 ‘처녀귀신’과 ‘한’을 떠올리게 한다. 수진이 죽음을 거슬러 미래를 되살린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되면서도 너무나 애틋한 이 자매를 바라보고 있으면, 미래가 건강히 잘 살아가기만 한다면 이대로도 괜찮지 않나 하는 착각에 독자도 수진과 함께 사로잡히고 만다. 그러나 마크도, 수진도, 그리고 이야기 밖의 독자도 알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 미래는 완전히 살아난 것이 아니며 앞으로 완전하게 살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독자는 불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미래를 다시 잃을지도 모르는 수진은 어떻게 될지, 마크는 끝까지 그녀의 편이 되어 줄지.  &nbsp;  p.420 복수의 끝에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미래가 증오하는 이들이 모두 익사하고 나면, 이미 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망령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미래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존재로 변하고 나면 앞으로 나아가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nbsp;  수진은 미래를 절대 죽음으로 되돌려보내지 못할 것처럼 굴지만 작가는 주변인의 입을 빌려 수없이 메시지를 던진다. 마크의 어머니가 ‘우리를 괴롭히는 건 우리가 놓아 줘야 떠난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수진이 어머니를, 미래를, 밀키스를 놓아줘야만 한다고 소리친다. 그래서 종래에는 수진도 미래가 원하는 복수를 모두 실행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그래서는 미래도 자신도 과거를 두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으스스한 스릴러 속에서 독자는 수진의 모습을 통해 은연중에 미래의 애도를 함께하면서 이야기가 완성된다.  &nbsp;  흡입력이 굉장한 소설이다. 4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거나 답답한 부분이 전혀 없다. 독자를 글 속으로 순식간에 빨아들여서는 수진의 성장을, 미래의 애도를, 마크의 풋풋한 사랑을 함께하게 만든다. 단지 스릴러에 그치지 않고 미래가 K-장녀로서 짊어져야 했던 짐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리고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끝내는 것이 모두 수진이라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가장 가까운 연대자이자 가장 아픈 덧니같은 이 자매가 끝난 페이지 속 각자의 자리에서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nbsp;    &nbs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nbsp;  #그리고강은그녀를끌어내린다 #윤지현 #휴머니스트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스타 #북리뷰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스타 #책스타그램 #도서추천 #소설추천 #장편소설 #스릴러 #호러 #추리 #스릴러소설추천 #여성서사   &nbsp;    &nbsp;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6/31/cover150/k9821395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63115</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