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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마케터 - 지름신을 불러내는
조승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늘 이성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년간 티브이를 집에 두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티브이를 설치했을 때 그야말로 사고를 쳤다. 쇼호스트가 선전하는 저 물건은 기능에 비해 너무 저렴한 것 같았다. 자동적으로 손이 먼저 나가 주문을 하고 하나로 모자라서 어머니에게도 하나 주문해드렸다. 뻔히 광고라는 것을 알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확실히 티브이를 설치한 이후로 나는 많은 광고를 접했고 충동구매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
크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 이 물건을 사면 일부는 기부금으로 사용된다고 하면 또 쉽게 지갑을 열게된다. 기부마저도 소비를 부추길 마케팅기법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는 물건을 사면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럼 그만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좋아하는 배우가 광고하던 커피 한잔을 하며 시작하고 싶고, 자동차와 아무 상관없는 미인은 여전히 자동차 광고에 활용된다. 자동차를 산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성과의 미래를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구매는 왜 생겨날까? 쇼핑이란 현대인에게 비단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만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친구들이 모두 갖고 있는 물건을 나도 소유함으로써 동류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물건을 사기도 하고 말이다.
아이폰이 막 출시되었을 때 아이폰을 사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기계에 서툴러 한동안은 시계로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내가 꼭 쓰지 않더라도 어딜 가도 아이폰 얘기뿐이니 화제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지름신이 내렸어, 하며 매번 놀라지만 또다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막긴 힘들다. 어쩌면 현대인은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비를 하게 되어버린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 그게 이런 심리를 사용한 마케팅이구나, 하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꽤 감탄을 했다. 물건을 팔려면 신화를 비롯한 인문학에 바삭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나 역시 마케터의 손 안에 놓인 소비자 중 하나라는 것을 실감했지만 나는 역시 앞으로도 그런 소비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다만 너무 휘둘리지는 않도록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