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 - 위대한 사람이 되는 법
차이통 지음, 정주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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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해 시무식하고 업무가 시작되었다. 올해도 작년처럼 그럭저럭 잘 지낼수 있을런지...업무용 컴퓨터를 켜니 게시판에 [精進(위대한 사람이 되는 법)- 되는대로 살지 말고 될 수 있게 행동하라!!]라는 책 소개...첨부에는 12쪽짜리 요약본이 붙어 있다. 이건 뭐야? 자기계발서... 아니 새해 벽두부터 이런책이나 읽게 해서 직원들 뽕을 뽑으려 하나?  


뭐 안읽으면되지...꼭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부서는 실적에 목을 매는 상황도 아니니까...무시하려니 그래도 찝찝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자기계발서...아니 이제 나이 쉰이 넘어 무슨 자기계발이야...그동안 지겹게 자기계발 해보려다 다 실패했다.올해는 계발보다 술과 담배,커피,라면을 줄이는게 급선무다. 하긴 술,담배 줄이는 것도 자기계발이라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ㅎㅎ


저자 차이통은 중국 지식교류커뮤니티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모양인데,이책은 중국판[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랄수 있다."시간,선택,행동,학습,사고,재능,성공"이 7가지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경험을 풀어 놓는걸 보니 영락없는 스티븐 코비의 짝퉁이다.나는 물론이거니와 주위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읽어 봤음직 하지만, 책대로 자기계발하는 사람 한명도 못봤다.


시간을 대하는 올바른 방법- 일은 알레그로, 생활은 안단테.

사고력이라는 유용한 무기-끊고,처리하고,버리다(간소화: 가치없는 정보 걸러내기)

노력의 방식을 최적화하라-꾸준히 다만 고통스럽지 않게, 몰입하고 더 깊이 빠져들어라


순 이런식이다. 이책 읽고, 그대로 실행만 한다면 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난 결단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지않다! 다만, 이책에서도 건질 것은 하나 있는데 무조건 따라하기 또는 교조적 노력의 폐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중국의 한 유명 서예가의 일갈이다. 이 부분은 일주일에 한권 정도의 책을 겨우 읽고, 여기 알라딘에 허접한 글을 올리는 내게 상당한 용기를 준다. 도저히 엄두도 못낼 정도로 많은 책을 읽고, 주옥같이 훌륭한 글을 쓰는 이웃 알라디너와 비교하면서 너무 주눅들거나 기죽지 말라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붓을 잡는 방법에 엄격한 기준이 있는가? 없다. 서체나 종이에 대해 어떤 규정이 있는가? 이것도 없다. 글자를 써서 내가 쓴 글을 내가 알아보고, 남에게 보여주니 남도 알아보고, 옆사람에게 보여주니 잘 썼다고 하면 된 것 아닌가! 여기에 무엇을 더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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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4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8-01-0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맞습니다. 바로 그 이유때문에 저는 자기계발서를 무척 싫어합니다.자율성이 없는 인간은 기계나 다름없지요..늦었지만 유레카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좋은 사진과 글도 자주 올려주시고요^^

cyrus 2018-01-04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발견하는 사실이 있어요. sprenown님도 그렇고 몇 몇 분들은 타인의 독서와 비교하는 성향이 있어요. 읽은 책의 양, 블로그에 작성된 글의 양과 질 등을 비교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거예요.

“꾸준히 다만 고통스럽지 않게, 몰입하고 더 깊이 빠져들어라.”

이 문장대로 실천하려면 타인과 비교하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해요. 타인의 독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고통스러워요. 타인이 뭐하든 말든, 타인이 내 글을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sprenown 2018-01-04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지적이예요! 아직 내공이 쌓이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초연하게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야지요^^.
 
대위의 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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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개띠' 란다. 그래선지 TV에선 영특하고 늠름한 누렁이를 찾아 호들갑을 떤다. 인공지능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며 불안해 하는 21세기 과학문명사회에서 무술년이니 개띠니하는게 다 무슨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중국에의 문화 사대주의 운운하기도 그래서 그냥 우리의 전통문화나 미풍양속이거니 생각한다. 올 여름은 아무래도 보신탕은 삼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연말이라 올해 실적 마무리며 내년 사업계획서 작성 등 업무때문에 바빠서? 아니다. 술 좋아해 그냥 연말분위기에 편승, 연일계속되는 음주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일 술마시는 버릇이 들어 지난 크리스마스연휴나 이번 연휴기간내내 아침부터 한잔하고, 자고 일어나 또 마시는 생활을 하기도 했다. "새해에는 보다 건강하고,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카톡이나 문자를 보며 그래 새해엔 건강 챙겨야지! 하면서도 쓴웃음을 짓게 된다. 이 쓴웃음의 의미는 지난 1년간 눈치보며 밥벌이하느라 고생한 나자신에 대한 포상이라는 위안과 술이 주는 이 알딸딸한 쾌감을 버리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하다.


이 책  [대위의 딸]은 술마시는 틈틈히 지난 열흘간 읽었던 뿌쉬낀의 유일한 장편소설(200쪽도 안된다)이다.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수기형식인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 귀족청년 뾰뜨르 안드레예비치 그리뇨프가 군대에 들어가는 길에 날품팔이 길안내자에게 수고의 대가로 토끼털 가죽외투를 선물로 주게 되는데, 나중에 이 길안내자인이 반란의 수괴인 뿌가쵸프[푸가초프의 반란(1773년-1775년)]로 밝혀진다.이때의 인연으로 나중에 주인공 그리뇨프와 연인 마리야 이바노브나(대위의 딸)가 죽을 고비에 처해 있을때, 뿌가쵸프가 살려주게 되는데. 결국 반란의 실패로 뿌가쵸프는 처형되고,그리뇨프와 마리야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뿌쉬낀이 죽기 1년전인 1836년 완성된 이 소설은 예까쩨리나 여제의 치세때인 1773년 뿌가쵸프반란을 모티프로한 역사,모험,연애소설이랄 수 있겠다. 러시아 민담과 낭만주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번역자의 역량이 합쳐져서 그러겠지만, 이 소설은 지금의 현대소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려한 문체와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뿌쉬낀은 이 소설에서 인물의  생생한 성격창조에 성공한 듯 보이는데 개인적으론 이 소설에서 '사벨리치'라는 주인공의 하인이 인상적이다.능청스러우면서도 충직한 하인의 모습. 


"자,자, 사벨리치! 이제 그만 화를 풀게,내가 잘못했네.""에이 참 뾰뜨르 안드레이치 도련님!"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저는 저 자신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거랍니다. 모든게 다 제 잘못이지요. 어쩌자고 도련님을 여관에 혼자 두고 나갔을까요!"(22쪽)


"뾰뜨르 안드레이치 도련님!"사벨리치가 내 뒤에서 등을 쿡쿡 찌르며 속살였다. "제발 고집 부리지 마세요! 그래 보았자 뭐 좋을 게 있다고요? 침 한번 탁 뱉고 저 악당놈(아뿔사!)...아니 저분의 손에 키스하세요."(99쪽)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도련님?" 사벨리치가 내 말을 가로 막았다. "제가 도련님을 혼자 가시게 할 것 같습니까? 꿈에라도 그런 생각일랑 마십시오. 정 가시겠다면 걸어서라도 쫒아가겠습니다. 도련님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134쪽)


다만 아쉬운 점은 무슨 이유에선지(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마지막 결말이 너무 성급하게 서둘러 마무리된 듯한 느낌이다. 주인공의 감옥생활과 뿌가초프 재판 과정, 그들의 의견이 피력되는 장면이 이어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야 소설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설은 지나친 우연으로 성급한 결말에 이르게되는데 마리야가 공원 산책중에 예까쩨리나 여제를 만나 수감된 그리뇨프의 사면을 청하고 선처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 그렇다.(실제로 푸시킨을 사면해준 황실의 은덕에 대한 찬양?) 또 하나 덧붙여 언급할 것은 이름에 대한 것인데, 지명과 인명이 러시아어 원음에 가깝게 번역해서인지는 몰라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름과 상당히 달라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예카테리나, 푸시킨,모스크바,페테르부르크,푸가초프" 등이 'ㅌ' 가 'ㅉ'로 'ㅍ'가 'ㅃ', 'ㅋ'가 'ㄲ'로 옮겨씌여 있는데, 이러한 문제는 러시아어 뿐만 아니라 독일어 번역에서도 나타난다.


 최근엔"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젊은 베르터의 고뇌"로 나오고 있다. 일제 잔재의 영향에서 벗어나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긴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데는 다소의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내겐 너무 익숙한 술과 담배...끊지는 못하더라도 올해는 건강을 위해 좀 줄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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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03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제가 결말을 부르는 데우스(deus)인가 봅니다.. ㅎㅎㅎ

제 글에 항상 ‘좋아요‘ 눌러주고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의 목표 꼭 달성하길 바랍니다. ^^

sprenown 2018-01-03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사이러스님!
저는 올해 특별히 계획하는 목표는 없구요, 그냥 아프지 않고 이렇게 일주일에 책한권 정도 읽고 살수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이러스님, 건강하시고 복된 한해되시기 바랍니다

항상 겸손하신 태도와 좋은글을 통해 많은걸 배웁니다.^^.

AgalmA 2018-01-08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prenown님 안녕하세요^^
송구하게도 님 글을 처음 읽는데 재밌는 문체시네요.
실례가 아니길 바라며 러시아 소설의 수다스러움(러시아 소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벨리치, 뾰뜨르....‘ 이름 어감마저 수다스럽게 느껴지는^^;)과 잘 어울리세요ㅎㄱㅎ
어쩌다 들른 김에 새해 인사 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술, 담배와의 열혈 사투! 승리하시길-_-!

sprenown 2018-01-08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고맙습니다. 문체운운할 수준이 아닙니다.간신히 읽고, 겨우씁니다.agalma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 미국, 미국 문화 읽기
강인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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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와서  다소 식상할 수 있겠으나, 도발적인 제목의 이책에는'미국, 미국 문화읽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널리스트이며 미디어학자인 강인규라는 젊고, 소심한 남자의시각에서 본 미국문화 비평서랄까? 


모인터넷 매체에 한동안 연재되었던, 짧고, 예리한 시선의 미국, 미국문화에 대한 글들을 모아논 것이데, 글쓴이의 해박한 지식과 맛깔난 문체가 만나 적은분량으로도 미국문화의 핵심을 잘 짚어낸 것 같다. 저자의 표현방식이나 문체를 흉내내자면 이 책은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 큰컵을 홀짝이며 편하게 읽을만한 책이다.(세련된 표지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질감의 종이와 사진이 스타벅스의 이미지와 어울리기 까지 하다.)


미국,미국문화를 상징하는 의미로 맥도날드가 아닌 왜 하필 스타벅스일까? 그건 아마 맥도날드의 하락세-패스트푸드의 비만초래 논란과 연이은 소송,진부한 이미지-와 견주어 스타벅스의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경이적인성장률, 이전에 커피문화의 상징적 의미가 주는 시사점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아쉽게도 난 스타벅스에 거의 가보지 않았다. 마지못해 테이크 아웃커피를 사서 매장밖에서 마셔본적은 있어도. 근본적으로는 촌놈 기질이던지 커피값이 너무 비싸던지 하는 이유에서 였겠지만, 매장유리창밖에서 본 풍경이 그리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가고픈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 차 한잔 마실려고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야하고, 편해 보이지도 않는 의자.. 게다가 대부분의 손님은 여자들이다-


이 책에도 언급되었지만 '된장녀'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곳이 아니던가? 미국에서도 스타벅스의 커피값은 무척 비싸다고 한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이렇게 성공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는 “문화적 허영”운운하는 단세포적 발상 보다는 ‘사회는 왜 하필 이시기에 스타벅스식의 다방문화를 받아 들였느냐’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스타벅스가 커피대신 장소를 판다는 말로 대답한다. 가족이없는 사람은 적막한 집이 싫어서, 가족이 있는 사람은  조용히 집중할 장소가 필요해서 이곳을 찾는다. 즉 중요한 것은 커피가 아니라,커피를 핑계로 잠시 머물다 갈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건 스타벅스의 철저한 ‘무관심’전략에서 비롯된다. 그의 소심하고 진지한 관찰기록을 보자.


점원은 최대한 친절하고 정중해야한다. 하지만 돈을 받고, 커피를 건넨이후 고객과의 소통은 완전히 단절돼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은 ‘친절한 무관심’속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돌아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관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점원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을 만큼 넓거나 시선을 적당히 차단해주는 공간과 구조다. 독서에 불편함은 없지만 적당히 얼굴을 가려주는 간접조명과 부분조명도 필수적이다 미국인들은 돈을 내고 산 '무관심의 안락함' 속에서 제 할 일을 하다 소리없이 하나 둘 일어섰다.


스타벅스의 성공을 어찌 무관심전략에만 있다고 하겠는가? ‘훌륭한 커피맛과 서비스’는 아니더라도 ‘경영자의 뛰어난 비전과 마케팅능력’과도 연관이 있을 터이다.이책 말미에 코카콜라,IBM,맥도날드,애플, 스타벅스의 로고와상표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녹색원안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채 웃음짓는 스타벅스의 인어.

‘스타벅스’라는 상호가 소설의 주인공 이름( 멜빌의 소설『모비딕』에 나오는 일등항해사)에서 왔다는 사실과 스타벅스의 젊은 창업자들이 커피를 매개로 고객들에게 팔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항해’였을 것이라는 추론, 그리고 녹색원안 인어의 흥미있는 변신과정.


스타벅스에 대한 얘기들 외에, 지은이는 이 책에서 남성성을 상징하는 슈퍼볼, 미국 대통령선거방식, 신문방송겸영의 언론재벌과 구조적모순, 가장 미국적인 음악형식이라는 재즈,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전반적인 미국문화에 대한 비평을 날카로우면서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사실, 난 한번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홀짝이거나, 가슴 설레이며 연인을 기다려 본 적은 없다. 황지우의 시 처럼 쉼없이 열리고,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는 간절한 기다림...지나간 청춘이 아쉽다! 어쩔 것이냐? 사랑의 안타까움이여! 하긴 이제와서 이 나이에?( 더구나 조직생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키진 않지만 또, 씁쓸하게도 가식적인 연기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아직도 옛날의 약속 다방을 찾아'도라지 위스키'나 '계란동~동~ 쌍화차'를 떠올리고, 옛 추억을 되새기는 일은 부질없고 촌스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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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9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스벅에 가서 커피를 사서 마시는 일이 많지 않아요. 이 곳에서 혼자 공부하는 손님들이 대단해요. 저는 거기서 공부하고 책 읽으면 집중 못 할 것 같아요. ^^;;

sprenown 2017-12-19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트북보면서 커피마시고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세련되고 멋있어 보이긴 합니다^^.허영이나 겉멋일지는 몰라도..

라로 2017-12-19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닌데 인용된 부분은 제 경험과 완전 반대네요. 아무래도 언급하신 것처럼 저자가 소심하니까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사실 여기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직원이 손님과 친한게 더 흔해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는 말을 안 시키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주 친하게 지내고 그 고객의 개인사도 알 정도에요. 다만 직원이 대부분 학생들이라 자주 바뀐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직원은 손님들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요. 그래서 손님들은 자기 단골 스타벅스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제가 가면 말을 안 해도 뭐 시킬거지? 이렇게 물어보고 제가 물을 늘 따로 주문 한다는 걸 아니까 그것도 준비해주고,,, 그래서 무관심을 원하는 손님에겐 무관심하겠지만 대부분의 손님에겐 극심한 관심을 보입니다. 바쁘면 그렇게 못하지만. 장소를 판다는 말에는 동의해요.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처럼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죽치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스타벅스에서는 그게 가능하죠. 한국은 사실 스타벅스가 아니라도 죽치고 있을 곳 많잖아요. ㅎㅎㅎㅎㅎ 아는 얘기 나왔다고 초면에 말이 길었네요~~~^^;;;;;

sprenown 2017-12-19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그렇군요 미국 스타벅스가 더 인간적이고 정이가는군요^^.

레삭매냐 2017-12-20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느 경영학 교수님이 강의에서
스타벅스는 단순하게 커피만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분석을 해주셨었지요.

분위기, 커피 내리는 소리, 커피 콩 가는
냄새 등 그야말로 복합적인 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괜히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니데이 2017-12-22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prenown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sprenown 2017-12-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고맙습니다.^^..읽은 책도 별로 없고, 글재주도 없는 저에게 ‘달인‘은 너무 과분한 명칭인 거 같아요..그냥 성실하게 북플 활동하겠습니다..서니데이님께도 축하 인사드립니다. 4년 연속 서재달인은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업적인 것 같아요.. 축하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크리마스 즐겁고, 복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줌 인 러시아 - 경제연구소의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러시아의 역사.문화.경제 이야기 줌 인 러시아 1
이대식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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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많이 쓰지 않지만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이 있다. 이장,동장,면장할 때의 면장?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면장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말단 행정기관장인 面長이 아니라 면할 면免,,담 장牆을 쓰는 면장이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말이라는 데 눈앞의 담처럼 캄캄한 상태,무지한 상황를 벗어남을 뜻하는 말이겠다.


"경제연구소의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러시아의 역사,문화,경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최근 푸시킨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과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라는 전기물을 접하면서 러시아 문학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실상 작품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 라는 나라에 대해 나 자신이 매우 무지하다는 각성에서 찾게 되었다. 확실히 나 같이'러시아 면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러시아 역사나 문화,예술,종교(러시아 정교)에 대한 기초지식을 습득하면서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맞춤한 책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밥벌어 먹고 살고 있는 저자 이대식으로서는 경제적으로 우리 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돕고,블루오션을 찾으려는 노력을 진전시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 될 터여서, 이 책은 깊이 있고, 분석적인 역사,문화 해설서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독자가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러시아 입문서로서의 기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인데, 꽤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게다가 19세기 러시아문학을 공부한 이력에 부합하게 저자는 러시아문학과 예술분야의 서술에서 특히 상당한 필력을 과시한다. 


내가 좋아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

"여기서 도스토옙스키는 이름이 아니라 성이다. 가문의 선조가 '도스토예보'라는 마을을 소유했기 때문에 이 지명에 '~의 사람'이라는 형용사 어미 '스키'가 결합되어 '도스토예보 사람' 즉 '도스토옙스키'라는 성씨가 만들어졌다.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다빈치가 '빈치 마을 사람'이라는 뜻인 것과 유사하다. 이탈리아에서 '다'에 해당하는 것이 러시아에서는 '스키'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이콥스키, 칸딘스키 등이 바로 러시아 성씨들이다."(18쪽)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모서리집에 살았던 이유는 빚쟁이들에게 쫒기던 그가 시야확보를 통해 쉽게 도망가기 위해서라든지, 속기사로 일하다가 도스토옙스키와 만나 그의 동반자이자 구원자가 된 아내 안나 스니트키나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푸시킨,톨스토이,체호프,파스테르나크,솔제니친.그리고 유명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아홉 번째 파도>,니코 피로스마니<여배우 마르가리타>,카지미르 말레비치<검은 사각형>,마르크 샤갈<도시 위로> 의 삶과 예술혼,대표작에 대해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아픈 에피소드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는 그의  글솜씨가 일품이다.


러시아어로 '아름답다'를 독자가 절대 잊지 않도록 상상력을 발휘하는 저자. 그의 비법을 보자.

"솔로몬을 유혹했던 시바의 여왕이 환생하여 러시아를 정복하기 위해 러시의 솔로몬이라 할 만한 표트르 대제를 방문합니다. 하루종일 온갖 교태로 황제를 유혹한 후 드디어 밤이되자 표트르의 침실에 슬그머니 들어온 시바의 여왕.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대제에게 최후의 결단을 묻습니다.'폐하, 불 끌까요?'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표트르대제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끄라시바야!'"

러시아어로 아릅답다는 말이 바로 '끄라시바야'이다(23쪽) 


참고로 고맙다는 '쓰빠씨바' 란다. ㅎㅎ. 이렇게 능청스럽고, 재미나게 러시아의 문화와 전통, 역사를 설명해주는 이 책에서 단연 내 눈에 띄는 대목은 얼마전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를 읽어서 인지 세계 최고인 러시아 발레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등 다른 대표적 발레단의 단원규모가 100여명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의 볼쇼이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은 단원이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러시아 발레는 도대체 어떻게, 언제부터 세계최고가 된 것일까?


"사실 발레는 본래 러시아가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것으로,1400년대 이탈리아귀족들이 영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앞에서 직접 춤을 추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1547년 피렌체의 공주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국왕 앙리2세에게 시집가면서 프랑스로 전해졌고,이로부터 한세기가 지난후 태양왕 루이14세에 의해 본격적으로 꽃피우게 된다.루이14세는 늙어 뚱뚱해져 춤을 출수 없을 때까지 직접 발레공연을 할 정도로 발레광이었다. 그의 명령으로 1661년 세계최초의 왕립 발레학교가 세워져 전문 발레 무용수가 등장했다."(154쪽)


이때부터 프랑스 파리가 명실상부한 세계 발레의 메카로 군림했는데, 발레공연을 처음 접한 로마노프왕조의 2대왕이자 표트르대제의 아버지였던 알렉세이왕이 공연에 완전 매료되었으며 이어 계몽군주 표트르 대제는 유럽의 무도회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도회를 개최하면서 귀족들은 반드시 자신의 딸과 동반출석 하도록 법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러시아 황실은 러시아 발레의 발전을 위해 1738년 왕실 발레학교을 열고, 오직 세계 최고의 발레전문가만을 지도자로 초청하여 교육시키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역시 문화나 예술이라는 것은 국가가 긴 안목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지만 최고 수준에 도달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처럼 근시안적인 예술,문화,교육정책으로는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참고로 발레에 뜻이 있는 자가 있다면 우리 한국인의 짧은 다리를 탓하지 말지어다. 니진스키 역시 다리가 짧은데도 이러한 신체적 결함을 훌륭한 테크닉과 뛰어나 감정표현으로 이겨냈으니말이다.ㅎㅎ.


이 책 한권 읽고, 러시아 면장했다고 말하기는 쑥스러운 노릇이다. 이 매력적인 나라에 언제 여행을 가볼까? 그런데 워낙 추워서...ㅎㅎ.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 관람은 고사하고,  이 겨울,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대문호의 고전들이나마 꼼꼼히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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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2-17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한동안은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이라는 게 편견,오류투성이인 경우가 많지요...책의 경우도 그런것 같습니다. 막연히 읽었다고 생각하는, 대충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전들...이 참에 처음부터 제대로 꼼꼼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cyrus 2017-12-18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무턱대고 러시아 소설 읽기를 도전하다가 낭패를 봤어요. 역시 러시아 문화를 잘 모르면 러시아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없어요. ^^

레삭매냐 2017-12-20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빵~ 터져 버렸습니다.

표트르 짜르의 그 한 마디, 끄라씨바야~!
옴마 멋져 부러

아, 단순한 문화보고서가 아니라 경제연구소
출신 연구자가 러시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참고서로 마련했나 보네요. 대단합니다.

sprenown 2017-12-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저자분이 로쟈님과 같은과 동기라고 합니다.^^.
 
제르미날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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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을 읽고 나서 한참동안 다른 책들을 기웃거리다 이번에 [제르미날 2]를 마저 읽었다. 그러고 보니 읽다만 책들이 꽤 된다.특별히 계획적이거나 목적적인 독서를 하지 않고, 내키는대로, 읽는 스타일이라 '속죄', '돌의 연대기','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난한 사람들', '안녕 주정뱅이','줌인 러시아','거대한 전환'등이 뒤적거리다 다 읽지 못한 책들이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부턴 새책을 잡지 않고 위의 책부터 마저 읽어야 겠다.


[제르미날2]를 읽으면서 지난번 [제르미날1]에 대한 리뷰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생각에다 에밀졸라는 정말 위대하고, 뛰어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는 사실을 다시한 번 강조해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는  자연주의적 문학관에 입각해 인간의 이중성이나 추악함에 대해 매우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서술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본성을 날카롭게 꿰뚫는 혜안을 갖고 있다.


1789년 이후 탐욕스럽게 살을 찌운것은 부르주아들뿐이었다. 그들은 노동자에게 자신들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부르주아들은 노동자들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선언했을뿐 그들의 삶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랬다. 그들은 마음대로 굶어죽을 수 있었고,실제로도 그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1권 226쪽)


"임금을 인상한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임금은 임금철칙설(임금이 생존비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리카도가 처음으로 주장했다)에 따라 생존에 필수적인 적은 금액으로 고정돼 있어. 노동자들이 맨빵만 먹으면서 번식을 하는데 꼭 필요한 금액만큼만... 임금이 너무 내려가면 노동자들이 굶어죽지. 그럼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니까 임금을 올리게 되는 거야. 반대로 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넘치는 노동력 땜에 임금을 다시 깎게 되지... 빈 뱃속이 그렇게 자연적으로 균형을 잡아나가는 거지. 그러니까 노동자들은 굶주림이라는 도형장에 영원히 갇혀 있는 셈인 거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정부주의야. 이 땅에 더이상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는 거지. 피로써 세상을 씻어내고, 불로써 정화하는 거라고!"(1권 227쪽)


(프랑스 무정부주의사상가이자 사회주의자 프루동. 그는 자본가의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힘 대신 정의를 가치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사상은 파리코뮌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마르크스는 '철학의 빈곤'에서 프루동의 '빈곤의 철학'이 충분히 혁명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채탄부로서 성실한 일처리,책읽기와 토론을 통해 급기야 탄광의 지도자가된 에티엔. 그가 읽었던 책과 토론 주제는 당시 성행했던 마르크스의 이론과 미하일 바쿠닌의 급진적 무정부주의 사상(소설에서는 기계공인 수바린이 신봉한다)이다.


 2권에서 에티엔은 탄광파업을 이끌다 광부들과 어린아이 등이 진압군인의 총에 학살당하며 실패로 끝난후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의 에티엔 생각에 대한 서술을 보자.

 

" 한 달 전 숲속에서 롸스뇌르가 자신에게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군중의 배은망덕함으로 인해 고초를 겪을 날이 올 것이라던. 정말 무지하고 어리석은 자들이 아닌가! 자신들을 위해 해준 것들을 어떻게 그리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는지! ~분노뒤에는,에티엔 자신의 침몰과 그가 품었던 야심의 비극적인 종말에 대한 절망감이 감춰져 있었다. ~그는 너도밤나무 아래 모였던 3천명의 심장이 그의 심장에 응답하며 뜨겁게 뛰는 소리를 들었던 때를 떠올렸다.~가슴벅찬 꿈들이 그를 도취시켰다. 몽수가 그의 발밑에 있었고, 더 나아가 저멀리 파리에서 어쩌면 국회의원이 되어 사자후를 토해내고 부르주아들을 호령하면서 국회 연단에서 연설을 하는 첫번째 노동자가 될수도 있었을 터였다."(2권, 246,247쪽)

 

물론,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 이 소설에서처럼 비참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마치 우리 80,80년대 노동운동 현장과 노조활동가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는 뛰어난 우리 노동소설을 보는 듯 하다. 2권에서는 탄광의 파업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는데,파업의 절정먹을 게 없는 탄광노동자들의 시위대가 탄광회사 사장집에 이르른다


부르주아의 상징인 탄광회사 사장 엔보.."노동자들은 굶어 죽어가는데 자신은 배탈이 날 정도로 산해진미만 탐하는 비열하고 뚱뚱한 돼지".라는 욕설을 듣고 있는 그는 실상 부인의 외도로 인한 부부생활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배고프더라도 차라리 무지한 탄광노동자들처럼 자유로운 섹스를 꿈꾼다또한 그는 혁명을 통한 인류의 행복을 믿지 않는 불행한 인간인 것이다.


저 더러운 부르주아놈들언젠가는 저들의 배가 터질 때까지 그 속에 삼페인과 송로를 마구 쑤셔넣어주고 말 테다.

빵을 달라빵을 달라빵을 달라!”


빵을 달라고?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 있는 줄 아나보지어리석은 인간들 같으니라고!”

그는 빵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고통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삭막해진 부부생활,고통스러운 그의 삶 전체를 떠올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오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헐떡거렸다도대체 어떤 바보가 부의 분배에 모든 이의 행복이 달려 있다고 주장한단 말인가혁명주의자들의 그런 허황된 꿈은 기존의 사회를 무너뜨리고 또다른 사회를 세울 수는 있다하지만 그것으로 인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거나빵을 나눠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다오히려 이 세상의 불행을 더 확산시키면서사람들을 조용한 본능의 충족에서 끌어내 채워지지 않는 정념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2권 100,101)

 

파업은 결국 군인들의 총에 의해 진압되고탄광노동자들은 패배한다굶어 죽지 않기 위해 어쩔수 없이 탄광갱으로 내려가는 노동자들... 그 속에 카트린과 에티엔도 있다그러나 무정부주의자 수바린이 방수벽을 무너뜨려 많은 노동자가 죽는다카트린은 죽고 에티엔은 간신히 살아남는다주인공 엔티엔은 이 탄광을 떠나 파리로 가기로 한다떠나는 길에 만난 초췌한 탄광노동자들... 그는 다시 생각한다.

 

다윈의 이론에 따라 어느 한 계층이 잡아먹혀야만 한다면활력넘치는 새로운 계층인 민중이 향락에 빠져 피폐해진 부르주아들을 집어삼키는 게 순리 아니겠는가새로운 피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다낡고 오래된 국가들에 변혁을 가져올 야만적인 침략에 대한 기대 속에그의 마음속에서는 임박한 혁명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되살아 났다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혁명그 진정한 혁명의 불꽃은 저기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붉은 빛으로 이 세기말을 불타오르게 할 것이다.”(2권 366)

 

이러한 생각끝에 그의 사상은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온건한 개혁주의자 라 마외드의 말처럼 눈에 보이는 것마다 파괴하는 것폭력이 과연 옳은 것인가언젠가 합법적인 것이 훨씬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실제 1884년 3월 제정된 법에 따라 노동조합 결성이 합법화되었다)

 

에티엔이 떠나는 길...4월의 태양아래 나무의 새순들이 기지개를 활짝 켜면서 초록빛 나뭇잎을 터뜨리고새로운 풀들이 대지를 뚫고 나올 때이 소설은 복수를 꿈꾸는 검은 군대가 밭고랑에서 서서히 싹을 틔워 다가올 세기의 수확을 위해 자라나고 있었다그리하여 머지않아 그 싹이 대지를 뚫고 나올 것이었다.”(2권 370) 라는 끝문장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책은 풍속소설노동소설성장소설의 요소를 고루 갖춘 역작으로 저자인 에밀졸라는 치밀하고 ,성실한 현장조사를 통해 탄광노동자들의 곤궁한 삶과 파업에 이를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 주며 혁명을 통한 역사발전의 가능성을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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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7-12-13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견해에 동의합니다. 저도 이 소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sprenown 2017-12-13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반갑습니다. 새삼 에밀졸라의 위대성을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르공마카르 총서를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목로주점‘을 다시 읽고 ‘나나‘는 읽어 봐야겠어요^^.

syo 2017-12-1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갱이 빨갱이 입에 달고 다니면서 아직 이 책을 못 읽어봤다는 게 좀 부끄럽네요. 의욕적으로 독서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sprenown님 감사해요!

sprenown 2017-12-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추천합니다.

cyrus 2017-12-1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서 90년대에 나온 두 권짜리 <제르미날>을 샀어요. 땡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뒤에 문동 번역본이 나왔어요.. ^^;;

sprenown 2017-12-1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도 소장가치는 있을거에요^^.

레삭매냐 2017-12-20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의 책들을 줄줄이 나오는데 쟁여만
두고 한 권도 못 읽고 있네요.

그전에 <제르미날>도 무슨 행사로 가서 문동
창고에 가서 업어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후순위로 밀리
는 게 아쉽네요.

sprenown 2017-12-2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쟁여두면서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마음이지만,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 묻혀버린다는 문제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