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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평점 :
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 소설가 김탁환님이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느리지만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이야기이다.
P63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개를 흩으며 논두렁을 걸었다.바닷가에서처럼 귀기울이며 조심조심 걷는 것이 좋은지,저수지에서처럼 가만히 앉아 살피는 것이 좋은지,강가에서처럼 웃으며 젖을 테면 젖으라고 나아가는 것이 좋은지,셋 다 섞어보는 것이 좋은지 모르고도 무사히 집필실에 닿았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많이 편해졌지만 놓치고 지나치는 풍경과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주말에 재래시장에 다녀올 때가 규칙적으로 내가 걷는 일상인데 조심조심도 걸어보고 가만히 살펴도 보면서 걸어봐야겠다.
P126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귀하고,그 질문을 오래 곱씹으며 자신의 삶을 바꾸는 이는 더 귀하다.]
많이 불만족스럽지 않으면 잘 바꾸지않는 성격탓에 꾸준함은 있지만 답답하고 고지식한 나의 성격을 생각해본다.
P230
[오늘부터는 논에 물을 대지 않습니다.늦봄 모내기때 물이 가득한 논과 가을 추수때 딱딱한 논을 대조하며 살핀 적이 부끄럽게도 없었다.
......
내 마음의 물은 무엇이었을까.그 물을 더 이상 대지 않을때 사라지는 것은 무엇이고 나타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 손길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려 진로를 고민할때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의 마음에 물을 대주고 싶다.
P300
[비우는 것이 아깝고 아쉽고 때론 불안하기 때문에 군더더기인 줄 알면서도 붙들려든다.
......
나도 나를 충분히 비우고 있을까.]
모레가 이사다.비우고 비워도 비울 것이 계속 나온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붙들고 사는건지......
지난주에는 결혼전에 찍은 사진 앨범 4개를 2개로 줄였다.주변정리를 하며 나를 비운다는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책을 읽다보면 고민하고,행사를 기획하고,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동네 책방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있는 동네책방을 찾아 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괴산에 숲속 작은 책방,순천에 서성이다,통영에 봄날의 책방,전주에 잘 익은 언어들......이름들도 참 예쁘다.책방지기와 책방손님들이 책을 읽고 논하고 책읽기를 삶 읽기로 확장해 나가는 삶,그런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