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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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불편한 편의점 느낌이 나서 아류작인가 싶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시간이 좀 지난뒤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터라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P10
영주는 몸의 모든 감각이 이곳을 편안해함을 느낀다.그녀는 더이상 의지나 열정 같은 말에서 의미를 찾지않기로 했다.그녀가 기대야 하는건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반복해서 되뇌던 이런 말들이 아니라 몸의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이제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이곳.이 서점이 영주에겐 그런 공간이다.

내가 머무는 공간들을 생각해본다.해가 떠오르려고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파란 하늘,구름이 그림을 그려놓은 하늘,노을진 하늘 ......그런 하늘들을 볼 수 있는 베란다 창문 옆 자리가 좋다.가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또한 감사하다.붉게 물들어 있는 단풍,노란 은행나무,자줏빛 수수꽃다리를 볼 수 있는 장군봉 산책길이 좋다.편안해지고 내가 나에게 좋은 것을 보게하고 냄새를 맡게 하고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P40
좋은 책의 선정 기준은 삶에 관해 깊이 있는 시선으로 진솔하게 말하는 책이다......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면,그게 좋은 책 아닐까.

이 책은 나를 많이 건드린다......괜찮다고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P95
민철을 바라봤다.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이 언뜻 새장에 갇힌 아기 새 같았다.누가 저 아이를 새장에 집어넣었을까.아이는 알까.새장 문을 안에서도 열 수 있다는 걸.영주는 지금 영주가 하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느꼈다.아이가 직접 새장 문을 열도록 도와주는 것.아이를 움직이게 하는것.

아이들에게 동네에 이런 서점이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98
어린 영주가 답답증을 풀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에 전념했다면 민철은 답답증을 풀기 위해 멈춰 섰다.어쩌면 민철이 영주보다 더 영리한 몸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지금 민철은 제 몸의 방향키를 점검하고 있는건 아닐까.영주는 이제야 하고 있는 것을.

나는 어떨까......내 삶은 잘 흘러가고 있는걸까.

P237
나의 온 생을 단 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더라구요.그래서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 거예요.(영주)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눈을 돌리면서 살아야겠구나 생각해본다.

P274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것이 더 중요하다.

P276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야.복잡하면 복잡한 대로 답답하면 답답한 대로 그 상태를 감당하며 계속 생각을 해봐야 할 때도 있어(승우)

정성과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었고
우리 모두에게 응원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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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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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9편의 시에 황인찬 시인의 산문이 해설처럼 함께 실린 이야기에요.때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시에 시인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는거같아요
.
P62
좋은 것을 발견해내는것은 귀중한 재능입니다.무엇인가가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능력이지요.때로 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영역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노을진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할수 있음이 감사하다.설거지할때 주걱을 살짝살짝 흔드는 바람이 감사하다.30년을 함께 한 친구들에게 시를 읽어줄 수 있음이 감사하다.

P80
역시 잘 생각해보니 시는 혼잣말은 아닙니다.혼잣말인 척하면서 타인에게 말을 거는 행위죠.부끄러움을 숨기고, 어쩐지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는 방식이 아마 시일 거예요.

시를 읽으며 시가 건내는 말에 용기 내어 말해봐야겠다.

P301
행복은 얻기도 어렵고,믿기도 어려운 것이지만,그럼에도 제가 믿는 것은 행복에는 옆으로 번져가는 성질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울감 또한 번져가겠죠? 기왕이면 나와 더불어 주변인들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행복'이라는 물감을 후우~불어서 번져나가도록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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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은 남자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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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라진 다이아몬드와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실버타운 노인들의 이야기이다.《목요일 살인클럽》의 후속작이기도 하다.목요일 살인클럽을 재미있게 읽어서 우리나라에 출간되기전부터 기다려 왔었다.주인공들은 모두 70대로 전직 정신과의사였던 이브라힘,간호사였던 조이스,비밀정보요원이었던 엘리자베스,노동운동가였던 론으로 구성된다.어느날 죽은 남자로부터 초대장이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P93
"아,요즘 합법적인 일이 어디 있다고.때로는 규칙을 어기면서 살아야해요."

규칙대로 업무를 하는 편이라 융통성이 없다는 소릴 듣기도 하는데 잘 안고쳐진다.

P105
복수는 직선이 아니라 원의 개념이다.내가 아직 방안에 있는데 터져버리는 수류탄이다.폭발에 함께 휘말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미운적이 있지만 내 맘이 같이 힘든 적이 많았다.

P231
엘리자베스가 말한다.
"기상캐스터 같은 사람을 예로 들자면 나랑 이브라힘이에요.우린 늘 손가락을 세워 들고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확인하죠.갑작스런 날씨변화에 놀라거나 곤란해지고 싶지 않으니까요.
조이스와 론은 날씨같은 사람에요.두 사람은 본인이 선택한 대로 움직이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죠.내가 한 행동으로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요."

나는 날씨같은 사람일까,기상캐스터같은 사람일까 생각해본다.
기상캐스터쪽이 가깝고 아주 가끔 날씨같은 사람이 되기도 하는거같다.

다이아몬드가 어디 숨겨져있는걸까,시신이 가짜인가 진짜인가,누가 범인일까를 추리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주인공들의 연륜에서 오는 인생상담같은 이야기들도 삶의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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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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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 소설가 김탁환님이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느리지만 성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이야기이다.
P63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개를 흩으며 논두렁을 걸었다.바닷가에서처럼 귀기울이며 조심조심 걷는 것이 좋은지,저수지에서처럼 가만히 앉아 살피는 것이 좋은지,강가에서처럼 웃으며 젖을 테면 젖으라고 나아가는 것이 좋은지,셋 다 섞어보는 것이 좋은지 모르고도 무사히 집필실에 닿았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많이 편해졌지만 놓치고 지나치는 풍경과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주말에 재래시장에 다녀올 때가 규칙적으로 내가 걷는 일상인데 조심조심도 걸어보고 가만히 살펴도 보면서 걸어봐야겠다.

P126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귀하고,그 질문을 오래 곱씹으며 자신의 삶을 바꾸는 이는 더 귀하다.]

많이 불만족스럽지 않으면 잘 바꾸지않는 성격탓에 꾸준함은 있지만 답답하고 고지식한 나의 성격을 생각해본다.

P230
[오늘부터는 논에 물을 대지 않습니다.늦봄 모내기때 물이 가득한 논과 가을 추수때 딱딱한 논을 대조하며 살핀 적이 부끄럽게도 없었다.
......
내 마음의 물은 무엇이었을까.그 물을 더 이상 대지 않을때 사라지는 것은 무엇이고 나타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 손길이 필요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려 진로를 고민할때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의 마음에 물을 대주고 싶다.

P300
[비우는 것이 아깝고 아쉽고 때론 불안하기 때문에 군더더기인 줄 알면서도 붙들려든다.
......
나도 나를 충분히 비우고 있을까.]

모레가 이사다.비우고 비워도 비울 것이 계속 나온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붙들고 사는건지......
지난주에는 결혼전에 찍은 사진 앨범 4개를 2개로 줄였다.주변정리를 하며 나를 비운다는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책을 읽다보면 고민하고,행사를 기획하고,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동네 책방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있는 동네책방을 찾아 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괴산에 숲속 작은 책방,순천에 서성이다,통영에 봄날의 책방,전주에 잘 익은 언어들......이름들도 참 예쁘다.책방지기와 책방손님들이 책을 읽고 논하고 책읽기를 삶 읽기로 확장해 나가는 삶,그런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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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omia 2022-07-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비운다˝

동네 책방 투어~~
너무 좋네요~~
서울도, 전국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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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었던 히노 마오리.
따돌림당하는 반친구를 위해 히노 마오리와 사귀기로 한 가미야 도루.
잠이 들어 뇌가 기억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그날 하루의 기억이 삭제된다.
마오리는 남자친구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고 일기를 쓴다.
자고 일어나면 벽에 붙어있는 메모를 읽고 사진과 일기를 읽는다.

나이들어가니 기억이 예전 같지않다.
때로는 잊고 싶은데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도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자고 일어났는데 내 주변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낯설고 무서울까..,..

마오리의 비밀을 알고 옆에서 도와주는 이즈미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학교시험도 마오리는 형식적으로 본다.
학교선생님들도 철저히 비밀을 지킨다.
어느날 도루는 이즈미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오늘의 마오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낸다.
자전거를 같이 타고 시골길을 달리고
도시락을 싸서 소풍을 가고...

P117
잘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는게 훨씬 쉽지 않다고.

나는 오늘의 나를 위해서 무얼 할까......
비가 내린다.

다정함이 비처럼 스며드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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