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비룡소의 그림동화 9
윌리엄 스타이그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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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치과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충치가 x개나 나왔기 때문. 치과에는 얼마만에 오는 거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 하고 한참을 생각하다 정말 오랜만에 오기는 했구나 싶었다. 다행히 신경치료까지 받는 일은 없었지만 결국 며칠 치료를 받았는데, 어라? 생각만큼 아프지 않아서 놀랐다. 내 기억 속에서 치과에 가는 일이란 제단에 제물로 받쳐지는 일과 동일했는데, 내가 정말 나이를 많이 먹기는 했구나 싶어 만감이 교차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이 유난히 조심스레 치료를 해서 더 아픔이 없던 것도 있었다. 치료를 하며 이 책을 떠올렸다. 어릴 적 나는 치과도 싫었지만 치과 의사도 싫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면 드소토 선생님처럼 좋은 분도 많은데 공포는 역시 두 눈을 가리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이니 더더욱. 사나운 짐승을 제외하고 온몸을 바쳐 치료해주는 드소토 선생님이 말처럼 큰 동물을 치료하는 장면들도 재미있지만, 역시 늑대와의 실랑이 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웃음이 나온다. 아픔 너머에 해방이 있다는 걸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치과에 가기 정말 무서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두려움이 가시는 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래만에 간 치과에서 지갑의 출혈은 너무나 컸지만, 이제라도 이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늦은 다짐을 해본다. 이 치료는 정말 제때 해야 한다는 생뚱맞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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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6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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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이 집 근처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볼 때마다 하는 것 같다. 분량도 짧고 때로 싱겁다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늘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밥처럼 내 눈을 끄는 만화다. 그렇게 나온다고 예고만 하고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만, 결국 2010년 끝자락에서야  나온 게 살짝 얄밉기도 한데 그래도 다 보고 나니 기분이 풀렸다. 언젠가 전권을 쭉 이어보다가 한밤중에 양파튀김을 해 먹은 적도 있을 만큼, 밤에 보면 안 되는 만화 중에 하나다. <어제 뭐 먹었어?> 또한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오는데 어째서 그건 이만큼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심야식당>은 뭐든지 만들어주는 마스터가 있어서 요리를 하는 과정은 생략되거나 상당 부분 단축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노동의 고통은 생략되고 달콤한 결과물이 있으니 당연히 식욕이 상승하는 거겠지. 아마 집 앞에 있다면, 나도 마유미처럼 온갖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리바운드의 여왕이 될 듯하다. 

늘 한번 더 보게 되는 요리가 있는데, 이번엔 '토마토얇은삼겹살말이'였다. 토마토와 삼겹살의 조합이 생소했지만 신기하고 맛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 요리에 얽힌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당차게 데뷔한 신인만화가가 슬럼프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다시 그리고 싶을 때 그리면' 된다고 말해주는 이는, 그처럼 긴 슬럼프를 겪은 선배 만화가였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마음에 살포시 다가왔다. 우리가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건 아마도, 흔들리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함뿐만 아니라 내 뒤를 이어오는 이들의 눈물을 이해하고 닦아주기 위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도 집밥 한 상을 배부르게 먹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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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장수 다로 1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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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특고 아이들>은 생각지 못했던 큰 발견이었다. 덕분에 얼마나 웃으며 뒹굴거렸는지, 그 끝은 괜찮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김민희 작가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출간되자마자 샀는데 게으름 때문에 이제야 리뷰를; 내가 다른 만화는 보지 못하고 전작만 본 터라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이 만화가의 장점은 거대한 서사나 치밀한 전개,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아니라 깨알 같은 유머와 느슨하게 풀어진 여유가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반전은 없지만 낄낄거리며 뒹굴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젤리장수 다로>도 비슷하다. 그런 점이 잘 맞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첫 권이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사이에 궁금증을 일게 하는 장면들이 있어 그것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궁금해하면서 기대하고 있다. 어릴 때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아쉬움이 생기면 창작자의 부족함을 탓하기도 했는데, 그 부족함과 허세가 용납할 수 없는 지경의 것도 있지만 때로(!!!) 그것은 부족이 아니라 개성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억지로 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평가하는 것이 일이 아닌 이상 본인이 즐기면 되는 것이다. 김민희라는 만화가의 깨알 같은 유머가 어떻게 가지를 뻗어나갈지 계속 기대하며 지켜보련다. 더불어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바로 성실하게 후속작을 내 주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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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세요 첫아기 임신.출산 - 태교 & 신생아 키우기
주부생활 편집부 엮음 / 학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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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친구들에게 출산 축하 선물로 준 책 중에 하나. 경험이 없는지라--;; 뭐가 좋은지 몰라서 많이 보는 책으로 골랐는데, 다행히 알차다고 한다. 한 녀석은 자기가 산 책보다 훨씬 좋다고 칭찬을ㅋㅋㅋ 꼬꼬마 시절부터 또 꿈많던 고딩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쁘고도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며 책 몇 권은 나올 이야기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지금 한 생명을 품고 있다니! 올해에는 무려 세 명의 친구가 아기를 낳는다. 옆에서 보는 나도 이렇게 설레는데 본인들은 오죽할까. 쉽진 않겠지만 벅차고도 멋진 그 순간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데 부디 유용한 안내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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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배트 2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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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의 세계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 어느만큼 거대한 것인지 나로서는 감도 잡히지 않는다. 좀 투박한 박쥐 문양이 무엇이기에 이리저리 계속 나타나는 것일까. 20권은 족히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불만은 없다. 이 사람이 그려온 세상은 언제나 내 머리를 훌쩍 뛰어넘었으니까. 한 권이 나올 때마다 얼씨구나 받아보는 일개 독자로서는, 나에게 기쁨을 주는 세상 모든 만화가들의 무병장수 무사연재만을 기원할 뿐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만, <20세기 소년>에서 쇼군(오쵸)와 함께 탈옥한 그 만화가랑 비슷한 것 같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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