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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깜박 스르르르 - 자장 자장 우리 아기를 위한 자장 그림책 ㅣ 달콤한 그림책 1
문승연 지음 / 딸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이제 막 19개월이 된 딸은 오전 아침잠 1시간여를 빼면 낮잠은 거의 자지 않는다. 그래도 밤잠은 꼬박꼬박 거의 같은 시간에 들며 같은 시간에 깬다. 문제는 안 자려고 발버둥친다는 거. 얼굴을 부벼대다 팔을 허우적거리다 나중에는 다리를 흔들거리며 끝까지 끝까지 버티려 한다. 육아서를 보니 아기는 내일이 오는 걸 이해 못하기에 잠이 드는 걸 두려워한다고 했다. 잠, 무의식은 곧 죽음과도 같은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 시기가 지났지만, 해 뜬 동안 보고 놀고 밥 먹고 즐겁게 지냈는데 그 모든 걸 끝내야 하니 잠들기가 싫은 것도 이해가 간다.
<깜빡깜빡 스르르>는 그 아이의 입장을 알아주는 책이다. 잠들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채지 않는다. 대신 잠에 들기까지 토닥토닥 마음을 두드려 준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되는 어두운 밤의 모험을 응원한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라고, 아침을 찾아가는 아이 곁에서 따스하게 말해 준다. 조곤조곤 다정하게 이어지는 글. 한 장 한 장 예쁘고 환상적인 그림. 그림책의 맛이란 이런 걸까? 리듬을 타며 읽어 주다 보면 어느새 그림에 푹 빠져들게 된다. 따뜻한 그림이 글과 어우러져 더욱 빛이 나는 책이다.
매일 밤 8시 30분이면 잠에 드는 딸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제 육아 퇴근이구나 안도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매일 밤 아이는 홀로 자신의 길을 떠난다. 날마다 되풀이되다 어느 날 정말로 내 품을 훌쩍 떠나 세상 속으로 걸어갈 딸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깜빡 깜빡 스르르 잠드는 아이 곁에서 함께하다 나도 곧 잠에 든다. 아이가 준비하는 홀로서기를 응원하며, 씩씩한 엄마가 되자고 다짐하며. 아직 어리지만 조금씩 제 취향이 생기는 딸이 이 책을 집어들게 되면, 아마 다른 책처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줘야 하겠지. 그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