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서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나는 우화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펼쳤다. 하지만 고학년 장편동화인데 종이 두께가 왜케 두껍냐라는 당황스러움과 이야기의 시작에 뭐지 했던 게 무색하게 술술 읽혔다. 처음에는 어릴 적 좋아하던 동물의 왕국과 여러 다큐가 떠올랐는데 읽어나갈수록 계속되는 은유에 여러 책들과 미디어 속 장면들과 어린 딸을 두고 죽음에 문턱에 섰던 내 모습까지, 거대하고도 사적인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종이가 왜케 두껍냐 하던 나는 어느새 줄줄 눈물 흘리다 책을 마쳤다. 이 책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있었는데, 모든 동화가 이러면 곤란하겠지만 이런 작품을 만나 기쁘다는 말에 가장 공감이 갔다. 처음의 당황스러움이 낯설고 새로운 기쁨으로 안착하는 느낌. 어린이들은 어떻게 읽을까 더욱 궁금하다. 만 다섯살이 된 딸은 책이 너무 예쁘다며 좋아하는데 몇 년 뒤에 함께 읽으면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