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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 ★공고 학생들이 쓴 시
류연우 외 77인 지음, 김상희.정윤혜.조혜숙 엮음 / 나라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내 생애 가장 풍파가 컸던 때, 그 한 편의 시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시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며 떠오른 기억, 원래 소소하게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한참 흔들리던 그때는 더욱 써내려간 이야기가 많았다는 것. 그건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이지만 나는 속에 있는 것을 그렇게라도 풀어내면서 괜찮다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워낙 저명한 사람들이 글쓰기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 터라 민망하지만, 보잘것없는 내 삶을 돌아봐도 글쓰기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 펜을 들고 노트에 끄적거려 보는 일이 낯설어진 아이들이 안타까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시리즈 전작 <기절했다 깬 것 같다>를 읽으며, 변하지 않은 학교의 모습에 씁쓸하면서도 아이들의 재치와 생명력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금 더 쓰다. 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교복으로 먼저 평가되는' 공고이기 때문이리라. 한 친구의 시에 나오는, 공고를 다니든 인문고를 다니든 나는 나일 뿐인데 왜 세상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일까라는 말에 안타깝고 슬퍼졌다. 실상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세상을 살아야 하는 존재인데, 그 세계의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안 그래도 넘치는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 헷갈리고, 미래는 보이지 않으니 불안하여 스스로와도 갈등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은, 공고생이라는 이유로 세상과 그가 속한 학교, 때로는 가정의 편견과도 싸워야 하기에 더욱 고달프다. 그럼에도 아무리 흔들리더라도,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길 바라 본다. 흔들려도 피는 꽃처럼, 그 하나하나의 인생이 꿋꿋하게 피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