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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강남구 지음 / 클 / 2014년 12월
평점 :
'감정이란 아직 도착하지 않은 편지와 같다'는 구절을 십여 년 전 좋아하는 만화책에서 본 뒤,
지금 알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언젠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차오를 수 있다는 걸, 삶에서 직접 겪은 뒤로 나는 누군가의 현재 모습 뒤에 감춰진 과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더 깊어지게 되었다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둘만 남은 작가와 특히, 어린 아들이 어느 순간 겪게 될 깊은 상실과 슬픔이 벌써 안타깝고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이토록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내와 엄마를 가진 그들이기에
언젠가 몰아쳐 도착할 감정들을 아프지만 꿋꿋하게 잘 견뎌 내리라는 확신도 동시에 들었다.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스러져 간다.
아무리 사랑하고 사랑하는 존재일지라도 예외는 없다는 이 명제 안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끝없이 갈망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냉정한 현실에 결국 사라져 가는 나와 너의 소중한 존재들,
달리 보면 이 힘든 현실을 헤쳐가게 해 주는 힘의 원천들.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들이 갑자기 사라질까 두려워 우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직 오지 않은 시련을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이들과 하루하루 힘껏,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지금 꼭 안아줄 것,
지금 내 맘에 품은 사랑을 보여 줄 것.
조금 더 용감해지고 솔직해질 것.
엉엉 울면서 읽으면서도 웃게 만들어 준
이 책의 작가와 어린 아들, 그리고 가족들의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