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성장에 대한 은유, 몰입도 높은 이야기. 현실로 녹여낸 판타지. 아이를 낳고 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의 삶괴 아이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부모의 사랑과 책임에 대해 나의 삶을 오롯이 감당하고 살아내는 용기에 대해.두 돌 된 딸이 훌쩍 자라면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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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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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타인이고 인생은 결국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와 결혼하여 다시 사랑하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지금, 삶의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시작도 끝도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게 삶이지만, 시작과 끝 사이의 삶에 대하여.

세계를 덮친 재앙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쩌면 혼자인 게 유리할지 모른다. 물도 식량도 생존을 이어나가기 위한 정도만 겨우겨우 구할 수 있는 데다 누군가를 믿기도 힘들고 또 누군가와 함께하려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므로. 언뜻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왔다 혼자 갈지는 몰라도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다. 모두와 단절된 채 이어나가는 삶을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그곳은 또다른 지옥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하며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불합리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것은 미친 세상에서 홀로 미치지 않기 위해, 나도 함께 살기 위해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배경은 궤멸된 지구이건만, 어쩐지 오늘의 현실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잃지 말 것. 하루하루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갈 것. 서로 꼭 안아 줄 것. 그걸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이어질 수 있다. 문명이 사라져도 삶은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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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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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입김 내뿜으며 걷는 겨울 아침 같은 느낌의 책이다. 고요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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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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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여사의 글은 언제 봐도 좋다. 그치만 장식과 꾸밈이 과한 디자인이 몰입을 방해했다. 사는 게 뭐라고 시리즈처럼 담백하게 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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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기 권정생 동화집 1
권정생 지음, 이기영 엮음, 신현아 그림 / 단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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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소식이 넘쳐나는 요즘, 뉴스룸을 보면서 신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내가 문득,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걸까 하고 혼잣말처럼 말하자 신랑은, 우리가 잘 지켜주면 되지. 그리고 좋은 세상이 되도록 우리부터 노력하자 라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몸의 변화가 생기니 마음도 약해지는 걸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기본을 지키면서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자,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먹으며 지금까지 왔는데, 신랑의 말이 새삼스럽게 아주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잠들기 전 이 책을 보았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에 대해 내가 굳이 뭐라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가르침에 고개가 절로 끄덕이게 되고, 마음을 굳게 먹자 다짐하게 된다.

세상 구경 나온 밀짚잠자리는 하나님 나라를 찾아가겠다는 소망을 안고, 높이높이 멀리멀리 날아간다. 그러면서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고 놀라며 슬퍼한다. 달님은 슬퍼하는 밀짚잠자리의 말을 들어주고는, 세상에는 아주 예쁜 것도 있고, 아주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다고, 그러니까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한다. 잠자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쌔근쌔근 잠이 든다. 

이 짧은 동화를 읽고 나는 탄식처럼 '아' 하고 낮게 소리쳤다. 그렇지. 세상에는 예쁜 것도 미운 것도 무서운 것도 다 존재하고 그러니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프기도 하겠구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이 새삼 내 마음을 찌른 것은 그 당연한 것을 잊고 지냈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을 삶을 어찌 내가 다 알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다만 그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정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겠지. 달님의 말처럼 모든 것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사람으로서 간직해야 할 것을 간직하고,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책을 덮으며 나도 밀짚잠자리처럼 한참을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 책을 꼭 같이 읽어야지. 꼭 읽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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