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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기 ㅣ 권정생 동화집 1
권정생 지음, 이기영 엮음, 신현아 그림 / 단비 / 2016년 5월
평점 :
흉흉한 소식이 넘쳐나는 요즘, 뉴스룸을 보면서 신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내가 문득,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걸까 하고 혼잣말처럼 말하자 신랑은, 우리가 잘 지켜주면 되지. 그리고 좋은 세상이 되도록 우리부터 노력하자 라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몸의 변화가 생기니 마음도 약해지는 걸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기본을 지키면서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자,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먹으며 지금까지 왔는데, 신랑의 말이 새삼스럽게 아주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잠들기 전 이 책을 보았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에 대해 내가 굳이 뭐라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가르침에 고개가 절로 끄덕이게 되고, 마음을 굳게 먹자 다짐하게 된다.
세상 구경 나온 밀짚잠자리는 하나님 나라를 찾아가겠다는 소망을 안고, 높이높이 멀리멀리 날아간다. 그러면서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고 놀라며 슬퍼한다. 달님은 슬퍼하는 밀짚잠자리의 말을 들어주고는, 세상에는 아주 예쁜 것도 있고, 아주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다고, 그러니까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한다. 잠자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쌔근쌔근 잠이 든다.
이 짧은 동화를 읽고 나는 탄식처럼 '아' 하고 낮게 소리쳤다. 그렇지. 세상에는 예쁜 것도 미운 것도 무서운 것도 다 존재하고 그러니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프기도 하겠구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이 새삼 내 마음을 찌른 것은 그 당연한 것을 잊고 지냈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을 삶을 어찌 내가 다 알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다만 그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정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겠지. 달님의 말처럼 모든 것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사람으로서 간직해야 할 것을 간직하고,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책을 덮으며 나도 밀짚잠자리처럼 한참을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 책을 꼭 같이 읽어야지. 꼭 읽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