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슬란 전기 3 - 만화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다나카 요시키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고향에 가서 <강철의 연금술사>를 읽었다. 역시나 다시 봐도 재미있는 만화다. 예전 리뷰에 썼듯 결말에 가까질 무렵 인간에 대한 직설적인 예찬이 살짝 낯간지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만화가가 참 좋다.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르슬란 전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묵직하면서 재미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나의 작품을 다른 장르로 되살려내는 일이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것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릴 테니까. 그렇지만 이 똑똑한 만화가는 활자로 이룩한 거대한 서사를 새로운 형태로 꽤 멋지게 만들어내고 있다. 원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만큼 성공적인 일이 어디 있을까. 이 만화를 제안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두둑한 배짱과 안목을 갖추었다는 것만큼은 알겠다.

그나저나 우리의 어질지만 마음 여린 왕자의 앞날은 더욱 험난해졌다. 그 자신의 처지도 그렇지만, 부모가 놓인 곤경이 꽤 심각하다. 자기 반성과 성찰이 없는 인간은 얼마나 위험하고 끔찍한지는 현실뿐 아니라 만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 순탄치 않은 여정을 주인공은 어떻게 헤쳐갈까. 왕이라는 존재가 핏줄에 의해 결정되는 세상. 나는 원작의 결말은 모르지만 이 만화의 결론은 그것을 깨는 쪽으로 가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는 동시에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람과 사람이 건널 수 없는 등급이 매겨진 시대에, 그저 핏줄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왕이 될 만한 재목이기에 천하를 다스리게 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다. 왕이 될 자는 누구일까. 그에 걸맞는 인물은 또 누구인가. 돌려 말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따스한 바람이 불며 비극적인 봄이 지나고 있다. 사람들을 이끄는 자라면 적어도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