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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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참 자라던 무렵의 나는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미래는 곧 다가올 희망이요 그 속에서 사랑도 우정도 진실을 보는 눈이나 따뜻한 마음도 함께 쑥쑥 자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그 근본이 어디가겠냐만, 글쎄 내가 전혀 가지고 갈 생각이 없던 것들도 그 시간 속에서 함께 성장해 온 것 같다. 의심과 불안, 욕심 등 내 속을 어둡게 만드는 것들이. 희망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많았고, 심지어 때로는 알고 보니 절ㅋ망ㅋ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어쩐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제는 좋은 것이 보여도 이건 훼이크고 속에는 시커먼 게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며 절대 속지 않겠다고 의심하거나, 그럼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다며 난 속지 않았다고 뻐기며 웃지만 이미 마음은 시궁창. 그러다 앞으로의 인생은 고행길이요 지나온 삶은 돌아갈 수 없는 낙원이라 과거를 미화하고 뒤를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나가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는 것.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과거를 되돌리거나 귀신의 인도를 받거나 시간의 역주행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대신 우리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잠시 멈춰서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안달하지 않고 다시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생각한 뒤, 실제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연이어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은 이번 주 내내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인생 참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현실 속에서 내가 계획한 것들이 흔들리고 치이고 때로 부서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생각지 못한 것이 생겨나니 이것 참 울기에는 뭐하고 웃을 수만도 없고. 그 혼란 속에서 분명한 것 하나는 내가 휘청휘청 대면서도 쭉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몸을 맡기지는 말자. 나의 삶이고 내가 걷는 길이니.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뻔했지만 잃은 것은 아닌 날. 마지막 페이지 너머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아다치의 작품을 보고 이런 쌩뚱맞은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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