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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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에 아빠가 사주셨던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 두 가지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친필 메세지를 써주신 영어사전. '공부 열심히 해라 - 아빠' 비록 한 줄짜리였지만, 애정표현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안 했다는 게 아니라 못했다는 걸 안다) 과묵한 아빠였기에, 정말 기뻤다. 또 하나는 박은봉 선생님의 책 세 권. 당시엔 가람기획에서 출판된 <세계사 100장면><한국사 100장면> 어딘지 기억은 안 나는 <세계사 뒷이야기>를 진짜 재미있게 그리고 마음 아프게 읽었다. 역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어린 나에게 불을 붙여준 것이 그 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선생님은 나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졌다. 노예들은 왜 반란을 일으켰을까. 왜 전태일은 분신을 한 것일까. 그 전쟁은 정말 평화를 위한 것이었나. 그 여자는 진짜 악녀였을까. 역사에서 패자는 말할 기회를 잃는다는 것, 내가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보았던 그 시간이 피와 눈물로 얼룩졌다는 것을 그때 처음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니 내게는 참 소중하고 귀한 책들이다. 하여, 생각하지 못했던 자리에서 선생님을 뵈었을 때 나는 너무 놀라고 떨려서 말도 잘 하지 못했더랬다. 책에 실린 사진을 수없이 보았지만 실물을 볼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크흑. 내가 좀 더 쿨했다면 좋은 시간이 되었을 텐데. 

여튼 필자는 개인적으로나 역사출판에서나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손을 댄 것은 진실이라 믿어왔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반론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래서 바로잡기 더 힘든 한국사의 상식을 돌아보는 것이다. 44개의 테마 가운데 나 역시 잘못 알고 있던 것이 많았다. 굴곡이 많은 우리 역사, 일제 침략은 물론 독재를 겪으면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것들을 별 생각없이 믿고 말해왔다는 게 부끄러웠다. 언제나 그렇듯 필자의 글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슴에 울컥해지기도 한다. 승자만이 아니라 역사적 패자, 피해자, 말할 기회를 잃은 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대목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뛰어난 글솜씨만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를 깊이 있게 살펴 추론하는 부지런함 또한 필자의 장점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마음 편한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생각의 폭이 넓히며 진실에 다가선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필자의 책들을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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