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덮고 생각에 빠지게 했다. 

잘가는 블로그 주인장이 쓴 글 때문에 보게 된 책. 품절된 지 오래였는지 중고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중고책 사이트를 며칠 동안 돌고 또 돌아서 손에 넣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예!라고 외치겠다. 문학평론가의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평론이란 말은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진 적이 있다. 나도 생각할 줄 알고 판단할 줄 아는데 꼭 가르치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읽게 되었는데, 생각의 폭도 넓혀주고 재미있기도 하더라. 지은이가 소개하는 책들 가운데 내가 읽지 못한 것은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가는 중이다.

문학이란 무엇일까.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니 현실을 외면한다면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 것이다. 책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구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 많았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시인의 마음은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자기 바깥의 슬픔에 기꺼이 동참하고, 아파하며, 기어이 큰 목소리로 꺼이꺼이 함께 우는 연민의 태도를 의미한다. 가령 참혹한 전쟁의 '인간방패'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126쪽)  

"역사를 배우는 일은 슬픔을 배우는 일이고, 한 편의 시를 쓰거나 읽는 일은 그것에 동참하여 나누는 일이다." (174쪽) 

"거리의 통증을 지각하고 몸 섞는 것, 그것은 변함없는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다."(250쪽)  

하지만 결코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만남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고종석의 책을 소개하면서 더 많이 팔리길 바란다는 평론가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지루할 것 같은데 알고보니 말 잘 통하고 재미있는 사람을 만난 기분. 하지만 '그러나 진실은 단순하다. 교육은 결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187쪽)'처럼 그 대화 중간중간 날카로운 말들이 숨어 있어 적당한 긴장감도 갖게 한다. 특이한 제목에 깃든 책에 대한 애정은 책 머리에 좋은 책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서도 드러난다. 

"내 생각에 좋은 책이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물음'을 키워주는 책이다. 그런 책들이야말로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창조적 의혹'을 증폭시켜 주고, '자기만의 언어'를 촉구하는 것이다. ....의혹이 충만할수록 사유의 진폭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말로 풀어낼 재주는 없었지만 독자로서 지은이의 말에 공감한다.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 하셨고, 법정 스님은 '읽는 중간 덮게 되는 책,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 하셨다. 지은이의 말도 결국 그와 같다. 물음을 키워주는 책. 생각하게 만드는 책. 그로 인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어찌 변하든 책이란 그 의무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은이의 책 한 권을 더 샀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품절이네. 왜 이 좋은 책들을 팔지 않는 거냐! 독자로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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