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28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인생을 일정한 보폭으로 걷고 계신 교수님. 19권부터 24권까지, 무려 6권으로 진행된 전쟁 중 에피소드(교수님의 젊은 시절)가 끝이 났을 때는 마치 이 만화가 끝을 맺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다시 시리즈가 시작되었지만 25권부터 27권까지 어딘가 싱거운 맛이 나는 것 같았다.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처럼 끌리지는 않았다고 할까. 이 작품을 쭉 모으고 있었음에도 교수님이 예전 같지 않다 느낀 게 사실이다. 하지만 28권에서 그런 마음 싹 지웠다. 우습게도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이전 권들을 보자 전에 미처 느끼지 못한 것들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 이 만화를 보고 좋아하게 된 이유 - 규칙을 준수하고 주관이 뚜렷해 쉽게 변하지 않지만, 세상에 무한한 호기심을 느끼고 다른 존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아는 교수님- 역시 변하지 않았다. 한순간의 기분으로 이 작가 이제 끝났나.. 생각했던 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런 일이 어디 이것뿐이랴. 나의 성급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28권에서 특히 내 맘에 와 닿은 것은 '달과 기관차' 에피소드. 손녀 손자인 하나코와 마모루 콤비를 볼 수 있던 게 가장 기뻤다. 추진력이 강하고 박력있는 하나코와 조금 느리지만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고 탐구할 줄 아는 마모루는 마치 유교수님이 두 명으로 나뉜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 둘은 닮은 곳이 거의 없다. 특히 하나코는 무엇 하나 잘 하지 못하는 바보 마모루에게 할아버지가 관심을 보이는 게 싫어 심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둘이 드디어 접점을 찾은 것이다.  

나는 이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의 가치관과 세상을 따스히 바라보는 시선, 특히 소외된 사람을 그려내는 방식이 존경스러웠다. 또한 주인공 유교수에 그치지 않고 어린 하나코와 마모루의 세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이야기 역시 기대하고 있다. 이런 할아버지 혹은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의 가르침 안에서 아이들은 어디까지 가능성을 펼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행복해질 것인가. 비록 만화 속 삶일뿐이지만 우리네 인생의 화두 역시 성장과 행복이기에, 나에게는 '그저 만화'라고 말할 수 없는 작품이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좋겠다. 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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