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는 잘 모른다. 아는 시도 얼마 없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시란 그저 폼을 잡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여긴 적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것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는 어떤 이의 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느낀 것도 그때쯤. 바람에 날린 꽃잎이 물 위로, 땅 위로, 누군가의 머리 위로..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도착하는 것처럼, 우연히 내 가슴에 닿게 될 시를 기다리고 또 즐기게 된 것도 그때쯤인 것 같다. 그리고 한참 힘들었던 어느날,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치고, 나라는 사람이 참 한심하기만 했던 그때 이 시를 보았다. 참 이상하지.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이었는데도 마치 처음 본 듯 낯설었고 꼭 나에게 하는 말처럼 큰 위로가 되었다. 안다 여겼는데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한 이 시처럼, 조금 알 것 같다 여긴 인생이었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깨닫고 한숨이 나왔지만 동시에 안도했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이것도 삶의 과정이구나... 생각하니 쓸데없게만 여겼던 내 고민과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한심하게만 보였던 나를 보듬어주고 싶었달까.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이 방황도 그리워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런 것이라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방황해야지. 어디선가 나와 같은 고민으로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만 바보 같아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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