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1 - 소장판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마다 자기만의 기준 몇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험 날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같은 것보다 덜 보편적이고 아주 개인적인 기준. 나에게 h2는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h2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진짜 나쁜 사람은 없다 라는. 세상 경험 부족한 풋내기부터 인간을 만화로 판단하냐는 설교까지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정말 렇게 생각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기보다는 잔잔하고 담백한 스토리와 욕을 퍼부을 만큼 나쁜 놈은 나오지 않는 순진함과 싱겁다 못해 때론 썰렁한 유머에 때론 지루할 만큼 적은 대사와 경기 장면으로 채워지기도 하는 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 어딘가에 따뜻함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까지는 나름 신뢰도가 높다.  

 영웅이란 뜻의 히로와 히데오, 두 주인공이 야구를 즐기며 진심으로 경쟁하며 우정을 쌓는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다. 히카리와 하루카, 두 여주인공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과 함께 이어가는 내용은 너무나 만화스런 설정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하되 유난스럽지 않은 아다치의 만화는 누구에게나 이렇게 풋풋하고 뜨거웠던 청춘이 있었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또 펼쳐보게 되는 건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주조연을 막론하고 등장인물 모두 빛이 난다. 생각해보면 열일곱, 열여덟 되는 십대의 끝자락을 어떻게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겠는가. 좋은 녀석도 흔들릴 때가 있고 나빠보이는 녀석은 실수를 할 뿐이다. 작은 성공을 맛보기도 하지만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는 그 나이의 아이들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그려낼 줄 아는 작가의 능력이 마음에 든다. 그뿐이랴. 등장인물의 심리와 그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대사만이 아니라 그 순해 보이는 그림으로 묘사해내는 것을 보면 아주 여우 같다니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그냥 다 좋은데 그 가운데 제일은 역시 이 작품이다. 정색하고 따지고 들면 단점이나 결점이 안 보이겠냐마는 적어도 나에게는 완벽한 청춘만화다. 언제고 펼쳐보면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주인공들 또래였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로의 도피가 아니다. 방전된 마음을 충전시키는 것이라고 할까. 아니면 잠깐 기운을 얻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라고 할까. 마라토너가 경기 중에 마시는 물 한 컵처럼. 어느 쪽이든 보고 나면 기운이 생기는 만화다.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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